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1일 프랑스 파리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시즌5(이하 롤드컵)가 그 막을 올린다. 이번 롤드컵은 그동안의 롤드컵과 기대감이 다르다. 지난 시즌3와 시즌4는 압도적인 한국 팀의 강세로 "어차피 우승은 한국팀"이라는 평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서는 많은 한국 선수들이 세계로 뻗어 나가 활약했고, 그와 함께 세계 전역의 팀들의 수준이 상향 평준화됐다. 누가 우승할지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굉장히 재밌는 시즌이 될 것이다. 본 대회에 앞서 어떤 팀이 올라갈 8강에 올라갈 확률이 높고, 어떤 팀이 낮은지 조심스레 예측해봤다.


■ A조 - (강) KOO 타이거즈, (약) 페인 게이밍


조 편성이 끝나자마자 많은 관계자가 입을 모아 말했다. A조는 이번 롤드컵 최고의 '꿀 조'다. 이 의견에는 A조에 속한 모든 팀도 공감할 것이다. A조에서 8강에 진출하지 못한다면, 다른 조에서도 마찬가지다. 눈에 띄는 강팀은 없지만, 최하위는 대부분 관계자가 페인 게이밍으로 꼽고 있다. 브라질의 CBLoL 리그는 LCK, LCS NA, LMS 리그와 눈에 띄는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팀보다 강한 팀을 만나 본 적이 없다.

열성적인 브라질 팬들이 미드 라이너인 '카미'와 탑 라이너인 '마이론'이 세계 최정상급 플레이라고 주장하나, 객관적인 지표나 경력이 없다. 반대로 말하면 이번 롤드컵이 브라질 리그가 강력하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시험의 장이자 기회이기도 하다. 과연 페인 게이밍이 모두의 예측을 뒤엎고 8강에 진출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1위로 올라갈 팀은 한국의 KOO 타이거즈를 꼽을 수 있다. LCK 섬머 시즌 1라운드에서 보여준 기량은 굉장히 아쉬웠다만, 2라운드에서는 제 궤도를 찾았다. 준플레이오프에서 CJ 엔투스를 상대로 보여준 압도적인 밴픽 전략은 인상 깊었다.

kt 롤스터와의 플레이오프 전도 아쉽게 2:3으로 패배했지만, 세트마다 핵심 라이너를 바꿔 다양한 승리 방식을 보여줘 KOO 타이거즈의 이빨이 날카롭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것은 정노철 감독이 다양한 밴픽 전략을 준비했기에 가능한 플레이였지만, 그 역할을 줬을 때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모든 선수가 가졌다는 방증이다. 준비 기간도 충분한 롤드컵이기에 강력한 조합을 잘 짜내는 KOO 타이거즈가 몇 장의 '필승' 카드를 준비해올 것인지가 궁금하다.


■ B조 - (강) 프나틱, (약) 클라우드9


B조는 이번 대회 죽음의 조 중 하나로 A조처럼 혼란스럽다. 프나틱 - IG - ahq 이스포츠 클럽(이하 ahq)의 3강 구도에 Cloud9이 끼어 있다. 유럽의 대표 프나틱과 대만의 대표 ahq, 선발전에서 뛰어난 기량을 보여준 IG까지 누가 1위를 할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그래도 한 팀을 뽑자면 정규 시즌과 결승전까지 승리로 장식해 22승 0패로 전승 우승을 달성한 프나틱을 꼽겠다.

'기세'라는 것은 질 경기도 이기게 할 정도로 무서운 것이다. 어느 한 라인이라도 실력이 밀리는 곳이 없다. '페비벤'은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이하 MSI)에서 '페이커' 이상혁을 솔로킬 따낼 정도로 출중한 개인기를 가졌다. 세계에서 가장 개인기량은 높다는 한국 솔로 랭크에서도 '레클레스'와 듀오로 이미 챌린저 상위권에 입성했다.

'후니' 허승훈과 '레인오버' 김의진은 새로운 프나틱의 전성기를 이끈 주역들로 꼽히고 있다. 항상 세계 최고의 서포터가 누구냐고 꼽으면 다섯 손가락 안에 들며 모든 시즌의 롤드컵에 진출한 '옐로우스타'도 마찬가지다. 이런 걸출한 선수들로 팀을 꾸려 전승 우승으로 롤드컵에 진출했는데 어떻게 보면 조 1위를 하는 것이 당연할 정도다.

약팀 역시 A조처럼 명확하다. 누구도 시즌 초에는 이들의 롤드컵 진출을 예상하지 못했다. 한국의 나진 e엠파이어와 같은 기적의 스토리를 쓰며, 롤드컵에 진출한 클라우드9이다. 스프링 시즌을 준수하게 마쳤으나 팀의 메인 오더인 '하이'가 은퇴를 선언했다. 새로 뽑은 미드 라이너 '인카네이션'은 뛰어난 개인 기량을 가졌지만 '미티어스'와는 합이 맞지 않았다.

지난해까지 북미를 호령하던 클라우드9은 정말 추락하는 것엔 날개가 없다는 것을 몸소 보이며 섬머 시즌은 7위로 마무리했다. 북미 팬 대부분이 "클라우드9은 이제 끝났다"고 말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뛰어난 정글러인 '미티어스'를 서브로 보내고, '하이'를 투입하는 강수를 뒀다.

우려와 함께 시작된 롤드컵 선발전. 그래비티를 3:2로 팀 일펄스를 3:2로 마지막 상대인 팀 리퀴드를 3:1로 꺾고 모두의 예상을 넘고 롤드컵 진출에 성공했다. 그러나 느린 템포의 북미와 다르게 중국과 대만 그리고 프나틱은 스노우 볼을 빠르게 굴린다. 3강의 매서운 운영을 클라우드9이 극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 C조 - (강) SKT T1, EDG


가혹하지만 C조는 그 어떤 조보다 진출 팀이 명확하다. EDG와 SKT T1이 1, 2위 자리를 두고 다툴 것이다. 부정할 수가 없는 사실이다. 약팀을 뽑기보다는 강팀인 두 팀을 소개하겠다. 전 세계 스프링 시즌의 지배자였던 EDG는 진짜 강력한 팀이다. '폰' 허원석, '데프트' 김혁규를 영입한 뒤 날개를 달았다. 탑 라이너인 '어메이징J'는 시즌 초반 불안한 모습을 딛고 일어나 '코로1'을 뛰어넘었다는 평을 듣고 있다.

'클리어러브'는 왜 자신이 세체정 후보인지 항상 실력으로 증명하고 있다. '메이코'도 김혁규를 보좌하며 날카로운 이니시에이팅으로 팀의 승리를 돕는다. 딱히 단점이 없는 팀이다. LGD와의 대결에서는 허원석과 김혁규의 컨디션 난조가 있었지만, 이 부분만 잘 관리한다면 EDG는 언제나 우승 후보인 강력한 팀이다.

SKT T1도 마찬가지다. MSI에서 EDG에게 패배해 고배를 마셨으나 이 패배는 독으로만 작용하지 않았다. SKT T1이 다시 독을 품기 시작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리그인 LCK 섬머 시즌을 17승 1패로 마무리했다. 섬머 시즌 결승전에서도 SKT T1은 kt 롤스터를 3:0으로 압살해버렸다.

딱히 부연설명이 필요가 없다. 전원이 에이스다. 그중에서도 한 명을 꼽자면 역시 '우리 형'이라고 불리는 '페이커' 이상혁이다. 데뷔 이래로 '최고'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이렇게 대놓고 기대하면 부담될 법도 한데 이상혁은 오히려 즐기는 것 같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디라고 했다. 이상혁은 어떤 무거운 왕관이라도 쓸 준비를 마쳤다.

보여주는 폼도 전 세계가 인정한 세체미였던 시즌3의 이상혁에게 전혀 뒤지지 않는다. '페이커' 이후로도 걸출한 미드 라이너들이 탄생했지만 '페이커'라는 이름과 그것이 롤에서 가지는 상징적인 의미는 유일무이하다. 그가 다시 한 번 더 강해진 SKT T1을 많은 경쟁자를 뚫고 세계 최정상에 올려놓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 D조 - (강) LGD, (약) Origen

▲출처 : 리그 오브 레전드 공식 홈페이지

D조의 1위는 LGD가 차지할 것이다. LGD는 현재 팬들 사이에서 화제인 누가 롤드컵에서 우승할 것인지에 대한 예측의 답에서 SKT T1과 함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 정도로 LPL에서 보여준 모습이 화려했다. '에이콘' 최전주와 '임프' 구승빈의 영입으로 뛰어난 잠재력을 가진 미드 라이너 '갓브이'가 시너지를 받았다.

LPL 스프링 정규 시즌을 적응기로 보내고, 두각을 나타낸 것은 스프링 시즌 플레이오프부터였다. 리그 상위권 팀들을 차례차례 꺾고 호쾌한 경기력으로 2위에 올랐다. 섬머 시즌에서는 EDG - QG라는 강팀들을 상대로 승리해 중국에서 가장 먼저 롤드컵 진출권을 따냈다.

이 팀의 색깔은 뚜렷하다. '갓브이'는 미드에서 공격적으로, 구승빈은 봇 라인에서 공격적으로 플레이해 이득을 본다. 탑 라이너인 최천주는 무리하지 않고 '갓브이'와 구승빈의 프리딜 각을 만들어준다. 전형적인 미드, 원딜 캐리 팀이다. 이걸 알아도 라인전 실력과 한타 능력이 워낙 뛰어나 막을 수가 없다.

TSM - 오리젠 - kt 롤스터이 중 약팀을 꼽는 건 어려운 일이다. 세 팀 모두 강점이 있다. 그렇기에 세 팀의 승부는 누가 상대가 가진 강점은 상쇄시키고 약점을 공략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이다. 그래도 한 팀을 꼽아야 한다면 수 싸움에서 불리한 오리젠이다.

오리젠의 운영 특징은 불리한 타이밍을 스플릿 푸쉬나 포킹을 통해 넘겨 유리한 타이밍이 올 때까지 기다려 승리한다. 그러나 TSM과 kt 롤스터는 초반부터 스노우 볼을 굴리는 것에서는 특화돼 있다. 유럽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빠른 템포의 경기를 두 팀 모두 구사한다. kt 롤스터와 TSM은 일방적으로 공세를 취하는 반면 오리젠은 수비 위주의 운영을 펼칠 것이다. 이 타이밍을 큰 손해 없이 넘긴다면 오리젠이 유리하겠다만, TSM과 kt 롤스터가 그렇게 쉽게 보내주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