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엇은 지난 7월 27일 6.15 패치를 적용했다. 바로 라인 스왑을 지양하게 만드는 패치다. 외곽 포탑의 체력을 높이고 요새화 지속 시간과 피해량 감소율을 조정해 라인 스왑에 대한 메리트를 줄였다. 패치는 성공했다. 15분 정도 진행되는 라인 스왑 과정이 삭제되면서 맞라인전에 따른 좀 더 긴장감 넘치는 경기가 진행됐고 정글러들의 동선은 다양해진 듯 보였다. 경기가 지루해졌다 평가하던 팬들도 라인 스왑 패치에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그러나 선수들이 패치에 적응하고 경험이 쌓이면서, 경기가 다시 비슷한 양상으로 흐르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 승리로 향하는 확실한 공식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최근 떠오르고 있는, 한방에 경기를 끝내버리는 확실한 방법, 바로 봇 라인 5인 다이브다.

먼저 살펴볼 점은 봇 라인전의 승패가 승리와 크게 연관된다는 사실이다. IEM 경기 우승팀인 삼성과 KeSPA컵 우승팀인 락스 타이거즈는 승리한 14세트 중 13세트에 봇 1차 타워를 먼저 파괴했다. 다른 지역의 타워로 포탑 선취점을 기록한 경기는 '스멥' 송경호가 라인전을 완벽하게 기울인 진에어 그린윙스와의 3세트 뿐이다.

KeSPA컵에는 32세트 중 28세트에 봇 1차 타워를 먼저 파괴한 팀이 승리, 90%에 가까운 승률을 보였다. IEM 경기의 경우, 총 26세트 중 20세트에 봇 1차 타워를 먼저 파괴한 팀이 승리했다. 봇 1차 타워를 먼저 파괴하고도 역전을 허용한 팀은 베가 아쿠아드론, J팀, 팀 리퀴드, 자이언츠 게이밍이다. 국내팀이 봇 1차 타워를 먼저 파괴했을 땐, 100% 승률을 기록했다.


◈ KeSPA컵, IEM 경기서 봇 1차 타워를 먼저 파괴한 팀의 승률

KeSPA컵 : 총 32세트 중 28세트 승리 (승률 87.5%)
ㄴ우승팀(락스 타이거즈) 경우, 총 9세트 중 8세트 승리 (승률 88.8%)
IEM 경기 : 총 26세트 중 20세트 승리 (승률 76.9%)
ㄴ우승팀(삼성) 경우, 총 8세트 중 8세트 승리(승률 100.0%)
ㄴ콩두 몬스터 경우, 총 5세트 중 5세트 승리 (승률 100.0%)


▲ IEM 경기 결승전 삼성 vs 콩두 몬스터 4세트, 봇 1차 타워를 집요하게 노리는 삼성(출처 : ESL)

IEM 경기 결승전, 삼성은 승리를 위해 봇 1차 타워에 얼마나 집착하는지 잘 보여준다. 삼성은 1세트 다이브를 통해, 2세트에는 다이브 압박으로, 4세트에는 다시 한 번 다이브를 통해 봇 1차 타워를 파괴하고 승리했다. (3세트에는 콩두 몬스터가 봇 라인 한타로 1차 타워를 파괴하고 승리를 거뒀다.)

특히 4세트에 삼성은, 연달아 세 번 연속 봇 타워 다이브를 시도해 기어코 1차 타워를 파괴하고 경기에 승리했다. 봇 1차 타워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는 뜻이다. 삼성은 이후, 블루 진영 시야 장악으로 상대를 압박하고 자연스럽게 미드, 탑 1차 타워를 연달아 빼앗아 스노우볼을 굴렸다. 콩두 몬스터는 아군 정글 시야가 완벽하게 장악당하면서 주도권을 내줘야 했다.

봇 1차 타워는 요새화 피해량 감소 효과가 존재하지 않아 타워 철거가 용이하다. 정글러가 합류하는 경우도 많고 탑 라이너까지 합류해 봇 1차 타워를 빠르게 파괴할 경우, 포탑 선취점으로 인한 골드 획득과 드래곤까지 함께 가져가 자연스레 경기 주도권을 쥐게 된다.

반면, 탑과 미드 1차 타워는 요새화 피해량 감소 효과로 인해 타워 철거가 쉽지 않다. 협곡의 전령까지 유명무실해지면서 투자로 얻는 이득이 상대적으로 감소했다. 경기가 봇 라인 위주로 진행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 '코어장전' 조용인, '고릴라' 강범현, '울프' 이재완 모두 공격적인 서포터를 잘 다룬다.

봇 라인전 중요도 증가는 서포터 챔피언 기용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이전에는 알리스타, 쓰레쉬, 브라움 등 군중 제어기를 보유한 탱커 챔피언이 선호됐으나 맞라인전이 강제되면서 자이라, 카르마와 같이 라인전이 강력한 챔피언에게 자리를 내줬다. 특히, 미스 포츈은 e스킬 '총알은 비를 타고'를 이용한 강력한 견제 덕분에 원거리 딜러서 서포터로 파격 기용됐다. 라인전 중심 챔피언 기용이 불러온 이단아인 셈.

다른 포지션도 봇 라인에 영향을 받았다. 탑 라인은 순간이동 외에 다른 소환사 스펠을 생각하기 힘들다. 정글러 동선도 봇 라인에 치중되었다. 특히, 봇 라인이 우위를 점하거나 아군 미니언 빅 웨이브가 상대 타워로 향할 때, 정글러가 다이브를 시도하거나 압박을 주어 1차 타워를 파괴하는 운영은 기본 소양이 됐다. 미드 라인은 로밍이 중요해졌다. 라이즈가 트위스티드 페이트의 상위 호환으로 각광받는 이유다.

프로게임단 MVP의 권재환 감독은 봇 라인전에 대해 "최근 경기에서 봇 라인전이 갖는 중요도가 크게 올랐다. 봇 라인서 타워 다이브 한 번이면 게임이 끝난다. 라인전이 강력한 원거리 딜러-서포터 챔피언이 선호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가위 바위 보 게임에서 가위만 내도 승리를 보장받는다?'

세 가지 전략으로만 이뤄진 이 단순한 게임이 인류사와 함께한 '스테디셀러'가 된 이유는 무엇도 승리를 보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승리로 향하는 선택지가 다양할수록, 대결하는 두 팀의 선택이 맞물려 다양한 결과를 불러오고 흥미는 배가 된다.

봇 라인 위주의 양상이 지속되면, 시청자도 경기에 지루함을 느낄 공산이 크다. 라이엇이 라인 스왑 일변도로 흐르는 것을 막고 경기를 좀 더 박진감 넘치게 만들기 위해 패치를 단행한 만큼, 봇 라인 중심으로 획일화되는 지금 상황에도 문제를 인지할 필요가 있다.

사장된 '협곡의 전령'의 보상을 키우거나 라인 스왑을 차선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구상해야 한다. 특히, 포탑 선취점으로 인한 골드 획득이 중요한 메타에 봇 1차 타워만 방어도가 낮은 것은 수정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다가올 2017 시즌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밸런스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