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이라는 단어를 또 붙일 수밖에 없었던 2021 LCK 서머 스플릿이 정규 시즌 일정을 모두 소화했다. 휴식기에 접어들 팀이 정해졌고 누군가를 롤드컵 선발전을, 다른 이들은 곧 시작될 플레이오프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서머 스플릿은 총 226세트 진행됐다. 그 중에 11.15 버전으로는 38세트가 이어졌다. 정규 시즌 마지막 패치 버전이었던 11.15에서의 LCK 챔피언 티어와 서머 스플릿 전체의 데이터를 차례대로 살펴보겠다.


11.15 버전에서의 가장 큰 변화는 비에고의 몰락이었다. 비에고는 11.14 버전에서 S티어에 속했는데 단숨에 D티어까지 떨어졌다. 픽은 총 17회 됐지만 밴은 거의 당하지 않았던 것이 총점 하락의 원인이었다. 몰락한 왕이라는 별명처럼 비에고가 한순간에 정말 몰락한 셈이다.

지난 버전에서 비에고와 함께 S티어에 올랐던 레넥톤은 그 존재감을 더욱 끌어올렸다. 1페이즈에서만 30회 밴, 8회 픽됐다. 밴픽 1페이즈만 따져도 밴픽률 100%가 된다는 뜻이다. 11.15 버전에서 모든 프로 게임단은 레넥톤을 빠르게 밴하거나, 풀리면 빠르게 챙겨갔다. 흡사 11.13 버전에서의 신 짜오와 비슷한 위엄이다.

E스킬 너프 이후로 힘을 잃었던 리 신이 다시 치고 올라온 점도 눈에 띈다. A티어, 순위로는 2위에 올랐다. 이 챔피언도 밴 당한 적은 거의 없지만, 1페이즈에 27회나 픽됐다. 일단 챙겨놓고 봤다는 뜻. 대단한 스킬 리워크가 리 신 출시 이후 거의 없다시피 했는데도 리 신은 정신을 차리고 보면 어느새 또 스멀스멀 모습을 드러낸다. 신기한 챔피언이다. A티어에 또 한 명의 '반짝이는 존재감'을 보이는 챔피언이 있는데 라이즈다. 11.15 버전에서도 미드 라인에서 가장 무난한 픽으로 꼽히는 것이 라이즈였다.

한 가지 더 주목할 만한 부분은 신드라와 애쉬, 케넨의 티어표 진입이다. 신드라의 Q스킬 마나 소모량 감소 버프가 컸던 모양이다. 라인을 초반부터 빠르게 지워도 리스크가 별로 없다는 점이 신드라의 힘을 키웠다. 애쉬는 바루스의 대항마 역할을 잘할 수 있고 상체 게임으로 이어가기 좋은 픽이라는 점에서 떠올랐다.


이제 서머 스플릿 전체 데이터를 살펴보자. S티어에는 모두가 예상 가능했던 2인방, 레넥톤과 루시안에 자리했다. 1페이즈에서만 125회 밴과 59회 픽(레넥톤), 152회 밴과 34회 픽(루시안)된 챔피언들이다. '2021 LCK 서머 스플릿을 대표했던 챔피언은?'이라는 질문을 받으면 생각할 것도 없이 레넥톤과 루시안을 언급하자. 그럼 정답을 말한 거다.

여느 스플릿처럼 이번에도 멀티 포지션이 가능한 챔피언들이 두루 사랑받았다. 패치에서의 버프와 너프의 영향은 있었겠지만, 그 챔피언들이 챔피언 티어 목록에 들지 못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게 맞다.

이번 서머 스플릿에서는 리 신과 비에고, 녹턴, 세트, 그웬이 그랬다. 특히, 리 신과 비에고는 그 중에서도 높은 티어에 올랐다. 비에고가 11.15 버전에서 인기를 크게 잃었음에도 B티어 상위권에 올랐다는 점을 보면 이번 서머 스플릿에서 비에고의 위엄이 어땠는지 단숨에 알 수 있다.

서머 스플릿 후반부에 주줌했지만, 정글 쪽에서는 신 짜오와 다이애나, 럼블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신 짜오는 다른 두 챔피언보다 유독 밴을 많이 당했다. 뛰어난 초반 라인 개입력과 살상력, 중반 이후 궁극기를 통한 어그로 핑퐁이 까다로웠던 모양이다. 그래서 인게임에서는 다이애나와 럼블이 더 자주 얼굴을 비췄다.

항상 변화가 적은 편인 바텀 쪽에서는 직스가 티어 리스트에 모습을 드러냈다. 또한, 리워크 이후 주목받았던 이렐리아가 총점 커트라인을 살짝 넘기는데 성공했다. 직스는 주목받기 시작한 직후부터 유독 1페이즈 밴을 자주 당했다. 이렐리아도 픽 횟수보다 밴 횟수가 유독 많았다. 두 챔피언은 서머 스플릿 초반부터 사랑받았던 게 아니라 총점이 그리 높진 않았다.

다가올 LCK 서머 스플릿 플레이오프는 4대 리그 중 최초로 11.16 버전으로 진행된다. 대세 챔피언들의 너프와 비주류 챔피언들의 버프가 있었던 만큼, 플레이오프 밴픽 구도가 어떻게 변할지 궁금하다. LCK 결승팀이 가려지면, LCK 플레이오프 챔피언 티어를 알아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