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과 비교해봤을 때 LCK에서 가장 큰 변화를 맞이한 팀이라고 하면 단연 젠지 e스포츠를 뽑을 수 있다. 뛰어난 선수들로 로스터를 구성함과 동시에 이전까지 보여줬던 것과 또 다른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다. 젠지의 변화는 제대로 통하며 스프링 스플릿 1R를 1위로 마감할 수 있었다.

젠지의 변화는 미드-정글에서 시작했다. 2020의 젠지는 확실히 경기 초-중반부터 탄탄하게 흐름을 이어나갔다. 강한 라인전을 기본으로 미드-정글 중심의 스노우볼 운영이 가능해졌다. 이는 LCK 경기 시간 33분 13초(2위)라는 기록과 최상위권을 장악한 젠지 팀원들의 KDA 지표가 잘 보여주고 있다. 한번 잡은 승기를 확실히 굳힐 줄 아는 팀으로 거듭난 것이다.

이런 젠지의 변화의 중심에는 '비디디' 곽보성이 있었다. 작년까지 젠지는 '쿠잔-플라이-리치-로치' 등 다양한 선수들이 미드에 섰지만, 확실한 주전이 나오지 않았다. 이제는 자리를 '비디디'가 빈 틈 없는 플레이를 이어가고 있다. 이미 2019년 LCK 최고의 정글러임을 입증한 '클리드' 김태민과 함께하면서 그 힘이 배가 된 느낌이다.

기본적으로 '비디디'는 라인전부터 강하다. 단순히 라인전만 잘한다는 것을 넘어서 그 영향을 게임 전반에 어떻게 주는지 알기에 그 강점이 제대로 드러난다. 이는 '클리드'가 상대 정글로 들어가 상대를 견제하는 플레이의 밑바탕이 된다. 조이와 같은 챔피언을 잡았을 때 벽 넘어에 있는 상대를 요격하는 장면이 자주 나왔다.


▲ 로밍인가... 갱킹인가?

나아가, '비디디'는 맵 전반을 크게 쓸 줄 안다. '클리드'가 귀환하는 타이밍에 로밍으로 다른 라인을 풀어주기도 했다. 샌드박스 게이밍과 대결에서는 미드 세트라는 픽으로 상대의 허를 찌르는 탑 로밍을 보여줬다. 정글이 귀환한 타이밍에 방심을 틈타서 초반부터 라인을 밀기 쉽지 않은 세트가 올라올 것을 예측하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기존 젠지의 봇 중심 스타일에도 '비디디-클리드'의 움직임은 큰 힘이 된다. 발이 풀린 젠지의 미드-정글이 봇 라인으로 향해 여차하면 다이브 기회를 노린다. 손해 없이 깔끔한 다이브에 성공했을 때 젠지가 굴릴 수 있는 스노우볼의 속도는 배가 된다. 예전부터 젠지는 빠르게 봇 라인전을 끝내고 올라와 이득을 챙기는 경기를 해왔기에 이런 양상에 익숙하다. 거기에 확실한 다이브까지 더 해지면서 게임 속도가 빨라지고 팀원들의 KDA까지 최상위권을 향하게 된 것이다. '비디디'의 확실한 라인전 주도권은 젠지 스타일에 힘을 주는 바탕이 됐다. 자연스러운 탑 로밍을 비롯해 봇 다이브 등이 가능해지면서 상대의 허를 찌르는 젠지의 전략이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젠지 경기가 항상 초반부터 유리한 것만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승리할 수 있는 힘은 한타에서 나온다. 드래곤 스택이 중요해진 시기에 드래곤 지역 한타에서 물러설 수 없는 승부를 벌여야 한다. 여기서 '비디디' 곽보성이 진가가 제대로 발휘됐다. 많은 이들이 한화생명e스포츠를 상대로 한 방에 많은 이들을 띄운 '비디디' 아지르의 황제의 진형을 기억할 것이다. 이번 LCK에서 손에 꼽히는 화려한 장면이지만, 그 안에는 한타에 임하는 '비디디'의 철저한 계산들이 있다. 상대의 어떤 스킬이 빠졌고, 내가 언제 진입해야 하는지가 팀 보이스를 통해 알 수 있다. 중반 타이밍에 자신을 노리는 상대 스킬을 빼내고 진입할 구도를 제대로 볼 줄 아는 선수다. 이는 한화생명e스포츠전보다 아래 영상에서 잘 드러났다.


▲ 한화생명전 아지르 '슈퍼 토스' 장면

'비디디'의 이런 면모는 최상위권 원거리 딜러들의 플레이를 떠오르게 한다. 원거리 딜러 선수들은 상대의 어떤 스킬과 점멸이 빠졌는지 계산 하에 죽지 않고 프리딜을 넣는 구도를 만들어낸다. 그들이 후반 한타에서 주로 이런 능력이 발휘된다면, '비디디'는 초-중반 한타부터 시작한다. 심지어 LCK에서 한 번 꺼낸 세트로도 이런 장면을 연출해낸다. 챔피언마다 한타 때 어떻게 싸워야할지 명확히 플레이로 보여주고 있기에 '비디디'의 픽에는 어느덧 믿음이 생겼다.

그렇게 젠지는 어느덧 정규 시즌 1위라는 자리에 올랐다. 젠지와 '비디디' 모두 하위권에 머물렀던 작년이라면, 생각해보기 힘든 결과다. 마치 우리가 이 정도 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듯이 색다른 스타일로 달려나가는 중이다. 미드 주도권을 잡은 젠지, 그리고 라인전 단계부터 단단한 팀원과 함께 하는 '비디디'. 괜히 젠지가 올해 스토브 리그부터 가장 큰 기대를 받은 팀이 아닌가 보다. 그리고 '비디디' 곽보성이 중심에서 든든히 버티고 있기에 더 강하게 느껴진다.




2020 젠지 '비디디' 주요 챔피언 KDA 및 승률

LCK 스프링 '비디디' KDA : 8.8
조이 승률 : 7승 0패, KDA : 11
아지르 승률 : 3승 1패, KDA : 7.8
판테온 승률 : 3승 0패, KDA : 9.3
갈리오 승률 : 2승 1패, KDA : 1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