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가쁘게 달려왔던 2016 롤챔스 스프링도 최고의 결승전을 치르고 그 막을 내렸다. 이번 2016 롤챔스 스프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순위 다툼이 펼쳐졌던 터라 마지막까지 어떤 팀이 포스트 시즌에 진출할지, 또 어떤 팀이 우승할지 예상하기 힘들 정도였다. 한 경기, 아니 한 세트로 진출이 갈리는 상황이 계속해서 펼쳐졌고, 그랬기에 굉장히 흥미로운 시즌이었다.

예상치 못한 반전과 함께 희비가 교차했던 스프링 시즌. 인벤팀에서는 정규 리그 종료를 맞이하여, 치열했던 스프링 시즌을 팀 별로 결산하여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그 아홉 번째 주인공은 락스 타이거즈(이하 락스)다.

▲ 언제나 즐거운 열정 가득한 락스 타이거즈!



■ 선수들끼리 뭉쳐라! ROX Tigers, 재정비 완료!

락스 타이거즈는 2014년 11월 GE 엔터테인먼트가 처음 'HUYA Tigers'라는 이름으로 창단한 팀이다. 팀 출범 당시, '고릴라' 강범현 선수가 주도적으로 팀원을 구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때문에 락스는 '노페' 정노철 감독과 '프레이' 김종인, '호진' 이호진', '쿠로' 이서행 등 전 나진 출신이 많았다. 이 때문에 '나진 e-mFire' 때부터 응원을 계속하며, 락스가 나진의 전통을 계승한다고 여기는 팬들도 있을 정도다.

락스는 신생팀이면서, 신생팀 답지 않은 노련함을 갖춘 팀이었다. 롤챔스 우승 경력의 프레이와 롤드컵을 경험한 고릴라를 중심으로 경력을 갖춘 선수들이 모인 락스는 데뷔부터 남달랐다. 특유의 날카로운 공격력을 무기로 2015, 스프링 시즌 1라운드 전승과 정규 시즌 1위를 차지하며, 호랑이의 이빨을 드러냈다.

▲ 1라운드 전승, 정규 시즌 1위를 차지한 2015 타이거즈


그러나 락스가 걸어온 길이 결코 탄탄대로였던 것은 아니다. 기분좋은 2015 시즌이었지만, 아쉬움도 남았다. 1라운드 전승을 거뒀던 2015 스프링 시즌은 결승에서 맞붙은 SKT T1(이하 SKT)의 승리로 마무리 되었고, 이어진 IEM 대회에서는 팀 WE에 무력하게 패하며 팬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2015 롤드컵 시즌에서는 눈부신 활약을 보였지만, 내부적으로는 GE 엔터테인먼트(KOO TV)가 사업을 철수하며 스폰서가 사라지는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2016 롤챔스 스프링 시즌, 'KOO Tigers'는 메인 스폰서 없는 팀 운영을 결정한다. 새로운 팀 명, 'ROX Tigers'는 선수들이 힘을 함께 뭉친다는 의미인 'Rocks'의 발음과 같은 'ROX'를 팀명으로, 'ROX Tigers'는 기업 소속에서 탈피해 전문적인 스포츠 클럽 형태의 운영 체재를 확립했다.

다른 많은 팀들이 주전 맴버까지 포함하여 크게 로스터를 변경 할 때, 락스는 정글러 '호진' 이호진 선수가 개인적인 사정과 건강을 문제로 은퇴하여 새로이 '피넛' 한왕호를 영입한 것 외에는 선수 진용에 큰 변화는 없었다.

전 '나진' 소속 '피넛'은 솔로 랭크 1위를 달성, 피지컬적으로 기대 되는 정글러다. 공격 성향 외에는 아직 알려진 바가 적었지만, 적절한 영입이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시즌 시작 전, 락스는 팀내 분위기 쇄신과 전력 보강까지 완성 해내며 2016 스프링 시즌, 다시 한 번 팬들의 기대를 모았다.

▲ '피넛' 한왕호 합류! 더 공격적인 락스 탄생!?




■ 폭풍의 재림! 기세 오른 락스, 1라운드 9승 0패 전승!

이번 2016 스프링 시즌, 락스는 대회 상위권이 당연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락스는 그 기대를 최상의 형태로 부응해 보였다. 1라운드 전승. 마치 작년 스프링 시즌을 보는 듯 한 거침 없는 락스의 거칠 것 없는 기세에, 대규모 리빌딩으로 아직 손 발을 맞추고 있는 다른 팀들은 휩쓸리 듯이 패배 했다. 선수 교체가 적었으며, 롤드컵을 우승하고 돌아온 '최강' SKT 마저 락스를 막을 수 없었다.

▲ '최강' SKT 마저 무너뜨린 락스 타이거즈 (영상 출처: OGN)


게임 내적으로 락스의 상황이 완전히 맞물렸다. 정노철 감독의 송곳 같은 밴픽은 여전했다. '주도권' 싸움이 키워드가 된 1라운드,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내는 각 팀의 밴픽 싸움이 어느때보다 치열했다. 락스는 밴픽을 잘하는 팀으로 알려져 있으며, 실제로 정노철 감독의 밴픽 전략은 언제나 날카롭게 상대 팀의 약점을 파헤쳤다.

▲ 여전한 '노페' 정노철 감독의 밴픽 능력


단순히 밴픽만 잘 해선 '주도권'을 잡을 순 없다. 이상적인 밴픽 전략을 위해서는 반드시 넓은 챔피언 풀과 이해도가 수반되어야 한다. 물론 락스의 선수들은 이를 수행해 낼 능력이 있었다. 새로운 주전 '피넛'은 전통적인 정글 챔피언 엘리스 뿐 아니라, 새로 떠오른 킨드레드, 그레이브즈, 니달리, 그라가스를 모두 잘 다루는 모습을 보여 락스의 전략의 폭을 넓혔다.

상대적으로 저평가 받기도 하던 '쿠로'도 파인 플레이를 거듭했다. '피넛'의 공격적인 정글 운영이 정상 가동하자, '쿠로'의 상대를 맞춰 나가는 카운터 미드 형태의 전략도 더 활기를 찾았다. 원래부터 잡기만하면 이긴다는 '빅토르'를 중심으로, 르블랑, 트위스티드페이트를 꺼내 락스의 공격 선택지를 다양하게 만들었다. 무궁무진한 락스의 밴픽과 챔피언 풀에 상대하는 팀들은 곤경에 처해야만 했다.

▲ 전체적인 라인 우세는 정글, 미드의 속도 차이를 만들었다. (영상 출처: OGN)


일찌감치 대회 3강이라고 불렸던 SKT와 kt 롤스터(이하 kt)를 2번째, 4번째 경기에서 꺾어버린 것도 컸다. 3강 체제를 예상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락스의 질풍 같은 9승 0패, 세트 전적 18승 3패, 85.7%의 승률, KDA 6.1이라는 엄청난 성적을 기록, 비교 불가능한 '최강' 독주 체제를 완성했다.

'스멥' 송경호-'쿠로' 이서행-'프레이' 김종인으로 이어지는 삼각 캐리 형태도 건제했다. '스멥'은 퀸, 피오라, 뽀삐 등 다양한 카드로 1라운드를 휩쓸며 MVP 포인트도 싹 쓸어 담았다. '프레이' 역시 MVP 획득만 적었다 뿐이지, '고릴라'와 함께 스프링 최강의 봇 듀오로 평가 받았다. 이런 선수들의 활약에 힘 입어, 락스는 합류전이나 운영, 한타 뿐만 아니라, 라인전 단계부터 이미 모든 팀들을 찍어누르는 압도적인 위용을 과시했다.

▲ '한체탑' 위용 뽐내며, 탑 라인을 정복한 '스멥' 송경호



■ '피넛' 한왕호, 락스의 마지막 한조각 되다!

락스는 강팀에 어울리는 조건을 갖추고 있는 팀이다. 뛰어난 코치진, 다양한 챔피언 폭, 승리를 향한 다양한 공식. 거기에 특정 선수만 돌출 된 것이 아니라, 모든 선수들, 심지어 서포터까지 게임을 '캐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어느 특정 선수에게만 쏠린 팀은 불안정할 수 밖에 없다. LoL은 팀 게임이다. 특정 선수만 특출나다면, 여러가지 방법으로 손쉽게 무력화 할 수 있다. 게임 시작 전 부터 저격 밴으로 손 발을 묶거나, 라인 스왑이나 운영을 통해 방해해, 성장을 봉쇄하는 것도 쉽다.

'모든 선수가 잘 할 것.' 당연한 말이면서도, 이미 증명된 사실이기도 하다. 이는 2014 시즌 삼성 화이트나, 2015 시즌 SKT 등을 보면 알 수 있 듯, 각 선수의 분발은 강팀을 만드는 기본적인 조건이다. 락스는 이미 '스멥', '쿠로', '프레이'를 두고 '삼각 캐리'라고 부르며, '고릴라'를 세체폿의 후보로 올릴 정도로 모든 라인의 선수들이 승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잠재성을 지니고 있었다. 따라서, 락스의 새로운 정글러, '피넛' 한왕호가 어떤 모습으로 락스에 적응할 것인가 하는 것도 이번 시즌 락스의 흥망을 가르는 키워드 중 하나였다고 할 수 있었다.

▲ 최강 신화를 만들었던 삼성 화이트 역시, 모든 선수가 최고 수준으로 평가 받았다.



'피넛' 한왕호는 '공격적'인 모습을 인정 받기는 했지만, 그 외엔 이렇다 할 인상을 남기진 못했었다. 따라서 락스로 새로 합류한 '피넛'을 두고 기대와 불안한 시선이 공존했다. 그러나 '피넛'의 공격성은 락스에 딱 맞는, 마지막 한 조각이었음을 1라운드 경기들을 통해 증명했다.

그렇지 않아도 빠르게 스노우 볼을 굴리는 락스 스타일에, 피넛의 공격적인 성향은 딱 들어 맞았다. 피넛은 킨드레드, 엘리스, 니달리 같은 초반부터 정글 싸움에 강력한 모습을 보이는 픽들을 선호했다. 정노철 감독의 밴픽으로 라인에서 조금이라도 주도권을 잡으면, 어김없이 적 정글로 들어가 이득을 챙겼다. 특히 니달리는 이런 전략에 아주 딱 맞는 챔피언이었다.

▲ '악마' 같은 '피넛'의 니달리 카운터 정글링. (영상 출처: OGN)


피넛이 적 정글을 장악하기 시작하면, 락스의 전체적인 운영이 함께 풀렸다. 적극적인 카운터 정글링은 상대 팀의 전체적인 시야와 정글 성장을 저하한다. 이 차이가 락스의 한발 빠른 합류를 만들어 내는 원동력이다. 라인전 우세가 피넛의 적극적인 움직임을 만들고, 피넛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이번에는 락스의 빠른 전투를 만들어 내는 순환 고리가 되는 셈이다.

메타 또한 피넛에게 웃어주는 상황이었다. 2016 스프링 시즌, 정답이라고 까지 평가 받고 있는 '정글 캐리' 메타에, 피넛의 공격적인 정글링은 그야말로 딱 맞는 것이었다. 덕분에 락스와 피넛의 상승 효과는 상상 이상의 효과를 낳았다. 2월 24일, 스베누와의 대결에서는 심지어 모든 버프를 독식, 피넛이 합류한 락스는 속도전이란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주었다.

▲ 버프 컨트롤, 전투 활약 어느하나 빠지지 않은 '피넛' 한왕호 (영상 출처: OGN)




■ Again 2015? 반복된 11연승과 준우승

2라운드 들어서도 락스의 기세는 멈출줄 모르는 듯 했다. 롱주와 스베누를 연달아 2:0으로 잡아내고, 작년 2015 스프링 시즌의 11연승을 맞춰낸 락스. 그러나, 다음 삼성과의 경기에서 삼성이 패배를 모르던 락스를 2:1로 잡아내며 계속 될 것만 같았던 락스의 연승 행진에 찬물을 끼얹었다. 거울처럼 작년 스프링 시즌 기록에서 멈춰버린 11연승.

이와 함께, 1라운드 부진했던 SKT의 기세도 되살아 났다. 메타의 변화와 함께, '뱅기' 배성웅의 폼 저하로 좋지 못한 성적을 거뒀던 SKT는 IEM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한 '블랭크' 강선구의 투입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다. 7승 2패, SKT는 완벽히 부활한 경기력으로 2라운드를 마무리하며, 종합 성적 12승 6패, 3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락스는 삼성과의 일전으로 1패를 기록하기는 했지만, 결코 기세가 떨어지지는 않았다. 이후 kt와의 경기에서만 1패를 기록, 기세가 살아난 SKT 역시 다시 한 번 잡아내며 SKT와 마찬가지로 2라운드를 7승 2패로 마무리 지었다. 종합 성적, 16승 2패, 1위. 최상의 선수 보충과, 전체적으로 물오른 선수들의 폼, 딱 맞는 경기 메타에 힘 입어, 락스는 이 이상 좋기 힘든 성적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 16승 2패, 이제 전승 우승이라도 해야하나?


진짜 롤챔스의 승자를 가리는 포스트 시즌. 이번 시즌 초만 하더라도 경쟁 상대에서 제외 될 것만 같았던 SKT가, kt를 꺾고 락스와 함께 결승 무대에 나란히 섰다. 천적과도 같았던 상대지만, 이미 시즌 경기를 통해 두 번 모두 승리를 거둔 락스. 우연스럽게도 작년 2015 스프링 시즌과 겹쳐지는 상황이었다. 락스의 11연승, 결승에 오른 SKT. 그러나 이번 시즌 락스는 그 어느 때 보다도 강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메타에 대한 이해도 역시 깊이가 달랐다. 따라서, 결승전 승자는 당연히 락스일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입을 모았다.

드디어 펼쳐진 2016 롤챔스 스프링 결승전. 최고의 경기가 펼쳐졌다. 감히, 롤챔스 역사상 최고 수준이며, 확실한 재미를 보장한 4판이었다. 그러나, 역사는 또다시 반복됐다. 설마 했던 결과가, 락스에게는 안타까운 형태로 현실이 되었다. 1:3, 락스가 SKT를 상대로 거둔 결승 결과였다.

▲ 치열한 경기 끝, 세트 승리를 따내는 락스 타이거즈 (영상 출처: OGN)


경기 내용은 훌륭했다. 누가 보더라도 최고 수준의 공방이 이어졌으며, 일방적으로 몰린 경기가 되지도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도 딱 한 걸음, 반 발자국이 모자랐다. 실력적으로 락스는 충분한 우승자의 자격을 갖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점이 있었다면, 상대적으로 큰 경기에 대한 경험이 부족했다고 해야겠다.

▲ 결국 아쉽게 1:3으로 SKT에 패배하고 말핬다.(OGN 방송화면 캡처)


이현우 해설은 라디오 방송을 통해 락스가 평소와는 다른 경기를 펼쳤다고 말했다. 평소에 날카로운 무기로 작용 했던 탑, 정글의 캐리와 이를 순식간에 굴려나가는 빠른 스노우 볼링 능력에서 벗어나, SKT와 정정당당, 무난한 기본기 싸움을 펼쳤다.

밴픽에서도 정노철 감독이 압도하지는 못했다. 그럴 수 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상대 역시, 최고의 머리싸움을 계속했던 김정균 코치가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번 패배는 작년 스프링 결승과는 다르다.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었던 경기였고, 이번에는 차례가 아니었을 뿐이다. 락스 타이거즈는 항상 배고픈 팀이다. 승리를 갈망하는 마음, 특히 우승을 향한 마음은 누구에게라도 지지 않을 것이다. 작년 스프링, 롤드컵과 이번 스프링 준우승으로 준우승만 3회를 기록한 팀이 되었다. 이제 다음에는 이길 차례라는 것은 락스 타이거즈 본인들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패배했음에도, 그럼에도 위대한 패자 락스 타이거즈. 2016 스프링 시즌, 시즌 및 KDA 1위 기록과 MVP 1위 기록을 세운 락스는 눈 앞에 둔 롤챔스 우승을 곱씹을 것이다. 그들이 품은 우승을 향한 열망은, 다음 섬머 시즌에 가장 아름다운 형태로 폭발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 에너지 넘치는 락스, 다음엔 정말 우승이야!



■ 2016 롤챔스 스프링 '락스 타이거즈' 인포그래픽



※ 선수에 대한 과도한 비방 욕설은 통보없이 삭제되며 이용 제재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