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식스 롤챔스 섬머 2014시즌 대망의 결승전이 지난 16일 부산광역시 해운대 해수욕장 특설 무대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많은 팬들이 좌석을 메웠고 물놀이를 즐기던 인파까지 무대 주변을 찾아 롤챔스 결승 경기를 관람하며 멋진 그림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번 롤챔스 결승전은 양 팀의 명승부와 이를 지켜본 수많은 인파만으로 화제가 된 것은 아니었다. 얼마 전 커뮤니티에 롤챔스 결승전 종료 후 해운대 해수욕장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올라왔다. 아쉽게도 사진 속의 해운대 해수욕장은 팬들이 버리고 간 많은 양의 쓰레기들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야외 대형 행사 후 현장을 메운 쓰레기들에 대한 문제는 비단 e스포츠만의 것이 아니다. 쓰레기 정리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대형 콘서트장, 스포츠 경기장 등 각종 행사장의 사진이 인터넷상에 자주 올라와 팬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곤 한다.

이번 핫식스 롤챔스 섬머 2014시즌 결승 현장도 마찬가지였다. 결승전이 끝나자 사람들은 쓰레기들을 뒤로한 채 자리를 떠났다. 물론 축제를 즐기고 흥분된 마음에 주변을 살피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정식 프로 스포츠를 지향하고 있는 e스포츠에 걸맞는 성숙한 문화가 아쉬웠다.

하지만 결승전 후 쓰레기 처리 문제 발생의 원인이 단순히 팬들의 성숙하지 못한 관람 문화에만 있다고 보진 않는다. 물론, 팬들이 자신들이 만들어낸 쓰레기들을 스스로 잘 챙겨서 돌아갔다면 좋았겠지만, 이것은 정말 이상적인 상황이다.

앞으로는 행사를 기획하는 주최 측도 이 문제를 미리 고민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큰 행사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쓰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또한, 별다른 사고 없이 행사를 마친 주최 측의 노력에는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꾸준히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행사장 쓰레기 처리 문제는 주최 측이 조금만 신경을 썼다면 더 나은 결과가 나왔을 수도 있다.

실제로 현장을 찾았던 팬들에게 문의한 결과 주최 측의 쓰레기 처리 관련 공지를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사전에 현장을 찾은 팬들에게 쓰레기 처리와 관련된 내용을 공지해 팬들이 그 문제에 대해 자각할 수 있도록 도왔으면 상황은 나아졌을 것 같다.

공지가 충분하지 못했더라도 행사장 근처에 쓰레기를 모으는 장소가 있다면 그 주변 외에는 쓰레기가 그리 눈에 띄지 않게 마련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번 롤챔스 결승 무대 근처에는 그러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인파가 몰릴 것이 분명한 행사였던 만큼, 많은 양의 쓰레기가 나올 것을 예상하고 무대 주변 곳곳에 쓰레기를 한데 모을 수 있는 장소라도 마련했다면 훨씬 더 깔끔한 모습으로 시즌을 마무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최근 광화문 광장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내한해 직접 주관한 시복식이 열렸고, 행사가 끝나고 난 뒤의 현장 사진이 큰 화제가 됐다. 행사가 진행됐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쓰레기가 적었고, 발생한 쓰레기들도 한 곳에 잘 모아져 있었다. 이는 테러 발생의 가능성과 깨끗한 거리 환경 유지를 위해 주최 측이 취한 적극적인 움직임과 현장을 찾은 사람들의 성숙한 의식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결과였다.

우리 e스포츠에서도 그런 모습을 보는 날이 오길 바란다. 주최 측도 쓰레기 처리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팬들도 성숙한 관람 문화를 위해 노력한다면 광화문 광장에서의 시복식처럼 '깔끔'한 관람 문화가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