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맵에 존재하는 용병 캠프는 공물이나 금화 같은 오브젝트만큼이나 승패를 결정짓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용병 캠프 점령과 함께 아군으로 편입되는 용병들은 강력한 공성 능력을 갖추고 있어, 전황을 굳히거나 오브젝트를 뺏겼을 때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편으로 활용된다.

용병 캠프를 점령하기 위해서는 주둔한 용병들을 쓰러뜨려야 하는데, 전술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는 만큼 주둔 용병들의 전투력 또한 만만치가 않다. 그래서 2인 혹은 3인 이상의 영웅들이 협동하여 캠프를 점령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돌격병이나 용병을 쓰러뜨리는데 특화된 일부 영웅들의 경우, 두 번째 특성을 선택할 수 있는 4레벨부터 '어려움' 난이도의 기사단 용병 캠프를 점령할 수가 있다.

대표적으로 공성왕이라 불리는 가즈로, 그리고 4레벨에 '우월함'(영웅이 아닌 적에게 받는 피해량 50% 감소) 특성을 선택 가능한 영웅들이 그러하다. 특히나 가즈로의 경우 대부분의 스킬이 구조물, 용병, 돌격병을 대상으로 강화되는 것이기 때문에 캠프 점령의 일인자로 알려져 있다.

..이쯤 되면 기자의 실험 더듬이가 부들거리기 시작한다.

정말 가즈로가 캠프 점령의 일인자일까? 영웅 특징에 따른 선입견이 아닐까? 가즈로보다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캠프를 점령할 수 있는 영웅이 있을지도 모른다. 실험을 통해 알아보자!



▣ 실험 방법

실험은 오우거, 기사단 용병 캠프가 각각 두 군데씩 있고 동선이 단순한 용의 둥지 맵에서 진행된다. 측정 대상 영웅은 4레벨, 10레벨마다 북서쪽 기사단 캠프에서 시작해 반시계방향으로 두 곳의 오우거 캠프, 그리고 마지막으로 북동쪽 기사단 캠프까지 차례대로 점령한다. 최초 용병과 전투를 시작한 때부터 마지막 기사단 용병을 쓰러뜨릴 때까지의 소요 시간을 측정하여 비교 분석한다. 단, 4레벨에 기사단 용병 캠프 점령이 불가능한 영웅의 경우 누락시킨다.


▲ 캠프 점령 진행 방향


캠프 점령 속도 측정 대상은 가즈로를 포함해 4레벨 특성으로 '우월함'을 선택 가능한 영웅들을 우선적으로 뽑았으며, 그 외에 공성이나 라인 유지에 능한 것으로 알려진 일부 영웅들도 포함했다. 그러나 실제 측정 결과 캠프 점령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진 영웅들은 누락시켰다. 우선, 사실상 점령왕으로 알고 있는 가즈로부터 시작해보자.



■ 가즈로

가즈로는 익히 알려진 공성 및 점령 전문 영웅으로, 포탑 설치와 로봇 변신을 통해 영웅만 빼고 압살시킬 수 있는 특수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4레벨부터 단신으로 기사단 캠프 점령이 가능하며, 10레벨에 변신 궁극기를 습득한 후에는 우두머리 골렘과 1:1 대결이 가능하다.


▲ 가즈로 4레벨 점령 속도


4레벨의 가즈로는 기사단 캠프 점령에 약 48초, 오우거와 기사단 캠프 각각 두 곳씩을 전부 점령하는 데엔 이동시간까지 포함하여 약 3분 12초가 소요됐다. 4레벨에 기사단 캠프 하나조차 제대로 뚫어내지 못하는 영웅들이 많다는 것을 고려하면 대단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 가즈로 10레벨 점령 속도


10레벨의 가즈로는 기사단 캠프 점령에 약 20초, 네 곳의 점령지를 전부 도는 데엔 약 2분 4초가 소요됐다. 4레벨 점령 속도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빨라진 수준이다. 용병이나 구조물 상대로 250%의 추가 데미지를 주는 로보고블린 스킬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 아즈모단

아즈모단 역시 가즈로와 마찬가지로 공성에 특화된 영웅이지만 캠프 점령보다는 구조물 파괴에 능하다고 볼 수 있다. 가즈로와 마찬가지로 소환을 통해 부족한 본체 딜을 보충할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소환물 지속시간이 짧아 캠프 점령에서는 큰 힘을 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 아즈모단 4레벨 점령 속도


4레벨의 아즈모단은 기사단 캠프 점령에 약 1분 8초가 소요됐으며, 점령 직후 체력과 마나가 바닥나 더는 실험 진행을 할 수가 없는 상태가 됐다. 최초에는 악마 전사 소환과 파멸의 구슬 스킬을 활용했지만, 모두 다 불타리라 스킬만을 사용했을 때보다 마나 및 데미지 효율이 현저하게 떨어졌다. 영상에서는 모두 다 불타리라 스킬만을 사용하고 있다.



■ 정예타우렌

정예타우렌은 다양한 메즈와 회복기를 가진 탱커 계열 영웅으로, 역시 4레벨에 우월함 특성을 선택할 수가 있다. 딜은 히어로즈의 영웅들 중에서도 상당히 낮은 편으로 정평이 나 있다. 하지만 파워슬라이드의 기절, 고막 터뜨리기의 밀치기 효과, 기타 솔로를 통한 체력 회복을 적절히 사용하면 의외로 괜찮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 정예타우렌 4레벨 점령 속도


괜찮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4레벨의 정예타우렌은 기사단 캠프 점령에 약 1분 24초가 소요됐으며, 점령 직후 육신과 정신 모두 빈사 상태가 되었다. 1분 내내 E키만 누르고 있던 아즈모단보다 못한 성적이다.



■ 나지보

나지보는 대인전투는 물론 공성에서의 딜 능력도 상당한 영웅이다. 아즈모단과 달리 우월함 특성을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시체 거미, 좀비 벽 스킬로 시간을 벌면서 강력한 딜로 용병을 처리할 수 있지 않을까?


▲ 안 될 거야 아마..


4레벨의 나지보는 기사단 캠프 점령 시작 20초만에 형상이 없는 땅으로 돌아갔다.



■ 아서스

아서스는 죽음의 고리를 이용한 체력 회복, 서리 폭풍의 광역 딜링, 서리한을 통한 마나 수급, 4레벨의 우월함 특성까지, 캠프 점령에 유리한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는 영웅이다. 본체딜은 가즈로보다 오히려 뛰어난 편이기 때문에 서리 폭풍의 광역 딜로 가즈로의 포탑만큼의 성능을 낼 수 있다면 이 시간부로 점령왕 칭호를 뺏어올 수도 있다.


▲ 아서스 4레벨 점령 속도


4레벨의 아서스는 기사단 캠프 점령에 약 48초가 소요됐다. 이는 4레벨 가즈로와 같은 기록이다. 다만, 마나 부족으로 다음 캠프 점령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첫 기록이 매우 좋았던 관계로 마나가 바닥날 때마다 마을 귀환을 하는 방식으로 4개 캠프 점령 시간을 측정해봤다.

결과는 약 3분 58초로, 3분 12초가 걸린 가즈로에 비해 한참 뒤처졌지만 의미있는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대전게임에서 영웅 하나가 한 번에 네 곳의 캠프를 점령할 기회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실제적으로 아서스의 4레벨 캠프 점령 능력은 가즈로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가즈로는 캠프 점령 이후 라인 커버나 교전 참여가 가능한 반면 아서스는 곧장 귀환을 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 아서스 10레벨 점령 속도


10레벨의 아서스는 기사단 캠프 점령에 약 36초가 소요됐으며, 오우거와 기사단 캠프 각각 두 곳씩을 전부 점령하는 데엔 이동시간 포함하여 약 2분 56초가 걸렸다. 이번에는 마을 귀환 없이 완주했으나 가즈로에 비하면 한참 떨어지는 성적으로 마무리했다.

역시 가즈로의 아성을 꺾을 수는 없는 것일까? 사실 대인전에서 꽤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영웅들로 가즈로의 기록을 깨려는 것 자체가 욕심일지도 모른다. 가즈로는 빠른 캠프 점령과 건물 철거를 위해 대인전투능력을 포기한 사나이기 때문이다. 저 정도나 되는 남자를 이기려면 단순한 피지컬로 승부를 봐선 가망이 없는 걸지도 모른다.

그러던 와중에 기자는 직접 보고도 믿기 힘들 정도의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다.


▲ 나니!?


사실일까? '우월함' 특성조차 없는 근접 암살자인 일리단으로 4렙 기사단 점령이 가능하단 말인가? 정신승리로 없는 딜을 끼얹나? 기자는 반신반의하며 실험에 들어갔다.



■ 일리단

일리단은 워낙 유명한 영웅이기 때문에 이렇게 소개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새삼스러울 정도다. 프로 적군 캐리어인 일리단은 12단이라고 써도 읽는 데 전혀 문제가 없을 정도로 범용성이 좋은 영웅이다. 현재 회피 스킬의 보호막 특성에 조금 문제가 있어 몸이 성치 않지만, 소문에 의하면 4렙에도 단신으로 기사단 캠프 점령이 가능하다고 한다. 오늘 기자는 전설만 같은 이 소문의 사실 여부를 가려보고자 한다.
당장 해보자.


▲ 그럼 그렇지


결과는 처참했다. 기사단 넷 중 하나를 해치운 뒤 이리저리 벌레처럼 날뛰다가 공중에서 산화했다. 어찌 운이 좋으면 셋까지는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올 클리어는 아무리 봐도 가망이 없어 보였다. 아.. 4렙 솔플이 된다는 사람한테 쪽지로 물어볼까. 하지만 막상 쪽지를 보내려니 창피했다. 진짜로 된다면 발컨 자체 인증이 아닌가? 혹시 기자 같은 사람이 또 있을까 싶어 살펴봤다.


▲ 다행이다. 쪽지로 물어보기 전에 발견해서


그럼 배운 대로 해보자.


▲ 일리단 4레벨 기사단 솔플 영상


성공! 성공이다!! 마지막엔 형상 없는 땅의 입구가 보이는 듯했지만, 점령왕이 되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던 가즈로를 생각하자 이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을 걸고 영혼의 맞대결을 펼친 끝에 약 51초의 기록으로 기사단 캠프 점령에 성공할 수 있었다. 비록 다음 캠프 점령이 어려울 정도로 체력이 떨어져 있었지만 참으로 값진 기록이었다.


▲ 일리단 10레벨 점령 속도


10레벨의 일리단은 기사단 캠프 점령에 약 36초가 소요됐으며, 오우거와 기사단 캠프 각각 두 곳씩을 점령하기까지는 약 2분 44초가 소요됐다. 가즈로를 따라잡을 기록은 못되지만, 우월함이 없는 암살자 포지션임에도 발군의 능력을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 소냐

소냐는 근접 전사 영웅으로, 4레벨에 우월함 특성을 선택할 수 있다. 또한 소용돌이 스킬을 통해 광역 딜링과 체력 회복을 동시에 할 수 있어 캠프 점령에도 능할 것이라 예상된다. 마나를 사용하지 않고 일반 공격 시 획득되는 분노를 자원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사실상 노코스트라는 점 역시 소냐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 소냐 4레벨 점령 속도


4레벨의 소냐는 기사단 캠프 점령에 약 39초가 소요됐으며, 오우거와 기사단 캠프 각각 두 곳씩을 전부 점령하는 데엔 이동시간 포함하여 약 3분 7초가 소요됐다. 기사단 캠프 점령 시간은 가즈로보다 9초나 빨랐다. 예상치 못한 결과다. 게다가 마지막 기사단 캠프를 점령하고 나서도 체력 상태가 100%에 가까웠다는 점 역시 놀랍다.

그렇다면 10레벨은 어떨까? 가즈로는 10레벨에 로보고블린 스킬을 배우고 나면 용병에게 250%의 추가 피해를 입히기 때문에 4렙 점령 측정 때 비등한 모습을 보여준 아서스를 10레벨에서 크게 따돌렸었다.


▲ 소냐 10레벨 점령 속도


10레벨의 소냐가 기사단 캠프를 점령하는 데에 걸린 시간은 약 21초! 20초를 기록한 가즈로보다 1초가 늦었지만 10레벨에 이토록 비등한 기록을 낸 영웅은 처음이다. 또한, 용의 둥지 캠프 네 곳을 모두 도는 데 소요된 시간 역시 2분 7초에 불과해 오차범위를 생각하면 사실상 차이가 없는 셈이다. 그렇다면 승자를 어떻게 가려야 할까?


▲ 4레벨에서 앞선 소냐, 10레벨에서 앞선 가즈로




▣ 점령왕 결정전! 골렘 사냥

'어려움' 난이도의 기사단 캠프에서 승부가 나지 않았다면 결승전은 '우두머리'인 골렘이 마땅하다. 가즈로와 소냐로 각각 10레벨을 달성한 뒤 블랙하트 항만의 골렘과 대결을 해보았다.


▲ 10레벨 가즈로 vs 골렘


▲ 10레벨 소냐 vs 골렘


차이는 확연히 드러났다. 가즈로가 골렘을 잡는 데 소요한 시간은 38초. 이에 반해 소냐는 1분 6초나 걸려 당락이 갈렸다. 소냐의 패인으로는 가즈로의 점사 데미지가 너무 강력했던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두 영웅 모두 골렘의 광역 스킬을 피해 움직이는 바람에 딜로스가 발생했지만, 소냐와 달리 가즈로는 포탑으로 꾸준히 딜링 중이었으며, 로보고블린 상태의 가즈로 일반 공격이 소냐의 대지강타 데미지를 상회한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판단된다.



▣ 가즈로의 점령왕 타이틀 방어. 그리고-

이번 실험을 통해 가즈로는 역시 강력하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점령왕 타이틀 주인이 바뀌는 이변이 일어나지 않아 안타깝지만, 대신 뜻밖의 소득이 있었던 것 같다. 상상치 못했던 일리단의 4렙 기사단 솔플이라든지 비주류 영웅으로 분류되는 소냐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 등, 묻혀있던 요소들을 오늘 조금이나마 발굴해냈던 것 같아 뿌듯한 마음마저 든다.

해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히어로즈 실험실은 다소 무식하고 엉뚱하더라도, 직접 실험하고 장애물에 부딪히면서 히어로즈라는 게임을 알아가 보려고 한다. 히어로즈를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라는 관점으로 이해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실험에 관한 건의사항이나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 어떤 것이든 항상 눈을 번뜩이며 받아볼 준비가 되어 있으니 망설이지 말고 댓글이나 메일을 부탁한다. 그럼 다음 실험까지 또 안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