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즈 시절' 이라는 말을 아십니까? 어원을 따져보면 잉글랜드 프로 축구 구단의 이야기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최근엔 '가장 빛났던 과거', '영광의 시절'과 같은 말로 쓰이고 있습니다.

챔피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LoL의 챔피언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스킬 구성이 확 달라지는, '챔피언 리워크'를 겪곤합니다. 리워크된 챔피언의 일부는, 이전과는 아예 다른 챔피언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의 큰 변화를 맞기도 하죠. 아무리 최신 트렌드에 맞춘 세련된 리워크가 진행되었다고 한들, 가끔은 찬란했던 과거, '리즈 시절'이 그리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많은 분들이 그리워하는 챔피언들의 리워크 전 리즈 시절. 인벤팀에서는 챔피언들의 찬란했던 리워크 전 리즈 시절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최고로 빛났던 그들의 시간으로, 함께 돌아가 봅시다!

▲ 그리운 옛날이여! 화려했던 그들의 리즈 시절로 GO GO!


■ '나는 남들과는 다르다!' 이색 템트리'로 재미 좀 봤던 마스터 이와 코그모!

'남이 정해둔 선로로 달리지 않는다. 길은, 스스로 개척해야 하는 법' 모두가 한 번쯤은 말해봤을 법한 멋진(?) 대사인데요. 적어도 LoL에서는 그다지 좋은 의미로 쓰이고 있진 않습니다.

'귤이 체력을 더욱 많이 채워준다'고 주문력을 올리는 갱플랭크나, '강한 연막탄이야 말로 남자의 상징!' 이라며 '라바돈의 죽음 모자'를 구매하는 그레이브즈와 같은 챔피언들이 이런 대사를 외치곤하죠. 보통, 이 대사가 나온 판의 승률이 그다지 좋지 않기에, 많은 분들이 '제발 그러지마!' 라고 말리는 대사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이단과 같은 아이템 트리와 운영이 허용된 챔피언이 있었으니, 바로 스킬 리메이크 전의 '코그모'와 '마스터 이'입니다. 이 두 챔피언은 보통 AD 위주의 아이템 트리로 운영하는데요, 다른 챔피언이라면 '트롤러'로 인식될 법한 주문력 계통의 아이템도 굉장히 잘 어울리는 챔피언이었습니다.

AP 코그모는 '압도적인 평타 사거리'라는 챔프 고유의 정체성을 버리고, 스킬마다 붙어있는 높은 AP에 주목하여 탄생했습니다. W 스킬을 제외한 AP 계수의 총합은 1.5. 여기에 Q 스킬은 상대 마법 저항력을 크게 감소시키고, 궁극기는 압도적인 사거리와 빠른 연사 속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잘 성장한 AP 코그모는, 적에게 포킹 지옥을 선사하곤했죠.

▲ 포킹-포킹-포킹- 승리! 공포의 AP 코그모
(영상 출처: Youtube 'Ragon Yong')


마스터 이는 LoL의 대표적인 인기 챔피언입니다. 그는 '고독한 전사'입니다. 누구도 이해해주지 않지만, 자신만의 길을 묵묵히 걸어나가 결국 백도어로 승리를 쟁취하는 그 멋진 모습에 반한 유저들이 한 둘이 아니었죠. 그들에게 있어, 팀 파이트는 선택지에 없습니다.

그러나 AP 마스터 이는 다릅니다. 한타라면 빠지지않고 참여하는 챔피언입니다. AP 마스터 이는 궁극기와 Q스킬의 시너지를 활용하여, 끊임없이 Q 스킬을 초기화하며 상대방을 압박했습니다. 대미지도 만만치않고, Q스킬 시전 간엔 무적이기에 상대하기 정말 까다로웠죠. 한타가 펼쳐졌다하면 트리플 킬, 쿼드라 킬을 쓸어담으며 존재감을 폭발시키곤 했습니다.

남들과는 다른 길을 걸었기에, 더욱 빛났던(?) 코그모와 마스터 이의 리즈 시절. 물론 당하면 짜증이날 정도였지만, 생각해보면 플레이할 땐 정말 재밌었던 거 같기도 합니다. 다시 보고 싶은 마음 반, 보기 싫은 마음 반이네요.

▲ 콘샐러드가 롤챔스에서 선보인 AP 마스터 이. 충격 그 자체였다!
(영상 출처: OGN)



■ 한.방.쾌.감! '톤즈 오브 대미지'를 선사했던 니달리와 그라가스, 그리고 사이온!

과거의 리그오브레전드는, 챔피언들의 스킬이 굉장히 단순했습니다. 그냥 한 방 때리면 대미지가 억소리나게 들어갔고, 그걸로 한타가 결정되기도 했죠. 지금의 다소 복잡해진 LoL과는 사뭇 분위기가 달랐던 게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니달리와 그라가스, 그리고 사이온이 있었습니다.

니달리는 지금도 잘 성장하면 엄청난 대미지를 상대에게 선사할 수 있습니다. 매서운 QWEQ 콤보는 상대의 HP를 순식간에 바닥으로 만들죠. 그러나 예전에는 비할 바 아닙니다. 리메이크 전 니달리는, 지금의 QWEQ 콤보를 합친 거보다 더 강한 죽창을 내질렀으니까요.

리메이크 전 니달리는 적이 올 법한 경로에 창을 무한으로 내던졌습니다. 그리고 탱커가 아닌 챔피언들은 한 대라도 맞을 경우, 그대로 전장 이탈로 이어졌죠. 당시엔 창의 대미지가 대상과 니달리의 거리에 비례해서 증가했는데요. 창을 던지고 뒤로 폴짝 뛰는 니달리가 그렇게 얄미울 수가 없었습니다.

▲ 페이커의 니달리. 저 창이 '페이커 전설'의 시작이었다! (영상 출처: OGN)


소환사의 협곡의 그라가스는 존재만으로도 든든합니다. 최전선에서 상대의 공격을 받아내며, 적의 진형을 무너트리는 선봉장 역할을 담당하고 있죠. 하지만 리메이크 전 그라가스는 달랐습니다. 외모만 봐선 믿기 어렵겠지만... 지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마법사'의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네, 정정합니다. 지적인 분위기를 풍기진 않았습니다. 다만, 파괴적인 마법사였던 것만은 틀림없었습니다. 눈 앞의 모든 것을 술통으로 파괴했습니다. 엄청나게 높은 계수를 갖고 있는 Q+R 콤보는 상대의 시체조차 남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얼마나 대미지가 강력했냐면, 후반 바론 싸움도 강타가 아닌 그라가스의 궁극기가 소유권을 결정짓곤 했습니다. 그라가스의 심기에 거슬리는 모든 것들은, 그냥 다 터졌습니다. 게임도 터지고요.

▲ 바론도 터트리고, 챔프도 터트리고, 게임도 터트리고! (영상 출처: OGN)


마지막 주인공은 리메이크 전 사이온입니다. 지금의 사이온은 든든한 탱커라는 이미지지만, 그 당시 사이온은 근거리 딜리에 가까웠습니다. 엄청난 공격 속도로 상대를 마구마구 팼죠.

하지만 AD 사이온 외에 또 하나의 선택지가 있었으니. 바로 AP 사이온입니다. AP 사이온의 스킬 매커니즘은 아주 단순합니다. '스턴을 걸고, 보호막을 터트린다' 이게 끝이었죠. 하지만 대미지는 살벌 그 자체였습니다. 두 개 뿐인 스킬이지만, 다소 체력이 낮은 챔피언들은 순식간에 녹아내리곤 했습니다. 물론, 이걸로 상대를 제압하지 못한다면 흔히 말하는 '현자 타임'이 오긴했지만요!

▲ AP 사이온의 한 방만은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 (영상 출처: Youtube 'sung lim')



■ 어려워졌다, 너무나도...! 난이도가 확 오른 챔피언, 타릭과 라이즈!

앞서도 잠깐 말씀드렸듯, 지금의 LoL은 과거에 비해 훨씬 복잡해졌습니다. 많은 챔피언들이 리워크되어 세련된 스킬들을 갖추었지만, 그만큼 복잡해지기도 했죠. 대표적으로 타릭과 라이즈가 그렇습니다.

'타릭'은 정말 조작이 단순한 챔피언있습니다. 그저 '상대방에게 스턴을 걸고, 다가가서 방어력을 깎는다. 그리고 아군에게 힐을 준다' 이게 끝이었죠. 단순하지만 서포터로서 있을 건 다 있었기에, 롤챔스에서도 활용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막강한 유틸성으로 무장한 뉴 페이스들에게 자리를 내줬고,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었는지 분위기 반전을 꽤하며 리메이크 되었죠.

타릭의 리메이크는 성공적이었습니다. 그 증거로, 다시금 롤챔스에서 활용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아쉬운 면도 있습니다. 단순한 조작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챔피언이 하나 사라졌다는 것을 뜻하기도 했으니까요.

▲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플레이했던 그때 그 시절의 타릭!


단순함을 버리고 유틸리티함을 얻은 게 좋지 않은 방향으로 작용한 경우도 있습니다. 바로 대장군 '라이즈'가 그렇습니다. 라이즈는 수차례 리메이크를 통해, 정말로 '마법사'다운 챔피언으로 변했습니다. 대마법사의 상징인 '매스 텔레포트'까지 손에 넣었죠.

그러나 대가는 컸습니다. 사실, 라이즈의 매력은 단순한 조작과 화끈한 인파이팅의 매력에 있었습니다. 정신없이 QWEQWE를 반복해서 누르는 것 만으로, 화려한 콤보를 집어 넣을 수 있었죠. 그렇다고 마냥 쉽기만 했냐면, 그것은 또 아니었습니다. 숙련도에 따라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죠. '배우기는 쉽지만, 마스터하긴 어렵다' LoL이 지향했던 방향과 꼭 맞는 챔피언이었습니다.

지금도 그 일부는 남아있지만, 예전만은 못한 게 사실입니다. 실제로 많은 팬들이 과거의 라이즈를 그리워하기도 하고요. 지금의 라이즈도 분명 매력있는 챔피언이지만, 그냥 QWE만 계속 누르면 다 때려잡았던 대장군님도 가끔은 그리워지네요.

▲ 과거의 라이즈는 단순하고 재미있었으며, 강하기까지 했다!
(영상 출처: Youtube 'Pro LOL Replays')



■ 이 점은 약간 아쉽다! 버섯 농장 운영이 불가능해진 티모와, 마나 못주는 소라카!

사실, 티모는 리워크라고 말할 정도로 큰 변경을 맞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궁극기의 변경은 티모의 정체성을 흔들었습니다. 과거 티모의 버섯은 해당 위치에 그저 박을 수밖에 없었는데요. 패치 이후 이제 버섯을 던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많은 티모 플레이어들이 '좀 더 트릭키한 플레이가 가능해졌다'며 기뻐했죠.

그러나 티모는 버섯을 던질 수 있게 된 대신, 더 큰 것을 잃어버렸습니다. 버섯의 지속 시간이 크게 감소했죠. 이제, 탑 라인에 '나만의 버섯 농장'을 설치하는 것은 어려워졌습니다.

물론, 지금은 '얼어붙은 망치'를 섞은 하이브리드 티모로 새로운 활로를 열어가고 있긴하지만... 그래도 한 땀 한 땀 정성들여, 나만의 버섯 농장을 만드는 것이 정말 재미있었는데 조금은 아쉽네요!

▲ 티모의 버섯 파티! (영상 출처: Youtube 'antastyvideo')


소라카는 소나와 함께 서포터를 대표하는 챔피언이었습니다. 소라카만큼이나 서포터에 잘 어울리는 챔피언이 있을까요? 전문 힐러로 묵묵히 팀을 지탱하는 소라카는, 예나 지금이나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소라카는 리메이크로 인해 정말 다재다능해졌습니다. 슬로우 기능도 생겼고, 침묵 지대를 형성하거나 적을 속박할 수도 있게 되었죠. 한타를 뒤집을 정도로 유틸리티한 챔피언이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잃은 것도 있습니다. 리워크로 인해 과거 소라카 플레이의 핵심이었던 '마나 제공'이 불가능해졌는데요. 소라카는 아군 챔피언에게 체력과 마나를 계속해서 공급하여 전투 지속력을 극한까지 끌어 올렸었습니다. 유틸성이 높어졌다곤 하나 더이상 마나를 줄 수 없게 된 것 자체는 조금 아쉽긴 하네요. 이 스킬, 저 스킬로 상대를 방해하는 어머니도 좋지만, 나만을 위해 모든 것을 아낌없이 퍼주는 자애와 같은 리메이크 전 소라카도 가끔은 그리워 지네요.

▲ 체력뿐만이 아닌, 마나도 줬던 그 시절의 어머니! ...얼굴이 좀 무섭긴 했다.


■ [번외편] 아... 옛날이여! 리워크로 미모에 치명타를 맞은 피오라!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희생해야 한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선, 또다른 무언가를 포기해야하는 게 세상의 이치죠. 그리고 이 이치를 가장 잘 아는 챔피언이 있었으니, 바로 피오라입니다.

과거의 피오라는 냉정히 말해서 잊혀진 챔피언이었습니다. 일부 장인들과, 그녀의 미모에 반한 팬들이 사용하긴했으나, 다소 애매한 스킬 구조로 인해 주력 픽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었죠.

이런 피오라가 리워크를 통해 강력함을 손에 넣습니다. 상대의 약점을 공략하고, 적의 공격을 반격하는 매력적인 결투가로 재탄생했죠. 리워크 이후, 피오라는 솔로 랭크는 물론, 굵직한 대회에서도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모두에게 사랑받는, 그런 챔피언이 되었습니다.

▲ 리워크 이후 롤드컵에서도 대활약한 피오라! (영상 출처: Youtube 'OPLOLReplay')


그러나 대가도 컸습니다. 뛰어난 성능의 대가는 아름웠던 미모였습니다. 사랑스러운 그녀는 이제 없습니다. 강해진 성능을 방증하듯, 외모 역시 굉장히 터프해졌죠. 피오라는 그렇게 매니아들의 열렬했던 지지를, 성능과 맞바꾸고 말았습니다. 결코 피오라가 강해서 플레이한 게 아닌 매니아들에겐 너무나 슬플 소식이었죠.

리메이크 이후, 물오른 미모를 갖게된 소라카나 뽀삐를 볼때마다, 매력적이었던 피오라의 '외모 리즈 시절'이 사무치게 그려워집니다.

▲ 선쉔님... 피오라에겐 왜 그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