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가쁘게 달려왔던 2016 롤챔스 스프링도, 이제 대망의 결승전만을 남겨두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순위 다툼이 펼쳐졌던 터라 마지막까지 어떤 팀이 포스트 시즌에 진출할지 예상하기 힘들 정도였다. 한 경기, 아니 한 세트로 진출이 갈리는 상황이 계속해서 펼쳐졌고, 그랬기에 굉장히 흥미로운 시즌이었다.

예상치 못한 반전과 함께 희비가 교차했던 스프링 시즌. 인벤팀에서는 정규 리그 종료를 맞이하여, 치열했던 스프링 시즌을 팀 별로 결산하여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그 일곱 번째 주인공은 진에어 그린윙스(이하 진에어)다.

▲ 뛰어오른 진에어 그린윙스!


■ 심각한 전력 누수? 불안했던 시즌 준비 단계

2012년, 시초라 할 수 있는 AHQ 코리아, 훈수 좋은날에서 이어지는 진에어 그린윙스는 롤과 역사를 함께한 오래된 팀 중 하나에 속한다. 하지만, 오랜 부진과 아쉬운 성적 때문에 진에어라는 팀은 '강하다'라는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진에어는 2015 시즌에 그런 평가를 뒤집기 시작했다. 진에어는 2015 창단 처음으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늪롤'이라고도 불리는 특유의 지공 메타는 점차 성숙해 졌고, 타 팀들은 쉽사리 진에어를 꺾지 못했다. 여기에 '트레이스' 여창동과 '갱맘' 이창석의 안정적인 수비 능력이 빛을 발했고, '최후의 육식 정글러' 라고 불리는 '체이서' 이상현이 게임을 풀어나가며, 중후반까지 원딜 '파일럿' 나우형을 잘 키워냈다.

발전된 지공 메타와 성숙한 선수들은 팀 '진에어'를 이끌어가기 시작했다. 비록 2015 섬머 시즌에는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롤드컵 선발전에서 또다시 '트레이스' 여창동, '갱맘' 이창석, '체이서' 이상현 등의 주축 선수들이 활약하면서 차기 시즌, 진에어의 약진을 예상해 볼 만한 상황이 됐었다.

▲ 창창한 미래를 예상했던 2015 진에어의 모습


밝은 전망도 잠깐. 곧 다가온 이적 시즌은 진에어에게 냉혹했다. 본격적인 이적이 진행되기 전, 이미 IEM 산호세에서 2016 시즌 진에어의 전력 확보에 차질이 생겼음을 알 수 있었다. 팀의 주축이었던 '갱맘' 이창석, '체이서' 이상현은 물론, '캡틴잭' 강형우도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결국, 기존의 주축 선수들이 빠진 진에어는 CLG에 패하며 IEM 산호세 4강에 머물렀다. 차기 시즌을 기대하던 팬들은 선수 엔트리와 결과에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곧이어 팬들의 걱정이 현실로 다가왔다. 결국 '갱맘' 이창석은 북미의 NRG로 떠났고, '체이서' 이상현과 '캡틴잭' 강형우는 머니게임을 선언한 롱주 게이밍으로 자리를 옮겼다. 직전 시즌, 팀을 이끌었다고 할 수 있는 주축 선수들의 이탈과, 특별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IEM 산호세에서의 진에어의 모습은 이번 겨울, 더없이 추운 팀 상황을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희망 또한 있었다. 종종 갱맘을 대신해 출전했던 '쿠잔' 이성혁은 적은 출전 기회에도 불구하고 인상적인 활약으로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체이서를 대신할 '윙드' 박태진 역시 좋은 기량을 뽐내는 선수다. 특히 국내외 경력을 갖추고 있어, 흔들리는 팀에 투입되어 빠르게 제 몫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만 했다.

솔랭에서도 강한 모습을 보일 뿐 아니라, 넓은 챔피언 폭을 갖춘 선수들의 투입. 진에어는 이런 선수들의 잠재력에 기댈 수 밖에 없어 보였다. 그러나, 역시 아직 팀으로선 불안하기 때문에 이번 시즌 진에어에게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 지배적이었다.

▲ 드디어 주전으로 합류한 '쿠잔' 이성혁


■ 다크호스 진에어, 스프링 시즌 4위로 마무리

그러나 스프링 시즌 시작 전 예상과 달리, 진에어는 파죽의 연승 행진을 이어나가기 시작한다. 첫 경기, 롱주 게이밍과의 일전에서는 제대로 된 반격도 하지 못하고 패배하여, 팬들의 불안이 현실이 되는 듯 했으나, 이후 전통의 강호 SKT T1을 2:0으로 꺾는 것을 시작으로 진에어는 기분 좋은 5연승을 달렸다.

이번 스프링 시즌도 진에어의 중심이자 에이스, '트레이스' 여창동의 활약이 대단했다. 진에어의 리그 중반기까지 트레이스는 팀의 승리에 상당 부분 기여했다. 6연속 MVP라는 기록이 이를 말해준다.

트레이스는 특유의 톡톡 튀는 참신한 챔피언 픽과 끈질김으로 리그 중반까지 팀을 이끌었다. 탑 그레이브즈는 물론, 점화를 활용한 퀸으로 상대를 압도하기도 하고, 그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자리 잡은 모르가나도 활용했다. 오랜 기간동안 프로 생활을 했음에도, 아직도 자신만의 색이 바래지 않고 특징있게 빛나는 트레이스의 존재는 진에어에 커다란 장점으로 작용했다.

▲ 시간이 지나도 여전한 에이스, '트레이스' 여창동


승리의 과정도 진에어가 그린 그대로였다. 기본적으로 장기전을 바라보는 '지공'은 여전했으나, 2:0 승리가 많은 것은 이것이 단순히 시간을 끄는 전략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었다. 트레이스를 중심으로 쿠잔, 윙드 등 새로 주전자리를 꿰찬 선수들 역시 진에어의 '지공' 전략도 무리 없이 잘 수행해냈다.

'윙드' 박태진은 장기인 공격적인 챔피언 픽으로 필요할 땐 공격적으로, 혹은 팀의 어려운 부분을 조율해내며 체이서의 빈자리를 완벽히 메우는데 성공했다. 특히 윙드는 기가막힌 강타 활용도 두각을 드러냈다. 불리한 상황속에서, 오직 혼자만의 힘으로 드래곤, 바론을 밥먹듯 스틸 하는 모습은 다른 팀들에게 위협으로 다가왔다.

▲ 브라질리언 강타. '윙드' 박태진의 새로운 별명이다. (영상 출처: OGN)


진에어는 상대적 약팀으로 평가 받는 팀들을 실수 없이 모조리 잡아내며 승점을 쌓아갔다. 그렇다고 상대적 약팀만 잡아냈냐고 하면 전혀 그렇지 않았다. 필요 할 땐, SKT T1, kt 같은 강팀도 잡아내는 저력을 보이며, 어느세 6승 3패라는 좋은 성적을 거두며 1라운드를 마무리 지었다.

중반기 이후, 물오른 '쿠잔' 이성혁의 플레이도 팀 승리에 크게 공헌했다. 강팀의 미드 라이너들을 상대로 주눅들지 않는 모습이나, 최근 많이 사용되는 주류 픽들을 잘 다룰 수 있는 챔피언 폭은 경기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오히려 1라운드, 기대만큼 활약하지 못한 진에어의 봇 라인을 대신해 새로 주전으로 합류한 맴버들의 분전이 진에어가 챙긴 수 많은 승리의 근거였다.

▲ 경기는 패배했지만, 세트 승리로 존재감 증명한 '쿠잔' 이성혁 (영상 출처: OGN)


진에어는 2라운드 들어서도 3경기를 내리 2:0으로 승리,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2라운드에도 진에어의 기세가 여전할 것 처럼 보였다. 그러나 롤챔스 무대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진에어의 1라운드 연승 시작을 알렸던 SKT T1이 2라운드에서는 진에어에게 2:0, 복수의 일격을 날리며 패배를 안겨 줬다. 좋았던 진에어의 기세도 함께 꺾어 버렸다.

SKT의 일격이 저주처럼 진에어를 옳아맸다. 진에어는 다음 CJ 전에서 1승을 챙기긴 했지만, 이후 벌어진 4전을 내리 패배하며 2016 스프링 시즌을 4위로 마무리 지었다. 2라운드 중반기까지만해도 리그 순위 2위를 기록했지만, 마무리가 안타까웠다. 그러나 분명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다. 리그 시작 전, 좋은 성적을 기대 받지 못했던 진에어가 정규 시즌 4위로 포스트 시즌 진출에도 성공한 것이다.


■ 조금은 아쉬운 마무리, 이제는 올라갈 때

스프링 정규 시즌을 10승 8패, 4위로 마무리한 진에어. 그동안 진에어가 기록한 성적과, 시즌 시작부터 삐걱 거린 로스터 구성을 생각해보면 믿기 어려울만큼 좋은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정규 시즌은 순위가 전부가 아니다. 최후의 승자를 가리는 포스트 시즌 대결이 남아있는 상황. 결승으로 가는 험난한 길, 먼저 아프리카 프릭스와의 와일드카드 전을 넘어야 했다.

진에어에게 썩 좋은 분위기는 아니었다. 리그 초반, 승리를 거듭하며 좋은 분위기를 만들었지만, 2라운드 후반에 들어서 연패를 맛 봐야만 했다. 쌓아둔 승리가 많아 4위를 차지하기는 했지만 진에어로선 영 뒷 맛이 씁쓸한 상황이었다. 반대로 와일드카드 전 상대 아프리카 프릭스는 초반의 부진을 떨쳐내고, 한창 분위기가 올라있는 부담스러운 맞수였다. 현장에도 기세가를 탄 아프리카의 승리를 점쳤다.

▲ 당시 아프리카의 기세를 보면 진에어의 승리를 상상하기 어려웠다.


"기대받지 않을 때 경기력이 상승한다". 진에어 한상용 감독의 말이다. 그리고 보면 묘한 일이다. 시즌 초 진에어를 기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진에어는 성과를 냈고, 기대를 모으기 시작하자 다시 연패를 기록했다. 과연 한상용 감독의 말이 이번에도 맞아 떨어질까?

이 말은 곧 경기로 증명됬다. 4연패의 늪에 빠진 진에어가, 한창 날아오르던 아프리카 프릭스를 2:0으로 제압했다. 리그 중후반까지 팀을 이끈 트레이스, 쿠잔은 물론 다소 부진했다는 평가를 받던 '파일럿' 나우형도 엄청난 캐리력을 보였다. '젊은' 아프리카는 패기를 주체하지 못했고, '노련한' 진에어는 유려하거나 혹은 완강하게 맞받아쳐내고, 준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그러나 진에어의 봄은 여기까지였다. 2라운드, 진에어에게 패배를 안겨줬던 SKT T1을 이번에는 준플레이오프에서 만났다. 시즌 초 불안했던 경기력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든 SKT는 진에어를 상대로 계속해서 압박했다. 진에어도 특유의 지공을 살려, 경기를 후반까지 끌고 가는데 성공하며 한 세트는 승리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 SKT의 벽을 넘기는 힘들었다. 페이커의 되살아난 플레이를 중심으로 전체적으로 SKT가 더 강했다.

▲ 각성한 페이커의 활약에 진에어는 패배의 쓴 잔을 삼켜야 했다. (영상 출처: OGN)


■ 고지 앞둔 진에어, 팀으로서 조금 더 발전하길

험난한 스프링 시즌을 예상한 진에어로선, 이번 스프링은 비교적 좋은 시즌이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짙은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번 기회를 통해, 진에어는 분명 더 잘 할 수 있는 팀임을 깨달았을 것이다.

진에어는 시즌 시작부터 주력 선수가 이탈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다행히 쿠잔, 윙드와 같이 이미 '준비 된' 선수들이 빈 자리를 그 이상으로 채워줬기 때문에 지금의 결과가 있었다. 그러나 팬들도, 선수들도 이 정도 결과에 만족하지는 않을 것이다. 선수인 이상, 프로인 이상 최고의 자리를 노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에어 역시 팀적으로 좀 더 성장해야 할 것이다. '늪롤', 혹은 '지공' 메타라고 불리는 진에어의 스타일은 다른 의미로 보자면 '강력한 이니시에이팅의 부제' 혹은 '경기를 확정 짓는 결정력 부족'으로도 해석 될 수 있다. 불리하거나 조합적으로 중후반 강력한 상황이라면 '지공'을 펼치는 것도 좋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경기를 '지공'이라는 한 패턴으로만 풀어가야 한다면 아무래도 승리로부터 멀어질 수 밖에 없다.

강팀은 다양한 승리 패턴을 가지기 마련이다. 어느 한 선수만 잘하거나, 특수한 전략에만 의지해서는 풀 리그 대전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결국엔 상대에게 해석될 것이고, 파해쳐질 것이다. 진에어는 벌써 그런 경험이 여러번 있었고, 그 때마다 조금씩 변화를 꾀하긴 했지만 여전히 '지공' 메타에서 벗어나진 못했다.

물론 '지공'이 나쁜 전략이라는 말은 아니다. 언제까지고 한 전략에만 메달릴 순 없다는 말이다. 승리, 우승이라는 명예를 얻기 위해선 진에어는 팀으로서 더 성장할 필요가 있다. 스프링 시즌, 기대 이상의 수확을 거둔 진에어. 섬머 시즌에는 더 발전한 선수들의 능력과, 그에 알맞는 승리 패턴으로 롤챔스 우승 컵을 안을 수 있길 기대한다.

▲ 진에어, 더 높은 목표를 위해 끝임 없이 노력하길



■ 2016 롤챔스 스프링 '진에어 그린윙스' 인포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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