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헌, 2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 "협회에 예산배정은 무죄"
이두현 기자 (Biit@inven.co.kr)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전 한국e스포츠협회 명예회장)이 2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15일 서울고등법원 제1형사부(정준영, 송영승 강상욱)는 전병헌 전 수석의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해 1심 유죄를 부분 파기했다.
앞서 검찰은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뇌물수수,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해 징역 7년에 추징금 6억 5,000만 원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전 전 수석이 롯데홈쇼핑에서 방송 재승인 청탁과 함께 e스포츠협회에 후원금 명목으로 3억 원을 전달하게 한 제3자뇌물수수혐의에 대해 1심 유죄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피고인에 대한 혐의 증명이 되지 않았다"라고 원심 파기 이유를 설명했다.
전 전 수석이 기획재정부를 압박해 한국e스포츠협회에 20억 원의 예산이 배정되게 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에 대해서도 1심과 달리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기획재정부 공무원들이 피고인의 요청을 강압적으로 느끼지 않았고,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도 필요하다고 판단해 예산요구서를 제출하는 등 대통령의 게임 및 e스포츠 진흥과 연계된 사업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예산편성에 관한 의견 제시는 정무수석의 일반적 권한에 속하고, 죄로 성립하려면 상대방 공무원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는 것이 인정되어야 한다"며 "예산은 피고인이 검찰수사를 받아 2018년에 제외됐으나, 2019년 예산안에는 더 많은 금액이 편성된 것을 고려하면 공무원에게 의무 없는 일을 시킨 것이라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한 재판부는 "피고인이 기재부에 요청한 것은 행정부의 정당한 의견제시로 봐야 한다"며 "이러한 행위들을 형법상 범죄로 본다면, 공직사회에서 상급자의 정당한 의사표시를 불신으로 봐 행정비효율을 야기할 것이다"고 의견을 냈다.
전 전 수석이 롯데홈쇼핑으로부터 500만 원 상당의 기프트카드를 뇌물로 받은 혐의와 한국e스포츠협회 자금 5,370만 원을 횡령한 혐의, 정치자금 2,000만 원을 위법하게 받은 혐의는 그대로 유죄가 인정됐다.
재판부는 전 전 수석에게 뇌물수수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2,000만 원, 업무상 횡령 혐의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또 추징금 2,500만 원과 80시간의 사회봉사를 함께 명령했다.
한편, 선고 이후 전 전 수석은 기자들에게 "검찰의 어거지 수사 일부가 밝혀져 다행으로 생각한다"며 "중요한 부분에서 법원이 현명한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몇 가지 아쉬운 판단이 있어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전 전 수석 변호인은 "상고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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