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홀의 '플레이어언노운즈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만큼 2017년을 뜨겁게 달군 게임은 없을 것입니다. 또 지난 8월 게임스컴에서 열린 '배틀그라운드 인비테이셔널'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서 배틀그라운드의 e스포츠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요. 대한민국 역시 예외가 아니죠. 벌써 수많은 배틀그라운드 프로팀이 창단됐고, 선수들은 밤낮없이 연습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배틀그라운드 프로팀을 소개해드리는 릴레이 인터뷰. 이번 주인공은 MVP입니다. MVP는 스타크래프트2를 시작으로 현재 리그 오브 레전드와 오버워치, 카운터 스트라이크:글로벌 오펜시브 등의 종목에서 프로팀을 운영 중인 명문 구단입니다. 한편, 최근 배틀그라운드의 e스포츠화에 발맞춰 배틀그라운드 프로팀을 발족했는데요. MVP는 프로팀 중 유일하게 APL, PSS 양대 리그 본선에 진출하는 좋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연습으로 바쁜 와중에, 부평에 위치한 MVP 숙소 근처에서 선수들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밤샘 연습과 오전 일찍부터 진행된 일정으로 피곤한 기색을 지우지 못한 선수들이었지만, 마지막까지 유쾌한 모습으로 인터뷰에 응해줘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요. 배틀그라운드에서도 명문가의 명성을 이어갈 MVP의 이야기,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 좌측부터 '오정제', '이지피지맨'

Q 안녕하세요! 먼저 인벤 가족분들께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지피지맨' 김권종 : 안녕하세요. 어태커 이지피지맨입니다.

'오정제' 오정제 : MVP의 친목을 담당하고 있는 오정재입니다.

'팽' 팽세웅 : 리더와 메인 오더를 맡고 있는 ‘팽’입니다.

'영탄' 기영재 : 백업을 맡고 있는 영탄입니다. 아바 명문 프로팀인 클랜히트 화이트 팀에서 활동했습니다. 이거 꼭 적어주세요. 그래야 아바 같이했던 형들이 좋아해요(웃음).


Q MVP는 어떻게 결성된 건가요?

'영탄' : '이지피지맨'이 주도적으로 팀을 꾸렸어요. 제가 세 번째 선수로 들어왔는데 여차저차하다 보니 두 번째 선수가 팀을 나갔어요. 이후엔 제가 '팽' 형을 데려왔고, '오정제'는 낙하산으로 들어왔어요.

'오정제' : 낙하산 아니야(웃음). 테스트로 뽑힌 거지.

'이지피지맨' : 아바 때부터 알고 '영탄'과 '팽'을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MVP에서 우연히 만나게 됐네요.


Q 배틀그라운드 선수로 전향한 과정이나 계기가 궁금하네요.

'이지피지맨' : 배틀그라운드를 하기 전에 다양한 게임을 플레이했어요. 카운터 스트라이크:글로벌 오펜시브나 아바, 스페셜포스2 등을 거쳐왔죠. 그런데 선수 생활이 잘 풀리지 않아서 배틀그라운드를 취미로 즐기다가 입대를 하려고 했어요. 와중에 어떤 온라인 배틀그라운드 대회 1등 상품이 치킨이라길래, 재미삼아 참여해봤는데 바로 1등을 한 거에요. 그 이후로도 온라인 대회에서 1등을 자주 하다보니, '이 게임이다' 싶어서 MVP에 입단 제의를 보내 팀에 합류하게 됐습니다.

'오정제' : 원래 오버워치 선수가 되고 싶었어요. 레이팅이 높아서 대리 게임 제의도 많이 받았죠(웃음). 어느 날 오버워치 프로팀의 코치와 배틀그라운드를 하는데, 저한테 오버워치보다 배틀그라운드를 더 잘하는 것 같다고 하더라구요. 고민 끝에, 배틀그라운드로 넘어오게 됐죠.

'팽' : 아바에서 프로 생활을 했고, 리그 오브 레전드나 오버워치도 즐겨 했어요. 배틀그라운드가 출시되고 재밌게 플레이하긴 했지만, 선수가 될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그런데 훗날에 저를 돌아봤을 때, 제 모든 것을 던져 무언가 해본 것이 없다면 후회가 많이 남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배틀그라운드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영탄' : 아바 대회에서 계속 우승을 하다 보니 관계자분들과 자주 만났어요. 그런데 앞으로 아바 대회가 많이 없을 거라는 얘기를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종목을 배틀그라운드로 전향했습니다.

▲ 좌측부터 '영탄', '팽'

Q APL 스플릿 1이 끝났어요. 소감이 궁금합니다.

'영탄' : 최종 성적에서 상위권에 들지는 못했어요. 그래도 우리 팀이 훨씬 더 발전할 계기를 얻었다고 생각해요.

'이지피지맨' : 연습 기간이 짧아서 많은 준비를 하진 못했어요. 그래도 다양한 전략들을 시험해 볼 수 있었고, 다음 스플릿이나 PSS에서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오정제' : 대회가 끝나고 제 실력을 되돌아보게 됐어요. 더욱 성장할 수 있는 바탕이 된 것 같아요.

'팽' : 후련해요. 그리고 아직 배틀그라운드 최상위권 대회를 경험할 기회가 흔치 않잖아요. 그래서 스크림에서 좋은 성적을 낸다 해도 실제 대회에서 최상위권 팀들끼리 부딪혔을 때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가 있어요. 이번 대회 경험과 데이터를 통해 저희 전략을 수정해나가면 스플릿 2에서는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 같아요.


Q 좋은 말씀이네요. 곧 APL 스플릿 2 예선이 열리는데, 각오가 궁금합니다.

'팽' : 예선은 무조건 통과할 거구요, 본선에선 반드시 스플릿 1보다 좋은 성적을 내겠습니다. 이번엔 딱히 보여준 게 없으니, 다음엔 뭔가 보여줘야죠.


Q 선수분들이 생각하는 MVP의 강점은 무엇일까요?

'영탄' : 경력이죠. 다른 종목에서 프로 생활을 했던 경력은 무시할 수 없어요. 대회 경험이 전혀 없는 팀들에 비하면 큰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팽' : 경력보다는 인성이 최고 장점이에요. 게임 내에서 얼굴 붉히며 싸운 적도 없고, 숙소 생활을 하면서도 단 한 번도 다투지 않았어요. 대회 성적이 많이 안 좋아도 서로를 탓하기보다 어떻게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지 이야기하는 편이에요. 긍정적인 이야기로 최대한 시너지를 내려고 하죠.

'오정제' : 팀원들 멘탈이 정말 좋아서, 얻는 게 많아요. 대회 중이든, 대회가 끝나고 나서든. 경기를 망쳐도 흔들리지 않아요. 항상 연습처럼만 하자는 마인드로 경기에 임하죠.

'영탄' : 멘탈 좋은 건 잘 모르겠는데(웃음).

'팽' : 우린 20등 해도 한숨 한 번 쉬고 '다음 판 잘해보자' 하면 끝이잖아. 다른 팀은 한 번만 닦여도 뭐라 한다고.

'이지피지맨' : 그런데 다들 멘탈이 좋아 파이팅이 적은 게 단점이기도 해요(웃음).


Q 각 팀마다 오더나 전략의 방향이 다른데, MVP는 어떤지 궁금하네요.

'팽' : 제 포지션이 메인 오더긴 하지만 제가 주도적으로 모든 걸 이끌어가진 않아요. 팀원들이 모두 의견을 제시하고, 저는 그중 좋은 대안을 선택하죠. 그렇다고 귀가 얇은 건 아니구요. 전략의 경우엔 전체적인 건 없고, 지역별 전략만 있죠. 비행기 루트에 따라 수정하며 진행하는 편입니다.

'영탄' : 배틀그라운드가 아무리 변수가 많다 해도, 3인칭이기 때문에 최적화된 전략이 있어요. 그래서 서로 겹칠 수밖에 없죠. 그 위치를 먼저 점령하고 사수하는 것이 중요해요.


Q 방금 3인칭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선수분들 모두 배틀그라운드 이전에 다른 FPS 게임을 많이 플레이하셨잖아요. 지금 3인칭으로 진행되는 배틀그라운드 대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팽' : 전 총싸움 게임에서 몸을 숨긴 상태로 상대방을 볼 수 있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해요. 기존에 FPS 게임을 해왔던 사람들 입장에서는 좀 애매한 부분이죠. 3인칭은 운이 굉장히 크게 작용해요. 내가 있는 곳에 안전 구역이 계속 걸리면 무조건 이기죠. 반대로 계속 내가 있는 곳 반대편에 안전 구역이 생기면 1등은 하늘에 별 따기에요. 지금 배틀그라운드가 '운빨 게임'이라는 예시는 강팀인 KSV 노타이틀이 PSS 예선에서 탈락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실력으로만 보면 절대 떨어질 팀이 아닌데도요. 물론 대중성과 대회 흥행을 위해 3인칭으로 대회를 진행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계속 3인칭 경기만 고집하면 장기적인 흥행은 어려울 것 같아요. 또 국내 대회에서 3인칭으로 경기를 하다가, 국제 대회가 1인칭으로 진행되면 한국 팀들은 북미, 유럽 팀에게 아무것도 못하고 질 거예요.

'영탄' : 맞아요. 중계는 3인칭으로 하고, 플레이는 1인칭으로 하면 좋을 것 같아요.


Q 좋은 답변 감사합니다. 또 게임과 대회마다 사후브리핑에 대한 룰이 다른데, APL과 PSS는 이를 허용하고 있어요. 이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팽' : 사후브리핑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배틀그라운드는 맵이 상당히 넓고 그만큼 정보가 많아서, 극단적으로 말하면 마우스와 키보드 없이 브리핑만으로도 팀에 엄청난 도움이 될 수 있어요. 특히 서로 체크하지 못한 부분, 차량 체력이나 연료 게이지 같이 사소한 것들을 체크해주는 것도 대회에서는 매우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거든요. 사후브리핑을 막는다면 메인 오더가 죽은 스쿼드의 전력이 정말 약해질 거에요.

'이지피지맨' : 사후브리핑이 있어야 한다는 건 동의하는데, 시체에서 관전을 누르지 않고 시야를 확보하는 'CCTV'는 절대적으로 막아야 해요. APL에서 교전 중에 죽었는데, 뒤에 심판이 관전을 누르라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라운드가 끝나고 상대 스쿼드와 얘기를 나눠봤는데, 그쪽은 'CCTV'를 했다고 하더라구요. 이건 규정으로 확실히 막아줬으면 좋겠어요.


Q 현재 상암에 배틀그라운드 전용 경기장이 신설되고 있고, 아프리카도 비공식적으로 전용 경기장 건설을 발표했어요. 새로운 경기장 시설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오정제' : 먼저 책상이 좀 넓었으면 좋겠어요. 지금 대회들이 PC방에서 진행되다 보니 서로 부딪히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스쿼드 간 간격도 좁구요. 또 대회용 모니터가 연습실 것과 동일하면 좋겠죠. 개인 장비 선도 쉽게 꽂을 수 있으면 좋겠네요.

'이지피지맨' : 저는 의자요. APL 진행하면서 손도 많이 흔들리고, 허리도 아팠어요. 흔들리지 않는 의자가 필요해요.

'팽' : 저는 장비는 상관없고, 그냥 화장실을 좀 크게 지었으면 좋겠어요. 쉬는 시간은 10분인데 그동안 80명이 화장실을 쓴다고 생각해 보세요. 이건 정말 현실적이고 해결해야 할 문제에요.

'영탄' : 장비에 자율성을 줬으면 좋겠어요. PSS 예선을 진행하는데 경기 시작 30초 전에 사운드카드를 빼라고 하더라구요. 내 돈 내고 내 장비를 쓰겠다는데, 억울했죠. 밝기 조절도 마음대로 못하게 하고.

'팽' : '영탄' 말에 덧붙이자면, 다른 스쿼드에서 사운드카드를 쓰는 걸 알았어요. 이에 대해 컴플레인을 했는데. 갑자기 써도 된다고 하더라구다. 그 이후부터 우리한테 장비 세팅에 대한 재촉을 계속하던데, 많이 서러웠어요. 저흰 분명 시키는 대로 한 건데... 이런 시설이나 장비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통일해서 진행해줬으면 좋겠어요.


Q 배틀그라운드가 정식 출시됐어요. 그래도 대회는 한동안 얼리액세스 버전의 클라이언트로 진행될 텐데, 만약 정식 버전이 대회에 도입된다면 어떤 게 변수가 될까요?

'영탄' : 먼저 파쿠르가 추가되는데, 이건 큰 변수가 안 될 것 같아요. 어차피 대회는 후반 자리 싸움이기 때문에. 3인칭에서 엎드렸을 때 시야가 축소된다는데, 이건 좀 변수가 되겠네요.

'오정제' : 저는 탄도학 변경과 데미지 변경이 신경 쓰여요.

'영탄' : 그건 어느 정도 지나면 지금이랑 똑같아져.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야.

'팽' : '고인물 스텝'이 없어지니 특정 스쿼드의 전력이 약해질 거에요. 버그성 움직임이라 사용하기 싫은 건데, 다른 스쿼드들이 쓰니까 안 쓰면 손해라는 생각으로 저희도 쓰고 있거든요. 빨리 정식 버전이 적용되면 좋겠습니다.

'이지피지맨' : 저는 앞으로 있을 대회들을 그냥 정식 버전으로 진행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지금처럼 약간 여유가 있을 때 연습할 수도 있으니까요.


Q. 지금 진행되는 배틀그라운드 대회의 초중반 구간이 지루하다는 일부 의견이 있어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팽' : 일부가 아니라 다수 아닌가요? 채팅창을 보면 대부분 초반에 지루해하던데.

'이지피지맨' : 맞아요. 초반엔 교전이 거의 없으니까요. 그런데 전 선수들이 초반 교전을 안 하는 가장 큰 이유가 총기 드랍률이 너무 낮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영탄' : 저도 동의해요. 교전을 위해선 AR을 들고 있는 게 상당히 중요한데, AR이 잘 나오지 않으니 싸울 수조차 없는 거죠. 그렇다고 샷건이랑 SMG만 들고 돌아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고.

'오정제' : 근데 총이 있어도 3인칭이니까 잘 안 싸우잖아.

'영탄' : 그러니까 1인칭을 해야지.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니까.

'팽' : 총이 없어서 도망치는 것과 총이 있지만 전략적으로 교전을 피하는 건 많이 달라요. 만약 총기가 지금보다 더 많이 나온다면 스쿼드마다 다양한 초반 전략이 나올 수 있을 거에요. 물론 순위방어 때문에 초반 싸움이 확 늘진 않겠지만, 지금보단 충분히 흥미진진해질 거에요. 아니면 '영탄' 말처럼 아예 1인칭을 해버리면 돼요(웃음).


Q. 그럼 경기 시간이나 라운드는 적절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오정제' : 지금 진행되는 3라운드가 가장 적절한 것 같아요. 4라운드 변수가 너무 많아지고, 5라운드가 넘어간다면 체력 싸움이 되겠죠.

'영탄' : 라운드가 더 늘어나면 저흰 게임 연습보다 지구력 키우는 운동을 하고 있을 거에요.


Q 어느새 시간이 많이 흘렀네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팽' : 치사한 방법 없이, 정정당당하고 클린한 e스포츠 문화가 만들어지길 바랍니다.

'이지피지맨' : e스포츠가 계속 흥행해서 대회 종목이 더 늘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영탄' : 저희 숙소 밥 정말 맛있어요. 이모들 최고에요.

'오정제' : MVP 가족분들 사랑합니다. MVP 기모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