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벤에서 새로운 코너 '전설을 찾아서'를 시작합니다. 오래 전 옛날 감동과 카타르시스를 주었던 전설적인 게임 영상들을 여러분에게 다시 보여드리고자, 묻혀있던 영상을 하나씩 발굴해내어 선보이는 코너입니다. 과거의 레전드 영상들과 함께 다시 한 번 추억에 빠져보시기 바랍니다.


리콜 요리에 넣을 강민의 숨겨진 비법 소스, '할루시네이션'


▲ Spris MSL 2004 패자조 준결승 강민 VS 이병민(출처 : Youtube)

때는 바야흐로 2004년. 그 당시엔 누구나 PC방에서 '스타크래프트'를 즐기고, e스포츠 경기가 있는 날에는 케이블 TV 앞에 앉아 "아 저거 나중에 써먹어봐야겠다" 하며 치킨을 뜯었다. 지금 e스포츠 명예의 전당에 헌액이 된, 20명의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중 대다수가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던 한국 e스포츠의 첫번째 황금기였다.

그중에서도 3대 프로토스로 강민, 박정석, 박용욱의 트로이카가 있었다. 제각기 다른 강력함을 보여주던 선수들, 당시에는 전태규를 포함해 4대 토스라고 불렸던 이들이다. 오늘은 이중에서도 강민의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그의 대표적 별명은 '몽상가' 였는데(콧물토스나 광통령 같은 것은 일단 제쳐두고), 2004년에 그가 왜 '몽상가'라 불리는지 그 이유를 증명하는 경기가 있었다. 스프리스 MSL의 패자조 준결승(3, 4위 결정전), 당시 테란의 강자였던 이병민을 맞이하여,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승리를 따내 3위 자리를 굳혀야 하는 상황이었다.

▲ 주장 강민(가운데)과 당시의 슈마GO 프로게임단

당시 사용된 맵은 완전 섬 맵인 '패러렐 라인즈 3'. 물론 기본적으로 프로토스가 유리한 섬맵이지만, 상대인 이병민은 1년 전인 2003년에 신인왕과 다승왕을 동시에 기록한 강력한 테란이었다. 만만치 않은 상황이지만, 사람들은 섬 맵, 그리고 강민이라는 조합에 극적이고 멋진 명승부를 기대했다.

경기가 시작되고, 강민이 가스를 축적하며 질럿 템플러를 모은 뒤 스타게이트를 올리자, 모두가 "아비터다!"라고 소리쳤다. 여기까지는 많은 이들이 예상할 수 있었던 범위였다. 그리고 정찰을 통해 빠르게 눈치를 챈 이병민은 골리앗을 모으고 미사일 터렛을 지으며 아비터가 들어올 수 있는 빈틈을 원천 차단하고자 했다.

이병민의 대비는 정석이라고 할 만큼 탄탄한 것이었고, 여기서 다시 사람들은 아비터 리콜이 골리앗에게 허무하게 막혀버리는 것을 예상했다. 이병민은 멀티도 앞섰고, 드랍쉽으로 역드랍을 노리던 상황이었기에 아비터가 막혀버리면 강민도 어려워지는 상황. 그런데 그때, 하이템플러 위로 2대의 아비터가 날아오더니, 할루시네이션으로 분신을 만들어냈다.

그제야 사람들은 강민이 준비한 마지막 퍼즐이 무엇인지 깨달았고, 모두 감탄의 환호성을 질러댔다. 해설진과 관중의 환호 속에 아비터는 미사일 포화를 뚫고 이병민의 본진에 도착했고, 곧 2번의 리콜을 성공하며 승부는 한 순간에 결정지어졌다. 그렇게 강민은 비록 우승하지는 못했지만, 그의 커리어 속에서 가장 멋진 승리를 하나 만들어냈다.

▶ 지난 기사 : [전설을 찾아서 #1] '스트리트파이터', 전설의 올 블로킹 역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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