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의 리그오브레전드 팀들이 자웅을 겨루는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리그(이하 롤챔스). 지난 26일 예선 와일드카드전을 끝으로 2014 롤챔스 스프링 시즌 16강 진출팀이 모두 가려졌다.

이번 롤챔스 예선에도 프로팀뿐만 아니라 많은 아마추어 팀이 참가했다. 그래서인지 프로팀 간의 경기와는 사뭇 다른 느낌의 경기를 볼 수 있었다. 일단 챔피언 픽부터 특이했다. 노틸러스나 트런들 서포터처럼 프로팀에서는 잘 사용되지 않는 의외의 챔피언이 깜짝 등장했다.

역전도 자주 등장해 넥서스가 깨지기 전까지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짜릿한 긴장감도 느낄 수 있었다. 본선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2014 롤챔스 스프링 예선전을 돌아보았다.



트런들 서포터의 가능성을 보여주다! 예선 B조 패자전 God-Sin vs 팀 올림푸스

God-Sin(이하 갓신)의 서포터 '꾸글' 최명근이 나진 소드와의 예선 B조 첫 경기부터 아마추어다운 참신한 패기를 보여줬다. 바로 노틸러스를 서포터로 기용한 것. 항상 반복되는 비슷비슷한 밴픽에 지친 유저들에게 신선한 즐거움을 선사했지만, 첫 번째 시도는 무위로 돌아갔다.

최명근의 실험은 노틸러스에서 끝나지 않았다. 다음 경기에서는 트런들 서포터를 꺼내 들었다. 탑 트런들은 해외 대회에 자주 등장해서 어느 정도 검증된 편이지만, 트런들 서포터는 꽤 생소한 기용이었다. 하지만 최명근은 솔로 랭크에서 다져진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팀 승리에 일등공신이 됐다.

나진 소드 상대로는 노틸러스 서포터가 잘 통하지 않았지만, 팀 올림푸스를 상대할 때에는 트런들 서포터로 인상깊은 활약을 펼쳤다. 물론 팀 올림푸스가 정식 프로팀은 아니지만, 프로게이머 출신 선수가 3명이나 포함된 만큼 트런들 서포터의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었다고 볼 수 있다.

트런들 장인으로 유명한 '정규분포'는 지난해 12월, 인벤에 트런들 서포터 공략을 올리며 다이아몬드 1티어에도 통하는 서포터라고 트런들을 소개한 바 있다. 과연 원거리 견제 수단이 부족한 트런들이 프로팀 간의 경기에서도 등장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한편, 갓신의 최명근은 제닉스 스톰과의 예선 와일드 카드전에서 베이가 서포터를 선택했지만, 트런들 서포터 만큼의 활약을 펼치진 못했다. 팀도 제닉스 스톰에 무릎을 꿇으며 본선 진출에 실패, 아쉽지만 최명근의 실험적인 서포터 픽은 롤챔스에서 볼 수 없게 됐다.

▲ 한타에서 존재감 폭발한 트런들의 '얼음 기둥'(영상 및 이미지 출처 : 온게임넷, 이하 동일)




프라임 옵티머스의 대역전극! 예선 C조 승자전 프라임 옵티머스 vs KT 애로우즈

KT 애로우즈는 얼마 전, 리빌딩을 단행했다. 형제팀인 KT 불리츠 소속의 카카오를 KT 애로우즈의 정글러로 기용하고, '애로우' 노동현을 새로운 원딜로 영입했다. 여기에 더해 '보급형 페이커'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신인답지 않은 놀라운 실력을 뽐내는 '루키' 송의진이 버티고 있어 성공적인 리빌딩이란 평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손발을 맞출 시간이 부족해서였을까. 준프로팀인 프라임 옵티머스에 덜미를 잡혔다. 특히 KT 애로우즈가 1레벨 교전에서 킬을 기록하며 좋은 출발을 보인 것을 생각하면, 더욱 아쉬운 패배였다.

1레벨 교전에서 이득을 본 팀은 KT 애로우즈였지만, 경기 초반 분위기는 프라임 옵티머스가 가져갔다. 프라임 옵티머스는 스노우볼을 굴리며 바론까지 먼저 차지했다. 그러나 KT 애로우즈가 재생성된 바론을 스틸한 데 이어 억제기까지 파괴하며 단숨에 역전하며 프로팀의 저력을 보여주었다.

기세를 탄 KT 애로우즈가 경기를 뒤집는 듯 보였다. 그러나 프라임 옵티머스는 억제기가 파괴된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대처했다. 억제기를 파괴한 후, 공격에 박차를 가하던 KT 애로우즈에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주고 그대로 경기를 마무리 지은 것. 결국 준프로팀 프라임 옵티머스가 프로팀을 잡는 대박을 거두며 역전 명승부의 승자가 됐다.

▲ 이 지역에서 펼쳐진 한타 결과가 곧장 경기 승패로 귀결됐다.




프로 잡는 아마추어! 예선 A조 최종진출전 마이더스 피오 vs 제닉스 스톰

프로와 아마추어의 대결은 늘 프로의 손해다. 프로가 이기면 당연한 일이고, 혹시나 지기라도 하면 아마추어에게 프로가 지냐는 비아냥을 듣기 쉽상이다. 하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니 프로라고 늘 이길 수는 없는 법이다. 지난 19일에는 제닉스 스톰이 프로 잡는 아마추어의 희생양이 되었다.

물론 프로팀인 제닉스 스톰이 일방적으로 당한 경기는 아니다. 글로벌 골드 차이가 크지는 않았지만, 게임 중반까지 27킬 13데스까지 킬 스코어를 벌리고 미드 억제기도 파괴하며 앞서 나갔다.

그 후 제닉스 스톰이 스노우볼을 굴려 무난히 승리를 차지할 것처럼 보였지만, 마이더스 피오가 과감한 바론 사냥을 통해 경기를 미궁 속으로 빠트렸다. 제닉스 스톰이 억제기를 파괴하고 귀환하는 틈을 이용해 바론 사냥에 나선 것이다. 허를 찔린 제닉스 스톰은 뒤늦게 바론 사냥을 방해하려 했으나 바론도 뺏기고 한타에서도 대패하는 최악의 결과를 맞았다.

다음 바론 재생성 시기도 제닉스 스톰이 재생성된 미드 억제기를 파괴하고 귀환하는 타이밍과 맞물렸다. 이번에도 마이더스 피오가 상대의 뒤늦은 저항을 뿌리치고 바론을 빠르게 차지하며 팽팽한 상황을 유지했다.

억제기와 바론을 계속 맞바꾼 양 팀은 확연한 킬 스코어 차이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골드에서는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결국, 롤챔스 16강 진출을 놓고 펼친 마지막 한타에서 야스오의 최후의 숨결(R)이 절묘하게 상대 셋에 적중하면서 대승, 아마추어팀 마이더스 피오가 프로팀을 꺾는 이변이 연출됐다.





피도 눈물도 없는 내전! 에일리언웨어 아레나 vs 에일리언웨어 TOP 와일드카드 2경기

와일드카드 2경기에서 에일리언웨어는 형제팀끼리 맞붙는 불운을 겪었다.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알기에 그만큼 치열한 전투가 펼쳐졌다.

경기 초반, 에일리언웨어 아레나(이하 아레나)가 앞서 나가면, 에일리언웨어 TOP(이하 TOP)가 꾸준히 뒤를 쫓는 양상이 이어졌다. 그러던 중 TOP가 아레나의 룰루와 이블린을 잡아내고 바론 사냥에 성공하면서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바론 버프의 힘을 바탕으로 TOP가 상대 타워를 철거하고 드래곤까지 가져가면서 글로벌 골드 역전에 성공했다. 그러나 다음 바론 버프는 아레나의 차지였다. TOP의 쉬바나가 체력이 없어 귀환하고, 드레이븐이 봇 라인에서 CS를 챙기는 사이 바론이 재생성 되었고, 아레나가 그 즉시 바론 버프를 사냥한 것.

바론 버프를 바탕으로 다시 아레나가 이득을 거두면서 글로벌 골드 차이는 재역전 됐다. 경기 시간 40분까지 흘렀지만 양팀의 글로벌 골드 차이는 천 골드에도 못 미칠 정도로 팽팽했다.

다음 바론이 재생성되자 이번에는 TOP가 곧바로 바론 사냥을 시도했다. 그러나 아레나도 바론 재생성을 기다리고 있던 상황. 재빠른 아레나의 반격에 TOP가 호되게 당하면서 결국 킬을 내주고 말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펼쳐진 마지막 한타에서도 아레나가 아무런 피해 없이 상대 셋을 잡아내면서 약 45분간 펼쳐진 치열한 내전의 종지부를 찍었다.

▲ 밴시의 장막이 절묘한 타이밍에 발동되는 바람에 블리츠크랭크만 애꿎은 죽음을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