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원 기아가 LCK 승격 이래 통산 다섯 번째 우승 트로피 사냥에 나선다.

담원 기아는 2020 LCK 섬머 스플릿에서 우승한 이후 참가하는 대회마다 우승을 차지하며, 말 그대로 '꽃길'만 걷고 있다. 2020 LCK 섬머, 2020 월드 챔피언십, 2020 LoL 케스파컵, 2021 LCK 스프링까지. 떴다 하면 우승이다.

그런 담원 기아의 다음 행선지는 '2021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이하 MSI)'다. 만약 이번 MSI까지 우승하면, T1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그랜드 슬램 타이틀을 거머쥐는 팀이 된다. 그리고, 아직 아무도 달성하지 못한 단일 시즌 그랜드 슬램이라는 대기록에 대한 도전을 이어나갈 자격을 얻는다.


'역체정'을 향해 - '캐니언' 김건부
최고의 타이틀을 향한 그의 도전

2021 시즌 담원 기아의 중심에는 '캐니언' 김건부가 있다. 2020 LCK 섬머부터 절정의 폼을 자랑하던 '캐니언'은 2021년에도 여전한 기량을 뽐내는 중이다. 아니, 보다 더 잘해졌다. 프로게이머는 데뷔 3년 차에 전성기를 맞는다는 항간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무적의 포스를 보여주고 있다.


'캐니언'의 강점을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담원 기아의 무기이기도 한 피지컬은 기본이고, 라인 개입이나 교전 설계, 한타 등 모든 면면에서 우월한 능력치를 뽐낸다. 특히, 팀의 유불리와 상관없이 언제나 최선의 플레이만을 하면서 승리의 보증 수표 역할하곤 한다. 정글 캐리 메타에서 '캐니언'보다 빛이 나는 선수가 있었을까.

'캐니언'이 더욱 무서운 건 메타를 타지 않는 선수라는 점이다. 지금 우리는 올해 깊은 인상을 남겼던 '캐니언'의 그레이브즈, 헤카림, 우디르, 헤카림만을 기억하지만, 작년과 재작년의 '캐니언'은 세주아니, 자르반 4세, 트런들 등으로 이미 경기력을 검증받은 바 있다. 이 정도면 오브젝트를 종종 빼앗긴다는 유일한 단점은 너무 소소해 보인다.

현재의 '캐니언'에게는 비교 불가라는 타이틀이 가장 잘 어울리지 싶다. 모든 관계자가 퍼스트 팀 정글러로 이견 없이 '캐니언'을 지목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을 것이다. 소환사의 컵을 들어 올리며 '세체정'의 반열에 오른 '캐니언'은 이제 '역체정'을 향해 여정을 떠난다. 도착지는 멀지 않았다. 또 한 번의 트로피를 거머쥐는 그 순간이 곧 새로운 '역체정'의 탄생이 될 테니 말이다.


믿을맨 '칸'-'쇼메이커'
흔들림 없는 든든한 상체

올해 담원 기아의 플레이스타일이 약간 달라진 데에는 '칸' 김동하의 지분이 컸다. '너구리' 장하권의 대체자로서 담원 기아에 새롭게 합류한 '칸'은 자신만의 색깔로 '너구리'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매웠다. '너구리'가 날카로운 창이었다면, '칸'은 묵직한 방패다. 8년 차 베테랑답게 웬만해서 흔들리는 법이 없다. '칸'이 오고 나서 담원 기아의 운영 능력이 크게 상승했다는 평가도 있다.

가장 두드러지는 강점은 단연 팀플레이다. '칸'의 전성기 시절을 돌이켜보면, 무력이 워낙 좋아서 그렇지 '뇌지컬'도 굉장히 뛰어난 선수였다. 당시 일부 관계자에게서 "킹존의 설계는 보통 '칸'에서 출발한다"는 이야기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었다. '칸'은 그 장점을 더욱 극대화해 팀플레이에 녹였다. 남들보다 한 발 빨리 전장에 합류하고, 완벽한 각으로 한타를 여는 모습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2년 째 LCK 미드 3대장 자리를 지키고 있는 '쇼메이커' 허수는 만능형 미드라이너다. 능력치가 어느 한 쪽에 치우지지 않았고, 고른 분포를 보인다. 중요한 건, 모든 능력치가 '최상'을 찍고 있다는 거다. 캐리를 해야 할 때는 캐리를 하고, 팀을 받쳐줘야 할 때는 또 제대로 받쳐준다. 챔피언 풀도 워낙 넓어 밴픽으로는 좀처럼 견제가 안되는 선수이기도 하다.

손목 부상으로 스프링 스플릿 도중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그 소식이 전해진 뒤 바로 다음 경기서 질리언이라는 깜짝 카드로 하드 캐리를 선보이며 모든 걱정을 불식시켰고, 이후 결승전까지 단 한 번의 위기 없이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주며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제 지난해 월드 챔피언십처럼 다시 한 번 국제전에서 자신의 위엄을 드러낼 때가 왔다.


팔방미인 봇 듀오 '고스트'-'베릴'
지원형, 캐리형 모두 맡겨만 줘

아직도 '고스트' 장용준의 캐리력에 물음표를 붙이는 사람이 있을까. 담원 기아가 첫 우승 타이틀을 획득했던 2020 LCK 섬머 결승전으로 잠시 되돌아가보자. 당시 담원 기아는 DRX를 상대로 3:0 셧아웃 승리를 거뒀는데, '고스트'는 세 세트 동안 캐리형 원딜 챔피언인 케이틀린-칼리스타-드레이븐을 선택해 평균 KDA 13을 기록하며 우승을 견인했다. 고점의 시작이었다.


이후 담원 기아는 '고스트'에게 필요할 땐 캐리형 챔피언을 망설임 없이 쥐어주며 더 다양한 승리 패턴을 갖추게 됐다. 이번 섬머에서도 새롭게 떠오른 챔피언인 트리스타나와 징크스를 두루 잘 쓰는 모습이었다. 그래도 여전히 '고스트' 하면 세나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다. '고스트'보다 세나를 잘 쓰는 선수는 없기 때문이다.

'고스트'의 세나를 이야기할 때는 '베릴' 조건희를 빼놓을 수는 없다. '베릴'은 소위 말하는 재능파다. 프로게이머 모두가 게임에 재능을 가지고 태어났겠지만, '베릴'의 재능은 그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띈다. 그의 세주아니와 초가스의 등장 배경은 이미 유명한 일화다. 칼바람 나락에서 몇 번 해 본 게 다인 챔피언을 대회에서 갑작스레 꺼내 들어 완벽한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는 선수는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베릴'의 특기인 감각적인 플레이메이킹도 그 뛰어난 재능에서 오지 않을까 싶다. 각을 보는 능력이 빼어나다. '칸'이 없던 시절 담원 기아의 이니시에이팅은 거의 대부분 '베릴'의 손 끝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밴픽적으로나, 플레이적으로나 예측이 쉽지 않다는 점이 '베릴'의 가장 큰 무기라고 할 수 있다.


■ 2021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 스테이지1 담원 기아 경기 일정

1경기 vs 클라우드9 - 6일 오후 10시
2경기 vs 질레트 인피니티 - 8일 오전 12시
3경기 vs 데토네이션 포커스미 - 9일 오전 12시
4경기 vs 클라우드9 - 11일 오후 10시
5경기 vs 질레트 인피니티 - 12일 오전 12시
6경기 vs 데토네이션 포커스미 - 12일 오전 2시

* 한국 시각 기준


사진 : 담원 기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