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문턱에서 설마 했던 일이 일어났다.

쉽게 예상할 수 없는 결과였다. 나진 실드는 서킷 포인트 5위였고, 준플레이오프부터 경기를 치러야 했다. 롤챔스 섬머 우승팀 KT 애로우즈가 버티고 있었고, 지난 해 롤드컵 우승팀 SKT T1 K가 기다리고 있었다. 특히, 나진 실드가 지난 섬머 시즌에 보여줬던 부진한 모습을 고려했을 때, 나진 실드의 롤드컵 진출 가능성은 결코 높지 않았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을 깨고 나진 실드는 시즌4 롤드컵 진출에 성공했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 그리고 최종결정전까지, 높은 집중력과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줬다.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 결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오고갔다. 수많은 리그오브레전드 팬들이 ‘이걸 나진이’에 취해있는 지금. 복잡하고 어려운 분석이 필요 있을까? 단, 한 문장이면 충분할 것 같다.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은 ‘가을’에 열린다.


■ 두 남자의 기묘한 인연!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가을의 전설!

2009년 3월 9일. 독특하고 재미있는 그리고 질긴 인연이 시작된다. 때는 리그오브레전드가 한국은 물론 북미에서조차 공개되지 않았을 시기.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에서 하이트 스파키즈와 공군 ACE가 맞붙었다. 그리고 시작된 1세트. 멋진 외모의 두 남자가 출전했다. 어느 누구도 몰랐을 것이다. 그 날의 스타크래프트 경기가 5년 후 리그오브레전드를 흔들어 놓을 두 남자, 박정석 감독과 ‘와치’ 조재걸의 첫 만남이었을지.

▲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에서 두 남자는 적으로 첫 만남을 가진다
(출처 : 온게임넷)

e스포츠에 오랫동안 관심을 가진 팬들이라면 ‘박정석’이라는 세 글자가 불러일으키는 짜릿함을 알고 있을 것이다. 2002년 박정석은 ‘황제’라는 칭호를 가지고 있던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임요환을 물리치고 스타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한다. 스타크래프트에 등장하는 3개의 종족 중 가장 열세라 평가받았던 프로토스로, 그것도 최강이라 평가받는 임요환의 테란을 잡아 낸 것. 팬들은 열광했고, 이 날의 사건을 이렇게 표현했다.

"가을의 전설, 박정석"

이후 박정석은 10년이라는 긴 프로 생활을 마치고 2012년 3월 28일 은퇴를 선언한다. 많은 팬들은 그의 쓸쓸한 퇴장을 아쉬워했다. 더 이상 가을바람과 함께 찾아올 마법과 같은 일을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2012년 5월 리그오브레전드 프로팀 ‘나진 e엠파이어’의 감독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리그오브레전드 선수로 전향한 '와치' 조재걸과 감독과 선수로 한 팀을 이루게 된다.

박정석 감독과 '와치' 조재걸은 그해 가을 다시 전설을 만들어낸다. 2012년 시즌2 롤드컵 국가대표선발전. 어느 누구도 들쭉날쭉한 경기력을 선보이던 서킷 포인트 4위의 나진 소드가 롤드컵에 진출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특히, 아주부 프로스트와 함께 최강의 팀으로 손꼽히던 아주부 블레이즈가 최종전에서 기다리고 있는 상황. 기적은 일어나기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가을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나진 소드는 LG-IM과 제닉스 스톰을 연파하며 최종전에 진출한 후 5세트 블라인드 매치까지 가는 접전 끝에 아주부 블레이즈를 3대 2로 무너뜨린다. 신생팀임에도 한국 대표로 선발되는 쾌거를 거두는 순간이었다. 이 사건은 ‘이걸 나진이’라는 리그오브레전드 최대 유행어 탄생의 시초가 되었으며, 팬들은 다시금 가을의 전설에 열광했다. 그리고 박정석 감독의 계보를 이를 새로운 가을 남자, ‘와치’ 조재걸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 시즌2 롤드컵 진출 당시 나진 소드의 선수들
(출처 : 온게임넷)

나진 소드의 기세는 무서웠다. 시즌2 롤드컵이 끝나고 펼쳐진 2012-13 롤챔스 윈터에서 나진 소드는 최강 아주부 프로스트를 3대 0으로 대파하며 우승을 차지한다. 그러나 찬바람이 그치고 따뜻한 봄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나진 소드는 부진을 거듭하기 시작한다. 결국, 2013 롤챔스 스프링은 8강 탈락, 2013 롤챔스 섬머 16강 탈락이라는 아쉬운 성적을 거두게 된다.

그러나 아무리 시련이 찾아와도 나진은 가을에 강해지는 팀이며, 롤드컵은 가을에 열린다. 비록 롤챔스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지만, NLB에서 2회 연속 우승을 차지. 서킷 포인트 1위로 나진 소드는 시즌3 롤드컵 진출에 성공한다. 이로써 ‘와치’ 조재걸은 롤드컵 2회 연속 진출이라는 성과를 거둔다.

그리고 펼쳐진 시즌3 롤드컵. 시즌2 우승팀 TPA에게 아쉽게 패배했던 지난 롤드컵과는 달리, 나진 소드는 4강 진출에 성공한다. 특히, ‘와치’ 조재걸은 8강에서 유럽 최고의 정글러 다이아몬드 프록스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SKT T1 K와의 4강전에서는 풀세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패배했지만, 상당히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며 나진 소드를 이끄는 에이스로 인정받게 된다.

그렇게 새로운 '가을의 전설'이 탄생하는 듯 했다.

▲ 시즌3 롤드컵에서 SKT T1 K에게 석패를 당한 후 아쉬워 하는 '와치' 조재걸
(출처 : 온게임넷)


■ '가을의 전설'이라는 칭호를 받기에는 다소 부족했던 '와치' 조재걸

롤챔스 1회 우승, 롤드컵 2회 연속 진출. ‘와치’ 조재걸은 어느 누구도 쉽게 이룰 수 없는 대기록을 소유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최고의 정글러를 논할 때 언급되는 선수는 아니었다. 이는 강타 사용의 미흡함으로 인해 오브젝트 스틸을 자주 허용하는 약점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화려한 캐리보다는 팀원의 성장을 도와주는 데 집중하는 그의 플레이 스타일 때문이었다. 롤챔스 우승은 물론 롤드컵 진출조차 하지 못한 ‘인섹’ 최인석이 최고의 정글러로 평가 받았던 것과는 대비되는 상황이다.

다소 인색한 평가와 함께, ‘와치’ 조재걸은 롤드컵이 끝나고 가을이 지나가자 마법처럼(?) 부진에 빠진다. WCG 국가 대표 선발전과 2013-14 롤챔스 윈터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활약을 보여주었으며, NLB에는 출전조차 하지 않아 은퇴설이 돌게 되었다. 이후 나진 실드로 팀을 옮기게 되었고, 2014 롤챔스 스프링에서 준우승을 차지한다. 하지만 기복이 심한 경기력과 주력 챔피언인 엘리스의 하향 이후 다소 부진한 모습은 여전히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2014 롤챔스 섬머에서는 KT 애로우즈와의 8강전에서 승승패패패를 기록하는 좌절을 맛본다.

▲ '가을의 전설'이라는 박정석 감독의 칭호를 물려 받기에는
'와치' 조재걸은 여전히 부족했다.

이러한 결과는 ‘와치’ 조재걸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로 이어졌다. 현 메타에서는 수동적인 정글러보다는 적극적인 이동과 함께 전 라인에 큰 영향력을 끼치는 캐리형 정글러가 각광받고 있다. 현재 최고의 정글러로 평가받고 있는 ‘카카오’ 이병권과 ‘댄디’ 최인규가 대표적인 예이다. 결국, 라이너들의 성장을 보조하는 데 중점을 둔 ‘와치’ 조재걸의 플레이는 높은 평가를 이끌어 낼 수 없었고, 좋지 못한 성적으로 이어졌다.

조심스럽게 ‘그가 떠날 때가 되지 않았나?’라는 여론이 생기기 시작한다. 2008년 스타크래프트 선수로 데뷔, 5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프로게이머 생활. 선수 수명이 그리 길지 않는 e스포츠 판, 특히 극단적으로 변화하는 리그오브레전드 리그에서 2년이라는 시간을 보낸 ‘와치’ 조재걸. 프로 생활을 정리한 수많은 프로게이머들의 예를 보았을 때, 2014 섬머 시즌이 끝난 후 그는 분명 위기였다.

하지만 다시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김없이 시즌4 롤드컵도 가을에 열린다.


■ 박정석의 가을은, ‘와치’ 조재걸의 가을은, 그리고 나진의 가을은 전설이다?!

다시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어김없이 박정석 감독의 나진 실드는 또다시 전설을 써 내려갔다. 모두의 예상을 뒤집었고, 최강이라는 불리는 팀들을 제치고 마법처럼 롤드컵에 진출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2012년과 2013년 가을의 모습과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그 내용은 달랐다. 승리의 중심에는 ‘와치’ 조재걸이 있었다.

위에서 밝힌 것처럼, ‘와치’ 조재걸은 두 번 연속으로 롤드컵에 진출한 선수였지만 가을의 전설은 아니었다. 냉정하게 말해 ‘와치’ 조재걸은 가을마다 유독 강해지는 나진 e엠파이어라는 팀에 소속된 선수였을 뿐이었다. ‘가을의 남자’라는 별명 정도는 어울릴지 몰라도, ‘가을의 전설’이기에는 부족했다. 하지만 2014년 가을의 문턱에서 펼쳐진 3일간의 경기에서, 그는 분명 가을의 전설이 될 자격이 있었다.

▲ '와치' 조재걸의 3회 연속 롤드컵 진출! 하지만 이전과는 그 의미가 달랐다!
(출처 : 온게임넷)

더 이상 그는 팀원들의 성장을 도와주는 소극적인 정글러가 아니었다. 상대 정글러보다 공격적으로 움직였고, 성공률 높은 갱킹을 보여줬다. 어느 누가 봐도 경기의 중심에는 ‘와치’ 조재걸이 있었고, 그는 화려하게 경기를 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이 반전을 이룬 챔피언은 바로 리 신이었다.

‘와치’ 조재걸은 시즌4 롤드컵 국가대표선발전에서 총 5번에 걸쳐 리 신을 선택했고, 모든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다.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을 ‘캐리형’으로 바꾸기 위한, 그리고 가을의 전설이라는 칭호를 얻기 위한 고통스러웠던 연습의 결과였다. 그의 커버형 리 신은 육식 정글러라는 역할에 맞는 날카로운 모습으로 변했다.

▲ '와치' 조재걸의 리 신은 승률 100%를 기록한다

나진 실드와 KT 불리츠의 국가대표선발전 준플레이오프 1세트. ‘와치’ 조재걸은 과감하게 1픽으로 리 신을 가져간다. 리 신이라는 챔피언이 가지는 영향력을 고려했을 때, 당연한 선택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동안 육식형 리 신 운용에 다소 부담감을 보여 왔던 ‘와치’ 조재걸이었기에 그저 상대에게 내주지 않기 위한 선택 정도로만 여겨졌다. 하지만 ‘와치’ 조재걸이 만들어 낼 가을의 전설이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와치’ 조재걸은 경기 3분 만에 탑 라인을 공격적으로 공략한다. 스킬 활용과 적중 그리고 ‘세이브’ 백영진과 호흡이 완벽했다. 무엇보다 상대가 예측하지 못할 정도의 타이밍이 돋보였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KT 불리츠의 ‘리미트’ 주민규는 부활 후 순간 이동을 이용해 다시 라인으로 복귀한다. ‘와치’ 조재걸은 그것을 노렸고, 또 다시 킬을 만들어낸다.

그것은 마치 먹잇감을 노리는 육식 동물의 집요함과 같은 것이었다. 적 정글러의 움직임에 수비적으로 대처하면서 라이너의 성장을 도왔던 예전의 그가 아니었다. 적보다 먼저 움직였으며 상대 라이너를 적극적으로 공격했다. 상대가 약점을 보이면 그곳을 끊임없이 물어뜯었다. 경기 시작 3분 만에 ‘와치’ 조재걸은 자신이 변화했음을 말했다. 물론, 팬들이 이를 인식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했지만.

▲ 두 번의 연속적인 갱킹. 그때 '와치' 조재걸의 각성을 알았어야 했다!
(출처 : 온게임넷)

기회가 왔다. 상대는 롤챔스 섬머 우승자이자 세계 최강의 정글러로 손꼽히는 ‘카카오’ 이병권. 많은 팬들은 ‘카카오’ 이병권과 KT 애로우즈의 승리를 예측했다. 특히, 지난 롤챔스 섬머 8강전의 기록을 고려했을 때, ‘와치’ 조재걸은 ‘카카오’ 이병권에게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가을은 늘 반전의 무언가를 바란다.

1세트와 2세트. ‘와치’ 조재걸은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엘리스를 통해 ‘카카오’ 이병권의 리 신과 카직스를 상대로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곧 나진 실드가 1시간 넘게 펼쳐진 1세트에서 기적과 같은 역전승을 할 수 있게 하는 밑거름이 된다.

나진 실드가 2대 0으로 앞선 채 진행된 3세트. 드디어 ‘와치’ 조재걸은 리 신을 꺼내든다. 바로 ‘인섹’ 최인석 이후 최고의 리 신 플레이어로 손꼽히는 ‘카카오’ 이병권 앞에서. 결과는 ‘와치’ 조재걸의 역전승.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 보여준 활약 속에서 팬들은 드디어 인정하기 시작한다. 그의 변신과 그의 강력함을.

▲ '와치' 조재걸은 '카카오' 이병권 앞에서 완벽한 리 신 플레이를 보여준다
(출처 : 온게임넷)

하지만 1%가 부족했다. 리 신의 상징은 뭐니 뭐니 해도 인섹킥! 최근 진행된 인벤과의 인터뷰에서 다른 팀원들이 밝힌 것처럼 ‘와치’ 조재걸은 공식전에서 한 번도 인섹킥을 선보이지 않았던 상황. 하지만 ‘와치’ 조재걸은 ‘카카오’ 이병권이라는 거대한 산을 극복한 지 단 하루 만에 마지막 1%를 채운다.

SKT T1 K와의 최종전 1세트. ‘와치’ 조재걸은 ‘피글렛’ 채광진의 베인을 정확히 아군에게 배달하는 인섹킥을 두 차례 성공한다. ‘피글렛’ 채광진의 성장으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 이뤄진 인섹킥이었기에 그 가치가 배가 되었다. 또한, 4세트에서는 멋진 드래곤 스틸까지 보여준다.

▲ '와치' 조재걸, 드디어 인섹킥을 성공하다. 그것도 완벽하게!
(출처 : 온게임넷)

‘와치’ 조재걸은 완벽하게 변했고, 더욱 강력해졌다. 롤드컵 국가대표선발전 3일간 그가 보여준 플레이는 안정성과 정확한 스킬 활용에 더불어 육식 정글러의 적극성까지 갖춘 ‘완성형 캐리 정글러’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는 느낌이다.

그는 이제 준비를 끝마쳤다. 자신의 뒤에서 묵묵히 지원해주는 박정석 감독의 ‘가을의 전설’을 물려 받기 위해 그는 롤드컵을 바라보고 있다. 세계 제패라는 꿈을 이룰 그 날이 온다면, 팬들은 분명 이렇게 말할 것이다.

“가을의 전설, 조재걸“



■ '와치' 조재걸의 리 신은 어떻게 가을의 전설을 설계했나?

날씨가 선선해지고 청명한 하늘이 조금씩 높아지는 가운데, 이번 가을에도 롤드컵 진출에 성공한 '와치' 조재걸에게 팬들이 거는 기대는 크다. 이번 롤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충분히 박정석 감독의 '가을의 전설' 타이틀을 물려 받을만 자격을 갖추게 된다.

롤드컵 한국대표선발전을 성공리에 마친 '와치' 조재걸에게 가장 주요했던 챔피언은 역시 리 신이었다. 그 동안 팀원들과의 호흡을 중시해왔던 리 신이 아닌, 한 발 먼저 움직이고 경기 분위기를 주도하는 적극적인 리 신. 조재걸의 날카로운 변신은 SKT T1 K와의 1세트에서 완성됐다.

그렇다면 '와치' 조재걸은 SKT T1 K와의 1세트에 앞서 어떻게 가을의 전설로의 첫 변신을 준비했을까?


1. 리 신을 더욱 강력하게 만들어준 '와치' 조재걸

리 신은 첫 등장 이후 계속해서 육식형 정글러의 대표 주자로 손꼽혔다. '음파/공명의 일격'을 통한 강력한 대미지와 '방호/강철의 의지'를 통한 이기적인 딜교환, 그리고 '폭풍/무력화'를 통한 깨알같은 슬로우 효과, '용의 분노'의 엄청난 대미지와 유틸성까지. 이처럼 리 신은 경기 초반 1:1 대결과 소규모 교전에 특화된 챔피언으로 설계됐다.

오랜 시간 정글러로 활약한 '와치' 조재걸 역시 이러한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SKT T1 K와의 대표선발전 1세트에 나서는 조재걸은 리 신 선픽과 공격적인 룬, 특성 세팅을 통해 초반부터 강력하게 밀어붙일 생각이었다. 이제 조재걸이 활용했던 룬과 특성을 살펴보자.


리 신이 사용하는 스킬에 공통점이 있다면 추가 AD 계수가 상당히 높다는 점이다. 그리고 추가 AD에는 룬을 통해 상승시킨 물리 대미지도 포함된다. 추가 AD 계수가 높다는 점을 리 신이 가장 강력한 경기 초반에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 '와치' 조재걸은 표식과 정수에 고정 공격력 룬을 끼워 넣었다.

인장에는 모든 정글러가 그러하듯 고정 방어력 룬을 활용해 경기 초반 정글 몬스터에게 받는 대미지를 최소화시키고자 했다. 문양에는 상대가 AP 대미지가 주를 이루는 문도 박사와 오리아나를 선택했기 때문에 고정 마법 저항력 룬을 활용했다.


마지막으로 특성은 대부분의 육식형 정글러들이 선호하는 21/9/0 특성을 사용했다. 공격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경기 초반부터 SKT T1 K를 압박하는데 성공했다.


2. 정형화된 아이템 트리를 선택한 '와치' 조재걸


정글러의 아이템인 사냥꾼의 마체테는 첫 출시부터 정글러라면 누구나 구매해야 하는 첫 아이템이 됐다. 또한, 최근 1레벨부터 와드 토템 장신구를 통한 시야 싸움이 시작되므로 '와치' 조재걸 역시 와드 토템 장신구를 구매했다.


한 때 리 신으로 마드레드의 갈퀴손과 정령석 중에 어떤 아이템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유저들이 의견을 나눴다. 그 결과 리 신으로는 정령석 이후 도마뱀 장로의 영혼을 갖추는 것이 더 좋다는 결론이 났다. 조재걸 역시 도마뱀 장로의 영혼을 활용했다. 또한, 이 타이밍에 상대 와드를 없애주기 위해 탐지용 렌즈 장신구로 교체했다.


리 신은 뛰어난 기동성을 지닌 챔피언으로 손꼽힌다. '방호' 스킬을 아군 와드에도 사용해 빠른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리 신 유저들은 대부분 시야석을 구매해준다.


도마뱀 장로의 영혼과 시야석을 갖춘 후 조재걸이 선택한 아이템은 란두인의 예언이었다. 베인과 같은 평타 기반 원거리 딜러가 상대에게 있다면 란두인의 예언의 고유 지속 효과가 도움이 된다. 또한, 최근 태양불꽃 망토에 비해 란두인의 예언이 더욱 활용 가치가 높다는 평가가 많다.


자체적으로 체력을 회복하는 능력이 있는 챔피언들, 예를 들어 블라디미르나 아트록스 등은 마법 저항력 아이템으로 정령의 형상을 선택하지만, 리신에게는 체력 회복이 중요하지 않다. 따라서 조재걸이 선택한 마법 저항력 아이템은 밴쉬의 장막이다. 한 번의 상대 스킬을 무효화시켜주는 효과로 인해 자주 활용되고 있다.


조재걸은 마지막 남은 하나의 아이템 칸을 수호천사로 채웠다. 사실 수호천사는 경기가 장기전으로 가게 되면 꼭 가야 하는 필수 아이템으로 여겨질 정도로 활용 가치가 높다. 죽은 자리에서 한 번 되살아나는 효과뿐 만 아니라 적절한 방어력과 마법 저항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와드 구매

한편, 조재걸은 경기 내내 꾸준히 투명 감지 와드를 구매해주는 모습을 보여줬다. 꾸준히 이어진 시야 장악 메타에 정글러의 투명 감지 와드 활용은 팀원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 전설을 계승하려는 남자, 그의 각오가 궁금하다

가을만 되면 강해졌던 박정석 감독. 현역에서 은퇴한 이후에도 박정석 감독의 타이틀 때문인지 나진 LoL 게임단은 가을만 되면 유난히 좋은 활약을 보여줬다. 박정석 감독의 가을의 전설은 현재 진행형인 셈이다.

전설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의미 있지만 계승될 때 더욱 빛나는 법. 박정석 감독에게 '가을의 전설'이라는 타이틀을 계승받게 될 선수는 박정석 감독과 적으로 처음 만나 지금은 수제자가 된 '와치' 조재걸이 유력하다. 이번 롤드컵에서의 성적이 모든 것을 말해줄 것이다.

전설을 계승하려는 남자 조재걸. 그가 기억하는 본인의 리 신 플레이와 이번 롤드컵에 임하는 각오를 끝으로 롤드컵 히어로 3편을 마무리하겠다.


Q. 한국대표선발전에서 리 신으로 전승을 기록했다. 소감이 어떤가?

연이은 선발전에서 컨디션이 매우 좋았다. 평소 연습을 할 때나 다른 경기에 임할 때보다 더 잘되더라. 이 기세가 꼭 롤드컵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Q. SKT T1 K와의 최종전 1세트에서 첫 공식 인섹킥을 보여줬는데?

팀원들도 정말 놀랐다. 내가 인섹킥을 하는 것을 처음 봤다며 입을 떡 벌리더라(웃음). 경기에서는 물론 연습을 할 때도 절대 보여주지 않았던 플레이였다.


Q. 한국대표선발전 내내 보여줬던 리 신 플레이는 그동안 보여줬던 스타일과 달랐다. 계기가 있다면?

리 신은 자신감이 중요한 것 같다. 자신감이 있으면 과감한 플레이를 할 수 있다. 그리고 정글러의 자신감은 팀원을 믿는 마음에서부터 나온다고 생각한다. 우리 팀원들의 실력을 믿게 되자 과감한 플레이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졌다.


Q. 하지만 과감한 플레이는 일명 '던지는 플레이'와 종이 한 장 차이다. 과감하되 던지지는 않는 플레이를 잘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

상대방의 CC기 보유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무리하게 들어갔다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허무하게 킬을 내주는 상황이 나오면 절대 안 된다. CS 한 개를 더 먹으려다가, 혹은 1킬이라도 더 기록하려다가 경기를 내주게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Q. 이번 롤드컵이 벌써 세 번째 롤드컵이다. 각오가 남다를 것 같은데?

프로 게이머가 된 이후로 추석 때 내려간 적이 없다. 그런데도 부모님은 내가 프로 게이머를 하는 걸 좋아해주시고 응원해주신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롤드컵 진출이 결정됐을 때 부모님께 곧장 연락해 우승 상금을 챙겨서 내려가겠다고 했다. 팀을 위해, 그리고 부모님을 위해 꼭 롤드컵에서 좋은 모습 보여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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