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선수 중 '레전드'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선수가 몇 명 정도 될까? 뛰어난 선수들은 많지만, 모두가 수긍할 만큼 재능과 커리어를 겸비한 선수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이 두 선수라면 아깝지 않을 듯하다. '데프트' 김혁규와 '테디' 박진성. 같은 포지션에서 최고를 논할 때, 늘 언급되는 두 이름이 오늘, 2020 LCK 스프링 결승전으로 가는 한 장의 티켓을 두고 맞붙는다.

22일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2020 우리은행 LCK 스프링 스플릿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 드래곤X와 T1이 대결을 벌인다. 우승으로 향하는 길목에 닮은 듯 서로 다른 두 선수 중, 자신의 장점을 살려 팀을 승리로 이끌 이는 누가 될까?

'데프트' 김혁규의 장점은 뭐니 뭐니 해도 라인전이다. 데프트는 항상 라인전이 강했다. 삼성 블루 시절을 제외하고는, 서포터 자리에 누가 오더라도 라인전에서 주도권을 놓치는 모습이 드물었다. 서포터의 능력이 봇 라인전의 70%를 차지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지만, 데프트에게는 통용되지 않는 말처럼 들릴 정도다.

데프트는 이번 시즌 치른 60세트 중 47세트에 초반 15분 CS를 앞서 나갔다. 평균 약 600골드의 차이, 킬 수로 따지면 2킬 정도다. 테디가 상대 원거리 딜러보다 평균 144골드 정도 앞서 나간 것과 비교하면 데프트의 라인전 수행 능력은 독보적이라 할 만하다.

팀 입장에서 항상 이겨주는 봇 라인이 있다는 건, 경기를 운영하기에 너무나도 편한 근거가 된다. 타워를 먼저 파괴하고 용을 포함한 각종 오브젝트를 챙겨 스노우 볼을 굴린다. 지난 담원 게이밍과의 1, 2 세트는 데프트를 가진 팀이 누릴 수 있는 최적의 승리패턴이었다.

'테디' 박진성은 라인전부터 세게 풀어가는 스타일은 아니다. 라인전 수행 능력이 약하지 않음에도 사고 없이 성장해서 중, 후반 한타에서 활약하기를 지향한다. 근거는 챔피언 풀에서 찾을 수 있다. 현재 메타에서 라인전이 가장 강한 챔피언은 '유성' 바루스인데, 테디는 이번 시즌 바루스를 단 두 번 사용했고, 이 두 번도 유성 룬을 들지 않았다. 가장 많이 선택한 챔피언은 미스 포츈(18회), 동일한 횟수로 바루스를 선택한 데프트와는 성향에 차이를 보인다.

테디의 장점은 경기 중, 후반부터 드러난다. 진에어 시절부터 단련된 집중력은 장기전을 치르는 중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성장을 끝낼 만큼만 경기가 길어지면, 테디는 승리를 가져오는 보증수표가 된다. '테디 엔딩'은 T1의 스프링 시즌 1라운드 승리 공식이었다.

테디가 이번 스프링 시즌 기록한 KDA는 7.1이다. 이는 동 포지션 중 1위이며, LCK에서 가장 죽지 않는 원거리딜러라는 증거이기도 하다. 데프트의 KDA(5.4, 담원전 포함)도 LCK 원거리딜러 중에서 상위권이지만, 테디의 안정감이 더 뛰어나다는 점은 기록이 보여주고 있다.

시간은 데프트에서 테디로 흐른다. 드래곤X가 경기 초반부터 데프트가 가진 라인전의 장점을 살린다면, 담원게이밍을 상대로 보여줬던 막강한 드래곤X의 승리공식이 다시 발동될 공산이 크다. 반면, 시간이 흐르면서 T1이 주도권을 잡아간다면 '테디 엔딩'이 펼쳐질 가능성이 점점 커진다. 각 팀이 가진 승리 패턴은 이번 경기에서 어떻게 어우러질까? 결과는 금일 오후 5시 2020 우리은행 LCK 스프링 스플릿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2라운드 경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2020 우리은행 LCK 스프링 스플릿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2라운드

T1 vs 드래곤X - 22일 오후 5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