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숨가쁘게 달려왔던 2016 롤챔스 스프링 정규 시즌의 모든 일정이 종료되었다.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순위 다툼이 펼쳐졌던 터라, 마지막까지 어떤 팀이 포스트 시즌에 진출할지 예상하기 힘들 정도였다. 한 경기, 아니 한 세트로 진출이 갈리는 상황이 계속해서 펼쳐졌고, 그랬기에 굉장히 흥미로운 시즌이었다.

예상치 못한 반전과 함께, 희비가 교차했던 스프링 시즌. 인벤팀에서는 정규 리그 종료를 맞이하여, 치열했던 스프링 시즌을 팀 별로 결산하여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그 세 번째 주인공은 CJ 엔투스(이하 CJ)이다.

▲ 확 바뀐 CJ, 이번 시즌 성적은 어땠을까?


■ 대규모 리빌딩! 달라진 CJ, 기대보다 앞선 걱정

2012년, MIG로 시작되는 CJ의 계보는 한국 롤 판과 그 역사를 함께 했다고 할 수 있다. 기나긴 역사, 거기에 더해 CJ하면 떠오르는 상징적인 선수들의 존재는 CJ가 가진 두터운 팬덤의 원동력이었다.

그랬던 CJ가 2016 스프링 시즌, 대규모 리빌딩을 단행했다. CJ는 프로스트, 블레이즈 팀을 통합하며, 스타급 플레이어를 잔뜩 보유했지만 롤드컵 진출은 커녕, 대회 우승조차 이루지 못했다. 그렇다고 상위 순위에서 시즌을 마무리 짓지도 못했다. 그렇지 않아도 선수 회전이 빠른 롤 프로씬에서, 이번 대규모 리빌딩은 어찌보면 예견된 수순이었을지 모른다.

사실, 롤 프로팀이 시즌 종료 후, 팀 보강을 위해 리빌딩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비교적 리빌딩 규모가 작았고, 익숙한 선수들을 다시 볼 수 있었던 CJ가 이번에는 '대격변'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대규모 리빌딩을 진행한 것은 분명 큰 변화였다.

먼저 강현종 감독과 손대영, 정제승 코치진이 모두 CJ를 떠났다. 이어서 CJ의 상징적인 얼굴, '엠비션' 강찬용은 물론, 강력한 미드 라이너로 평가 받는 '코코' 신진영과 늘 준수한 활약을 보여준 '스페이스' 선호산 역시 계약을 종료하고 CJ유니폼을 벗었다. 변화를 바라는 구단의 강력한 의지가 느껴졌다.

이제 남은 주력 선수는 '샤이' 박상면과 '매드라이프' 홍민기 뿐. '샤이'의 기량 저하가 우려 되는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CJ에 당장 전력이라고 할 만한 선수는 몇 없었다. 코치진과 계약 종료 과정에서, ESC Ever의 원딜러 '로컨' 이동욱 등, 미리 진행 중이던 영입 계획 역시 백지화 되었기 때문에, 팬들은 차기 시즌 CJ의 앞날을 걱정스럽게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드디어 CJ의 새로운 얼굴들이 베일을 벗기 시작했다. 먼저 12월 1일, 나진 출신의 박정석 감독과 장누리 코치가 CJ의 새 지휘봉을 잡았다. 곧이어 28일, '운타라' 박의진, '버블링' 박준형, '스카이' 김하늘, '크레이머' 하종훈을 영입하며 2016 스프링 시즌 CJ의 로스터를 완성했다.

▲ 새로 CJ 엔투스의 지휘봉을 잡은 박정석 감독


변화한 CJ의 모습에 팬들은 기대와 함께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냈다. 순식간에 너무나 많은 것들이 변했다. 코치진의 변화는 그렇다 하더라도, 선수들의 영입에 있어선 아무래도 급하게 마무리 지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이미 검증 된 선수들을 내보내고, 솔랭 점수는 높지만 프로 경험이 거의 없는 신인 선수들로 로스터를 채운 것은 아무래도 위험하지 않느냐는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약간의 기대와 더 많은 걱정. 2016 CJ의 봄은 결코 따뜻하지만은 않아 보였다. 그러나 희망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새로 영입한 선수들의 프로 경험이 적다고는 하지만, 모두 뛰어난 잠재력을 갖춘 선수들이 모인 것이다. 또, 나이 제한으로 3월부터 합류 할 수 있는 '비디디' 곽보성도 기대할 만한 선수다. 이런 잠재력 높은 선수들이 주전 자리를 놓고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프로 씬에 안정적으로 적응만 할 수 있다면 스프링 시즌, CJ의 폭발적인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또한 있었다.

▲ 패기 가득한 신인들로 다시 태어난 CJ!



■ 힘겨운 시즌 초반. 적응이 필요하다

그러나 롤챔스 무대는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신생 CJ에게 가혹한 초반 대진이었다. 개막전 SKT T1, 이후에는 ROX 타이거즈와 맞붙은 CJ는 한참 분위기를 탄 강팀들을 상대로 제대로 힘도 써보지 못하고 무너졌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첫 단추를 잘 꿰었다면, CJ의 신인들도 더 쉽게 롤챔스 무대에 적응했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현실은 가혹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어진 스베누와의 대전에서 승리를 거뒀다는 점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는 스베누를 상대로 2:1 접전 끝에 거둔 승리였다. 1라운드 초반전을 치루며, CJ에게서 번뜩이는 무언가를 찾기란 어려웠다. 특히 버블링, 스카이 등 신인 선수들의 경기 적응이 시급했다.

'버블링' 박준형은 롤챔스의 중압감을 떨쳐내지 못하였는지 잦은 실수를 범했다. 거기에, 아마추어 시절 리 신과 자르반과 같은 챔피언을 잘 다뤘으나, 대회에서 다루기는 어려운 픽들이었기 때문에 챔피언 폭을 늘리는 것도 시급한 문제였다. 시즌 초반부터 이어진 CJ의 부진과 팬들의 걱정어린 관심이 맞물리며, 버블링은 호된 프로 신고식을 치렀다.

▲ 롤챔스 위클리에서도 '버블링' 박준형 선수가 느낀 중압감을 확인 할 수 있다
(영상 출처: OGN)


'스카이' 김하늘 역시 불안한 데뷔전을 치렀다. CJ의 다른 신인 선수들과 비교해도 대회 경험이 적었던 스카이. 데뷔 처음부터 '페이커', '쿠로'와 같은 걸출한 선수들을 상대로, 팀의 허리라고 말 할 수 있는 중요한 미드 라인을 책임 져야만 했다. 당연히 중압감에 시달릴 수 밖에 없었고, 자연히 플레이는 수비적으로, 소극적으로 변했다. 평소엔 하지 않았을 실수도 연달아 터졌다.

그러나 프로로 데뷔한 이상, 언제까지 '신인'이라는 변명이 통할 수는 없다. 프로는 실력으로, 결과로 말해야 한다. CJ의 신인 선수들이 빨리 롤챔스 무대의 중압감에 적응하고, 진정한 프로로 거듭나 제 역할을 해줘야만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CJ 팀의 미래도 불투명해 보였다.


■ 새로운 승리 공식! CJ, '크레이머' 엔진 장착!

그러나 죽으란 법은 없다. 경기를 치루며 빠르게 제 자리를 찾은 선수도 나타났다. CJ의 새로운 원거리 딜러, '크레이머' 하종훈이 그랬다. 대만 플래시 울브즈에 소속되어 롤드컵을 치뤄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인지, 크레이머는 롤챔스 무대에도 빠르게 적응하며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스프링 시즌 1라운드 CJ의 세번째 경기, 스베누 전에서 이즈리얼로 팀 승리를 이끈 것을 시작으로 크레이머는 자신의 존재감을 유감 없이 드러냈다. 쿼드라 킬도 여러 차례 기록하며 팀 분위기를 끌어 올렸다. 유독 펜타킬과는 인연이 없다는 점도 재밌는 이야기 거리가 되어 팀 융화에 도움이 되었다.

CJ의 기둥이자, 중심으로 남은 '매드라이프' 홍민기와 합을 맞춘 '크레이머' 하종훈은 공격적인 봇 라인전을 수행했다. 롤 프로 씬 원년 맴버이자, 최고의 메카닉을 자랑하는 매드라이프는 공격적인 서포터로 평가 받는다. 크레이머 역시 그와 딱 맞는 성향의 원거리 딜러로, 비슷한 성향의 신생 CJ 봇 듀오는 넘치는 캐미를 발휘하며 스프링 시즌 CJ의 새로운 승리 공식으로 떠올랐다.

▲ 순식간에 신인 '크레이머'의 스페셜 영상이 제작 될 정도 (영상 출처: OGN)


아직 완전히 한 팀으로 융화하지 못한 CJ에게 있어 봇 라인의 분전은 희망이자, 팀의 새로운 구심점이 되었다. '크레이머'를 필두로 한 원딜 캐리 공식. 정글 캐리 메타가 '정답'으로 떠오른 롤챔스 스프링 시즌, 원딜 캐리는 완벽한 해답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어쨌거나 CJ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승리를 따내기 시작했다.

신인 '크레이머'라는 신형 엔진을 장착한 CJ. 아직 팀 전체적으로 미흡한 부분도 자주 드러났지만, 하나의 믿음직한 승리 공식, 원딜 캐리라는 무기를 얻은 것은 길고 긴 풀 리그를 해쳐나가는데 큰 힘이 될 것이 분명했다. 자칫, 신인들의 자신감 저하가 CJ 팀 전체의 폼을 무너뜨릴 수도 있는 상황에서 신인 크레이머가 CJ의 힘겨운 스프링 시즌 1라운드 승리를 책임진 것은 의미하는 바가 컸다.

▲ '매드라이프'의 지원이 있었기에, '크레이머'의 캐리도 있었다.


■ 아직은 미지수... 패기 넘치는 비디디, CJ 주전으로 출전!

3월 2일, 콩두전에서 나이 제한으로 출전 할 수 없었던 신인, '비디디' 곽보성이 드디어 출전했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수많은 매드 무비를 양산하며 기대감을 증폭시켰기 때문에 팬들이 거는 기대 또한 결코 적지 않았다.

비디디의 데뷔전은 성공적이었다. 좋은 의미에서 비디디는 신인이면서 신인답지 않았다. 첫 경기부터 비비디는 중압감을 모르는 듯 했다. 데뷔 이전, 제드 같은 암살자 챔피언을 즐겨한다는 평가와는 다르게, 패배하기는 했지만 1세트 룰루로 지원형 플레이도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2세트에는 주저하지 않고 아지르를 꺼내들었다. 아지르에 대한 평가가 썩 좋지 않은 상황에서, 그것도 1세트 패배한 직후 사용한 아지르 카드는 제대로 먹혀들었다. 3세트에서도 비주류 챔피언, 오리아나로 경기를 승리했다.

특히 비디디의 아지르는 단지 한 경기 뿐 아니라, 롤챔스 무대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프로들, 또 랭크 상위권에서도 아지르는 계속 된 너프로 더 이상 사용하기 어렵다고 판단 내렸었다. 그러나, 아지르는 이제 비디디를 시작으로 다시 쓸만한 카드로 급부상했다. 활용 불가 딱지를 받았던 챔피언을 새파란 '신인' 한 명의 플레이로 평가를 뒤엎어 버린 것이다.

▲ '비디디' 곽보성의 성공적인 데뷔전! (영상 출처: OGN)


1라운드, CJ의 유일한 승리 방정식은 '크레이머' 필두의 원딜 캐리 형태였다. 이 원 패턴만으로도 CJ는 1라운드 9전 중 4승을 챙기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거기에 만족해서는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는 것은 자명한 일. 강팀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다양한 승리 패턴을 갖추는 것이 필수라고 할 수 있다.

비디디는 CJ의 새로운 승리 패턴으로 자리잡았다. 공격적인 운영을 선호하는 비디디의 플레이 스타일에, 버블링의 정글링도 활기를 찾았다. CJ는 초중반부터 몰아치는 스타일도 갖췄고, 이는 어떻게든 버텨내며 크레이머의 캐리를 바랐던 1라운드 CJ와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이런 저런 좋은 상황이 겹치며, CJ는 2라운드들어서며 파죽의 5연승을 달성했다. 하위권이었던 순위도 어느세 단독 4위까지 올라서며, 시즌 초반의 부진이 거짓말 같이 느껴졌다. CJ의 부진을 보고 기대를 접었던 팬들도, 포스트 시즌 진출이 가시권에 들어오자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 아쉬웠던 스프링 시즌, 그러나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CJ의 꿈은 거기까지였다. CJ는 5연승 직후, 마치 짜여진 각본처럼 5연패를 겪으며 포스트 시즌 진출의 희망을 접어야만 했다. 진에어 그린윙스, ROX 타이거즈, SKT T1, KT 롤스터, 아프리카 프릭스. 모두 이번 시즌 잘나가는 강팀들이었다. 비디디의 합류와, 연승으로 끌어올린 기세로도 CJ는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비디디는 신인 답지 않은 자신감과 공격성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역시 신인은 신인이었다. 그도 아직 롤챔스 무대에 완전히 적응하지는 못했다. 비단 비디디 뿐만이 아니다. 거의 새로운 팀으로 거듭난 CJ는 대부분의 선수가 아직 롤챔스 무대를 밟지 못한 신예들로 구성 되어 있었다. 최고참 매드라이프와 샤이가 남기는 했지만, 아직 한 덩어리로 뭉치기에는 시간도 부족했고, 강팀들과는 절대적인 경험의 차이가 존재했다.

▲ 정말 잘해준 신인 '비디디'. 그러나 아쉬움도 있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CJ의 이번 스프링 시즌 결과는 아쉬우면서 놀라운 것이다. 결국 8위로 간신히 승강전을 피한 모양세가 되었지만, 따지고 보면 신예들로 구성된 CJ가 시즌 시작 전 고평가를 받았던 롱주 게이밍과 세트 득실 7점차 밖에 나지 않는다. 경기 내용을 보더라도 CJ는 분명 발전의 가능성이 바로 눈에 띄는 팀이다.

경험이란 타고 난 재능과 달리 쌓여가는 보물이다. CJ는 스프링 시즌, 그 경험이라는 보물을 차곡 차곡 쌓았다. 스프링 시즌은 CJ에게 있어 하나의 팀으로 거듭나는 과정이었을지 모른다. 다가올 섬머 시즌, CJ 신인 선수들이 더 이상 신인이 아니게 되어 이 팀의 잠재력을 폭발시킬 것이라고 믿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섬머 시즌에는 하나의 팀으로, 숙성 된 CJ를 볼 수 있기를!


■ 2016 롤챔스 스프링 'CJ 엔투스' 인포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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