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오브레전드 팬이라면, 특히 경기를 챙겨보는 e스포츠 팬이라면 손꼽아 기다렸을 2017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이 9월 23일을 시작으로 그 막을 열었습니다. 이번 롤드컵에는 롤드컵 최초로 '플레이-인 스테이지' 방식이 도입되어 전통적인 LoL 주요 지역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역의 팀들이 더 넓은 본선 진출의 기회를 얻고 있죠.

이번 롤드컵에서 가장 큰 화두는 역시 '불타는 향로' 아이템이 아닐까 합니다. 롤드컵은 대회 기간 동안 9월 14일 적용된 7.18 패치 버전으로 진행됩니다. 해당 버전은 여전히 '불타는 향로'를 자주 사용하는 패치 버전이기도 한데요. 특히 해당 패치의 솔랭에서는 '잔나'를 비롯해 향로를 사용하는 챔피언들이 승률 최상위권을 독식하고 있었던 상황이었죠.

처음에는 향로 사용에 소극적이었던 LCK에서도 점차 아프리카 등 여러 팀들이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모습을 보였고, 롤드컵 국대 선발전 무렵에는 대세 빌드로 널리 사용되었습니다. 특히 향로와 캐리형 원딜을 조합하면 전략은 상대적 약팀이 구사하기 좋은 전략으로 평가 받으며, 플레이-인 스테이지에서의 사용이 기대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플레이-인 스테이지는 1R가 종료된 상황. 이제 내일부터 그룹 스테이지 본선 무대에 합류할 팀 들을 정할 2R 대결이 펼쳐질 예정입니다. 과연 롤드컵에서도 향로 서포터들은 대세를 차지했을까요? 또 이에 대항하는 비향로 서포터들은 어떤 모습을 보였을까요?

▲ 롤드컵 대세는 누가? 향로 vs 비향로 챔피언들


■ 플레이-인에서도 통했다! 대세 차지한 '불타는 향로' 서포터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자면 롤드컵 플레이-인 스테이지에서도 '불타는 향로'는 통했습니다. 플레이-인 스테이지 1R 기준, 향로-비향로 두 종류의 서포터 챔피언들은 밴픽 단계에서는 큰 차이 없이 얼굴을 비춘 모습인데요. (향로/비향로 탑3 챔피언 기준 밴+픽 40회/36회)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는 승률에서 드러났습니다. '불타는 향로'를 사용하는 서포터 챔피언인 '라칸-룰루-잔나'는 각각 8승 2패(80%), 4승 3패(57.1%), 5승 1패(83.3%)로 고승률 혹은 준수한 성적을 기록한 반면, 향로를 사용하지 않거나 비효율적인 서포터 챔피언인 '알리스타-브라움-쓰레쉬'는 각각 3승 6패(33.3%), 3승 5패(37.5%), 0승 1패(0%)로 승률 5할도 건지지 못한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 밴픽률 기준, 향로-비향로 TOP 3 챔피언


먼저 향로 서포터들의 활약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겠죠. 향로 서포터 중에서도 가장 핫한 챔피언은 역시 '라칸'인데요. 라칸은 76.9%(밴 10회, 픽 10회)라는 높은 밴픽률을 기록하면서도 8승 2패로 80%라는 고승률을 기록한 서포터 챔피언인데요. 이보다 높은 승률을 기록한 서포터 챔피언은 같은 향로 서포터인 '잔나'밖에 없습니다.

라칸은 강력한 이니시에이팅 수단을 갖췄을 뿐만 아니라, 이를 이동기로도 활용할수 있어 이니시에이팅-위기 회피 능력이 특출난 챔피언입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빛나는 깃털(Q)'을 통해 아군을 회복시킬수 있고, 필요할 때는 '전쟁무도(E)'를 사용해 두 번이나 아군에게 실드를 줄 수 있기 때문에 향로 효과를 발동 시키는 것도 자유롭죠.

보통 '불타는 향로'를 선택하는 챔피언들이 CC나 탱킹 능력보다는 아군을 보조하는데 능력치가 쏠려있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런만큼 이니시에이팅과 하드CC, 기동성과 향로를 사용할만한 조건을 모두 갖춘 라칸은 현재 다재다능한 서포터 챔피언으로 각광받을만한 것 같습니다.

▲ 알고도 대처하기 어려운 라칸의 이니시에이팅 능력 (영상 출처: OGN)


완벽해 보이는 라칸에게 흠을 잡는다면 부족한 딜 보조 능력이 꼽히는데요. 보호막과 강력한 CC를 보유한 라칸은 아에 '탈진'보다 '점화'를 선택하여 이를 보충하는 모습을 자주 보입니다. 또, '자야'와 함께라면 스킬 시너지 효과로 2레벨 타이밍에 생각 이상으로 강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죠.

▲ 못하는게 없는 '라칸'은 전반적으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솔로 랭크에서 독보적인 승률을 세우며 '불타는 향로'의 시대를 알린 서포터, '잔나'도 주목할만한 성적을 거뒀는데요. 총 여섯번 등장한 잔나는 5승 1패, 83.3%로 플레이-인 1R 기간 중 서포터 승률 1위를 차지하며 솔랭의 명성을 이어나갔습니다.

잔나는 그야말로 아군을 보조하는 능력에 특화된 서포터 챔피언인데요. 그중에서도 주력 스킬인 '폭풍의 눈(E)'의 실드+공격력 증가 효과가 공속과 피흡, 피해량 등을 늘려주는 '불타는 향로'와 딱 맞아 떨어지면서 엄청난 효율을 내는 스킬로 변신했죠.

이런 시너지 효과는 특히 '코그모-트리스타나'와 같이 평타 중심의 캐리형 원거리 딜러와 조합될때 강렬한 효과를 발휘합니다. 잔나의 원딜 보호 능력에 공격력, 추가 피해, 공격 속도, 회복량 등 다양한 버프를 끼얹는 조합은 파훼법이 명확해 보임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뚫기 어려운 철옹성 같은 위력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 향로의 정석 '잔나'는 서포터 최고 승률을 기록!


■ 남은 롤드컵도 지배할까? '향로' 메타의 대처와 가능성

'불타는 향로' 메타는 상대적으로 약팀이 강팀을 상대로 사용하기 좋은 전략이라고들 말합니다. 이는 향로 기반의 서포팅형 챔피언과 강력한 캐리력을 갖춘 원딜을 조합하여 향로를 완성하면 어떻게든 캐리 싸움으로 끌고가는 양상이 자주 나타나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향로가 완벽히 만능인 것은 아닙니다. 아직 향로가 초기였던무렵 LCK에서는 실험적인 아이템을 채용하기보다는 강력한 라인전과 한타로 이를 풀어나가기도 했었죠.

사실 라이브 패치 시점으로 '불타는 향로'는 이미 오래된 전략인만큼 이에 대한 대처법 어느정도 정리가 된 상황인데요. 따라서 플레이-인 1R 경기에서도 계속해서 이를 대처하기 위한 방법들이 사용되어 왔습니다.

▲이번 롤드컵은 설마 향로의 시대?


향로 메타의 대처법은 강력한 CC로 무력화 시키는 것과, 깔끔한 한타를 성공 시키는 것, 크게 두가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최고의 실력과 완벽한 팀워크를 가진 팀이라면 자유자재로 한타를 성공시킬수도 있겠지만, 보통 강력한 CC를 동원하여 한타 그림을 그리기 때문에 사실 두 요소은 완전히 무관하지는 않습니다.

즉, 향로 메타가 특정 공격수를 강화시키는 전략이라면, 핵심인 공격수가 '포대' 역할을 하지 못하게 무력화 시키거나 잘라내는 것이 향로 메타 대처법의 핵심이 되는데요. 이를 위해선 적을 무력화 시킬 CC를 보유하는 것이 편리합니다.

이에 알맞는 조합 예시가 바로 '브라-우니' 조합으로 불리는 '브라움-세주아니' 조합입니다. 브라움과 세주아니는 각자 스텍형 스턴과 제압형 궁극기를 보유한 하드 CC형 챔피언입니다. 특히 브라움은 공격수 역할을 하는 원거리 딜러의 투사체를 막아낼 수 있는 '불굴(E)' 스킬도 보유하고 있어 딜로스를 만들어낼수도 있죠.

▲ 국내에서는 삼성이 사용하며 유명해진 조합


하지만 이런 조합이라도 반드시 성공한 것은 아닙니다. CC가 많아질수록 조합에 공격 능력이 부족해지기 때문에 역으로 상대방이 보조 능력으로 핵심 챔피언을 살려낼수도 있고, 결과적으로 한타 설계와 이를 실행할 역량이 부족하다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향로 조합이 CC를 받아쳐 버리기도 합니다.

실제로 플레이-인 1R 기간동안 브라움과 세주아니는 높은 밴픽률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막상 승률은 브라움 37.5%(3승 5패) 세주아니 44.4%(4승 5패)로 썩 훌륭하진 못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된 플레이-인 스테이지 1R를 살펴보면 확실히 '불타는 향로' 메타가 롤드컵에서도 대세로 떠오른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아직 롤드컵 기간은 길게 남아있고, 본선 기간에 등장할 팀들은 상대적으로 더 수준 높다고 평가 받는 팀들이 기다리고 있죠.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경기 흐름들만 놓고, 이후 경기의 양상까지 단정 짓는 것은 너무 이른 판단이 되겠죠. 앞으로 치열한 경쟁 끝에 남을 팀들과 각 지역을 대표해 미리 모인 본선 진출 팀들은 어떤 방법으로 향로 메타를 대처할지 기대됩니다. 혹은, 향로 메타가 그대로 이어질수도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