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략가' 김유진(진에어)이 드디어 국내 리그 첫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김유진은 스타크래프트2 최대 상금 규모인 2013 WCS 글로벌 파이널과 IEM 8 월드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1억 원의 사나이'로 불리기 시작했지만 유독 국내 리그 정상과는 인연이 없었다. 그럼에도 항상 다른 프로토스과 확실히 다른 색다른 플레이와 전략으로 S급 프로토스 중 한 선수로 거론되어왔고, 핫식스컵 라스트 빅매치 2014를 통해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다.

이번 대회에서 김유진은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받던 대 테란전의 불안함을 발상의 전환을 통한 전략과 판짜기 능력을 통해 완벽한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이정훈과 결승전 2세트는 눈에 보이지 않았던 심리전이 완벽한 승리를 가져다줬다.



앞선 1세트에서 과감한 앞마당 사령부 확장을 시도했다 김유진의 초반 추적자 압박에 패배했던 이정훈은 안정적인 사신 더블로 출발하며 오히려 자신이 김유진의 앞마당 지역에 공학 연구소를 건설하며 앞마당 확장 타이밍을 늦춰 자신이 주도권을 잡으려 했다.

▲ 허를 찌르는 2광전사 1추적자 공격


무난한 대처였다면 광전사로 공학 연구소를 취소시킨 뒤 빠르게 앞마당을 따라가고 예언자나 점멸 추적자를 준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김유진의 시나리오는 달랐다. 스타2에서 평범하다는 것은 가장 안정적이며 정석적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김유진은 광전사를 한 기 더 생산하면서 약간의 안정성과 변수를 맞교환한 셈이다. 이는 주효했다. 광전사 두 기와 추적자 한 기라는 단순한 공격이었지만 이정훈의 머릿속에는 전혀 예상치 못한 공격이었다. 김유진은 이 공격을 통해 이정훈의 해병과 건설 로봇에 피해를 누적시키며 판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초석을 다졌다.

▲ 연이은 암흑 기사의 활약


광전사 단 한 기가 불러온 결과였다. 이미 경기는 일반적인 흐름이 아닌 변수를 동반하고 있었고, 암흑 기사를 준비하며 더욱 변칙적인 플레이를 시도했다. 초반에 많은 피해를 받은 이정훈에게 스캐너 탐색은 사치였고, 암흑 기사를 예측하지 못하며 본진에 난입까지 성공했다.



이후 김유진은 파수기에 들어가는 가스를 최소화하면서 거신 확보와 두 개의 제련소를 올리며 업그레이드마저 이정훈을 앞서기 시작했다. 테란이 가질 수 있는 유일한 변수였던 업그레이드에서도 뒤처지지 않으며 변수를 차단하려는 것이었다.

초반 암흑 기사에 많은 가스를 투자했던 김유진에게 이런 선택은 다소 도박수로 작용할 수 있으나 이미 암흑 기사로 견제도 성공적이었고 무엇보다 파수기를 한 기도 생산하지 않으며 거신을 확보한 배짱이 가져다준 전리품이었다.



경기를 유리하게 이끌고 가는 것도 실력이지만 유리할 때 마무리할 수 있는 것도 잘하는 선수가 되기 위한 기본 덕목이다. 김유진이 이를 확실히 보여줬다.

불리한 국면을 맞이했던 이정훈은 2공학 연구소를 돌리며 제 2확장을 시도하지 않고 2/2업 타이밍 최후의 한 방을 준비하고 있었다. 타이밍은 김유진이 빨랐다. 일반적인 생각이었다면 당연히 확장이 더 많은 상황에서 테란의 마지막 공격을 막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게 당연했다.

김유진은 유리했던 상황에서 경기를 안정적으로 굳히며 장기전으로 갈 수 있었지만 제 2확장에서 광물만 채취하며 최적화된 한 방 공격을 준비했다. 자신이 마지막 공격을 시도해야 하는데 김유진이 먼저 들어오리라 전혀 상상치 못했던 이정훈이었다. 스캐너 탐색으로 확인하기도 힘들었다. 초반 암흑 기사가 가져온 트라우마였다.

결국, 김유진은 2/2업 타이밍에 거신과 집정관을 조합한 강력한 공격으로 이정훈의 병력을 상대로 먼저 덮치는 데 성공하며 승리를 거뒀다. 이날 펼쳐진 핫식스컵 조병세와 4강, 이정훈과 결승전만으로 대 테란전이 약하다는 평은 당분간 없지 않을까 싶다. 2015 시즌에도 더욱 발전된 '지략가' 김유진의 활약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