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2017 KeSPA컵을 통해 kt 롤스터가 '슈퍼 팀'이라는 타이틀로 첫 우승에 성공했다. 비록 메이저 대회만큼 큰 규모는 아니었으나, 올해 내내 중요 고비에서 무너진 것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었다. 이번 결승전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부분은 kt 롤스터가 자신들의 플레이를 이전보다 더 잘 펼쳤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기까지 우여곡절은 있었다. 면면은 화려한데, 실속이 없었기 때문에 만족할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몇몇 팀은 오더의 부재로 고생할 때, kt 롤스터는 오더가 통일 되지 않으면서 발목이 잡혔다. 주도적인 성향이 너무 강한 탓이었다.

특히, '스멥' 송경호와 '마타' 조세형의 전혀 다른 경기 운영 방식이 팀을 이끄는 데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런데 두 사람은 각자의 길을 가기보다 자신의 단점을 먼저 되짚고, 2017시즌에 못다 이룬 성공을 위해 의기투합했다. 2018시즌의 kt 롤스터 그리고 '스멥'의 각오를 들어볼 수 있었다.



Q. 얼마 전 KeSPA컵 우승으로 기분이 좋을 텐데, 소감 좀 말씀해주세요.

정말 행복했어요. 롤드컵 기간 푹 쉬고 첫 대회였는데, kt 롤스터가 강팀들 사이에서 조금 평가가 내려간 느낌이 들었거든요. KeSPA컵을 통해서 강팀이라는 이미지를 팬들에게 심어주자고 다짐했는데, 좋은 성과가 나와 기뻐요.


Q. KeSPA컵 결승전에서 챔피언 잡을 때마다 '칸' 김동하랑 서로 엄청 큰 리액션이 인상 깊었어요.

지금 메타에서는 제이스나 나르가 공격적으로 하기 좋아요. 서로 공격적인 걸 좋아하다 보니 그런 리액션이 나온 것 같아요. 서로 뭐가 좋은지 아는 거죠(웃음).


Q. 올해를 돌아보면 무척 아쉬울 것 같아요. 처음 모일 때만 하더라도 '슈퍼 팀'이라는 평가를 받았잖아요.

저희가 멤버들이 화려하잖아요. 다들 각자 팀에서 한가락 했던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의견이 잘 맞지 않았어요. 서로 눈치도 많이 보고, 그러다 보니 팀적으로 성장이 더뎠던 것 같아요.


Q. 특히 후반전에 가면 오더가 많이 갈렸던 것 같아요. 그 부분에서 자세하게 듣고 싶어요.

오더 같은 경우에는 다 같이 하는 편이죠. 그중 주도적으로 플레이하고 싶어 하는 선수가 저와 '마타' 조세형 선수예요. 큰 틀을 둘이서 잡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그러다 저희 둘이 잘 맞지 않는 경우가 있어서 시즌 중반에 좀 힘들었어요. 하지만,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 다시 kt 롤스터에서 함께 하게 됐어요.


Q. 어떤 식으로 해결하려 했던 거예요?

정규 시즌이 끝나고 서로 진지한 얘기 좀 많이 나눴어요. 그래서 서로 부족한 부분에 대해 공유하고, 양보도 많이 하려고 노력하면서 다시 잘해보자고 했죠.


Q. 동생들은 말 잘 듣던가요? 원래 어긋나는 행동을 보면 못 참잖아요.

(김)혁규랑 (허)원석이가 지금은 많이 나아졌는데, 중국에서 생활을 많이 했다보니 그 문화에 많이 적응했더라고요. 초반에는 상당히 고쳐야 할 부분이 많았어요. 저도 많이 노력했지만, 감독, 코치님들이 많이 다듬어 주셔서 진짜 좋아졌어요. 많이 귀엽게 보고 있지만, 그래도 종종 혼내요(웃음). 그런데 생각보다 제 발언권이 없어요(웃음).


Q. 팀의 맏형인 '스코어' 고동빈과는 어땠어요?

저는 (고)동빈이 형을 보고 kt 롤스터를 선택했을 만큼, 환상들이 있었어요. 그리고 그 환상대로 좋은 플레이를 보여줬다 생각해요. 특별히 상대한테 저희 탑-정글이 밀렸던 적이 없는 것 같고, 호흡이 잘 맞았어요.


Q. 결과적으로 이지훈 감독님이 팀을 떠났잖아요.

처음에는 믿지를 못했죠. kt 롤스터에 들어온 또 다른 이유 중 하나가 이지훈 감독님이었어요. 그만큼 좋아했고요. 시즌 중에 참 잘 챙겨주셨는데, 너무 아쉬워요. 당장은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만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꼭 같이하고 싶어요.


Q. 여러모로 많이 힘들었겠네요. 락스 타이거즈를 떠나 팀 분위기에 적응하기는 어렵지 않았나요?

락스 타이거즈에서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게임을 했잖아요. 락스 타이거즈를 제외하면 다른 팀들은 어느 정도 딱딱하고 진지한 분위기라 느끼는데, 그래도 적응하는 데 크게 어려움은 없었어요.



Q. 최근 초등학교 졸업 사진이 화제였는데, 혹시 보셨나요?

저도 봤어요(웃음). 저 때는 볼살이 안 빠졌던 것 같아요. 머리가 왜 저랬냐면, 어릴 때 미국을 갔었는데, 미국 미용실은 너무 가기가 싫었어요. 계속 기르다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찍은 게 저 사진이에요. 저 당시에는 머리가 긴 게 멋있어 보이기도 했어요. (기자에게) 혹시 초등학교 사진 볼 수 있을까요?


Q. 그래도 잘 생겼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잖아요. 본인은 수긍하는 편이에요?

그럼요. 인기가 많은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이렇게 태어나서 그런 것 같아요(웃음).


Q. 원래 잘생긴 사람들은 샤워하고 거울 보면서 본인 얼굴 어루만지잖아요.

모든 남성이 그러듯이 저도 그래요. 어디 가서 고개 숙이고 다니지는 않아요(웃음). 그런데 저는 잘 생겼다기보다는 착하게 생긴 것 같아요.



Q. 올해는 본인보다 다른 탑라이너들이 더 활약한 시기였어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야죠. 좋은 성적을 거두고, 올스타전에 가고 싶었어요. 그런데 성적이 안 나와서 어필을 할 수가 없었어요.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거든요. 내년에 16년도처럼 독보적인 탑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Q. 그럴 자신도 있는 거죠?

무조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내 기량을 100% 뽑아낼 수 있을 만큼 팀원들과의 호흡도 좋아지고 있어요. 스스로 충분한 재능이 있다고 느끼고 있고요.


Q. 탑 라이너들은 유독 자신이 어필하는 특정 챔피언들이 있던데. 본인은 뭐예요?

매번 바뀌는 데, 지금은 케넨이에요. 그리고 나름 럼블, 레넥톤 등 유명한 건 있는데, 스스로 어필을 하지는 않아요. 저는 대체적으로 다 잘해서 하나를 선택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Q. 가장 아쉬웠던 경기는 언제인가요?

딱 하나에요. 삼성 갤럭시와의 롤드컵 선발전이 가장 아쉬워요. SKT T1에 패배했을 때는 아쉬워도 수긍이 갔거든요. 그때의 저희는 부족한 부분이 많았으니까요. 롤드컵 선발전을 준비할 당시에 정말 연습 결과가 잘 나왔어요. 마음 속으로는 당연히 롤드컵에 올라 우승까지 할 줄 알았어요.


Q. 계속 승승장구하다가 올해 주춤했어요. 옛 동료들의 우승을 보니 어때요?

스프링 시즌 같은 경우에는 저희와 SKT T1이 결승전을 했잖아요. 끝나고 나니까 (한)왕호를 축하해주고 싶더라고요. 새로운 팀에 열심히 적응하는 모습을 보니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싶었어요.

서머 시즌에서는 SKT T1이 롱주 게이밍을 이겨야 저희가 롤드컵에 가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SKT T1을 응원했지만, 막상 롱주 게이밍이 우승하는 모습을 보니 많이 고생했을 것 같아서 정말 축하해주고 싶었어요.


Q. 이제 내년 시즌을 위해 다시 열심히 준비해야 하는데, 어떤 팀이 가장 위협이 될 것 같아요?

롱주 게이밍, 삼성 갤럭시, SKT T1은 항상 위협적이에요.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는 팀들이죠. 그런데, 비교적 롱주 게이밍한테는 자신이 있는 편이에요. 그리고 이번 KeSPA컵을 통해 다른 강팀들도 우리를 더 까다롭게 느끼지 않을까요?


Q. 왜 롱주한테는 강하다 생각해요?

롱주 게이밍 바텀이 경험이 많은 만큼 노련해요. 그런데 저희 봇 듀오도 경험 면에서 밀리지 않고, 라인전에 대한 믿음이 커서 상성 상 좋다고 생각해요.



Q.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위협이 되려면 정말 열심히 연습해야겠네요. 요즘은 누가 가장 연습에 열을 올리나요?

전체적으로 열심히 연습하는 분위기지만, 원석이가 정말 열심히 하고 있어요. 저는 게임 수가 적은 편에 속하는데, 프로게이머 하면서 생각하는 게 할 때는 하고 놀 때는 놀자에요. 그래도 주위에 동생들이 열심히 하다 보니 요새 자극을 받고 있어요.


Q. 다음 시즌 kt 롤스터는 어떤 성적을 거둘 것 같아요?

잘 모르겠지만, 항상 목표는 최고의 자리에 올라서는 거예요. 무조건 잘 할 수 있고, 최고의 자리에 다시 오르고 싶어요.


Q. 과거에 지도자를 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는데, 지금도 유효한가요?

지금은 그런 꿈들이 많이 죽었어요(웃음). kt 롤스터에와서 느꼈는데, 저분들이 하는 케어를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지도자의 꿈이 많이 사라졌고, 나중에 혼자 일하고 싶어요.


Q. 아무래도 당장은 선수에 집중해야 할 텐데, 혹시 해외에 진출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어느 정도 있었는데, 올해는 절대 가고 싶지 않았어요. 성적이 안 좋았으니 꼭 만회하고 싶어요. 그리고 kt 롤스터 관계자분들이 같이 잘해보고 싶다 얘기를 해주셨고, 팀원들도 같이 다시 해보자고 이야기를 해서 남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어요.


Q. 먼 훗날 과거 락스 타이거즈 멤버들끼리 뭉쳐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는 않아요?

정말 재미있게 게임을 했던 시기니까 당연히 있죠. 물론 그런 여건이 만들어지기가 현실적으로는 어려워요. 저희끼리는 일단 폼만 잘 유지하자고 얘기해요.


Q. 해가 거듭될수록 목표가 조금씩 변하는 것 같아요. 우승과 함께 새로운 목표는 무엇인가요?

당연히 첫 번째는 최고의 자리에 오르고, 유지하는 거고, 팬분들이 '스멥'도 '스멥'이지만, 송경호 자체를 좋아해 주셔서 감사해요. 그래서 방송이든 무엇이든 재미있게 하고 싶어요.


Q. 혹시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다른 것보다 올해 저희의 성적 때문에 팬분들이 너무 아쉬워하셨어요. 롤드컵도 못 갔고, 개인적으로는 올스타전도 못 갔잖아요. 내년에는 그런 일이 없게 해드리고 싶고요. 올스타전도 누가 봐도 이건 '스멥'을 뽑아야 한다고 할 만큼 열심히 할 테니까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