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의 막을 내리는 입추 전날, 숨 가쁘게 달려왔던 2016 롤챔스 섬머 정규 시즌의 모든 일정이 종료되었다. 신 3강 구도부터 강팀의 약세 등 많은 이야기가 있던 이번 섬머 시즌은 마지막까지 치열한 순위 경쟁으로 어느 팀이 포스트 시즌에 진출할 티켓을 거머쥘지 예상하기 힘들었다.

예상치 못한 반전과 함께 희비가 교차했던 이번 섬머 시즌. 인벤팀에서는 정규 리그 종료를 맞이하여, 치열했던 섬머 시즌을 팀별로 결산하여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그 두 번째 주인공은 ESC Ever(이하 에버)다.

▲ 기대를 모았던 무서운 신입생 에버, 이번 시즌 결과는 어땠을까?


■ 빛나는 기대주! 혜성처럼 등장한 '초신성' ESC Ever!

에버는 롤챔스에 참가하고 있는 다른 팀들에 비해 역사가 짧은 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 대회에서 예상치 못한 이변을 일으키고, 톡톡 튀는 개성을 어필하여 팬들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거기에 에버는 3부 리그 '클랜 배틀'과 2부 리그 '챌린저스'를 거쳐, 마침내 세계 최고의 리그, 'LCK'에 합류하는 데 성공한 팀이기도 하다.

에버는 주목도가 높은 단기 대회에서 눈에 띄는 활약으로 단번에 LoL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특히 삼성 갤럭시-레블즈 아나키(현 아프리카 프릭스)-SKT T1-CJ 엔투스를 차례로 꺾고 우승을 차지한 'NAVER 2015 LoL KeSPA Cup'을 통해, 자신들의 모습을 LoL 유저들에게 확실히 각인시켰다. 롤챔스 팀이 아닌 챌린저스 출신 팀으로, 당시 2015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을 우승하고 돌아온 '세계 최강' SKT를 2:0으로 완파하는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 2015 롤드컵 우승 팀 'SKT T1'까지 2:0으로 꺾은 에버


이어진 'IEM 쾰른'에서도 에버의 기세는 여전했다. 케스파 컵 우승으로 대회 참가 자격을 얻은 에버는 미드 라이너 '아테나' 강하운의 이탈이 예정되었음에도 4강에서 'H2k'를, 결승에서는 'QG Reapers'를 꺾는 데 성공하면서 국내 대회 우승에 이서 국제 대회까지 제패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IEM에서 에버의 활약은 해외에서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것은 물론, 2부 리그 팀이 우승함으로써 한국 LoL 프로 팀의 경쟁력을 다시 한 번 증명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에버의 진격은 계속 되었다. 'IEM 카토비체'에서는 주춤한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세계 유수의 팀들간의 대결에서 2부 리그 팀으로선 충분한 활약을 펼쳤다고 평가할만 하다. 거기에 2016 챌린저스 스프링에서 활약 끝에 우승, 이어진 승강전에서 '스베누 소닉붐'(현 스베누 코리아)을 물리치며, 꿈에도 그렸을 롤챔스 1부 리그에 합류 하는데 성공했다. 에버는 그들의 목적 하나를 달성해낸 것이다.

에버는 대부분의 아마추어 팀들이 그러하듯, 게임 외적 기반이 상대적으로 미약함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실력 발휘'를 해냈다. 실력을 기반으로 꾸준히 성과를 낸 에버는 케스파 컵과 IEM 우승을 통해 자신들의 이름을 널리 떨치는 데 성공했다. 롤 판의 '초신성', '기대주'로 부상한 에버. 아마추어 팀에서 시작하여 하부 리그를 거친 에버는 '초신성'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챔피언스' 1부 리그에 합류해냈다. 이러한 업적은 오로지 그들의 노력과 열정이 만들어낸 결과로, '자수성가'의 표본이자 발전하는 모습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 2015 케스파 컵 우승 당시 ESC Ever의 모습.



■ 다양한 어려움 돌파한 에버, 우여곡절 끝에 롤챔스 합류 성공!

세계 최고의 리그로 평가 받는 롤챔스에 합류하는 데 성공한 에버. 물론 그 길이 평탄하지만은 않았다. 케스파 컵과 IEM 우승 등, 굵직 굵직한 활약이 널리 알려지면서 간단하게 1부 리그에 합류한 팀으로 여길수도 있지만, 그들 또한 여러 시련과 고난을 넘고서야 지금 1부 리그에 합류한 'ESC Ever'를 완성할 수 있었다.

에버는 아마추어 클랜에서 시작한 팀이다. 비교적 빠르게 '김가람' 감독이 합류하며 관리 체계와 연습 환경을 구축하기는 했지만 스폰서가 없는 팀으로서 분명히 어려움이 있었다. 특히 두드러진 문제는 선수 유출 문제였다. 물론 프로로서, 선수 개인 입장에서 좋은 활약을 펼쳐 해외나 상위 팀의 지명을 받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기쁜일이다. 그렇지만 팀 입장에서 본다면 이제 막 날개를 펼치는 상황에서 주축을 담당하는 선수가 빠져나가는 것은 큰 타격이 된다.

▲ 지금의 에버가 있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은 '김가람' 감독.


에버 역시 비슷한 어려움에 맞닥드렸다. 실제로 캐스파 컵 당시, 뛰어난 라인전 기량과 넓은 챔피언 폭으로 에이스 역할을 수행하던 미드 라이너 '아테나' 강하운이 중국 EDG로 이적이 확정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키' 김한기와 함께 압도적인 교전 능력을 뽐내던 원거리 딜러 '로컨' 이동욱의 CJ 엔투스 이적설도 돌았다. 메인 스폰서가 없는 상황에서 에버는 사실상 팀 해체까지 고민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 에버의 중심 역할을 수행하던 '아테나' 강하운의 EDG 이적.


그러나 에버가 캐스파 컵 출전하면서 Esportsconnected(이스포츠커넥티드)가 메인 스폰서로 나서게 되었고, 이스포츠커넥티드의 지원아래 팀 'Ever'는 'ESC Ever'로 거듭나게 된다. 로컨의 이적설 또한 CJ 엔투스가 선수 및 코치진을 포함한 대규모 리빌딩에 나서며 자연스럽게 백지화 되었다. 캐스파 컵에서 쟁쟁한 프로 팀을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한 것도 컸다. 결국 에버는 자신들의 실력과 약간의 운이 겹치면서 팀을 지속-발전시킬 수 있었다.

에버는 이적한 '아테나'의 자리에 '템트' 강명구를 기용했다. 2016 챌린저스 스프링 진행 당시에는 서포터 '키' 김한기의 대리 의혹이 불거짐에 따라 팀 내에서 자체적인 자숙 기간을 갖도록하고, '토토로' 은종섭을 기용, 이후에도 교차 기용하면서 롤챔스에 들어서는 '크레이지-블레스-템트-로컨-키-토토로' 6인 체제가 확립되어 갔다.

▲ 로테이션 구축 완료! 신입생 에버, 롤챔스 성적표는?



■ 신입생 ESC Ever,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

'초신성', '기대주'라는 타이틀을 달고 2016 롤챔스 섬머에 합류한 에버. 그러나 에버에게 걸린 많은 기대와는 달리 5승 13패 9위, 승강전 확정이라는 비교적 초라한 성적으로 시즌을 마무리하면서 썩 좋지 못한 평가를 받고 있다. 확실히 에버는 '최강' SKT T1을 꺾었던 캐스파 컵이나, IEM 쾰른 당시 해외 팀들을 겁 없이 꺾었던 강렬한 모습을 재현하지는 못했다.

첫 단추만큼은 잘 꿰었었다. 1라운드, 개막일 경기에서 에버는 롤챔스 터줏대감 CJ를 상대로 2:0으로 압승, 승격 팀들이 어려움을 겪는 첫 번째 승리도 손쉽게 돌파했다. 그러나 그 이후가 문제였다. 에버는 이어진 진에어-락스-롱주와의 대전에서 연이어 패배했다. 챌린저스 당시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던 MVP에게 조차 2:0으로 패하면서 암울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 개막일 CJ를 상대로 2:0으로 압승한 에버. 그러나 이후 경기들이 문제였다. (영상 출처: OGN)


결국 최종 성적 5승 13패 9위를 기록한 에버. 이전에 보여주었던 화려한 모습에 자연스럽게 기대를 걸었던 팬들은 실망감을 감출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에버가 이제 막 LCK 1부 리그에 합류한 신입생임을 감안하면 그렇게까지 나쁜 성적을 거두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전 '스베누 코리아'를 떠올리면 명백하다. 스베누 역시 자신만의 강점을 가지고 롤챔스 무대에 도전했지만, 2승 쌓기까지 정말 오랜시간이 걸려야만 했다.

특히 이번 2016 섬머 시즌, 그 어느 때 보다도 치열한 순위 쟁탈전이 펼쳐졌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또, 간혹 비교되기도 하는 승격 동료 MVP와 비교해도 그렇다. 순위로 보면 6위와 9위로 꽤 차이가 나지만, 막상 승수로 따져보면 2승 차이로 결정적인 차이가 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얼마든지 뒤집힐수도 있는 결과라는 말이다.

에버는 가능성을 가진 팀이다. 항상 일류 팀으로 꼽히는 SKT를 상대로 공격적인 운영과 밀리지 않는 교전 능력을 선보이며 승리를 거둔 1라운드 마지막 대결을 보면 그들의 가능성이 언제든지 개화할 준비가 되어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1라운드 마지막 경기, SKT를 잡아내는 에버. (영상 출처: OGN)


이번 시즌 승패 통계를 살펴보면 재미있는 결과를 찾아볼 수 있다. 이번 시즌, 에버가 승리를 거둔 팀들은 모두 2015 케스파 컵에서 만나 승리를 거두었던 팀들(아프리카-CJ-SKT)이다. 여기에 챌린저스에서 맞붙어 익숙한 'MVP'까지 포함된다. 이는 개막일부터 승리를 거둔 에버 역시, '겁 없는 신입생'이 아닌, 롤챔스 무대의 중압감에 시달리고 있는 또 다른 승격 팀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대회에서 이겨본 경험이 없는 롤챔스 팀을 상대로 자신도 모르게 몸이 움츠러들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 첫술에 배부를 순 없다. 에버, 뚝심있게 나아가라!

첫 술에 배부를 순 없다. 욕심을 부려 숟가락에 밥을 잔뜩 얹었더라도, 그걸 한 입에 밀어 넣었다가는 채하기만할 뿐, 좋은 꼴을 보기 어렵다. 에버도 그렇다. 에버는 이제 막 롤챔스에 합류한 새내기다. 물론 과거 단기 대회를 통해 쟁쟁한 1부 리그 팀들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 경험도 있다. 그렇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과거'의 일이고, 또 '풀 리그' 경기도 아니었다.

에버의 선수가 바뀌었을 뿐 아니라, 당시와는 다른 메타와 챔피언들이 게임을 지배하고있다. 롤은 끊임 없이 변화하는 게임이다. 바로 얼마전에도 '라인 스왑'이 무효화 되는 패치가 적용되며 지금까지 통용되었던 전략이 대폭 수정되어야만 했다. 또, 변수가 작용할 여지가 큰 단기 대회와는 다른 '풀 리그' 방식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지 또한 에버가 고민해야할 숙제다.

에버 팀의 전통적인 캐리 라인이었던 봇 듀오, '키-로컨' '김한기-이동욱'의 이번 시즌 침묵했던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다만, 최근 원거리 딜러들의 약세가 계속 되었고, '서포팅 원딜'이 새로운 대세가 되면서 원거리 딜러에게 캐리를 바라는 전략은 예전보다 효과를 거두기 어려웠던 것도 감안해야한다. 오히려 '라인 스왑' 전략이 봉인 된 지금, 강력한 라인전 능력을 가진 봇 듀오에게 새로운 기대를 걸어볼만 하다.

▲ '라인 스왑'이 봉인된 지금, 에버의 봇 듀오가 보여줄 모습이 기대된다.


에버의 다른 선수들 역시 경기를 통해 자신들의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에이스 '아테나'를 대신해 들어온 '템트' 강명구는 장거리에서 상대방을 갉아먹는 플레이 스타일을 바탕으로 팀 승리에 공헌했다. 이에 만족하지 않고 메타의 변화에 대응해 다양한 챔피언을 꺼낸 것 역시 플러스 요인이다. '블레스' 최현웅의 공격적인 정글 스타일은 이번 시즌 에버 또 다른 승리 공식이 되기도 했다.

결론은 이렇다. 현재 에버의 방향성은 나쁘지 않다. 오히려 봇 듀오의 힘을 실어줄 수 있는 패치가 적용된 지금, 에버는 메타의 수혜를 받을 여지가 충분하다. 지금은 자신을 믿고, 뚝심 있게 강점을 갈고 닦을 때이다. 앞으로 다가올 승강전, 그곳에서 에버는 자신들의 노력을 다시 평가받게 될 것이다. 승강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그렇기 때문에 냉혹하다. 어렵게 롤챔스에 합류한 에버라도 한 시즌 만에 다시 2부 리그로 강등될 수 있다.

더 이상 '기대주'는 에버에게 있어 칭찬이 아니다. '기대주'라고 불린다는 것은 아직 개화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롤챔스 무대를 밟은 이상, 에버는 결과를 내고 싶을 것이다. 터질듯 물오른 꽃망울을 터뜨리고, 만개한 꽃처럼 자신들의 가치를 증명하기를 기대한다.


■ 2016 롤챔스 섬머 'ESC Ever' 인포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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