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상반기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여파로 철권 월드 투어(이하 TWT)가 전면 취소됐습니다. 이에 전업 철권 프로게이머들을 비롯해 TWT를 통해 이름을 알리던 전 세계의 수많은 철권 선수가 본인들의 주 무대를 잃었죠. 그러나 국내 선수들은 불행 중 다행으로 다시금 설자리를 찾았습니다. 한동안 중지됐었던 아프리카TV 철권 리그(이하 ATL)가 3개 시즌과 그랜드 파이널이라는 투어 형식의 대규모 대회로 돌아왔기 때문입니다.

전체 일정과 총상금이 대폭 확대된 2020 ATL은 지난 18일 시즌1 파이널을 성황리에 마쳤습니다. 이러한 ATL의 부활과 흥행의 중심에는 '고인물 게임대전'의 연출자로 이름을 알린 아프리카TV의 이동근PD가 있었는데요. 이동근PD는 ATL을 본격적으로 자체 제작하며 철권을 사랑하는 참가자들과 시청자들에게 최고의 만족을 주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습니다.

유난히 선선한 올여름, 이동근PD는 보다 환한 미소로 인벤과의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2020 ATL 시즌2, 3와 그랜드 파이널을 앞둔 이동근PD가 밝힌 제작 비하인드와 향후 각오 등 다양한 이야기를 지금 바로 만나보시죠!



Q. 반갑습니다. 먼저 간단한 인사를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아프리카TV에서 e스포츠를 비롯한 여러 컨텐츠를 제작하는 이동근 PD입니다.


Q. Q. PD님이 생소한 독자분들을 위해 제작에 참여한 대표 컨텐츠들을 소개해 주시겠어요?

지금까지 고인물 게임대전을 비롯해 철권, 카트라이더, 서든어택 BJ멸망전을 연출했어요. 이외 대부분의 격투 게임 대회 연출을 담당했는데요. WEGL 철권7 대회부터 TGS 스트리트 파이터5, 네오지오 월드투어, SNK 월드챔피언쉽 등 여러 국제 리그의 한국 대표 선발전을 진행했습니다.


Q. 아프리카TV PD가 된 과정이 궁금한데요.

원래 다른 방송사에서 드라마, 쇼핑과 관련된 일을 했어요. 그런데 곰TV에서 중계하는 GSL을 보며 스타크래프트2의 열성 팬이 됐죠. 대부분의 경기를 챙겨보고 현장 직관도 다니다보니 e스포츠 쪽에 자연스레 관심이 생겼어요. 그러던 중 아프리카TV에서 GSL 제작을 맡게 되면서, 기존 직원분들 추천으로 면접을 보고 2015년에 아프리카TV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GSL은 아직도 제겐 성역 같은 느낌이예요.


Q. 지난 연출 경력을 보면 오락실 게임, 격투 게임에 대한 애정이 상당해 보여요. 원래 이런 류의 게임들을 좋아했나요?

물론이죠. 어린 시절에 오락실을 정말 자주 다녔고, 커뮤니티 활동도 했어요. 제 또래라면 그 당시엔 누구나 오락실 사장이 꿈이었을걸요? 당시 오락실의 주류였던 격투 게임을 비롯해 다양한 레트로 게임을 워낙 좋아해서 고인물 게임대전을 연출하게 된 거예요.

사실 격투 게임의 경우엔 철권을 제외하면 처음부터 대회 제작에 힘을 쏟은 건 아닙니다. 고인물 게임대전을 연출하며 필연적으로 여러 격투 게임 대회를 진행했고, 시즌이 지날수록 어느 정도 최신 격투 게임들도 선보였죠. 그러다 보니 여기저기서 관련 문의가 오고, 여러 종목을 연출하게 된 거예요. 솔직히 격투 게임 대회의 경우 수익 창출이 어렵기 때문에 제작이 용이한 플랫폼이나 방송국이 많지 않은 실정이거든요. 덕분에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Q. 격투 게임 커뮤니티에서 종종 활동하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아프리카TV 외에 다른 커뮤니티는 홍보 채널이나 소통 창구로 활용하는 편이에요. 거의 공지 위주로 글을 올리는데 이런저런 것들을 커뮤니티 회원분들께 물어볼 때도 있죠. 무언가를 결정할 때 운영 스태프나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해당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분들, 저희 방송을 봐주시는 시청자분들의 의견도 더없이 중요하니까요. 또 팬분들 반응에 목을 매는 건 아니지만, 좋은 댓글이 달리거나 응원을 해주시면 더 잘해야겠다는 동기 부여가 되기도 해요.


Q. 이제 본격적으로 철권 및 ATL 얘기를 해볼게요. 2018 ATL 시즌2를 마지막으로 약 2년간 ATL이 중지됐는데, 어떤 속 사정이 있었나요?

ATL이 한동안 중지됐던 가장 큰 이유는 2019년에 TWT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거였죠. ATL은 예선부터 결승까지 차례로 진행되는 격투 게임 대회의 전통적인 모델을 따르고 있었는데, 주요 시간대에 철권 프로게이머를 포함해 소위 말하는 인기 선수들은 해외에 체류하고 있었으니까요. TWT 일정으로 생기는 선수들의 공백은 방송사가 스스로 견인할 수 없고, 그래서 '일단은 TWT를 지켜보자'라는 입장이었던 거죠.


Q. 그리고 올해 2020 ATL은 3개 시즌, 그랜드 파이널이라는 투어 형식으로 대폭 확대되어 돌아왔어요. 이런 변경 과정에서 어떤 협의가 있었나요?

'코로나19' 여파로 TWT가 전면 취소되며 ATL 재개에 대한 긍정적인 이야기가 나왔죠. 이때 기존의 전통적인 대회 모델과 TWT의 투어 모델 중 어느 것으로 ATL을 진행할지 고민했어요. 그런데 TWT가 재개된 이후의 상황을 생각해보니 기존 ATL대로 진행하면 또다시 같은 문제점이 발생할 거라는 결론이 나왔어요. 이에 일단은 투어 모델로, 일정은 TWT와 최대한 겹치지 않는 매주 수요일에 DAY 경기를 진행하는 거로 결정한 거죠. 물론 TWT가 재개된다면 편성에 대해 더 고민해야 되겠죠.


Q. 대회 일정 확대와 함께 상금도 상당히 늘어났어요. 제작자 입장에서 비용 문제를 다루는 데 어려움이 있었을 듯한데요.

사실 처음 기획한 2020 ATL은 지금보다 한층 가벼웠어요. 전체 대회 일정도 짧았고, 상금도 지금보다 적었죠. 그런데 채정원 본부장님께서 철권 판을 더 키워야 된다고 하며 총상금을 크게 올려줬어요. 또 중계진 분들을 비롯한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제작비를 최대한 절감할 수 있었고요. 이렇게 ATL은 국내 철권 e스포츠를 활성화시키자는 목적 아래 함께 나아가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아요.


Q. 2020 ATL의 매 일정에 철권 프로게이머를 포함한 네임드 유저들이 총출동해 명승부를 펼치고 있어요. PD 입장에서 상당히 만족스러울 것 같은데요.

그렇죠. 먼저 매 경기 최선을 다해 멋진 경기 펼쳐주는 선수들에게 감사하고, 오랜 시간 수고해 주는 중계진 정인호-박동민-'아빠킹'에게도 감사드려요. 시즌1은 각 DAY 경기부터 LCQ, 파이널까지 정말 치열한 경기가 펼쳐지면서 스토리와 드라마가 써졌는데요. 이런 부분에 시청자분들도 많이 몰입해 주시고, 선수들에게도 좋은 동기 부여가 되는 것 같아 기뻐요. 지금 ATL이 가고 있는 방향이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이번 ATL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하는 점은 '머일'-'게임하는망자'-'헬프미' 등 TWT에서 한발 벗어나 있던 선수들에게 스포트라이트가 간 거예요. TWT는 전 세계에서 진행되다 보니 프로게이머를 비롯한 일부 선수들만 꾸준히 참가할 수 있었잖아요. 그런데 ATL은 국내의 더 많은 선수들을 조명할 수 있고, 그분들이 마지막 무대에서 보여줄 수 있는 긴장감이 대회의 가치를 더욱 올려주는 듯해요.


Q. 2020 ATL 시즌1 파이널은 실시간 시청자가 약 1만 명에 달할 정도로 흥행했어요. 이에 대한 소감은?

철권 대회는 BJ멸망전부터 애정을 가지고 오랜 시간 만들어왔어요. 그런데 지금까지는 이 정도의 관심을 받지 못했었죠. 늘 결과가 아쉬웠던 상황이었고, '조금만 더 노력해 보자'라는 맘으로 여기까지 온 거예요. 그런데 이번 파이널에서 노력의 결과를 어느 정도 본 것 같아 매우 기뻤어요. 노력은 결국 제가 한 만큼 돌아온다는 생각에 스스로 많은 동기 부여가 되기도 했고요.


Q. 향후 ATL 진행에 있어 보완 또는 수정할 점이 있다면?

아무래도 대회 시드와 ATL 포인트죠. 시드의 경우엔 선수, 팬분들 의견이 모두 다르고 후반부로 갈수록 더 문제가 될 부분이기 때문에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눠봐야 할 것 같아요. 제작자 입장에선 당연히 시드를 나누지 않는 게 좋죠. 1라운드부터 포인트 상위권 선수들의 진흙탕 싸움이 나오면 더 흥미로운 연출이 가능하니까요.

ATL 포인트의 경우엔 DAY 경기로 획득 가능한 포인트는 적정하다고 생각해요. 우승의 가치는 매우 커야 하니까요. 준우승 2회가 우승보다 의미 있어지는 상황은 만들지 않을 거예요. 또 시즌1부터 3까지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려한다면 결국엔 꾸준히 상위권에 입상한 선수들이 그랜드 파이널에 진출하게 될 거예요. 다만 BJ 대회에서 획득 가능한 포인트는 확대할 계획이 있어요. 현재는 ATL의 1/4 수준인데, 대회가 자주 열리지 않고 수준도 충분히 높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가산점을 주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또 포인트 상위권 선수들은 참가할 수 없는 가칭 철권 챌린저스 대회를 준비 중이에요. 이 대회의 상금과 포인트는 매우 작을 거예요. 저희가 만들고 싶은 건 생활체육, 풀뿌리 e스포츠의 일환이죠. '파이널까지 진지하고 치열한 진짜 승부를 겨루자!'라기보다는 선수와 시청자분들이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대회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특정 선수들이 참가할 수 없다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지 않을까요?) 철권 팬이라면 누구나 납득할 만한 ATL 포인트 절벽 구간이 있습니다.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웃음).


Q. 철권 대회는 오프라인 관람이 제맛인데, '코로나19'로 인해 2020 ATL 시즌1 파이널은 무관중으로 진행됐죠. 이에 대해 아쉬움이 많을 듯해요.

정말 씁쓸했죠. 이번 파이널에서 '무릎' 선수가 우승하고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데, 화면이 많이 밋밋하더라고요. 현장 관객분들이 있었으면 많이 환호해 주고, 사진을 찍으러 몰려나오기도 했을 텐데요. 그런 무대 특수효과를 넘어 화면을 채워주는 게 있어야 제맛인데 말이죠. 빨리 '코로나19'가 완화돼서 현장이 주는 '뽕 맛'에 취해보고 싶어요. 선수들도 현장 관객들이 있으면 대회를 더 재밌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요?


Q. 이외 2020 ATL을 진행하며 보람을 느낀 상황이나 자랑할 만한 부분이 있나요?

ATL은 공식 리그다 보니 팀 단위로 제작이 들어가고, 다른 부서에서도 많이 도와줘요. 그래서 ATL이 아닌 다른 부분에서 보람을 느끼는 게 있어요. 바로 테켄 스타즈 컵, 야식크래쉬를 비롯해 BJ들이 개최하는 여러 대회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준 거죠. 아프리카TV의 근간은 BJ이기 때문에 그분들의 방송 퀄리티를 올리고 저변을 확대했다는 게 뿌듯한 거죠. 입사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하고 있는 업무입니다.


Q. 철권은 e스포츠에서 상대적으로 비인기 종목이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TV는 다수의 철권 대회와 이벤트전을 꾸준히 개최 및 지원하고 있죠. 이에 대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철권 같은 경우엔 아무래도 상징적인 '무릎' 선수가 BJ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그 위상에 걸맞는 투자가 따라가는 것도 있죠. 그런데 사실 아프리카TV는 철권 외에도 다양한 e스포츠 종목들에 꾸준히 지원을 해오고 있어요. 다만 소규모 종목들의 경우 그런 부분이 잘 노출되지 않는 거죠.

또 아프리카TV는 e스포츠가 단순한 대회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고 봐요. 대회 과정에서 나오는 다양한 스토리가 서로 이어지고, 대회 참가자들이 BJ로 활동하고, 그들이 또다시 대회를 열고... 이렇게 e스포츠는 미디어 플랫폼으로서의 아프리카TV가 제공하고 만들어가는 하나의 문화라고 생각하는 거죠. 네. 결론은 아프리카TV에 철권 BJ가 많아졌으면 한다는 겁니다(웃음).


Q. 앞으로 2020 ATL 시즌2, 3과 그랜드 파이널을 개최해야 하는데, 남은 일정도 차질 없이 잘 진행될까요?

올해를 잘 마무리하려면 꾸준함이 생명일 듯해요. 아무래도 ATL은 오랜 시간 진행되다 보니 선수들의 피로도 관리가 중요하죠. 그래서 최대한 경기를 빨리 끝낼 수 있도록 운영 부분에 대한 피드백을 중점으로 받고 있어요. 다행히 참여한 선수들이 온라인 대회 중에서는 최상급 운영이라고 평가해 주고 있는데요. 앞으로도 이러한 피드백을 통해 선수들에게 꾸준히 좋은 환경을 제공해 준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 가장 고민 중인 건 '어떻게 하면 2020 ATL 그랜드 파이널을 최대한 무게감 있게 만들 수 있을까'예요. '코로나19' 때문에 제작자 입장에서 정말 어려운 점이 많아요. 욕심 같아선 지스타 현장이나 잠실에 신설된 핫식스 아프리카 콜로세움에서 최대한 많은 관객분들을 수용해 진행하고 싶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죠. 그래도 여러 방면으로 오랜 시간 고려해서 최선의 그랜드 파이널 경기를 선보이겠습니다.


Q. ATL을 비롯한 아프리카TV e스포츠 시청자분들께 감사 인사와 향후 각오를 전한다면?

아프리카TV를 사랑해 주시는 시청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험한 채팅을 쳐도 괜찮으니 일단은 최대한 많이 놀러와서 구경해 주세요. 그래야 제가 회사에 어필할 수 있는 게 많아지니까요(웃음).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다면 더 좋은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따끔하게 지적해 주시고요. '테켄크래쉬'에 모두가 열광했던 그 시절을 재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또 최근 정인 오락실이 문을 닫은 후 아케이드 게임기 몇 대를 e스포츠 라운지 '엘 후에고'에 갖다 두고 정비 중인데요.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스트리트 파이터2나 철권 태그 토너먼트1 등 고전 격투 게임들의 오프라인 대회를 활성화할 생각도 있습니다. 이외 스트리트 파이터5를 비롯한 다른 격투 게임 대회들도 꾸준히 개최하고 확대하려 하니, 국내 격투 게이머분들이 아프리카TV에 더 많은 관심을 보내주셨으면 합니다.


Q. 이제 인터뷰를 마무리할 시간입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해주세요!

먼저 철권을 비롯한 모든 e스포츠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 서수길 대표님, 기획의 절반 이상을 담당해 주시는 채정원 본부장님께 감사드립니다. 또 아프리카TV에서 e스포츠를 제작하면서 느낀 점은 정말 게임을 좋아하는 직원분들이랑 함께 하고 있다는 거예요. 그분들과 함께 더 재밌는 리그, 보기 좋은 리그를 제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으니 앞으로도 응원해 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