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오프 1차전이 시작되기 전,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는 SKT T1의 '도장깨기'가 올해도 계속 이어질지 여부였다. 하지만, 플레이오프 1차전이 끝나고 사람들의 관심사는 SKT T1의 도장깨기에서 '유칼' 손우현의 도장깨기로 바뀌었다. 손우현이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보여준 경기력이 미드의 세대교체를 떠올릴 정도로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미 많은 LoL 팬과 언론이 kt 롤스터의 미드라이너 손우현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손우현이 '페이커' 이상혁을 꺾은 것이 단순히 우연인지, 아니면 진정한 세대교체의 시작인지 오는 8일 펼쳐지는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확인할 수 있다. 확실한 것은 손우현의 상대인 '쿠로' 이서행이 결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라는 점이다. 경기에 들어가기에 앞서 승부의 분수령이 될 미드 관전 포인트를 짚어보자.

상대 전적 '유칼' 우위
'쿠로', 설욕전 성공할까?




두 선수는 이미 한 차례 맞붙은 바 있다. 세트 스코어 2:0으로 '유칼'이 완승을 거뒀다. 비록, 아프리카 프릭스 입장에서 플레이오프 진출이 확정된 상황에 치러진 경기였기지만, 그래도 승부는 승부였다. 그 경기를 분기점으로 많은 이들이 '유칼'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쿠로'는 분명히 세게 얻어맞았다.

3월 25일에 진행된 아프리카 프릭스와 kt 롤스터의 경기에서 '유칼'의 엄청난 패기를 엿볼 수 있었다. 1세트에서 상대가 사이온을 먼저 가져가자 '유칼'은 고민 없이 라이즈를 선택했다. 사이온이 AP 챔피언을 상대로 강한 라인전을 능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오히려 '유칼'은 한타 구도에서 완벽한 스킬 활용으로 주요 킬 포인트를 따냈다. kt 롤스터는 아프리카 프릭스의 돌진 조합을 유연한 운영으로 받아치며 선취점을 올렸다. 그 중심에는 '유칼'의 라이즈가 있었다.

두 번째 세트는 더 압권이었다. 스웨인이 풀리자 '유칼'은 과감하게 스웨인을 선택했고, '쿠로'는 후픽으로 비교적 수비적인 카르마를 골랐다. 팽팽하게 흐르던 초반 상황, '유칼'의 스웨인이 '쿠로'의 카르마를 상대로 솔로킬을 따냈다. 과감한 판단과 압도적인 피지컬이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유칼'의 솔로킬로 인해 흐름이 완벽하게 kt 롤스터 쪽으로 넘어갔다. 결국, 미드 격차를 좁히지 못한 아프리카 프릭스는 무력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이번 시즌, MVP 포인트를 쓸어 담으며 폼이 최고조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았던 '쿠로' 이서행 입장에서 자존심을 구길만한 패배였다. 그만큼 '유칼' 손우현이 평범한 신예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결과였다.


챔프 폭 '쿠로' 우위
'유칼' 저격밴 이겨낼까?




모두가 주목하는 신인 '유칼'의 주력 카드 세 장을 뽑는다면 아지르(6승), 스웨인(3승), 탈리야(2승 1패)가 있다. 라이즈의 경우 두 번 꺼내서 1승 1패를 기록하고 있다. 모두 선픽하는 데 무리 없는 챔피언이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놀라운 숙련도를 보여줬다. 문제는, 미드 저격밴이 들어온 경우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kt 롤스터가 SKT T1을 상대로 정글 저격밴을 했듯, 이번에는 아프리카 프릭스가 미드 저격밴을 할 수도 있다.

아프리카 프릭스 입장에서 스웨인과 아지르를 먼저 밴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쿠로'는 이번 시즌 스웨인을 한 번도 선택하지 않았고, 아지르는 '유칼'의 필승 카드기 때문에 빼앗길 경우 골치 아파진다. 아프리카 프릭스 입장에서 '유칼'에게 아지르를 주지 않기 위해 첫 번째 픽으로 가져올 정도로 밴픽 카드가 넉넉한 상황은 아니다.

스웨인과 아지르가 잘릴 경우 '유칼'의 다음 주력 카드인 탈리야가 떠오르지만, '쿠로'가 탈리야의 카운터인 르블랑을 잘 다루기 때문에 선픽으로 가져가기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유칼'은 결승으로 가기 위한 마지막 관문을 뚫기 위해 넓은 챔프 폭을 보여줄 필요성이 있다. 3월 중순 경기서 꺼냈던 신드라와 벨코즈의 숙련도는 다소 아쉬웠다.



반면, '쿠로' 이서행은 넓은 챔프 폭이 최고의 장점 중 하나인 선수다. 애니비아 같은 후반 캐리력이 뛰어난 정통 AP 챔피언부터 르블랑, 카사딘 같은 암살자 챔피언까지 잘 다룬다. 이번 대결에서 비교적 밴픽에서 자유로운 것은 '쿠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의외로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는 챔피언은 라이즈다. 라이즈는 8.3 패치와 8.5 패치서 직접적인 너프를 당했지만, 8.4 패치서 대천사의 지팡이 아이템의 상향으로 여전히 준수한 픽으로 통하는 챔피언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유칼'은 라이즈를 두 번 꺼내 1승 1패를 기록했고,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반면, 챔프 폭이 넓기로 유명한 '쿠로' 이서행은 2017년 3월 15일 경기 이후 무려 117세트 동안 라이즈를 단 한 번도 손대지 않았다. 아프리카 프릭스가 라이즈를 밴해야 하는 상황이 나올 수 있지만, kt 롤스터는 라이즈를 밴할 필요가 거의 없다는 뜻이다.

전체적인 챔프 폭을 놓고 볼 때 '쿠로'가 더 넓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라이즈처럼 노골적으로 기피하는 대세 챔피언이 있다는 점에서 kt 롤스터가 오히려 밴 카드를 아낄 수도 있다. 확실한 건 두 팀 모두 미드 주도권을 잡기 위해 밴픽 단계부터 치열한 심리전을 펼칠 것이라는 점이다.


비어 있는 미드 왕좌
새로운 주인은?




역대 최고의 미드라이너가 '페이커' 이상혁이라는 사실은 결코 부정할 수 없다. 그동안 이상혁이 쌓은 업적을 뛰어넘을 선수는 당분간 나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시즌의 기세와 성적을 놓고 봤을 때, 미드 왕좌의 자리는 아직 공석이다.

많은 전문가와 LoL 팬들이 '비디디' 곽보성과 '쿠로' 이서행이 이번 시즌 최고의 미드라이너 자리를 놓고 다툴 거라 예상했지만, 2001년생 괴물 신예 '유칼' 손우현이 등장하면서 삼파전 양상이 됐다. 결국, 비어있는 왕좌의 주인공은 우승팀에서 나오게 될 것이다.

이서행 입장에서 오랜만에 찾아온 절호의 기회를 반드시 잡아야 한다. 이서행은 그동안 훌륭한 퍼포먼스를 보여줬음에도 이상혁의 그늘에 가려 2인자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래서 '가장 저평가된 미드라이너'라는 달갑지 않은 평가까지 들어야 했다. 이상혁이 주춤한 상황, 남은 상대는 자신과 비교해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뿐이다. 강점인 넓은 챔프 폭과 안정감을 내세워 왕좌를 차지해야 한다.



반면, 손우현은 아직 좌절을 경험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무서움이다. 많은 이들이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kt 롤스터가 한 세트라도 패할 경우 손우현이 흔들릴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한 세트를 내준 상황, 오히려 라인전에서 더 패기 있게 이상혁을 몰아붙였고, 팀 파이트에서도 월등한 존재감을 뽐냈다.

플레이오프라는 큰 무대에서 신예답지 않은 패기와 실력으로 꾸준히 발전하고 있는 손우현. 그의 앞에 관록이라는 무기를 들고 있는 이서행이 서 있다. 패기와 관록의 대결의 승자가 누가 될 것인지 전 세계 LoL 팬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