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롤드컵, 중국 LPL 리그는 완벽한 실패를 경험했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중국 리그 1위 LGD, 스프링-섬머 시즌 3위 iG는 조별 리그를 넘지 못했고 MSI 우승을 기록했던 EDG도 8강에서 탈락했다. 많은 투자를 통해 LoL 세계 최강국을 향해 달려가던 중국은 예상치 못한 갱킹으로 치명타를 얻어 맞았다.

꿈의 무대가 그렇게 막을 내린 후, 중국 내 분위기는 꽤나 흉흉했다. 너도 나도 문제점을 제기하며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이야기들이 마구 쏟아졌다. 급여에 대한 이야기, 사생활에 대한 이야기, 한-중 선수간의 갈등과 의사소통 문제제기, 선수의 프로의식 부족에 대한 이야기 등. 많은 질타가 있었고 의미있는 반성의 목소리도 분명 있었다.

2016년 롤드컵을 위해 중국 리그는 많은 것을 개선했다. 리그 운영 방식을 변경했고 한국 선수들의 연봉도 성적에 따라 재조정됐다. 중국의 한 프로게임단은 선수가 연습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참여하는 행사의 수를 크게 줄였다. 그들은 말그대로 와신상담(臥薪嘗膽)하고 있다.


■ 리그 제도 개편...속에 담긴 의미는 무엇?

▲ 출처 : LPL 조추첨식 방송화면 캡쳐

그간 문제되었던 정규 리그 경기의 중요성을 높이기 위해 LPL은 리그 제도를 개편했다. 중국은 이미 지난 섬머시즌 이 문제를 해결해보고자 플레이오프 경기 방식을 변경한 바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고 생각한 듯싶다.

개편된 제도는 간단히 말하면 두 개조로 나뉘어 시즌을 치르며 같은 조에 속한 팀과는 두 번, 다른 조에 속한 팀과는 한 번 대결을 벌인다. 경기는 3판 2선승으로 승리할 경우, 승점 1점을 획득한다. 총 96번의 경기를 치러 시즌의 우승자를 가린다.

팀을 두 개조로 나눈 것은 경쟁 구도를 더욱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특히 중, 하위권 팀이 받는 성적에 대한 압박이 커진다. 지난 해에는 승강전을 피하는 8위까지만 들어서면 안정권이었기에 상위팀들은 유리한 플레이오프 대진을 위해 적당히 경기를 치르면 됐다. 하지만 바뀐 제도에서는 승강전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는 팀이 두 배로 늘었다. 당연히 경기는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3판 2선승에 승점 1점을 주는 것 역시 꽤 의미있는 변경점이다. 무승부가 사라졌기에 승점 1점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해야한다. 남은 경기가 줄어들수록 승점에 대한 갈망은 더욱 커질 것이고 경기 중요도는 점점 높아질 것이다. 이제 LPL 리그의 특징인 개싸움도 사라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 2016 스프링 시즌 로스터 발표 - A조


LGD Gaming

Top : '마린' 장경환, 'Acorn' 최천주, 'Jinoo'
Jungle : 'Eimy' 시에 단, 'xiaoxi' 웨이 리 성
Mid : 'We1less' 웨이젠
ADC : '임프' 구승빈
Supporter : 'PYL' 첸 보

팀의 강점인 봇듀오가 건재하고 장경환이 합류로 탑 라인의 스쿼드도 여전히 두텁다. 'We1less'는 롤드컵이라는 무대가 녹록치 않다는 것을 배웠을 것이고 이번 시즌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할 이유가 생겼다. 문제는 정글인데 'Eimy'는 2014년부터 올해까지 3년 차의 베테랑 정글러지만 이렇다할 커리어를 쌓진 못했다. 'xiaoxi'는 작년 7월부터 LGD Gaming 소속으로 경기를 6번 치러 6승을 거뒀지만 경험이 많이 부족하다. 두 중국인 정글러가 경쟁 구도에서 어느 정도 상승 효과를 발휘할 지가 관건이다.


Qiao Gu Reapers

Top : 'V' 바오 보, 'Alone'
Jungle : '스위프트' 백다훈
Mid : '도인비' 김태상, '보리살' 김영훈
ADC : 'Uzi' 지안 즈 하오, 'Peco'
Supporter : 'Mor'

QG는 다른 팀과 비교해 꽤 자유로운 연습환경을 지녔다고 한다. 일반적인 프로게임단과 다른 운영 방침인데도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놀랍다. 팀의 강점은 iG와 마찬가지로 '스위프트-도인비'의 미드, 정글 듀오. 여기에 'Uzi'가 합류했다. 상승 효과가 있다면 폭발력을 보여줄 팀이지만 개성 강한 선수들이 어떻게 어우러질지는 두고 봐야할 것 같다.


Snake

Top : 'Flandre' 리 수안 준
Jungle : 'ZZR' 리우 위안
Mid : 'U' 청 룽, '탱크' 박단원
ADC : 'Krystal' 양 판, 'Martin' 탄 치
Supporter : 'Ella' 곽나훈, 'Jia'

스네이크는 스프링 시즌 좋은 성적을 거두며 눈에 띄었으나 섬머 시즌으로 갈수록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특히, 팀의 핵심 전력이던 '크리스탈'의 경기력에 이상이 생기면서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다. 이번 시즌은 특별한 사건이 없다면 중위권을 지킬 것이라 예상된다.


▲ 출처 : TGA 방송화면 캡쳐

Team WE

Top : 'aluka' 펑전민 , '957' 커창위
Jungle : 'Condi' 시앙 런지에, 'wushuang' 왕 하이리
Mid : 'xiye' 수 한 웨이
ADC : '미스틱' 진성준
Supporter : '제로' 윤경섭, 'conan' 커 이

팀의 문제로 지적되던 탑, 서포터 자리에 새로운 얼굴이 등장했다. '알루카'는 사이온 같은 탱커형 챔피언만 잘 다룬다. '957'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궁금하다. '제로' 윤경섭이 합류하면서 문제가 많던 서포터도 안정을 찾았다. 윤경섭은 오랜 시간 중국에서 활동했기에 게임 내 대화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정글의 공백이 눈에 띄지만 'Condi'는 M3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다. 중국 챌린저 1위 'xiye'도 이제는 기량을 꽃피울 때가 됐다.


Energy Pacemaker.All

Top : 'Gimgoon' 김한샘, 'Star'
Jungle : 'Amel' 김남훈, 'Crisis' 황 젠, 'Rabbit97'
Mid : 'Republic' 봉근태
ADC : 'Romantic' 장 청
Supporter : 'JieZou' 시아 헝

EP.A가 한 시즌 만에 1부 리그로 복귀했다. 어느 정도 실력을 보여줄 지는 미지수다. QG처럼 의외의 복병이 될지도..


Masters 3

Top : 'xy' 펑위신
Jungle : 'yolo' 장현수, 'Scenery
Mid : '라파엘' 고재현
ADC : '3qPqTq'
Supporter : 'Savoki' 진 하오, 'Lovecd' 리준펀


■ 2016 스프링 시즌 로스터 발표 - B조

▲ '폰' 허원석의 최근 모습 (출처 : 허원석 개인 SNS)

Edward Gaming

Top : 'Koro1' 퉁 양
Jungle : 'Clearlove' 밍카이, 'fireloli' 자오 즈밍
Mid : '폰' 허원석, '아테나' 강하운
ADC : '데프트' 김혁규
Supporter : '메이코' 티엔 예

주전 멤버는 그대로인 상황에서 '배미' 강양현이 나가고 '아테나' 강하운이 들어왔다. EDG는 한국의 SKT T1처럼 언제든 강자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불안 요소는 허원석의 부상과 '코로1'의 기복. 허원석은 쉬는 동안 허리 치료에 집중했고 '코로1'는 최근 기량을 회복했다는 말이 전해졌다. EDG는 이번 시즌, 롤드컵을 위해 전력투구할 것이다.


invictus Gaming

Top : 'Zz1tai' 리우 즈 하오
Jungle : 'Kid' 거 옌
Mid : '루키' 송의진
ADC : 'Time' 탕진타이
Supporter : 'Kitties' 리우 홍 준, 'Mo' 차이 보

iG의 이번 로스터에는 '카카오' 이병권의 이름이 들어있지 않았다. 취재 결과 이는 단순한 계약 문제로 아직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단순히 계약 문제라면 이것이 해결된 후, 로스터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Vici Gaming

Top : 'Loong' 주 시아오 롱
Jungle : '댄디' 최인규
Mid : 'Easyhoon' 이지훈
ADC : 'Endless' 수 하오, 'Vasillii' 리 웨이준
Supporter : 'Duan' 두안 더 리앙

VG에 새로 합류한 이지훈의 인기는 정말 대단하다. 이지훈이 중국에 도착하는 날 공항에는 수십명의 팬들이 모여 그를 환영했다. '댄디' 최인규도 이지훈을 반기지 않았을까? iG, QG, EDG는 모두 한국인 용병을 '미드-정글'에 배치해 좋은 성적을 거뒀다. VG까지도 성공한다면 나름의 공식이 될 듯 싶다. 아, 물론 '미드-정글' 듀오가 실패한 경우도 있긴 있었다.


▲ 출처 : LPL 공식 사이트

Oh My God

Top : 'Xiyang' 후 빈, 'Dark'
Jungle : 'Fishball'
Mid : 'Cool' 위 지아 준
ADC : 'S1mLz' 한 진, 'bei' 리우 시 위
Supporter : 'Luo' 루오 치 루이, '5'

격세지감. 1년 전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다. 좋은 일은 아니다. OMG는 그동안 성적이 너무 좋지 않았다. 남은 스타 플레이어는 'Cool' 뿐. 이 팀에 대한 기대는 미안하지만 그리 크지 않다.


Royal Club Never Give Up

Top : '루퍼' 장형석, 'letme' 얀 준저
Jungle : 'insec' 최인석, 'mlxg' 리우 시 위
Mid : 'xiaohu' 리 위엔 하오, 'sask' 조우 이 시앙
ADC : 'Namei' 주 지아웬, 'wuxx' 왕 청
Supporter : 'mata' 조세형, 'ley' 레 이

새로운 시도를 보인 팀이다. 포지션 별로 두 명씩 총 열 명이 로스터에 이름을 올렸다. 자체적인 스크림도 가능하다. 때문에 모든 라이너가 치열한 주전 경쟁을 치러야 한다. 이 팀은 어떤 성적을 거둘 수 있을까?


Hyper Youth Gaming

Top : 'ss17' 수 자오
Jungle : 'march'
Mid : 'gosu', 'jojo' 칸 이유 토
ADC : 'xQ' 리 잉 지에
Supporter : 'x1u' 위 지에

EP.A와 함께 2군 리그에서 올라온 팀이다. 어느 정도의 전력을 가진지는 경기를 봐야 알 수 있을 듯하다. 리그 제도가 변경되면서 1군 리그에 살아남는 것이 더욱 어려워졌지만 가능성을 보고 싶다.


■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중국


한국이 MSI를 통해 중국에게 세계 최강 리그의 타이틀을 잠시 넘겨줬을 때, 한국 리그를 왜 보냐는 우스갯소리가 들렸었다. 많은 한국 게임단과 선수들은 이 이야기에 무척 자존심이 상했다. 그래서 더욱 이를 악물고 롤드컵을 준비했고 한-한 결승전을 성사해내는 쾌거를 만들어냈다. 반면, 중국은 MSI의 타이틀에 취해 준비를 게을리 했다.

중국 LPL 리그는 롤드컵의 실패로 인해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았다. 그들의 롤드컵 우승을 향한 의지는 이제 선수 영입 뿐만 아니라 리그 제도 개편, 한국 PD 영입을 통한 방송 연출까지 변화케 했다. 중국은 지금 그 어느때보다 진지하다.

중국이 자만으로 인해 롤드컵에서 큰 실패를 경험한 것은 우리에게 또 다른 교훈으로 다가온다. LPL 리그를 5부 리그라 평가절하하고 그들의 변화를 예의주시하지 않는다면 한국과 LCK는 롤드컵의 중국과 같은 실수를 범할 수도 있다. 중국의 실패를 타산지석삼아 그런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LPL 리그를 계속 지켜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