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오브레전드는 항상 변화하는 게임입니다. 잦은 패치를 통해 아이템, 챔피언 등의 밸런스를 조절하는 작업을 거치죠. 너무 오래되었거나, 기획 의도와 달라진 챔피언은 리워크를 통해 근본부터 변화를 주는 경우도 있죠. 이런 패치들을 통해 챔피언들의 지위는 하루아침에 휙 바뀌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수많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비슷한 모습으로 리그를 함께하고 있는 챔피언들도 있습니다. 변화가 잦은 리그오브레전드에서, 일정한 모습을 유지하는 이들의 행보는 오히려 진귀하다고 할 수 있을 텐데요.

이번에는 이들을 '이기는 놈(승률)', '보이는 놈(픽률)', '장인들만 하는 놈' 세 부류로 나누어, 변치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챔피언들을 랭크 통계 등을 통해 확인하고자 합니다. 이들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에 대해 알아보고, 원인을 알아낼 수 있다면, 리그오브레전드에 대한 이해도 역시 넓어질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기는 놈 스킬 구성부터 금수저? '아리-블리츠크랭크'

일명 '밥줄' 스킬을 보유하여 승률을 보장받고 있는 챔피언들이 있습니다. 오랫동안 랭크 승률 상위권에 들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챔피언은 바로 '아리'와 '블리츠크랭크'입니다. 특히 블리츠크랭크 같은 경우에는 대다수 유저들에게 부정적인 인상이 강한 편이기 때문에 특히 뜬금 없다는 생각을 하실지도 모르겠네요.

▲ '아리-블리츠크랭크', 부동의 솔랭 강자들


하지만 랭크 통계를 통해 살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특히 저평가 받는 편인 '블리츠크랭크'는 의외로 모든 티어 구간에서 고 승률을 기록하는 숨은 강자입니다. 이는 일부 최상위권 수준이나, 팀 단위 대처가 뛰어난 대회를 제외한 상위 1%, 다이아 티어까지도 통용되고 있습니다. 낮은 티어에서만 먹힌다는 보통의 평가와는 상반된 결과이기도 하죠.

▲ 전 구간 높은 승률 보여주는 '블리츠크랭크' (통계 출처: fow.kr)


이런 의외의 면모를 보이면서 블리츠크랭크는 서포터 챔피언으로서 가장 오랜 기간 동안 승률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때때로 '자이라', '소나', '애니' 등 메타나 패치의 변화로 승률이 올라오는 챔피언들도 있지만, 꾸준히 고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챔피언은 역시 블리츠크랭크를 따라올 자는 없어 보입니다.

사실 앞서 설명해드린 것처럼 블리츠크랭크의 승률 강세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고, 이를 파악하고 있는 라이엇도 마나량, '폭주(W)' 스킬 너프 등 다양한 조치를 취해왔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블리츠크랭크가 고승률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트레이드마크이자, 주력 스킬인 '로켓 손(Q)'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겁니다.

'로켓 손', 일명 '그랩'이라고 더 많이 불리는 블리츠크랭크의 Q 스킬은 변수 창출 능력이 아주 뛰어난 스킬입니다. 원딜+서포터가 맞붙는 봇 2:2 라인전 구도에서도 유용하지만, 특히 게임 중반 이후 주요 딜러에게 적중시켜 끌어와 버린다면 그대로 한타를 대승하고 게임을 끝내버릴 수도 있는 굉장한 잠재력을 가졌죠.

▲ 때로는 한 번에 게임을 끝내버리는 '로켓 손'


아리 역시 장기간 고 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챔피언입니다. 특히 지난 6.19 패치를 통해 당시 특출난 승률을 기록하고 있던 미드 챔피언들, '탈리야', '아우렐리온 솔', '애니비아', '카시오페아' 등이 너프를 받고, 그 이후 독보적인 미드 챔피언이 등장하지 않으면서 최근에는 승률 최상위권에 계속해서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 너프된 라이벌 챔피언들 대신 부상한 '아리' (통계 출처: fow.kr)


'아리'는 국내외 프로게이머들을 가리지 않고, 솔랭 점수를 올리기 좋은 챔피언으로 가장 많은 추천을 받는 챔피언이기도 했습니다. 혼자서 암살, 파밍, 추척 등 많은 것들을 해낼수 있는 다재다능한 능력과 '죽음불꽃 손아귀' 아이템을 가진 전성기 시절 '아리'는 대회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강력한 챔피언이었죠.

하지만 '죽음불꽃 손아귀' 아이템 삭제, 궁극기 사용 간격 쿨타임 증가, 스킬 피해량 감소 등의 너프가 쌓이면서 '아리'는 어느순간부터 대회에는 얼굴을 잘 비추지 않게 되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성능은 내려간 편이었지만, 여전히 솔랭에서 쓰기 좋은 챔피언이었던 '아리'는 계속해서 승률 상위권을 유지하게됩니다.

▲ 대회와는 무관하게 랭크 승률은 항상 상위권, 아리! (통계 출처: leagueofgraphs.com)


아리는 처음 등장부터 좋은 스킬 구성과 그를 바탕으로한 안정성을 인정 받는 챔피언이었습니다. 특히 궁극기 '혼령질주'는 벽을 넘을 수 있는 3회 이동 능력을 겸비하고 있어, 갑작스러운 대쉬+매혹 이니시에이팅/암살은 물론, 대부분의 갱킹을 회피할 수 있어 높은 가치를 지닌 스킬입니다.

이런 능력에 주목하여 100%에 가까운 성공률을 자랑하는 '아리+바이' 조합도 랭크와 대회를 막론하고 자주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다소 무리하게라도 '바이'의 타겟팅 궁극기가 꽂히는 순간, '아리'가 거리를 좁히여 딜을 퍼붓는 조합은 간단하면서도 강력합니다.

▲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어 특히 유용한 '혼령 질주'


팀단위 행동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 밖에 없는 솔랭에선 특히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그런면에서 준수한 라인 클리어 능력에 패시브를 통한 유지력, 갱킹 회피, 높은 기동성을 지닌 '아리'는 만능에 가까운 챔피언으로 통하는 것이죠.

이상의 두 챔피언은 '밥줄' 스킬을 보유해 꾸준히 솔랭 승률 상위권에 들고 있는 챔피언들입니다. 랭크 상위권이나 대회를 두고 살펴보면 트렌드는 달라지지만, 전체적인 부분에서는 여전히 두 챔피언의 활약을 무시할 수 없을텐데요. 역시 좋은 스킬은 갖고 보기 마련인것 같습니다.


■ 보이는 놈 일단 재밌어야지! '이즈리얼-리 신'

변함 없이 높은 픽률로 유저들의 사랑을 증명하고 있는 챔피언들도 있습니다. 랭크 게임을 돌리면 높은 확률로 만날 수 있는 챔피언들이죠. 준수한 성능과 재밌는 조작감으로 유저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이즈리얼'과 '리 신'입니다.

▲ 게임은 재미가 있어야지! 픽률 몰표 받은 챔피언들


원거리 딜러 중에서도 '이즈리얼'은 독보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챔피언입니다. 잘생긴 외모, 맞출맛 나는 스킬 샷, 존재감 넘치는 생존기까지 삼박자를 갖추면서 인기가 없을래야 없을 수 없는 챔피언 '이즈리얼'은 다른 원거리 딜러들과는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챔피언입니다.

▲ 두 번 중 한번은 만난다?! '이즈리얼'의 독보적 픽률 (통계 출처: fow.kr 원거리 딜러 포지션)


'이즈리얼'의 주력 공격기, '신비한 화살(Q)'이 '평타' 판정인 점도 더해져 이즈리얼을 다른 챔피언들과 다른 특징을 부여해주는 스킬이기도 합니다. 다른 원거리 딜러들이 잘 선택하지 않는 '삼위일체', '무라마나', '얼어붙은 건틀렛' 등을 선택할 수 있게 만들어줘, 색다른 재미를 추구할 수 있게 합니다.

다른 원거리 딜러에 비교하며 다소 공격 능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기도합니다만, 사용자의 컨트롤에 따라서는 논타겟 스킬들을 모조리 맞춰내어 예상 이상의 딜링으로 공격과 추척이 뛰어난 공격수로 탈바꿈하는 것이 바로 '이즈리얼'의 매력입니다.

▲ '도도갓'은 해냅니다. 화려한 플레이가 가능한 '이즈리얼' (출처: 최준영 유튜브)


물론 재밌는 것만이 '이즈리얼'의 전부는 아닙니다. 긴 사거리와 적은 마나소모가 특징인 '신비한 화살(Q)'을 바탕으로, 안정감 있는 게임이 가능한 것도 이즈리얼의 큰 특징인데요. 불리한 상황에서도 비교적 안전한 파밍이 가능해 후반을 도모할 수 있죠. 50%라는 높은 픽률에도 나름 준수한 승률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에서 이즈리얼의 안정성이 묻어 나오는 것 같습니다.

▲ '이즈리얼'을 '이즈리얼'답게 만들어주는 스킬 '신비한 화살'


'리 신' 역시 재미하면 어디 빠지지 않는 챔피언입니다. '인섹 킥'으로 유명한 배달 킥을 시작으로 유저들의 창의력을 시험하는 듯한 플레이가 자꾸자꾸 등장하면서 '실력이 OP'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만드는 챔피언입니다.

아무래도 사냥 당하는 것 보다 사냥 하는 쪽이 즐거운 법. 수비적인 운영으로 대표되는 초식형 정글러보다, 더 적극적인 행동이 가능한 육식 정글러들의 인기가 상당했는데요. 당연히 육식 정글러의 대표 주자인 '리 신'의 인기 또한 식을 줄 모르고 있습니다.

▲ 전체적으로 높은 픽률을 유지하고 있는 '리 신' (통계 출처: leagueofgraphs.com)


스킬을 활용해 자주 위치를 이동할 수 있는 '리 신'은 리그 초창기부터 고난이도 테크니션 챔피언으로도 유명한데요, 다른 챔피언들이 상황에 따라 스킬을 한 번씩 누르는 것과 달리, '리 신'은 기본 콤보마저 'E-Q-E-R-Q'(근접), 'Q-Q-W-R'(배달), 'R-Q-Q-E-E'(회피방지) 등으로 다양하게 분화되어 있을 정도입니다.

사용자의 실력에 따라 이러한 모습은 더 극적으로 변화하는데요. 충분히 익숙해진 숙련자가 다루는 '리 신'은 뭐가 달라도 다릅니다. 운영적인 측면도 그러하지만, 당장 눈에 보이는 콤보만 해도 '여기서 저런 생각을?' 이라는 말이 나올정도로 예측 불허, 허를 찔러오죠.

▲ 리 신은 인섹이 만들고 플로리스가 완성했다? '플로리스'의 리 신 플레이! (영상 출처: OGN)


영상만 보더라도 근질 근질한 것이... 잠들어 있던 '리 신' 세포가 꿈틀 대는 것 같습니다. 집에 들어가면 빨리 '리 신' 한 판을 해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네요. 제 '리 신' 승률은 잠시 신경 끄도록 하겠습니다.

■ 장인들만 하는 놈 실체를 알고 싶은 '사이온'

마지막으로 소개해드릴 챔피언은 바로 '사이온'입니다. 갑자기 '사이온'이 왠말인가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확실히 '사이온'은 리그오브레전드의 대중적인 관심에선 멀어진 챔피언이이기는 합니다. 2.5%의 낮은 픽률이 이를 증명하고 있죠.

▲ '엥? 이거 완전 무관심 챔 아니냐?'


하지만 모든 유저들의 관심이 꺼진 것은 아닙니다. 놀랍게도 '사이온'은 낮은 픽률과는 달리, 항상 승률 통계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챔피언이기도 합니다. 보통 낮은 픽률은 낮은 챔피언 평가와 동일한 의미로 쓰이고, 실제로 그러한 챔피언들은 대개 낮은 승률을 기록하는 것(우디르 0.5%/44.6%, 누누 0.9%/40.5% 등)과는 반대되는 상황이죠.

이는 '사이온'이 자타공인 장인들이 다루는 챔피언이기 때문입니다. 사이온은 리워크 되기 전까지 그다지 잘난 것 없는 외모와 단순한 스킬 구조로 크게 사랑 받지는 못했던 챔피언입니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근접 전사로 기획되었지만 타겟팅 스킬과 높은 AP 계수를 통한 AP 사이온이 유행했었다는 정도일까요.

2014년 10월, 4.18 패치를 통해 지금의 모습으로 리워크된 사이온은 스킬 구성이 완전히 바뀌면서 완전한 근접 전사로 새로 태어났습니다. 외모도 조금 바뀌어, 과거보다 더 '상남자' 스타일을 자랑하도록 변경되었습니다. 결과, 사이온의 바뀐 스킬과 매력에 취한 유저들이 사이온의 부동층, 즉 장인으로 자리잡았습니다.

▲ 리워크 이후 좀 더 증가한 사이온 유저층


'사이온'은 특성 '착취의 손아귀'와 '바미의 불씨'와도 잘 맞는 근접 전사형 챔피언으로, 스킬 순서 등 약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최전선에서 적과 맞붙어 누적 피해를 입히는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혹은, 먼 거리에서 궁극기를 사용해 날아와 이니시에이팅 역할을 수행하기도 하는 것이 일반적인 탑 '사이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 독특한 모습을 보여주는 지표도 있는데요, 보통 '사이온'은 탑 라인을 선택하지만, 20~30% 라는 적지 않는 비율로 서포터 역할을 선택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트롤이 아닌가 싶은 라인 선택이지만, 의외로 서포터 포지션 승률은 상당히 높은 편이죠.

▲ 높은 승률의 '사이온' 서포터. 대체 정체가 뭘까?


의외로 라인전 구도에서 미니언을 날려 피해를 입히는 견제 능력이 강력하고, 맞붙었을 때 파괴력이 높은 편이라 '말파이트' 서포터의 상위 호환격으로 사용되고 있는데요. 등장을 예상 못한 상대방의 방심과 사이온의 상상 이상의 성능, 거기에 손에 익을 대로 익은 장인의 솜씨가 삼박자를 맞추며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이죠.

▲ '사이온' 서포터, 플레이 예시 (영상 출처: 주코 유튜브)


이상으로 매 번 변화하는 리그오브레전드에서, 유독 변치 않는 모습을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는 챔피언들은 승률, 픽률, 장인으로 분류로 나누어 확인해 보았는데요.

확실히 승률과 픽률 등 주요 지표에서 높은 통계를 보여준 챔피언들, 즉 '이즈리얼'이나 '아리' 등은 최소 하나 이상의 효과, 효율 좋은 스킬을 보유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본판이라고 할 수 있는, 기초 스킬의 효과가 챔피언의 성능을 크게 좌우 한다고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스킬 구조가 특출난 챔피언은 능력치가 낮아져도, 성능 너프를 받더라도 언제든지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지는 것 처럼, 확실히 어떤 스킬을 가지고 있는 챔피언인지 파악하는 것이 앞으로 그 챔피언이 계속 쓰일 수 있을 지, 떠오를 수 있는 챔피언일지 가늠해볼 수 있는 방향으로 생각 됩니다.

변화하는 게임 속에서, 변치 않는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챔피언들. 이들의 변치 않는 모습이 과연 얼마나 계속 지속될지 넓은 관점에서 지켜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