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 봐도 불리해보이는 전장. 그 한복판에 선 주인공과 그 수하들. 대서사시 사극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장면 중 하나다. 그들은 "애초부터 힘겨운 싸움이 될 것임은 알고 있었노라"는 식의 비장한 멘트를 남기며 멋진 뒷태와 함께 전장으로 나선다. 그들이 어떤 결실을 거두었는지는 이미 기록되어있는 역사가 대신 말해준다.

그래, 드라마틱하게 꾸며진 이야기 속에서는 그렇다. 게다가 대부분 사극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은 그런 싸움에서 승리를 거두게 마련이다. 그래야만 책으로 남겨진 역사에 이름을 남길 수 있었을 테니까.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비장한 각오를 한껏 품고 뛰어든다고 쓰러지지 말라는 보장도 없고, 정해져 있는 운명을 미리 알고서 불리해보이는 싸움에 뛰어들 수도 없다. 올 한 해 국내 게임시장만 하더라도 얼마나 많은 게임들이 뛰어들어 난관을 헤쳐왔던가.

굳건하게 자리잡은 거물들 사이로 제각각의 활로를 찾아나가는 수많은 작품들. '에이지 오브 스톰' 역시 그 중 하나였다. 지난 8월 오픈 이후 4개월 여의 시간. 정말 문자 그대로 '상상 그 이상'의 난관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강해야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것이 강하다'라는 말을 굳게 믿겠다고 다짐하는 에이지 오브 스톰 개발진. '인내'와 '노력'을 힘주어 말하는 아트담당 임해성 수석과 기획담당 조정항 전임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아트 부문을 맡고 있는 임해성 수석(좌)과 기획을 담당하고 있는 조정항 전임(우)


8월 오픈 이후로 대략 4개월을 넘어섰다. 현재 성과를 대략적으로 소개해줄 수 있나

조정항 전임 : 아무래도 영웅간 밸런스 부분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 유료화라든가 신규 컨텐츠에 대한 의견, 이런 이벤트가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 등도 꽤 있다. 지속적인 유저 피드백과 패치에 온 신경을 쏟는 중이다. 밸런스 부분은 계속 조절하고 있고, 이번 업데이트를 비롯해 신규 컨텐츠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건 다소 예민한 질문일 수도 있으니 약간 간접적으로... 국내 게임시장을 호령하고 있는 '거물'을 비롯해 동 장르의 다른 타이틀과 직접 부딪쳐본 소감은 어떤가?

조정항 전임 : 당연한 이야기지만 정말 많이 체감하고 있다.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큰 영향력을 느끼고 있다고 할까. 에이지 오브 스톰은 3D를 기반 컨셉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 차별화를 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또, 사실 그 '거물'은 장르에 상관없이 국내 시장 전체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 않나. 비단 우리에게만 해당되는 문제는 아니라는 것으로 위안을 삼고 있다.

임해성 수석 : 4개월 동안 경험해보니 정말 엄청나더라. 높은 산인 줄은 알았지만, 직접 접해보니 더욱 실감하고 있다. 그 산을 우회하든, 정면으로 돌파하든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추후 업데이트를 준비할 때도 유저들의 의견 하나하나를 더욱 세심하게 반영하려는 노력도 게을리 할 수 없겠고.


다소 오해가 있을 듯해 확인해두는 편이 좋겠다. 이번 대규모 업데이트에 붙은 '정식시즌'이라는 타이틀은 어떤 의미인가?

조정항 전임 : 에이지 오브 스톰은 유저들 간의 PvP를 극대화시키는 방향으로 기획된 게임이다. 그것을 강조하기 위해 최적인 시스템은 랭크전에 관련된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오픈 당시 랭크 시스템을 구상은 해뒀지만, 완벽하게 구현되지는 않은 상태여서 선보이지 못했었는데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드디어 공개하게 됐다.

큼직한 변화를 선보일 대형 업데이트라는 측면에서 '정식시즌'이라는 타이틀을 사용한 것이다. 그만큼 이번 업데이트에 많은 것을 담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줬으면 한다.

'정식시즌'은 본래 기획했던 핵심 요소를 드디어 선보인다는 의미.



이번 업데이트에는 5가지의 리스트가 들어있다. 많은 의견이 있었을 텐데, 업데이트 내용을 결정하기 위한 어떤 기준이 있었나?

조정항 전임: 퍼블리셔 측에서 유저들의 요구사항을 정리해서 전달해주기도 했고, 내부 회의에서도 많은 의견이 나왔다. 랭크 시스템의 경우는 앞서 말했던 게임의 주된 컨셉 상 가급적 빠르게 도입해야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기도 했고.

임해성 수석 : 이번 업데이트에 영웅 추가가 없다고 문의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신규 영웅은 2주 간격으로 계속 추가될 것이다. 따로 업데이트 일정에 밝혀놓지 않더라도 정해진 기간에 한 번씩 꾸준히 선보인다는 것이 개발팀의 계획이다.


업데이트 내용들을 보다 상세하게 짚어봤으면 한다. 신규 스킨, 그리고 무기 외형을 바꿀 수 있게 한다는 점이 눈에 띄는데.

조정항 전임 : 우선 각 영웅들에 대해 1종씩, 총 31종의 스킨을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하지만 캐릭터 전체의 외형을 표현하는 스킨만 가지고는 개성을 표현하는데 제한이 있다고 생각했다. 옷 뿐만 아니라 세부적인 액세서리 등 부분적으로도 변경하고 싶어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가장 이목이 집중되기 쉬운 무기 스킨을 먼저 도입하게 됐다.

영웅의 기본 스킨에 무기외형만 바꾸더라도 확연히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디자인하고 있으며, 무기 외형 이후로도 부분적인 커스터마이징을 여럿 적용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커스터마이징의 다양성을 극대화한다는 측면이랄까.

각 영웅별 추가 스킨과 무기 외형을 바꿀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 요소가 도입된다



영웅들의 원화를 인게임 그래픽으로 적용하는 카툰렌더링 옵션이 추가된다. 어떤 특별한 의도가 있는 것인지?

임해성 수석 : 카툰렌더링 옵션은 이번 정규시즌 업데이트 이전부터 내부적으로 이슈가 됐던 내용이다. AOS 장르 유저들의 연령층이 그리 높지 않다고 생각했고, 그들에게 보다 친근감 있게 다가가기 위해 카툰렌더링이 적절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예상보다 더 카툰렌더링과 잘 어울리더라.

하지만 게임 오픈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그래픽 렌더링을 다시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고, 오픈 이후에 준비해서 선보이는 방향으로 결정했다. 자신이 보는 화면의 시각적인 측면에 선택권을 주는 것도 하나의 메리트라고 생각한다. 카툰렌더링 옵션을 선택하면 영웅, 미니언, 타워, 가드 등 배경을 제외한 요소들에 일괄적용된다.

사실, 리얼3D로 개발했다가 카툰렌더링을 적용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도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하지만 개발팀에서 모니터링한 결과, 충분히 유저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로서 어필할 수 있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의외로 카툰방식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도 많았고.

카툰렌더링이 적용되기 전(좌)과 후(우)의 영웅 라인하르트



홈페이지를 통한 실시간 거래소 기능이 추가된다. 기존 거래 시스템에 어떤 영향을 끼칠 거라고 의도하나

조정항 전임 : 게임 내에서 획득한 장비를 홈페이지에서 거래하는 방식이다. 현재 에이지 오브 스톰에서는 우편 기능을 통한 개인 거래를 지원한다. 자신에게 필요한 거래품을 찾기 위해 로비에서의 채팅을 활용하게 되고, 그러다보니 다른 유저들이 불편함을 느끼는 사례가 종종 있다. 또, 무언가를 사려는 입장에서도 자신이 필요로 하는 물건을 찾기 위해 채팅창을 주시하고 있어야하는 불편함도 있었고.

그래서 경매장과 같은 방식으로 홈페이지에서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한 것이다. 게임 내에서의 거래 비중을 낮추고자 하는 것이 주된 의도라고 할 수 있다. 인게임 거래 기능을 아예 없애는 것도 생각했지만, 특별히 필요한 경우도 있을 것 같아 기능 자체는 놔두기로 했다.

이제 필요한 아이템이 있다면 홈페이지 '실시간 거래소'에서



이번 업데이트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랭킹전 시스템에 대해 묻겠다. 내부에서도 중요하게 보고 있고 도입을 서둘렀다고 말하기도 했으니, A부터 Z까지 이야기가 좀 필요할 듯하다.

조정항 전임 : 이번에 도입된 랭킹 시스템은 점수와 성적을 기반으로 한다. 기존에 승수를 기반으로 하던 시스템과는 다르게 구축한 것이다. 다른 게임에서 이미 예전에 활용했던 시스템이기도 하니 새로운 발상은 아니다.

왜 이렇게 했느냐, 그 의도부터 설명하자면 그냥 단순하게 유저들에게 자신의 점수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것인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를 명확하게 알 수 있도록 하자는 거다. 다만 유저들이 플레이하는데 있어 많은 제약을 주지는 않도록 할 예정이다.

랭킹전에서는 금지시킬 영웅 하나를 시스템이 랜덤하게 지정해주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유저가 모든 금지 영웅을 직접 선택하다보면 아무래도 영웅 선택이 다소 정형화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만약에 우리 팀의 누군가가 선택하려던 영웅이 금지되면 그에 맞춰 팀 전체의 전략을 바꾸는 등 보다 역동적인 플레이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에이지 오브 스톰에서 금지 영웅 수는 현재 시스템이 하나, 양 팀에서 하나씩 총 3개다. 지금은 영웅 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이 이상 늘릴 이유는 없다고 본다. 2주에 한 번씩 신규 영웅을 선보일 것이고, 앞으로 영웅 수가 많아지다보면 그때는 변경을 고려할 수도 있을 것이다.

1시즌은 하나의 분기, 3개월 정도로 내다보고 있다. 아무래도 막 도입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데이터를 좀 더 수집해본 뒤에 확정할 수 있을 것이다.

기존 랭킹 시스템이 없던 시절에 플레이하던 유저들에게는 이번에 추가되는 프로필 시스템에서 추가 프로필을 증정하려고 한다. 프로필 시스템의 기본적인 방향은 기능성보다는 상징성이다. 게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없겠지만, 다른 사람들과 커뮤니티 활동을 할 때 내세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점이다.

PvP의 핵심 of 핵심, 랭킹 시스템이 공개된다



PC방 혜택이 말 그대로 '대폭' 강화된다. PC방 플레이를 유도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인가?

조정항 전임 : PC방으로 유도하려는 주된 목적은 게임의 접근성과 관련이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모든 영웅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플레이를 해볼 수 있다. PC방을 이용하는 것 외에 추가 비용 없이 게임 내의 거의 모든 컨텐츠를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이번 혜택 강화의 핵심이다.


업데이트 딱 필요한 시점에 좋은 타이밍을 잡았다고 본다. 다음 업데이트도 적절한 시기를 잡을 수 있었으면 한다. 앞으로 선보이려고 계획 중인 것들은 무엇이 있나?

조정항 전임 : 대형 컨텐츠를 준비하려면 아무리 시간을 빠듯하게 투자해도 간격이 생길 수밖에 없다. 물리적인 한계에 부딪치는 경우가 많다는 거다. 버그에 대한 수정은 무조건 최우선적으로 처리할 것이고, 새로운 컨텐츠나 시스템 등이 포함된 대형 업데이트는 아직 구체적인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다.

앞으로 선보이려고 하는 것 중 길드 시스템이 있다. 또, 칭호라든가 업적과 같이 커뮤니티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도 고려했던 아이디어 중 하나다. 다만, 패치를 진행하고 유저들의 반응을 보는 등의 작업을 우선으로 하다보면 일정에 변동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언제 공개하겠다고 확정짓기는 어렵다.


영웅은 정기적으로 추가되고 있으니 시간이 지나면 많아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쪽 장르 전체적으로 보다 다양한 전장에 대한 수요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임해성 수석 : 이미 제작되어 있는 신규 맵들이 서너 가지 있다. 백뷰 시점을 살리기 위해 RPG 요소를 강화한 종류도 있고, 가급적 다양한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춰 디자인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모든 모드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도입하기는 좀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를테면 밸런스 부분의 문제가 발견될 경우 랭크전에서 사용하기는 곤란할 테니까. 일단 친선전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뒤에 피드백을 받아서 가다듬는 작업을 거칠 예정이다. 매칭 모드에 정식 도입하는 것은 그 다음이다.


최근 동향을 보면 온라인과 모바일의 연동은 필수로 고려해야하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조정항 전임 : 퍼블리싱과 관련된 부분이라 우리 쪽에서 확정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내부에서도 여러 가지로 논의해본 바 있지만, 만약 모바일 연동을 진행한다면 이번 업데이트에서 추가될 실시간 거래소가 가장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한다.


오픈 4개월이 지난 시점이지만 아직 갈 길이 훨씬 멀다. 앞으로 펼쳐진 길은 그야말로 '가시밭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대비는 잘 되고 있는지.

조정항 전임 : 에이지 오브 스톰을 개발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최근 게임을 위한 플랫폼들이 온라인과 모바일로 양분된다는 느낌인데, 이런 환경에서 '온라인으로만 즐길 수 있는 게임'은 그 나름의 메리트를 갖는다는 생각이다. MOBA 장르도 상당히 높은 가능성을 지녔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시장 자체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여전히 많은 아이디어가 나올 여지가 충분히 있고, 그러다보면 유저들에게는 다양한 게임을 놓고 입맛대로 골라서 플레이할 수 있는 폭넓은 선택지를 갖게 될 것이다.

우리 게임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것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우리만의 매력을 가진 게임이 되길 바란다.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임해성 수석 : MOBA 장르에서는 기본 베이스가 상당 부분 구축됐지만, 여기서 또 어떤 식으로 발전해나갈지는 장담할 수 없다. 에이지 오브 스톰은 분명한 후발 주자고, 먼저 시장에 자리잡은 작품들에 비해 고전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앞으로 시장이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는 것 아닌가. 2~3년, 혹은 그 이상이 지난 후에도 살아남는 게임이 될 수 있도록 연구와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가깝게는 이번 크리스마스 시즌에 분위기에 맞게 단장한 맵을 선보이려고 한다. 에이지 오브 스톰을 즐겨주는 유저들에게는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고, 앞으로도 지금처럼 꾸준한 관심을 보여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겠다.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수 년 후에도 살아남겠다는 각오가 이루어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