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의 막을 내리는 입추 전날, 숨 가쁘게 달려왔던 2016 롤챔스 섬머 정규 시즌의 모든 일정이 종료되었다. 신 3강 구도부터 강팀의 약세 등 많은 이야기가 있던 이번 섬머 시즌은 마지막까지 치열한 순위 경쟁으로 어느 팀이 포스트 시즌에 진출할 티켓을 거머쥘지 예상하기 힘들었다.

예상치 못한 반전과 함께 희비가 교차했던 이번 섬머 시즌. 인벤팀에서는 정규 리그 종료를 맞이하여, 치열했던 섬머 시즌을 팀별로 결산하여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그 첫 번째 주인공은 CJ 엔투스(이하 CJ)이다.


▲ 많은 기대와 함께 시작한 섬머 시즌, CJ 엔투스의 행보는?


■ 리빌딩 이후 맞는 두 번째 시즌, CJ 엔투스의 완성도는 얼마나 높아졌나?

2016 롤챔스 스프링 시즌, 대규모 리빌딩을 거친 CJ는 예상 밖의 선전을 펼쳤다고 봐도 무방했다. 2012년 MIG로 시작된 계보 있는 CJ의 변화는 아직 미완성된 느낌으로 지난 시즌을 마감했다. 아쉬웠지만, 그들이 보여준 경기력에는 '희망'이 보였다. 충분히 다듬어진 뒤 완성된 '새로운 CJ의 모습'을 기대해볼 만 했다. 특히 '크레이머' 하종훈과 '매드라이프' 홍민기가 보여준 봇 듀오 캐리력은 충분히 활약 가능한 CJ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었다.

정규 시즌이 시작되기 전, CJ는 스프링 시즌부터 섬머 시즌 초반의 정글 메타인 캐리형 정글 메타에 발을 맞추기 위해 정글러로 '하루' 강민승을 영입한다. 캐리형 정글 메타에서 다소 뒤처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버블링' 박준형을 보완하기 위한 선택으로 보였다.

CJ는 각 라인에 캐리를 담당할 수 있는 선수들을 배분하며, 밸런스를 맞추었고 모양새를 잡았다. 스프링 시즌 활약했던 매드라이프와 크레이머의 조합에 지나친 의존도를 해소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였다. 하지만 아직 팀의 조화가 어떤지는 모르는 상황. 지난 시즌 부족한 점을 보완했을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2016 롤챔스 섬머 시즌을 맞이했다.


▲ 공격적인 성향이 짙은 '하루' 강민승, 정글러 영입


2016 롤챔스 섬머 1일 차 2경기에서 '증명'을 위한 첫 번째 대결이 펼쳐졌다. 상대는 치열한 승강전을 뚫고 올라온 ESC 에버. 2부 리그인 챌린저스에서 승강전을 뚫고 올라온 신예 팀과 CJ의 대결에서 많은 팬들은 CJ의 승리를 예측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정반대였다. CJ는 ESC 에버에 참패하며, ESC 에버의 화려한 롤챔스 데뷔전의 제물이 되어버리고 만다.

섬머 시즌 첫 경기부터 CJ는 팬들에게 많은 아쉬움을 남기고 말았다. 신선하고 독특한 밴픽을 선택한 ESC 에버와 달리 CJ는 전형적인 밴픽 전략으로, 밴픽 단계에서부터 패배하고 시작하는 느낌이었다. 밴픽 단계뿐만 아니라 경기 내용 자체도 최악이라는 평가를 면치 못했다. CJ는 이제 막 개막전의 첫 경기를 마무리 지었지만, 벌써부터 불안한 팀의 미래를 걱정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스프링 시즌부터 CJ가 가졌던 불투명한 미래가 점점 가시적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물론 나쁜 의미로. CJ는 연이은 경기에서 무기력한 경기력을 보여주며 3연패를 달성했다. 또한, 연패 탈출의 희망도 쉽게 보이지 않는 최악의 상황에 처한다.


▲ CJ는 유리한 경기를 유리하게 끌어나가는 운영에서도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영상 출처 : OGN)


■ 드디어 시즌 첫 승 기록한 CJ 엔투스! 그들의 드러난 약점.

시작하자마자 3연패로 시즌 최악의 순간을 겪고 있는 CJ가 분위기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바로 롱주 게이밍과의 맞대결. 롱주 게이밍 역시, CJ와 마찬가지로 시즌이 시작하자마자 내리 3연패를 기록 중이었다. CJ와 롱주 게이밍의 공통점은 역시 팀 '조화'의 불균형. 불협화음투성이인 양 팀은 기대 이하의 경기력으로 팬들의 아쉬움을 사고 있었다.

이러한 양 팀의 대결에서 1승을 챙기는 쪽은 분명 분위기 반전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내리 3연패를 기록하며 나락에 빠진 양 팀은 물러설 곳 없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여기서 분명한 것은 핵심 라인이 바로 봇 라인이라는 것이다. CJ는 노골적으로 봇 라인의 캐리력에 의지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스프링 시즌, 팀의 유일한 캐리 라인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롱주 게이밍 역시, CJ와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퓨리' 이진용을 필두로 한 봇 캐리력에 힘을 실어주는 조합을 주로 선택했다. 결과적으로 게임의 향방은 봇 라인의 흥망에 달린 샘. 분위기 반전의 열쇠를 가진 롱주전에서, 접전 끝에 CJ가 승리를 거두며 시즌 첫 승을 달성한다. CJ에게는 가뭄의 단비 같은 달콤한 승리였지만, 만족할 수 없었다. 시즌 초반부터 지적된 팀 자체의 약점을 극복해야 했기 때문이다.


▲ 경기 내용은 완벽하지 않았지만, 드디어 1승을 챙기는 CJ 엔투스!
(영상 출처 : OGN)


CJ의 약점은 바로, 봇 라인에 크게 의지하는 경향이다. 하나의 캐리 라인에 의지하는 CJ의 전략은 그들의 발목을 잡고 말았다. 봇이 망하면 CJ가 자연스럽게 패하는 그림으로 게임이 흘러갔기 때문이다. 한 라인에 치중된 그들의 전략은 너무 쉽게 공략당했고, 빠르게 무너져 내렸다. 투자한 만큼 결과가 좋지 못할 때, 불리함을 역전할 운영의 이점이나 기량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연패로 힘들었을 그들의 조급한 마음 때문이었을까? 싸움에 신중함을 기울이는 모습이라기보다, 무서워서 싸움하지 못하는 장면이 자주 연출됐다. CJ는 너무 소극적인 자세로 게임에 임했다. 이득을 기점으로 스노우 볼을 굴리는 것도, 스노우 볼이 굴러가는 것을 막는 것도, 그 어느 것도 하지 못한 채 계속해서 아쉬운 경기를 이어갔다.

CJ가 안게 된 두 가지 숙제는 팀의 색깔을 살린 밴픽 단계에서의 전략과 그것을 소화할 수 있는 챔피언 풀과 자신감을 되찾고 적극적으로 싸움에 임하는 자세였다.


▲ 전략적인 챔피언 선택과 과감한 판단이 돋보이는 CJ 엔투스의 경기력!
(영상 출처 : OGN)


이렇게 돌파구를 찾기 위한 피드백 때문이었을까? CJ는 락스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작은 '희망'을 보여주었다. CJ는 밴픽 단계에서부터 전략적인 이득을 취했다. 헤카림 정글과 쉔을 기용하며, 빠른 합류로 이득을 챙겼고, 화끈한 경기력을 보여주며 1세트 승리를 가져왔다. 하지만, 2세트부터 CJ 전략의 핵심인 헤카림과 쉔이 견제당하며, 아쉽게 패배하고 말았지만, 도전적인 챔피언 선택과 하루를 기반으로 한 공격적인 움직임이 CJ에 활로를 열어줄 것 같았다.

하지만, 연패의 늪에서 빠져나오기는 쉽지 않았다. 좀처럼 빈틈없는 운영을 보여주지 못한 CJ는 최하위의 성적을 기록한 채 MVP에게도 패배를 기록한다. MVP 전에서는 '고스트' 장용준이 선발 출전하며, 부진한 CJ 모습을 극복해보려 했지만, 2:0으로 참패당하며 더욱 깊은 연패의 늪에 빠지고 만다.


▲ '고스트' 장용준의 기용도 CJ 엔투스의 부진을 씻어내진 못했다.


■ 연패의 늪에 빠진 CJ 엔투스, 2라운드 첫 출발! 작은 희망을 보다.

CJ는 다시 한 번 분위기 반전을 위한 선택을 했다. 바로 '샤이' 박상면을 주전으로 선발하는 묘수를 둔 것. 225일 만에 공식 대회에 복귀한 샤이의 경기력은 부족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까지 CJ는 팀 색깔을 완성하지 못했다. 운영에는 허점이 많았고, 팀 자체의 커뮤니케이션 문제도 엿보이는 장면들이 속출했다. 계속해서 아쉬운 경기력을 보여준 CJ는 롤챔스 섬머 시즌 1라운드를 1승 8패, 최하위의 성적으로 마무리하게 된다.

CJ라는 명문 팀이 가진 명성에 제대로 흠집이 났다. 2라운드, 큰 반전을 이루어내지 못하는 이상, 승강전은 피하기 힘들어 보였다. 하지만, 2라운드를 앞둔 상황에서 속단하기는 일렀다. CJ의 2라운드 첫 상대는 1라운드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진에어 그린윙스였다. 이 경기에서 CJ가 해결해야 하는 가장 큰 숙제는 봇 라인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었다. 원딜 캐리에 지나치게 의존하던 CJ의 특성이 약점으로 지목됐고, 지속해서 공략되었기 때문이다.


▲ 샤이로 되찾은 '안정감' 이제 남은 것은 변수와 플레이 메이커!


CJ의 2라운드 첫 경기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비디디를 대신해 기용된 '스카이' 김하늘은 탈리야라는 색다른 챔피언을 사용하며 전장을 누볐다. 스카이가 보여준 탈리야의 활약은 CJ의 치명적인 단점인 봇 라인의 의존도를 크게 해소한 듯 보였다. 연속해서 탈리야를 사용하며 좋은 모습을 보여준 스카이가 CJ를 승리로 견인했다. 이 경기로 CJ는 정규 시즌 두 번째 승리보다 더 값진 것을 얻었다. 바로 자신들의 약점을 '보완'했다는 가시적인 경기 결과와 앞으로 나갈 '추진력'을 위한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다.

또 샤이도 꾸준히 기용되며,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노련미를 통한 운영에 힘을 실어주었고, 전반적으로 부실했던 CJ의 오더에 안정감을 실어주었다.


▲ 탈리야로 2라운드 첫 경기부터 기분 좋은 출발하는 CJ 엔투스!
(영상 출처 : OGN)


■ 하지만 반전은 없었다. 경기력 저하와 멘탈 문제로 앓는 CJ 엔투스

큰 논란이 있던 밴픽 실수

CJ가 가진 전략적인 카드는 그리 많지 않았다. 스카이는 뛰어난 활약을 펼쳤던 탈리야를 밴 카드 때문에 사용할 수 없었고, 봇 라인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CJ의 노골적인 전략은 더이상 통하지 않았다. 특히 봇 라인 밀어주기식 운영은 게임의 판도를 순식간에 기울게 하는 양날의 검이었다. 하지만, CJ는 봇 라인에 얽매였으며 계속해서 자신들의 발목을 잡았다.

이런 상황에서 자연스레 원딜의 부담감이 컸을 것으로 예상한다. 봇 라인 밀어주기 운영으로 팀이 패배했다면, 그 책임이 원딜에게 돌아가는 것이 당연하게 보일 수도 있다. 실제로 이러한 전략은 가중된 투자로 손해를 입기 일쑤였다. 하지만 CJ는 이러한 운영을 버리지 못하며 새로운 변화를 하지 못한 채 계속해서 집착했다. 이런 상황에서 원딜이 느끼는 극심한 부담감 때문이었을까? 결국, 밴픽 단계에서 큰 사고가 일어나고 만다.


▲ CJ 엔투스 부스 내 보이스토크 원본 영상


CJ는 밴픽 단계에서 실수로 '티모'를 픽하는 실수를 저지른다. 또, 규정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심판의 실수로 사태는 더욱 커졌다.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자, CJ는 오프더 레코드로 밴픽 단계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공개했다. 공개한 영상에서 눈에 띄는 점은 크레이머의 집중력 저하와 축 처진 팀 분위기이다. 계속해서 연패를 기록한 CJ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당연하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프로가 지녀야 할 자세로 생각한다면, 부족한 모습을 보여준 것 역시 사실.

번복 끝에 티모를 픽한 상태로 진행된 경기에서 CJ는 패배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티모라는 챔피언이 패배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실제로 경기 양상은 티모가 라인전부터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플레이했지만, 다른 라인이 정신없이 터지며 무난하게 CJ의 패배로 마무리되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CJ의 문제점은 연패를 거듭하며 불어난 부담감과 그로 인한 '멘탈 대미지'다.

하루빨리 이 문제를 소화해야만 하는 커다란 숙제가 더 추가된 샘. 이제 CJ가 승강전에 진출할 확률은 거의 100%에 가까워졌다.


마음의 짐을 덜은 CJ, 저력을 보여주다

큰 사건 이후로 CJ는 더욱더 크게 흔들릴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비슷한 성적으로 강등 위기에 있던 롱주 게이밍은 '프로즌' 김태일을 기용하며, 팀 색깔을 맞추는 데 성공했고 드디어 조화를 이루기 시작한 모습을 보였다. 롱주 게이밍은 언제 그랬냐는 듯 엄청난 경기력을 뽐내며 단숨에 CJ를 따돌렸고, 강등 위기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한다.

이제 CJ가 남겨둔 경기 일정은 모두 강팀만이 남은 상황. 모두 강팀의 압승을 예상했을 것이다. 하지만 CJ가 저력을 보여주었다. SKT T1과 락스 타이거즈를 상대로 한 세트씩 승리를 거두며, 저력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여전히 분위기를 반전하기에는 부족했다. 패배 이후, 승강전이 확정된 CJ는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ESC 에버를 상대로 CJ는 스프링 시즌에서 보여준 기량에 버금가는 경기력을 선사하며 승리를 챙겼다. 3승 14패로 이미 승강전은 확정되었지만, 이 기세라면 승강전에서 반전을 꾀해볼 수도 있어 보이는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 남은 승강전 일정. CJ는 완성된 모습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을까?


여전히, CJ는 팀 색깔을 분명하게 정하지 못했다. 다양한 전략으로 밴픽 단계에서 이득을 취하거나 원하는 조합을 사용하는 모습 또한, 보여주지 못했다. 이제 CJ에 남은 가장 큰 숙제는 바로 롤챔스 잔류이다. 승강전에서 맞붙게 될 상대는 스베누 코리아와 콩두 몬스터다. 챌린저스 서머에서 전승을 기록한 스베누 코리아의 경기력은 절대 만만치 않다. 운영적인 측면이나 선수들의 기량, 모든 면에서 강등을 피하지 못한 스프링 시즌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성장했다. 콩두 몬스터 역시 마찬가지. 이렇게 강해진 팀들을 상대로 CJ는 선전을 펼쳐야 한다.

이러한 팀들을 상대하며, CJ가 승강전을 통해 롤챔스에 잔류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팀 색깔을 완성해야 한다. 자신들이 원하는 조합을 사용할 수 있는 밴픽 단계의 전략과 챔피언 풀의 확장 등 많은 숙제가 남아 있다. 이번 승강전을 앞둔 CJ는 피나는 노력을 통해, 자신들만의 색깔을 완성하고 경기에 임할 자세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이미 정규 시즌 10위를 기록한 CJ. 이미 명문 팀의 이름에는 금이 갔다. 더이상 떨어질 곳은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편하게, 자신들의 색깔을 살린 플레이로 이번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 2016 롤챔스 섬머 CJ 엔투스 인포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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