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롤챔스) 섬머 결승전이 5일 앞으로 다가왔다. 결승전에 오를 두 팀은 kt 롤스터와 그리핀으로 그 어느 때보다 이야깃거리가 많은 대진표가 성사됐다.

kt 롤스터는 2014년에 우승한 뒤, 단일팀 체제에서 우승한 기록이 없다. 2015년부터 매해 결승전에 올랐지만,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어쩌면 신예 그리핀을 상대하는 이번 결승전이 절호의 기회일지 모른다.

그리핀은 롤챔스 그리고 결승전이 처음인 로열로더 후보다. 개인이 로열로더를 도전 혹은 달성한 적은 있었지만, 팀 자체가 챔피언 자리에 오른 경우는 없었다. 가장 근접했던 팀은 락스 타이거즈였으나, SKT T1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번 롤챔스 섬머 스플릿에 그리핀은 대혼돈의 시대를 열었다. 기존 강자였던 팀들은 그리핀을 만나는 족족 무너졌다. 디펜딩 챔피언 킹존 드래곤X는 한 세트도 따내지 못하고 완패를 당했다. 그것도 그들이 가장 잘하는 경기 스타일이 통하지 않은 채 말이다. 젠지 e스포츠와 아프리카 프릭스는 1승씩 거뒀지만, 그리핀의 침착한 플레이에 혀를 내둘렀다. kt 롤스터를 제외하면 그리핀의 작전을 무너뜨린 팀은 없었다.

그래서 이번 결승전은 더욱 재미있다. 말 그대로 '무관의 제왕'인 kt 롤스터는 달갑지 않은 이 별명을 떨쳐낼 좋은 기회를 얻었다. 이미 두 번이나 꺾어 본 상대이며, 경험으로는 그 어느 팀에게도 밀리지 않는다. 결승전은 말 그대로 경험의 싸움이다.

이에 맞서는 그리핀은 롤드컵 우승까지 바라보고 있다. 신예의 패기에서 그칠 것이라는 스플릿 초반 예상은 모두 빗나갔다. 어느 한 명의 키플레이어를 꼽기 어렵지만, 두 팀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스코어' 고동빈과 '타잔' 이승용, 정글을 지배하는 팀이 우승할 것이라고 말이다.


평범함을 거부한 '타잔' 이승용
군더더기 없는 만능 정글러 '타잔'



'"처음에는 '타잔' 이승용을 다른 정글러와 똑같다고 생각했다. 그 결과 우리는 패배했다"

처음 그리핀을 만나 패한 다음, 여러 감독이 '타잔'을 위험인물로 지목했다. 비원거리 딜러 메타 속에서 다른 곳에 신경을 쓰다 보니 '타잔'의 플레이를 제대로 짚어내지 못한 후회였다. 그렇게 '타잔'에게 호되게 당한 1라운드, 2라운드에 공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산산조각 났다.

그리핀의 강점이자 약점은 '타잔'이다. 상식을 반드시 지키는 정글러라는 평가가 많다. '타잔'은 '이렇게 하면 상대 정글러는 할 게 없겠지?'라는 기존 정글러들의 예상을 모수 파괴했다. 라인전에 큰 변수가 없다면 정글러들은 공식처럼 상대 정글 캠프로 향한다. 일명 '카운터 정글'이다.

이 부분에서 '타잔'과 기존 정글러들의 차이가 발생한다. 선배격인 정글러들은 라이너들이 밀리는 상황에서 쉽게 카운터 정글을 시도하지 않는다. 오히려 다른 방법을 찾는다. 하지만 '타잔'은 해낸다. 그러다 보니 기존 정글러들은 자신이 계획한 플레이에 변수가 생긴다. 이미 상대가 카운터 정글을 못할 거라는 전제로 다음 계획을 짰으니 말이다.

상대 정글러들에게는 예상이 어긋난 플레이지만, '타잔'에게는 지극히 상식적인 플레이다. '타잔'은 어떤 변수 속에서도 이론상 정글러가 해야 할 플레이를 반드시 한다. 그래서 화려함은 덜하더라도 '타잔'을 국내 최고의 정글러라 평가하는 이들이 많다.


노련함을 가장 잘 표현한 '스코어' 고동빈
유유자적 신선과도 같은 '스코어'



"정글의 '신'이다. 아군, 적군을 가리지 않고 제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정글러다"

2018 아시안게임을 시청한 몇몇 선수는 '스코어' 고동빈의 플레이를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전혀 다른 소속팀의 선수가 모였음에도 kt 롤스터에서 보여줬던 플레이를 고스란히 펼쳤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스코어'는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 과정에서 가장 먼저 뽑힌 인물이다. 본인이 1차 제안을 고사한 관계로 제일 마지막에 합류했을 뿐이다.

'스코어'는 '노련함'이라는 단어를 가장 잘 표현하는 정글러다. 대개 정글러들은 초반까지 정해져 있는 동선을 밟는다. 하지만 '스코어'는 이 과정에서 시야와 부쉬(수풀)를 곧잘 이용한다. 특히 탑과 바텀 라인에서 '스코어' 특유의 부쉬 대기는 상대 선수들이 가장 까다로운 부분으로 여긴다.

직접적인 성과가 없더라도 '스코어'는 꼭 이런 변수 창출을 유도한다. 들키지만 않는다면 상대 정글러는 정해진 대로 움직인다. 그사이 자신은 뻔한 성장 루트에 갱킹이라는 옵션을 지니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셈이다.

'스코어'의 또 다른 장점은 침착함이다. 어떤 경우에도 조급해하지 않는다. 설사 본인의 성장이 힘든 상황에 직면하더라도 그것을 억지 플레이로 극복하려고 하지 않는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플레이로 리스크를 줄인다. 이 부분이 '타잔'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스코어'는 불리한 상황에서 오히려 포기를 택하고, 백업을 우선으로 삼는다. kt 롤스터 라이너들이 밀리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더욱 자신 있게 플레이할 수 있는 이유는 '스코어'의 백업 때문이기도 하다.

'타잔'이 최고 정글러라는 평이 많은 가운데, 호적수를 '스코어'라고 뽑는 이유는 간단하다. '타잔'은 여러 상황에서 정글러가 해야 할 대부분의 플레이를 해낸다. 반대로 '스코어'는 어떤 상대를 만나도 자신의 흐름을 쉽게 잃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 두 정글러의 싸움이 흥미롭다.


kt 롤스터와 그리핀의 최종 병기 '스코어'-'타잔'
최고의 정글러, 주인공은 누구?


kt 롤스터와 그리핀의 싸움은 그야말로 신구 대결이다. 그리고 핵심 플레이어인 '스코어'와 '타잔'은 최고 수준의 두뇌 싸움을 펼칠 것이다. 두 사람은 하나의 스타일로 단정 짓기 어려울 정도로 다재다능하다. 만약 각 라인에 변수가 발생하더라도 '스코어'와 '타잔'은 최선의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는 정글러들이다.

그래서 kt 롤스터와 그리핀의 코칭스태프는 이 두 사람을 주목하고 있다. '스코어'와 '타잔'은 두 팀이 지니고 있는 최고의 무기다. 물론, 밴픽 단계에서의 저격은 의미가 없다. 초반 작전 플레이도 크게 이득을 거두기 어렵다.

그렇다면 kt 롤스터 입장에서 '타잔'을 공략할 카드는 '스코어'뿐이다. 그리핀 역시 '스코어'를 잡을 수 있는 무기로 '타잔'을 내세워야 한다. 대망의 결승전에 소환사의 협곡을 지배할 최후의 정글러와 팀이 누구일까. '스코어'와 '타잔'의 플레이에 많은 것이 달렸다.


2018 LoL 챔피언스 코리아 섬머 스플릿 결승전 일정

kt 롤스터 vs 그리핀 - 오후 5시(인천 삼산월드체육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