대학로의 쇳대 박물관에서 개최중인 SONG SONG(송송, 인벤 닉네임 캔디짱)님의 개인전에 실제 크기로 재현된
라오산롱이 전시되어 몬스터 헌터 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라오산롱은 몬스터 헌터를 대표하는 몬스터 중에서 첫 손가락을 꼽을 만큼 거대한(지금은 라비엔테 등장으로 2위)
몬스터다. 걸어가는 것만으로도 성벽이 무너지고 헌터들은 라오산롱의 발톱의 크기 정도밖에 되지 않을 정도의
대형 몬스터로, 몬스터 헌터를 접한 초보 헌터들에게 잊지 못할 강렬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 전시회장의 반을 차지하는 라오산롱, 길이 약 16미터 정도의 크기 ]



그처럼 거대한 라오산롱을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현실에 되살려낸 SONG SONG님의 개인전 주제는 게임과
가상현실로, 몬스터 헌터의 팬이자 다양한 게임들을 즐긴 작가가 현실과 게임과의 관계를 표현한 것이다.
널리 알려진 조각이나 회화와 같은 전시회와는 달리, 10~30대에 친숙한 애니메이션과 게임을
주제로 한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 이와 같이 게임과 애니메이션을 주제로 한 전시회가 없지는 않았으나, 상당수가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실패했다. 그러던 중 새로운 시도가 다시 한 번 이루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궁금증이 발동한 기자는
전시회장을 찾아가 작가를 만나 보았다.



= 전시회장에 들어 왔을 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라오산롱이다. 게임 내의 크기를 그대로 재현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갔을 것 같다.

올해 봄부터 개인전 준비를 했으니 약 반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 셈이다. 게임 내의 라오산롱을 실제 크기로
재현해놓고 보니 전시회장 입구에 맞지 않아 분해하여 전시장 내에서 가족 및 친척과 지인들의 도움으로
겨우 설치했다. 재질은 철사와 종이로 만들었는데, 크기가 크기인 만큼(길이 약 16미터, 높이 약 3미터)
많은 시간이 걸렸다. 워낙 분량이 커서 손이 망가질 정도로 고생했다.




= 라오산롱의 입 안쪽을 보면 텅 비어 있고 애니메이션과 게임 영상이 흐르고 있는데,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개인적으로 몬스터 헌터 시리즈의 팬이고 프론티어 온라인을 플레이한다. 게임 내에서 라오산롱을
토벌하고 나면 그래픽 처리 문제로 라오산롱의 몸 내부를 볼 수 있는데 처음에 텅 비어 있어서 놀랐다.
단순히 0과 1의 숫자로 이루어진 그래픽 덩어리가 게임이라는 가상현실 속에서 생명을 얻어 현실처럼
느껴지게 하는 기술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라오산롱의 주제는 텅 빈 내부다. 실제 작품을 보면 내부에 애니메이션과 게임 영상이 흐르고
숫자 코드가 나오는 것은 종이나 철사처럼 숫자라는 무기질로 만들어진 존재에 사람들이 빠져드는
힘이 있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 라오산롱의 내부는 게임과 마찬가지로 비어 있다 ]



= 전시장 한 쪽의 꽃으로 만든 건담도 인상적이다. 멀리서 보면 건담인데 가까이 보니 꽃으로 장식된 것이라서 놀랐다.

꽃으로 제작한 건담 역시 개인전의 주제를 나타내는 것이다. 애니메이션과 게임에 친숙한 세대에게
일본 애니매이션을 대표하는 건담은 전쟁을 위한 메카닉이다. 무기라고 하면 강력함과 전투적이라는 인상이 강한데,
작품에서는 꽃으로 표면을 덮어서 의미를 바꿔 보았다.


보통 게임에서는 자신의 분신을 조작하여 게임 속의 가상현실을 살아간다. 그 분신은 자기 자신일 수도 있고,
가상의 옷을 갈아입혀서 현실과는 다른 모습으로 포장하기도 한다. 그처럼 게임 속에서 자신을 꾸미고
전투를 수행하는 게이머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 꽃으로 된 건담이다.




[ 꽃으로 장식된 건담, 높이는 약 2미터 ]



= 몬스터 헌터의 NPC가 운영하는 주점과 비슷한 작품과 각종 만화 및 게임 캐릭터들이 거꾸로 매달려 있는
나무는 무엇인가.

과거 본인이 코스튬 플레이어였을 때 게임과 애니메이션 등 가상의 존재를 흉내내곤 했다.
하지만 작품에서는 인형들이 인간을 본따서 술에 취해서 쓰러지거나 움직인다. 그렇지만 허리나 머리가 360도
돌아가는 것은 인형이기 때문이다. 또한 캐릭터들이 나무에 매달려 있는 것은 장자의 호접지몽에서 나온 것이다.


그것은 가상현실이라고 부르는 게임 속에 빠져 있는 사람들이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며,
타인과 만날 때의 자신과 집에서의 자신 중 어느것이 진정한 자신인지 의미를 알 수 없는 현재를 뜻한다.




[ 움직이는 인형들로 이루어진 주점, Fall out doll ]



= 전체적으로 게임과 애니메이션을 주제로 해서 현실과 가상현실의 대비에 관련된 작품이 많다. 호응을 얻기
쉽지 않은 주제인데 선택한 이유를 알고 싶다.

개인적으로 게임을 즐기고 코스튬 플레이를 하다 보니 문득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 생활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고, 게임 속에서는 현실과 게임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을 보기도 했다.
가상의 존재로 사람들을 끌어당기고,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만들어내는 기술과 능력은 정말로 무섭고도
대단하다고 생각해서 주제로 다루고 싶었다.


또한 현실에서 사람들이 게임과 애니메이션, 연예인 등 자신이 아닌 다른 무엇인가를 따라하면서 자신을 꾸미는
가면을 만들고 연기하는 것이 게임 속에서의 삶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그래서 현실과 가상현실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고 내 놓은 것이 이번 개인전이다.




[ 거꾸로 매달린 캐릭터들, Panic! At the Illusion ]



= 개인전을 찾은 방문객과 아직 접해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주말 동안 많은 분들이 방문해 주셔서 놀랐고, 찾아주신 분들과 개인전을 많은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원래는 일주일 정도(10.22~28)만 하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방문자가 많고 오시는 분들의 편의를 위해 주말(10.31)까지
연장하게 되었다. 전시회라고 해서 입장료 걱정을 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무료니까 부담 갖지 말고
많이 찾아 주시면 다음 전시회 준비에 힘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 송송 개인전은 대학로 쇳대 박물관 3층에서 10.22(금)부터 31(일)까지 무료로 개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