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e스포츠의 역사는 스타크래프트와 함께 시작했다고 하죠? 그 스타크래프트가 발매된 지도 어느새 23년이 지났습니다. 당시에 게임을 즐기던 10대, 그리고 20대 청년은 이제 서른, 마흔 살을 먹은 기성세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들 중 상당 수는 여전히 게임을 좋아하고, 즐기고 있지요.

게임, 그리고 e스포츠는 이제 더 이상 젊은 세대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지난 9월 영국에서는 10대 프로게이머 아들의 매니저 역할을 하던 50대 엄마가 프로게이머로 데뷔했다는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이보다 앞선 지난 4월 한국에서는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프로게이머가 되어 같은 대회에 참가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가족이 함께 게임을 즐기는 건 어떤 느낌일까요? 그리고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프로게이머가 되어 같은 대회에 참가하는 이런 놀라운 일은 어떻게 이뤄지게 됐을까요?

컴투스에서 개발한 모바일 게임 서머너즈 워 대회, SWC 2021에 참가한 아버지 프로게이머 '포베이비' 소경용(1980년 생), 아들 프로게이머 '세컨드베이비' 소진혁(2005년 생)을 만나 그들의 사연을 들어봤습니다.


Q. 먼저,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을 위해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포베이비 : 서머너즈 워를 사랑하는 '세컨드 베이비'의 아빠, '포베이비' 소경용 입니다.

세컨드베이비 : 17살 평범한 학생이자 SWC2021 아시아퍼시픽 예선 A조에서 첫 번째로 진출하게 된 ‘세컨드베이비’ 소진혁 입니다.


Q. 일반적으로 세대가 다르면 즐기는 게임도 다른 편인데요.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같은 게임을 즐기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포베이비 : ‘서머너즈 워’는 제가 먼저 게임을 하게 됐습니다. 이후에 아들과 함께 취미를 공유하고 싶어서 아들에게 이 게임을 권했습니다. 그때 이후로 지금까지 4년 넘게 함께 플레이하고 있네요.

세컨드베이비 : 아빠가 ‘서머너즈 워’를 하고 계신 걸 보고 저도 어울리고 싶었어요. 그리고 게임도 재밌어 보여서 함께 게임을 하게 됐어요. 하다 보니 재미도 점점 붙고, 목표도 생겨서 지금은 세계 대회까지 도전하게 됐어요.


Q. 아버지와 아들이 생각하는 ‘서머너즈 워’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어떻게 이 게임을 오랫동안 함께 즐길 수 있었나요?

세컨드베이비 : 게임 자체가 재미있어서죠(웃음). 다양한 몬스터를 이용해서 덱을 짜고, 전략에 맞게 싸움을 하는 게 ‘서머너즈 워’의 핵심 재미라고 생각해요. 그런 부분이 재미있어서 아빠와 오랫동안 ‘서머너즈 워’를 즐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두 분 중에 누가 더 실력이 뛰어난가요? 선수로서, 각자의 스타일과 실력에 대해 평가해 주실 수 있을까요?

포베이비 : 아들 실력이 저보다 더 뛰어납니다. 제가 먼저 이 게임을 시작하고 아들에게 추천했지만, 이후부터는 아들이 꾸준하게 실력이 늘었어요. 지금은 한국 대표로 세계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무서운 실력자가 됐습니다.

세컨드베이비 : 아빠는 체력이 좋은 몬스터로 버티는 덱을 선호하세요. 반대로 저는 공격 속도가 높은 몬스터로 먼저 턴을 잡는 걸 선호하는 편이에요.


Q. 가족이 함께 같은 게임을 할 경우에 생기게 되는 장점과 단점이 있을까요?

포베이비 : 아무래도 대화 주제가 게임으로 많이 쏠리게 되는 경향이 있긴 합니다. 그래도 게임을 함께 즐기면서 긍정적인 감정을 공유하는 건 정말 좋은 듯해요. 서로 이야기도 많이 하고, 함께 보내는 시간이 길어진 건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Q. (‘세컨드베이비’에게) 한국을 대표해서 SWC 2021 아시아퍼시픽 대회에 출전하게 됐습니다. 전 세계 선수들과 대결을 하는 소감을 들어볼 수 있을까요?

세컨드베이비 : 한국 대표로 출전하는 만큼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꼭 우승해서 부모님께 효도해드리고 싶어요. 아빠 몫까지 최선을 다해서 좋은 성과를 내고 싶습니다.


Q. (‘세컨드베이비’에게) 지난 대회와 비교해 성적이 엄청나게 좋아졌네요. 게임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을 듯한데요. 혹시 아버지와도 게임 메타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눴을까요?

세컨드베이비 : 평소에도 아빠랑 ‘서머너즈 워’ 메타에 대해 이야기를 자주 하는 편이에요. 게임에 대해 서로 고민한 게 도움이 많이 됐어요. 그리고 연습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플레이하고, 경험이랑 실력을 키우려고 노력하면서 좀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어요.


Q. (‘세컨드베이비’에게) 혹시 ‘서머너즈 워’를 함께 즐기기 전에도 아빠랑 친구처럼 지냈나요?

세컨드베이비 : 전에는 이 정도로 친구처럼 지낸 건 아니었어요(웃음). 같은 게임을 하면서 서로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낸 게 컸던 거 같아요. 지금은 속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 같은 사이가 된 것 같아요.


Q. (‘포베이비’에게)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같은 게임을 즐기고 대회까지 출전하는 것에 대해 아내분은 뭐라고 하셨나요?

포베이비 : 처음에는 아내도 다른 엄마들처럼 반대했습니다. 지금은 제가 아들이랑 어울리고 이야기를 잘 나누는 걸 보고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제 대회 닉네임도 아내가 지어줬습니다. 그리고 아들 경기도 저랑 함께 응원하고 있습니다.


Q. (‘포베이비’에게) 어렸을 때에도 게임을 좋아하셨나요? 게임을 즐기는 기성세대가 된 지금, 게임을 좋아하는 10대들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포베이비 : 어릴 때 스타크래프트를 정말 좋아했습니다. 지금 10대들 보면 그때 생각이 종종 나곤 합니다. 게임을 정말 좋아했고, e스포츠 대회도 재미있게 보곤 했습니다.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게임은 여전히 전 세대가 모두 어울려 즐길 수 있는 콘텐츠인 것 같네요.


Q. (‘포베이비’에게) 아들과 함께 같은 게임을 즐기는 건 많은 아버지들이 꿈꾸는 일이 아닐까요? 그런 꿈을 꾸는 아버지들에게 한 마디 전해주실 수 있을까요?

포베이비 : 아들과 같은 취미를 함께 즐기는 건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아버지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