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서포터는 더이상 못하는 사람을 보내는 라인이 아니다!

▲ '제라쓰'님의 팬아트

다인랭크가 시작되기 전인 시즌 5 때는 회사 동료들과 팀 랭크를 즐겼다. 팀 랭크를 할때면 언제가 가장 뜨거운 논란이 된 것이 '누가 어느 라인을 설 것인가'였다. 게임과 관련된 회사다 보니 게임을 좋아하는 것은 기본이고 게임 실력에 대한 자부심도 누구 하나 빠지는 사람 없이 높았다.

그럴 만도 했다. 종목은 다르지만 전 프로게이머만 세 명이었고 마스터 티어도 있었다. 플레티넘 티어가 낮은 편에 속하니 너도나도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미드 라인에 서고 싶어 했다. 그렇게 다들 한 자리씩 꿰차고 나면 남는 게 서포터다. 막내는 알리스타를 고르며 눈물을 머금었다. 그게 바로 나다. 그래서 어디 가나 줄을 빨리 서야 한다. 비록, 내가 e스포츠팀원 중에는 제일 나이가 많았지만, 사회에서는 나이 많은 것은 필요 없다. 경력이 우선이고 먼저 온 사람이 대장이다.

서포터는 참 인기가 없었다. 시즌 2만 하더라도 서포터가 하는 것이라고는 상대의 갱킹 길목에 와드를 박고 부시 안에 숨어서 누가 실수하는지 지켜보는 게 다였다. 그리고 라이너 중 하나가 실수라도 한다면 "내가 더 잘하는데~ 그 라인 나 주지"하고 외치는 정도.

애초에 서포터는 태생부터 희생을 강요받은 포지션이었다. 5인이 팀인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각 라인을 한 명씩 담당했고 정글은 둘이 함께 돌기엔 너무 좁았고 돈벌이도 되지 않았다. 그래서 술래잡기할 때 어린 동생을 깍두기 시키는 것 마냥 원거리 딜러 옆에다 내버려뒀던 것이다.


이런 한우고기 옆의 닭똥집처럼 존재감이 없던 서포터의 입지를 처음으로 바꿔놓은 선수가 바로 '매드라이프' 홍민기다. 홍민기가 보여준 블리츠크랭크, 쓰레쉬, 알리스타는 서포터가 가져야 할 첫 번째 역할을 우리에게 알려줬다. 바로, 정확한 군중 제어 스킬을 통한 변수 창출이다. 홍민기는 '프로겐'의 다이애나를 어부바 태워줬고 '인섹' 최인석의 리 신이 토스해준 바루스를 '서울구경' 시켜줬다. 비전 이동으로 도망가는 이즈리얼의 멱살을 잡아 끌고오는 그분의 기적에 모두 없던 신앙심도 생기지 않았는가?

홍민기가 만든 서포터의 역할은 시즌 4, '마타' 조세형의 활약과 함께 다시 한 번 그 틀을 넓혔다. 조세형의 보여준 서포터의 역할을 '시야 장악'. 그저 갱킹을 피하려는 용도로 사용되던 와드는 조세형으로 인해 보이지 않는 스텔스기가 되어 상대의 위치를 속속들이 팀에게 전달해줬다. 한국에서 열린 롤드컵 결승전, '댄디' 최인규와 더불어 상대 부쉬 순회공연을 통해 박아놓은 조세형의 와드와 허탈한 웃음을 짓던 '우지' 지안즈하오의 얼굴이 오버랩되면서 '소-오름'이 돋았었다.

지금의 서포터는 정글과 함께 제2의 플레이메이커로서 게임 내에서 정말 많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정확한 스킬 사용을 통한 CC 연계, 시야 장악을 통한 팀의 안정성 확보, 국지전 합류를 통한 변수 창출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면서 팀을 승리로 이끌고 있다. 서포터는 이제 더는 못하는 사람을 보내는 라인이 아니다. 팀 내에서 가장 꼼꼼하고 게임을 보는 눈이 밝고 스킬을 잘 쓰고 스펠 유무까지 체크할 수 있는, LoL을 잘하는 사람이 가야 하는 자리가 됐다.

누군가를 돕기 좋아해서, 서포터라는 궂은 일을 담당하는 소환사여! 이제 당신은 더는 게임의 깍두기가 아닌 주역이 되었다. 잘하는 서포터가 얼마나 무서운지 CS 욕심만 부리는 저들에게 가르쳐주자!


[프린(세)스 메이커] 서포터의 역할 - 기본은 원거리딜러 키우기다.



▲ 출처 : 하이블링님의 팬아트

서포터의 가장 기본이 되는 업무다. 게임 시간 내내 미니언만 클릭하느라 고생이 많은 'CS 밖에 모르는 바보'를 육성해보자. 잘 키운 원딜 하나가 게임을 터트릴 때, 내 아들딸을 보는 것 같은 흐뭇함을 느껴봤다면 원딜 키우기의 중요성을 굳이 말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게 바로 '자식농사' 아니던가! 내 마음처럼 훌륭하고 반듯하게 자라는 원거리 딜러는 없다. 죄다 CS에 눈멀고 킬에 귀먹어 잠시만 자리를 비워도 금세 회색 초상화 띄우고 "서포터 뭐함?"이라는 채팅을 날리지 않는가? 원거리 딜러는 전부 다 나 같은 불효자에 청개구리들 뿐이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라는 TV 프로그램은 올바른 자식의 교육법을 가르쳐주고 자식이 변하는 모습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사실 진짜로 변화한 것은 자식이 아닌 부모의 교육방법이다. 원거리 딜러를 키울 때도 올바른 방법으로 잘 육성해야만 승리로 보답하는 우리 '데프트', '우리 '뱅'을 만들 수 있다. 자, 원거리 딜러를 육성할 때는 어떻게 해야 좋은 서포터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 원거리 딜러 육성의 기본 - 내 아들(딸)의 성향을 파악하라!

일단, 내가 키워야 할 원거리 딜러의 성향을 파악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이는 생각보다 훨씬 쉽고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바로, 1분 50초에서 2분 사이, 라인에 막 도착했을 시점이다. 원거리 딜러가 라인을 빨리 밀면서 적극적으로 상대와 싸움을 건다면 매우 호전적인 성격에 폭발력을 가진 '임프'형 성격이라 보면 되겠다. 물론, 진짜 '임프'가 아니므로 분명 오버하다 죽을 것이다. 이런 친구를 키울 때는 아이가 요구하는 것도 많고 재깍 재깍 호응도 해줘야 하므로 피곤하지만, 쉽게 승리로 팀을 이끌 수도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

▲ 출처 : 슈르마 도사님의 팬아트

이 친구의 성향을 미리 알고 원거리 딜러를 보호해줄 탐 켄치, 쓰레쉬 같은 챔피언을 골랐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최대한 원거리 딜러를 위험에서 구해줄 수 있는 아이템을 준비하자. 이런 타입은 분명히 캐리력이 있으므로 살려만 놓으면 협곡을 데굴데굴 굴러다니면서 상대를 잘 잡아줄 것이다. 물론, 이런 타입의 원거리 딜러는 위험한 순간에 살려줘도 다 지가 했다고 할 것이다. 상관없다. 부모의 마음이 원래 그렇지 않은가.

원거리 딜러가 적극적으로 상대를 압박하기 때문에 서포터는 상대 서포터보다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라인전에 집중하는 한편, 와딩을 통해 시야를 확보하면서 계속 상대 정글러의 위치와 로밍을 사전에 파악하는 데 주력하자. 상대의 갱킹 혹은 로밍을 미리 알려주고 대처해 살려주면 이 배은망덕한 원거리 딜러도 '이 알람은 좀 쓸만하네'라고 생각하면서 서포터의 백핑에 귀를 기울일 것이다.

반대로 원거리 딜러가 라인전부터 사리면서 안정적으로 CS만 먹으려 한다면 답답하더라도 최대한 함께 맞춰줘야 한다. 이런 친구는 복불복이다. 라인전부터 사려서 넥서스와 함께 내 속이 터질 때까지 사리던지, 그래도 한타 상황에서는 안정적으로 상대를 하나씩 잡아내던지 둘 중 하나다. 어떨지는 모르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하지 않겠나?

이런 친구를 서포팅 할 때는 아이템 빌드도 좀 더 변수를 만들 수 있는 것으로 갖추고 한타 상황에서도 원거리 딜러 살리기에 초점을 맞추기보단 적극적인 CC 활용으로 싸움에 들어가 원거리 딜러의 프리딜 구도를 만들어주자. 이런 친구는 신경 안 써줘도 알아서 잘 산다. 뒤에서 편하게 클릭해줄 수 있도록 앞에서 상대 탱커 뒷다리를 물고 늘어져야 한다.

소극적인 원거리 딜러는 라인전에서 압박을 받게 되고 그만큼 상대편 원거리 딜러는 갱킹과 로밍에 노출된다. 라인을 당긴 상태에서 아군의 백업을 기다리고 상대 서포터가 자리를 비울 것을 대비해 상대의 로밍 길목에 와드를 박아주고 미아핑도 열심히 찍어주자. 특히, 아군의 갱킹이 왔을 때 '필킬'을 낸다는 심정으로 확실한 호응을 해주자. 상대의 공격성은 그만큼의 독이 될 수 있다.



[사우론의 눈] 서포터의 역할 - 잘 박아놓은 와드 하나가 게임을 터트린다.



▲ 출처 : スペース人님의 팬아트

싸울 때 가장 무서운 것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상대는 나를 보는데 나는 상대를 보지 못할 때다. 14년도 삼성 화이트가 보여준 압도적인 경기력의 힘은 와드에서부터 나왔다. 상대가 무엇을 하든 다 알고 있으니 당하는 입장에서는 속이 터질 수밖에 없다. 라이엇도 와드에 대한 무서움을 인지하고 개인이 보유/설치할 수 있는 와드 개수에 한계를 뒀다. 그렇기에 와드의 중요성은 오히려 더욱 커졌다.

라인전 단계에서 와드는 상대 정글 깊숙이 설치하는 것이 가장 좋다. 요즘은 핑크와드에 은신 기능이 삭제되고 상점에서 와드를 살 수 없게 되면서 와드를 설치하는 자리가 어느 정도 정형화되었다. 그러니 굳이 입이 아프게 어디에 와드를 설치하라고 말을 할 필요가 없을 듯싶다.

와드와 관련된 팁을 억지로 쥐어 짜내 본다면, 게임 중반으로 넘어가 팀이 유리할 때는 바론에 꼭 핑크와드를 설치하는 것이 매우 좋다. 이는 불리하므로 웅크리고 있는 상대에게 바론 시야를 내주지 않음으로써 상대를 둥지에서 꺼낼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된다. 분명 다 아는 이야기인데 다들 잘 안 하는 부분이다. 서포터의 이 와딩 하나로 게임 종료 시각이 엄청나게 단축될 수 있다. 팀이 바론에 욕심을 부리지 않더라도 이기고 있다면 미리미리 설치해놓자.



[실론즈 탈출비법] 로밍 갈 타이밍만 잘 알아도 골드 간다



▲ 출처 : 맥다리지 LoL 만화

이제 서포터는 더이상 부쉬에 숨기만 하지 않는다. 서포터의 로밍은 봇 라인의 영향력을 미드, 정글, 멀게는 탑 라인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됐다. 솔직히 정글러의 갱킹에 죽는 것보다 서포터 로밍때매 죽는 게 더 화나지 않는가? 잘하는 서포터는 라인전도 파괴하고 정글도 파괴하고 게임도 파괴하고 상대편 키보드도 파괴한다. 피시방에 있다 보면 키보드 샷건 치는 소리 다 들어봤을 것이다. 그거 서포터 로밍이 만든 소리다.

서포터의 로밍은 이렇게 강력한 무기지만 언제 가느냐, 어떻게 가느냐가 정말 중요하다. 이건 기회다 싶어 미드에 로밍을 갔는데 1,000mL 우유 옆에 붙어있는 300mL 우유 팩마냥 보너스로 딸려 죽고, 그 틈에 CS에 환장한 원거리 딜러까지 요단강 익스프레스 티켓 끊으면 그 판은 거기서 끝이다. 그러니까 확실하고 안전한 타이밍에 가는 것이 가장 좋다. 그렇다면 서포터의 로밍 타이밍은 언제가 좋을까?

◈ 서포터의 로밍 타이밍 ① - 미니언웨이브를 상대 타워에 밀어 넣었을 때(★★★☆☆)

가장 기본적이고 안전하면서 좋은 로밍 타이밍이다. 미니언웨이브가 크면 클수록 상대 서포터, 원거리 딜러는 타워에 묶여있어야 하고 CS에 눈먼 아군 원거리 딜러는 먹을 게 없으니 위험하지 않다. 라인을 떠날 적기이다. 일단, 미드로 향해 기회를 보자. 아군 정글러를 불러서 함께 3인 갱킹을 시도해보고, 미드 라인 어딘가에 있을 핑크 와드도 지우고 내 것도 설치하고 바쁘게 움직이자. 이런 사소해 보이는 행동 하나하나가 엄청난 나비효과를 불러온다.

▲ 출처 : 토르느님의 팬아트

◈ 서포터의 로밍 타이밍 ② - 미드, 혹은 아군 정글에서 2:2 교전이 일어났을 때(★★★★★)

게임 초반에 미드 라인에서 일어나는 2:2, 혹은 3:3 교전은 그 게임의 중반, 어쩌면 후반까지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전투다. 미드 라인~드래곤 지역 사이에서 전투가 일어날 때, 누구보다 빠르게 자리를 박차고 달려가자. 원거리 딜러가 아무리 생각이 없어도 서포터가 갑자기 자리를 비우는데 잠깐이라도 몸을 사릴 것이다. 당신의 재빠른 움직임이 지던 소규모 국지전을 뒤엎어 버릴 수 있다.

◈ 서포터의 로밍 타이밍 ④ - 봇 라인을 이미 파괴했거나 당했을 때(★★★☆☆)

봇 라인전이 엄청나게 흥해서 원거리 딜러가 절친대검을 정도의 격차를 벌려놨다면 한 번쯤은 라인을 지키지 않고 기습적인 미드, 탑 라인 로밍을 시도해보는 것도 좋다. 이 타이밍은 상대가 예측하기 정말 힘들어서 매우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스노우볼의 가속도를 확실하게 올릴 수 있는 수단이다.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당신이 키운 원거리 딜러는 아무리 잘 키워놨어도 분명 죽을 것이다. 그러니까 한번 찔러보고 안되면 바로 라인으로 복귀해라.

라인전이 완전히 망했을 때 가는 로밍은 없는 살림을 모두 팔아 도박을 하는 것과 같다. 라인전이 망했기에 당신의 레벨은 엄청나게 낮을 것이고 당신이 버린 원거리 딜러는 안전띠를 메고 타워를 꽉 붙잡아도 죽는다. 망한 상태에서 가는 로밍은 적군이 굴리는 스노우볼에 힘을 더해주는 격이 될 확률이 매우 높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가는 것이라면 일발필중의 심정으로 꼭 성공하자.

◈ 서포터의 로밍 타이밍 ③ - 원거리 딜러가 (죽었든/집에 갔든) 없을 때(★★☆☆☆)

너무 뻔한 타이밍이지만 가봐야 하지 않겠나.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뭐라도 해야 한다. 예상외로 뜬금없이 먹힐 수도 있다.


5화 예고 - [실론즈 탈출 비법⑥] 후반 운영편 - 불리할 땐 짧게, 유리할 땐 길게 싸워야 골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