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생부터 약한 챔피언은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롤)에 많지 않다. 지금 약한 챔피언들도 한 번쯤은 대부분 '전성기'라는 것을 누리며, 자신의 팔자에는 없을 것 같던 '너프'를 경험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 '전성기'를 한 번도 누려보지 못한 챔피언들이 가득하다. 그들은 모렐로가 발행한 번호표를 뽑고, 기약 없는 버프를 기다리고 있다. 오늘 선정한 챔피언은 900일이 넘는 긴 기다림 끝에 인생역전에 성공한 챔피언이다.

옆에 있던 친구들의 관이 하나씩 열리고 또 닫히는 것을 부러움의 눈초리로 지켜보기만 하던 그녀는 수 많은 시간 동안 어떤 생각을 했을까? 아마 모렐로의 눈을 공격하고 싶은 마음이 천 번은 들었을 것 같다. '데마시아의 날개' 퀸. 2013년 3월 2일 태어나 프리시즌 패치가 있었던 11월 11일까지 985일간 '지약챔' 또는 '고인챔'이라 불리던 그녀가 fow.kr 12월 4일 기준 전체 승률 1위로 화려한 부활을 선포했다. 이름은 퀸이었으나, 협곡에서 위치는 하녀만도 못했던 그녀가 어떻게 신분 상승을 이뤄냈을까?

많은 것이 변화하진 않았지만, 더 강해지고 더 주도적으로 게임을 풀어나갈 수 있게 된 그녀의 스킬을 한 번 자세히 살펴보자.


■ 방심하면 금새 킬각! 강력한 패시브

▲ 킬각의 핵심!

간단한 매커니즘을 가진 패시브 스킬이다. 발러가 근처의 적에게 '취약 표식'을 남기고, 이 대상을 공격하면 추가 피해를 준다는 것이다. 기존 버전에서 10초의 재사용 대기 시간에서 8초로 줄었으나, 사실 이것은 아무 의미 없다. 치명타 확률에 따라 재사용 대기 시간이 줄어드는 것도 큰 버프는 아니다.

다만, 이제는 '매사냥'이 적용되는 '취약 표식'이 '실명 공격'에도 추가됐다. 잘만 사용한다면 순식간에 3번을 터트릴 수 있게 됐다. 3번을 모두 맞추는 것은 어려우나, '공중제비' 이후 기본 공격, '실명 공격' 이후 기본 공격을 모두 맞추는 것은 숙달된다면 쉽다. '천둥군주의 호령'과 시너지도 엄청나 이 콤보에 적중 당한 상대는 감히 딜교환을 걸 생각조차 할 수 없게 된다.

이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발러가 새기는 '취약 표식'의 우선 순위도 알아야한다.

■ 발러 '취약 표식' 우선 순위

1. 마지막에 공격한 대상 (단, 퀸의 기본 공격에 대상이 죽었을 경우 다른 대상을 선택)
2. 챔피언
3. 미니언
4. 몬스터


■ 퀸 전성기의 주역! 실명은 없어졌지만, '실명 공격'

▲ 누눌 노려 발러!

원거리 딜러, 탑 라이너, 미드 라이너, 정글러 어느 곳에서도 그녀는 환영 받지 못하는 존재였다. 짧은 사거리, 조건부 생존기가 퀸의 라인전을 힘들 게 만들었다. 퀸은 2년을 넘는 세월 동안 천천히 유저들의 무관심 속에 싸늘히 식어갔다. 여기서 청천벽력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실명 공격'인데, 실명 효과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실명으로 재미를 보던 몇 없던 퀸 장인들은 이 소식을 접하고 대부분 거품을 물었다.

"술을 마시고 운전을 했는데, 음주 운전은 아니다"라는 한 연예인의 발언을 빗대어 "실명 공격을 했는데, 실명 효과는 적용이 안 된다"라고 라이엇을 비판했다. 그러나 라이엇의 패치는 성공적이었다. AD 계수가 엄청나게 늘어났고, 적중 시 '취약 표식'을 새기게 됐다. 시야 범위를 300으로 줄이는 것도 어찌 보면 실명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 패치로 그녀는 유리구두를 신은 신데렐라처럼 신분 상승에 성공했다. 이로써 LoL에서 진짜 '실명'을 쓸 수 있는 것은 해맑은 미소를 짓는 오소리 한 마리밖에 남지 않았다.

▲헛 둘 셋 넷! 라이엇 지정 요들문화재 유일한 실명 기술 보유자

콤보는 간단한데, 맞으면 상대는 빈사 상태에 빠진다. '기본 공격 - 공중제비- 기본 공격 - 실명 - 기본 공격' 콤보를 적중시킨다면, 3레벨 기준 상대 체력은 반 이상 빠지게 된다. 이후 상황은 쉽다. 점화를 손에 든 퀸은 탑 라이너치고 긴 사거리를 이용해 견제한다면, 상대는 cs 수급도 힘들다. 갱킹에 취약하다는 점은 강력한 탑 라이너로 가져야 할 필수 덕목(?) 중 하나다. 탑 신봉자들은 후퇴를 모른다. 혹여, 갱킹을 당하더라도 웬만해서 퀸이 가지고 있는 메커니즘을 브루저들이 1~2킬로 뚫어낼 수 없다.

상대 정글러는 킬을 먹여준 탑 라이너가 계속해서 갱킹 요청을 하는 것에 불만이 쌓일 수도 있고, 여기서 만약 퀸이 솔로킬이라도 따는 날엔 롤에서 가장 치명적인 CC기 '멘탈 흔들기'와 '불화 조장'이 50%의 높은 확률로 상대에게 걸릴 수도 있다.

시야 차단 또한 여러 가지 사용 방법이 있다. 1025의 사거리를 가진 시야 차단은 한타에서 들어오는 앞 라인을 맞춰 순간 타겟을 잃게 할 수 있고, 프리딜을 가하는 원딜에게 기습적으로 날려 2초간 딜로스 유발과 간접 갱킹 호응기로 쓸 수 있다.





■ 감각은 거들뿐...

▲ 퀸순이 : 너네들은 이런 거 없지? 가끔 생명을 구해주는 '예리한 감각'

퀸의 지속 딜량과 추격 능력을 살려준다. '취약 표식'이 새겨진 대상을 공격할 시 공격 속도와 이동 속도가 오른다. 하나 배워두면 든든하고, 탑신봉자들의 생명을 가끔 구해줄 수도 있는 좋은 스킬이다. 나에게 두들겨 맞던 상대가 갑자기 킬 각 임에도 내빼지 않는다면? 답은 '예리한 감각'이다. 영혼의 일기토 중 상대가 부쉬를 이용하려고 할 때 사용해도 좋다. 라인전 강캐의 가장 중요한 점은 이득은 취하면서 갱킹을 당하지 않는 것이다. 탑신봉자라도 핑크와드 하나 정도는 괜찮잖아?


■ 딜교환의 핵심 공중제비!

▲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

초반 라인전의 핵심이자, 후반 암살, 생존 능력, 상대의 도주기를 끊을 수 있는 명품 스킬이다. 퀸이 1레벨 최강자로 등극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공중제비' 덕택이다. 그냥 다가가서 쇠뇌를 한 방 쏘고, '공중제비' 이후 느려진 적에게 쇠뇌를 날린다. '천둥 군주'가 터지면서, 상대의 체력은 30% 이상 빠져버린다.

2레벨부터는 '실명 공격'까지 같이 연계할 수 있어, 상대가 퀸에 대해 잘 모른다면 '필킬'이다. 퀸으로 라인전을 할 때 항상 주의할 것은 강함에 취하는 것이다. 상대가 비록 cs도 먹지 못하는 지경이지만, 온전한 상태로 붙는다면 적에게 기회를 주는 셈이니 지양해야 한다.

거기다 '공중제비'는 미세하게 상대를 밀어내는데, 타이밍만 잘 맞춘다면 트리스타나의 '로켓 점프' 같은 이동기는 모두 끊을 수 있다. AD 계수는 굉장히 낮으나, 이동 속도 감소율은 1레벨부터 고정이기에 퀸의 유일한 직접 갱킹 호응 기술이라고 볼 수 있다.

또, 유일한 생존기이기도 한데 숙련도가 필요하다. '공중제비'는 돌진 이후, 평타를 때릴 수 있는 사거리로 물러나는데, 그레이브즈의 '빨리 뽑기'와 거리가 비슷하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나 조건부 생존기이고, 우세한 딜교환을 위해 필수적인 스킬인 만큼 쓸 때와 아껴야 할 때를 구분해야 한다. 항상 대미지 교환용으로 사용하다간 상대 정글러의 영양분이 될 수도 있다.



▲ 얇은 벽, 탈출, 성공적



■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 퀸머르기니 인정? 어 인정

일전에 시즌1부터 롤을 즐긴 친구에게 람머스의 전성기 일화에 대해 몇 번 들었다. 보고도 피하지 못하는 갱킹. 걸리면 빠져나올 수 없는 도발. 과거 람머스가 OP로 불린 것은 단순했다. 그냥 더 빠르고, 도발을 오래 걸었다. 그런데 지금의 퀸은 16레벨 기준 OP 시절 람머스에 비교되는 이동 속도를 가졌다. 아니 가속이 붙는 람머스와 다르게 사용 직후부터 이동 속도 버프를 받으니, 더 뛰어나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지속 시간조차 없다.

16레벨, 이동 속도를 45 올려주는 신발 기준으로 700에 가까운 이동 속도에 도달한다. 그것도 재사용 대기 시간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후방지원'은 라인전 유지력, 로밍, 한타 승리 후 추격, 스플릿 운영 많은 것을 가능케 하는 스킬이다.

롤에서 먼저 도망치는 상대를 잡는 것은 어렵다. 이동 속도 격차가 미미하고, 상대가 발 빠르게 도주했다면 사실 잡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후방지원'은 이 상식을 무너뜨린다. 단순 계산으로 상대보다 약 1.8배 정도 빠른 것이다.

단순 계산으로 발러를 부르는 2초 동안 상대가 이동한 거리를 약 1초면 따라잡는다. 상대 진영 근처가 아닌, 드래곤 지역이나 바론 둥지에서 한타가 벌어졌다면 적은 퀸의 추격에 죽음을 피해 가기 어렵다. 한 번의 승리가 적 대부분 죽음으로 끝날 수 있게 만들 수 있다는 건 바론이나 억제기 같은 큰 이득으로 이어진다. 굳히는 것도, 역전하기도 쉽다.

암살 능력과 스플릿 운영은 말할 것도 없다. 퀸이 OP로 떠오른 것은 강해진 대미지로 라인 주도권을 잡고 시도때도없이 로밍을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강력한 라인전 능력으로 상대를 타워에 몰아넣고, 재빠르게 미드 라인으로 로밍을 간다.

만약, 퀸으로 미드 라인에 섰다면 봇과 탑 두 가지 선택지도 가능하다. 로밍이 꼭 킬로 이어지지 않아도 된다. 상대는 퀸이 자리를 비우는 것만으로도 압박에 시달려 자체 디나이를 당해 아군과 격차가 날 수밖에 없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상대의 운영과 플레이에 제약을 걸 수 있다.


■ 퀸의 핵심 아이템과 룬 특성


퀸이 가장 먼저 가야 할 핵심 아이템은 역시 '요우무의 유령검'이다. 하위 아이템부터 가성비가 좋고, 라인전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준다. 액티브 효과를 적재적소에 사용한다면 한타에서 더 많은 대미지와 암살력을 한층 더 강화시켜준다.

두 번째 핵심 아이템은 '피바라기'다. 약간 의문이 들 수도 있다. '정수 약탈자'도 좋고, '몰락한 왕의 검'도 좋은데, 왜 피바라기를 가는 것인지. 그 답은 패시브 스킬인 '매 사냥'과의 시너지다. '취약 표식'을 공격했을 때 추가로 들어가는 대미지에 '치명타' 효과는 적용되지 않으나, '흡혈' 효과가 적용된다. 과거 피바라기를 기억하는가? 풀 스택시 공격력 100과 25%의 흡수 능력을 갖춰서 원거리 딜러 모두 너도나도 첫 아이템으로 피바라기를 올리던 그 시절 그 맛을 능가한다.

사실, 퀸은 치명타 효율이 별로 높지 않다. 있어서 나쁠 것은 없지만, 패시브 대미지와 스킬이 모두 AD 계수가 높아 방어구 관통력과의 시너지가 좋다. 뉴메타로 잠깐 부흥기를 맞았던 '방관 그브'와 비슷한 면이 있다.


룬은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초반에 힘을 싣는 공격력과 방어구 관통력, 중후반을 생각하는 극 방어구 관통력 트리가 있다. 웬만한 상황에서는 후자가 훨씬 좋다. '최후의 속삭임'이 너프된 지금, 모든 스킬이 AD인 퀸에게 탱커를 잡아내는 힘을 준다. 소환사 주문은 순간 이동이 아닌 점화를 추천한다. 라인전 주도권이 곧 로밍으로 이어지기에 탑이나, 미드 라인으로 퀸을 선택한다면 점화가 중요하다.



"사람 인생 관뚜껑에 못 박히기 전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라는 말이 있다. 얼마 전 귤이나 까먹을 줄 알던 식충이 갱플랭크와 CC기 하나 없던 뚜벅이 모데카이저가 롤드컵 필승 카드가 된 것을 보고 문득 생각났던 말이다. 앞의 말을 롤에 적용 시켜보면 "챔프 인생 라이엇이 망할 때까지 모른다"가 되지 않을까? 라이엇은 죽은 줄 알았던 챔피언도 살릴 수 있다. 꾹 참고 견디다 보면, 언젠가... 스웨인에게도 전성기가 올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