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벤팀에서는 섬머 시즌 종료를 맞아, 각 팀이 걸어왔던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여섯 번째 주인공은 캐리 라인의 각성으로 가능성을 보여준 팀, 아프리카 프릭스(이하 아프리카)다.
■ 이제부터 진짜 시작! 스프링 시즌 손발 맞춘 아프리카의 도전
2017 롤챔스 스프링, 아프리카는 대규모 리빌딩을 단행했다. e스포츠 팬이라면 누구나 그 활약을 기억하는 선수, '마린', '스피릿'을 해외로부터 영입하였고, 미드 라이너로는 직전 시즌 롤챔스 우승을 달성한 '쿠로' 데려왔다. 봇 듀오는 결과적으론 아쉬운 성적을 거뒀지만 캐리력을 보여주었던 '크레이머'와 '투신'을 영입함으로써, 아프리카는 모든 주력 멤버를 교체했었다.
완전히 바뀐 아프리카는 시즌 초반 들쭉날쭉한 경기력을 보였다. 삼성같은 강팀을 상대로 이기는가 하면, 당시 저조한 성적으로 약팀으로 분류된 진에어를 상대로 패배를 하기도 하는 등 종잡을 수 없는 모습이었다. 완전한 리빌딩이었으니 다소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아프리카는 최고참 '마린'에 의존하는 바가 컸다. '마린'의 활약 정도에 따라 경기가 결정되는 경우도 많았다.
이러한 모습은 시즌 후반, 다른 라이너들이 분전하면서 개선되기 시작했다. '쿠로'는 든든하게 미드를 지탱했고, '크레이머'는 과거에 보여주었던 캐리 능력을 다시금 뽐내었다. 결국 팀의 전체적인 발전이 지난 시즌 다시 태어난 아프리카의 정규 시즌 4위라는 결과를 만들었다. (포스트 시즌 최종 5위)
(영상 출처: OGN)
■ 캐리 라인의 변화! '만능형 쿠로'와 듬직한 '크레이머-투신' 봇 라인
지난 시즌 뿌려졌던 씨앗은 제대로 싹을 틔웠다. 지난 스프링 시즌 종반 활약하는 모습을 보여준 '크레이머-투신'의 봇 라인과 항상 탄탄했던 '쿠로' 미드 라인은 이번 섬머에 들어서 아프리카의 든든한 캐리 라인으로 열매를 맺었다.
먼저 '쿠로'의 활약이 눈부셨다. '쿠로'는 롤챔스 우승이라는 뛰어난 경력이 있는 선수지만, 팬들 사이에서는 압도적인 미드라는 평가를 받지는 않았었다. 뛰어난 미드 라이너지만, 정상급 선수와 비교하면 조금 부족한 것 아니냐는 말이다. 하지만 이번 시즌 '쿠로'는 진화했다.
그의 플레이 스타일이 바뀐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쿠로'는 탄탄한 미드 라이너의 모습을 보여줬다. 달라진 것은 플레이 퀄리티였다. 어떤 선수를 상대로도 일정한 경기력을 보여준다는 '쿠로'의 플레이 스타일은 그의 경기력이 올라가면서 어떤 선수를 상대로도 우위를 점하는 만능형 미드로 개화했다. 결국 쿠로는 팀의 승리를 여러차례 이끌면서 MVP 포인트 1300점 1위에 올라섰다.
이런 모습은 게임을 승리하는 기반을 마련했음은 물론, 여전한 안정성으로 팀을 뒷받침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자칫 패배로 끝날 수 있는 위험한 순간에도 '쿠로'가 위기를 극복해냈다. 다른 팀들은 아프리카를 잡아내기 위해서는 먼저 '쿠로'를 쓰러뜨려야만 했다. 이러한 모습은 8월 5일 펼쳐진 아프리카와 진에어와의 경기에서도 손쉬게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와 함께 아프리카의 봇 라인 '크레이머-투신'도 캐리 라인으로서 뚜렷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지난 시즌 중반 이후 점차 좋은 모습을 보여준 '크레이머-투신'은 원딜 캐리 메타에도 곧 잘 적응하며 좋은 성적을 거뒀다. '크레이머'의 자야는 11승 3패, 팀 내 최대 승률(78%)을 기록했고, '투신'의 라칸 역시 고승률(75%)를 기록했다.
그는 원래부터 원딜 캐리에 익숙한 선수였다. 해외 활동을 마치고 CJ의 원거리 딜러로 롤챔스에 합류했던 때에도 그는 캐리 능력이 뛰어난 원거리 딜러로 평가 받았다. 각종 아이템들의 개편으로 다시 돌아온 원딜 캐리 메타에서, 아군의 적절한 케어만 있다면 '크레이머'의 솜씨는 유감 없이 발휘되었다.
단짝 '투신'의 활약도 이번 시즌들어 더욱 부각되었다. '투신'은 원딜 캐리 메타에서 크레이머가 활약할 수 있도록 판을 짜는 챔피언들을 선택했다. '브라움-라칸' 등을 자주 선택한 '투신'은 '갈리오-누누'처럼 때로는 변칙적인 챔피언들도 소화해 내면서 아군 승리에 기여했다.
특히 그의 화려한 '라칸' 플레이는 팬들에게 탄성을 자아낼 정도로 뛰어났다. 투신의 라칸은 종횡무진 전장을 돌아다녔고, 시야 장악은 물론, 치명적인 이니시에이팅으로 서포터 캐리를 보여주기까기 했다.
라이엇 게임즈가 발표한 롤챔스 섬머 정규 리그의 각종 지표를 통해서도 선수들의 활약상을 살펴볼 수 있다. '투신'은 와드 설치량에서 2위라는 높은 순위에 올랐다. 쿠로와 크레이머는 각각 4, 6위라는 높은 DPM 순위를 기록하며 공격 능력을 증명했다. 보통 지속 딜은 원딜에게 밀리는 미드임에도 높은 순위에 랭크인한 쿠로의 순위는 흥미롭다.
■ 완벽하진 못했던 아프리카의 여름. 총 순위 5위로 마무리
캐리 라인이 개화하면서 완벽할것만 같아던 아프리카. 그러나 아쉽게도 아프리카는 완벽한 모습을 갖추지는 못했다. 문제는 '기복'에 있었다. 직전 시즌과 마찬가지로 '스피릿' 이다윤 선수는 뛰어난 캐리 능력과 아쉬운 모습을 번갈아 보여주었다. 여기에 팀의 구심점이자, 승리의 열쇠로 활약했던 '마린' 장경환 선수의 경기력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이번 시즌, 리워크 등으로 챔피언 메타가 변화하자 '마린'의 플레이에 기복이 생겼다. 원인은 챔피언 픽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그가 주로 다루었던 '마오카이'는 리워크 이후에는 한동안 롤챔스에 등장하지 않았다. '노틸러스' 역시 챔피언, 아이템의 너프로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픽이었다.
다른 카드가 필요한 상황에서 '마린'은 레넥톤 등 기존 챔피언을 답습했다. 변함 없이 뛰어난 챔피언 숙련도를 보여주었지만, 비슷한 픽이 반복되면서 전략의 폭도 고정되었다. 지난 시즌, 모든 선수들이 따라했던 마린의 케넨은 이번 시즌에는 4전 전패를 기록했다. 팬들은 마린의 챔피언 폭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게 되었다.
이런 상황은 포스트 시즌, SKT와의 대결에서도 문제가 될고 말았다. 1세트, '케넨'을 선택한 마린은 아무런 활약도 하지 못하고 무너졌다. 챔피언 메타의 변화로 쓰이지 않는데다가, 본인도 이미 이번 시즌 4전 전패를 기록했던 케넨 픽은 아쉬운 선택이 되어버렸다.
2세트에서는 '스피릿'이 처음부터 실수를 범했다. 정글 아이템을 구매하지 않고 게임을 시작한 '스피릿'은 경험치 보너스를 받지 못해 레드 버프를 사냥하고도 2레벨을 달성하지 못했다. 결국 귀환을 선택한 아프리카는 강팀 SKT를 상대로 어려운 싸움을 강요 받았다.
마린의 '초가스' 픽도 썩 좋은 모습을 보이진 못했다. 명중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스킬은 번번히 허공을 갈랐고, 강점인 오브젝트 컨트롤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가 뛰어난 솜씨를 대변해주는 럼블, 레넥톤만큼의 숙련도를 기대했지만, 아무래도 아쉬운 플레이가 나왔다.
상대는 전통의 강팀 SKT였다. 보통으로 싸워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데, 여러 실수까지 겹치니 상황은 더욱 어려웠다. 결국, 아프리카는 SKT를 상대로 2:0으로 패배하고 아쉽지만 여름의 도전을 마무리 지어야만 했다.
■ 기초 공사는 마무리 단계! 아프리카, 상위권 진출을 노려라!
이번 시즌까지 합쳐 아프리카는 2016 스프링, 2016 섬머, 2017 스프링, 2017 섬머 총 네 번이나 5위를 차지한 팀이 되었다. 팀 창단 이후 역사가 길지 않은만큼 나쁜 순위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대규모 리빌딩을 단행한 2017 스프링 이후 성적도 여전히 5위라는 점은 아프리카에게 썩 기분 좋은 상황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아프리카의 분위기는 결코 나쁘지 않다. 무엇보다도 발전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지난 시즌 다소 불안하거나 특출날 것 없다고 평가 받았던 미드-봇 듀오는 이번 시즌 든든한 캐리 라인으로 발전을 이뤘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좋은 활약을 펼쳤던 탑이 컨디션 난조를 겪고 있으며, 정글은 여전히 기복 있는 플레이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그럼만큼 과제는 명확한 편이다. 물오른 캐리 라인의 기세는 유지하고, 탑-정글 플레이에 안정감을 더 할 때이다. 만능형 미드와 탄탄한 봇 듀오, 안정적인 탑-정글이 버티고 있는 아프리카를 상상해보라. 강점은 살리고, 약점을 지운 아프리카가 탄생했을 때, 그들은 진정한 LCK 상위 팀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 아프리카 프릭스2017 롤챔스 섬머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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