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하다보면 그런 생각을 하곤 한다. 도대체 이 거대한 오픈 월드의 이 멋진 도시들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분명 잠깐 지나치는 길목에도 오브젝트가 존재하고, 게임임에도 낮과 밤이 흐르고, 또 어떤 때는 비가 오고 안개가 끼기도 한다.

사이버펑크 2077의 나이트 시티를 제작한 CD 프로젝트 레드의 리드 환경 아티스트 Kacper Niepokólczycki는 그 기본은 질문이라고 말했다. 무엇을 어떻게 왜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다보면 항상 답이 나온다고 말이다. GDC 2022를 통해 과연 이 거대한 사이버펑크 세계 속 나이트 시티의 탄생 과정에 대해 들어볼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재밌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 생각이 더 나아가서 산업을 발전시킨다. 더 어려운 시도를 하고, 더 어려운 일들을 진행하며 그걸 뛰어넘기 때문이다.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이 거대한 사이버펑크 세상을 만드는 것은 정말 두근거리는 일이었다. 하지만 스튜디오가 바라는 건 아주 뛰어난 퀄리티의 사이버펑크 세계관이었고, 이를 위해 나이트 시티를 그동안 아무도 게임에서 본 적 없는 커다란 오픈 월드 세계로 만들어야 했다.

그 과정에서 몇 가지 도전해야 할 목표가 있었는데, 워낙 커다란 프로젝트다 보니 이 역시 쉽지는 않았다. 거대한 오픈 월드도 그렇지만 사이버펑크는 TPS였던 위쳐와 다르게 FPS 게임이었다. 이때문에 완전히 처음부터 새롭게 모든 기술적 측면을 쌓아 올려야 했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한 건 질문을 던지는 것이었다. 무엇을 건설하고 싶은지, 무엇을 제작하고 싶은지, 그리고 어떤 것들을 만들어야 모두가 여기에 미치고 행복해할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 중 우선되는 질문은 바로 '우리가 하고 싶은 건 뭐지?'였다.


이에 베이스로 잡은 건 바로 사이버펑크 2020이다. 사이버펑크 2077은 해당 작품에서 57년 뒤를 다루고 있다. 이 57년이라는 시간적 차이를 메꾸고 흐름을 표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사이버펑크 2020를 통해 나이트 시티를 비롯해 구역, 분위기 등을 어떻게 제작해야 하는가에 대한 영감을 얻을 수 있었다.

그렇게 어떻게 표현해야 사이버펑크 2077이 유니크해질수 있고 독창적인 IP로 거듭날 수 있을지 고민을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사이버펑크하면 떠올리는 이미지가 있기에 그를 살리면서도 유니크해질 필요가 있었다. 우리 게임은 오픈월드고, 낮과 밤의 사이클이 있었다.

혹시 밤에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면 재밌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를 적용하기 위해 다양한 작품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실제 캘리포니아의 이미지와 결합했다. 맑은 날이 있는가 하면 비가 오는 날도 있고, 안개가 끼는 날도 있다. 거기서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이후에는 컨셉 아트팀과 협업을 진행했다. 도시를 넓게 잡은 거대한 아트를 통해 빛은 어떻게 떨어지는지, 도시의 색상은 어떤지, 컬러감과 구조는 어떤지, 또 어떤 특징을 가져가야 하는지 등 전체적 분위기를 잡았다. 이 과정은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나이트 시티의 외형을 잡는 과정에 대해서도 설명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나이트 시티가 어떻게 보일지에 대한 부분이다. 압축시켜서 봤을 때 어떤 식으로 보여야 저 도시 안으로 들어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할까에 대해 고민하고 결정했다.


다음은 대조였다. 우리가 표현하고자 했던 사이버펑크는 실제 세상과 완전히 다르지 않은 곳이었다. 현재의 도시에 기반한 뭔가를 만들어 내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상하고 쿨하지만 존재할 수도 있을만한 그런 구조물들을 구상하기 위해 노력했다.

예를 들면 그냥 평범한 이웃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 사람을 만들어 놓고, 그의 팔꿈치와 얼굴에 새로운 오브젝트를 추가함으로써 그 상황을 어딘가 기괴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를 통해 아 이게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아니구나라는 인식을 줄 수 있다.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세상이다. 이런 식으로 익숙한 현실의 뭔가를 좀 더 유니크하고 새롭게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 대조의 과정을 거쳤다.

각 구역마다 고유의 색을 넣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모든 구역마다 어울리는 고유의 색상을 디자인했고 이를 통해 플레이어들이 색상만으로도 자신이 어느 구역에 있는지 확실히 인식할 수 있도록 하려 했다. 그리고 실제로 이는 꽤 잘 작동한 편이다.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끝나면 이후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가장 먼저 한 것은 새로운 환경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컨셉 아티스트와 스페셜 레벨 디자이너와 함께 어떤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했다. 얼마나 높은 건물을 만들어야 할지, 얼마나 긴 계단을 설치해야 할지, 얼마나 많은 인물들이 들어가야 할지 등에 대해서다. 기획하는 과정이 끝나면 프로그램을 통해 실제 모형을 확인했다. 물론 훨씬 단순하게 말이다.

다음은 도시 계획이었다. 우리는 하나같이 정말 실제와 같은 도시를 만들고 싶어했다. 그 과정에서 아티스트들이 그려낸 멋진 아트로부터 실제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가져왔다. 하지만 실제 도시에는 고속도로나 거리 등 많은 부분들을 계획하고 신경 써야 한다. 아트대로 한다면 정말 멋지겠지만, 그럴 수는 없기에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많은 토론 과정을 거쳤다.

바꾸는 걸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변화하는 과정은 게임을 더 멋지게 만들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다.



도시의 기본 뼈대를 만든 뒤에는 이를 적절하게 만드는 과정을 거쳤다. 최종 목표는 각 구역을 모두 유니크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모두 다른 특징을 가져야 했다.

여기서 중요했던 건 바로 스타일이었다. 스타일은 의상, 차량, 환경 등 모든 것에 녹아들어 있다. 예를 들면 키치의 경우 기능적이어야 했다. 당장 일을하러 나갈 수 있으면서도 어딘가 쿨한 그런 느낌이다. 이런 스타일들은 실제 게임에 종합적으로 적용되어 모든 면에 있어 완전히 다른 느낌을 준다. 가부키의 경우 주요 스타일은 바로 엔트로피즘이다. 거의 60%를 차지한다. 키치 역시 35% 정도 적용되어 있다.

그 과정에서 실제 도쿄나 홍콩 등의 모습을 보고 영감을 얻기 위해 활용한 건 바로 구글 맵이다. 정말 큰 도움이 되었는데 이를 통해 홍콩과 도쿄의 건물 구조, 거리의 모습 등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랜드마크를 만들었다. 플레이어가 UI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바로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구조물만 보고도 방향을 확인할 수 있도록 구역 내에서도 각각 다른 느낌의 건물들을 배치하려 했다.

마찬가지로 흥미를 느낄 수 있는 포인트를 배치하려고 노력했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이 장소에 자주 오게 할 수 있을까 이런 부분을 고민한 것이다. 이를 위해 고층 건물들을 주위에 배치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했다. 이외에도 도시에 수직성을 주기 위해 레이어를 층층이 쌓아올렸다. 이는 고층에 사는 부자들과 저층에 사는 가난한 이들처럼 나이트 시티의 스토리성을 자연스럽게 설명하는데 사용되기도 했다.

이후에는 모든 팀이 매달렸다. 어떤 위치에 어떤 퀘스트와 어떤 전투를 배치해야 할지, 또 어떤 오브젝트는 어디에 들어가야 조화로울지, 또 어떻게 만들어야 아름다울지 등 회사의 모든 사람이 함께 논의했다.


툴은 총 4가지를 활용했으며, 크게 특별한 게 아니다. 최근 가장 기본적으로 사용되는 툴들이다. 하지만 다른 게임에서 볼 수 없었던 독특하고도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고 싶었다. 이를 위해 많은 레퍼런스를 취합했고 어떤 식으로 게임에 적용할 지 고민해 적용했다. 툴보다 중요한 건 창의성과 열정이다. 이게 없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모든 팀, 그리고 각 팀원들이 열정을 가지고 개발에 임했다.

하지만 게임을 만들어나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왜'라는 질문이다. '왜'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많이 던지면 던질수록 멋진 아이디어가 나오고 더 많은 것들을 쉽게 해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