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토네이션 포커스미(DFM)가 LJL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LJL 팀 최초로 본선에 진출한 것. 그것도 4대 리그 팀 중 하나인 LCS의 C9을 제치고 조 1위로 당당히 그룹 스테이지에 직행했다.

그룹 스테이지에 오르기까지 DFM의 여정은 한 편의 드라마였다. 첫 경기인 유니콘즈 오브 러브(UoL)전을 승리하며 기대를 한 껏 모았지만, C9에게 무기력하게 패하면서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C9전 패배로 각성이라도 한 듯 2일 차부터 엄청난 기세로 2승을 추가하더니 UoL이 선물한 1위 결정전에서 C9에게 완벽한 복수에 성공하며 B조 1위에 올랐다. 이제 DFM은 LJL 역사상 처음으로 본선 무대를 밟는다.

1위 확정 후 인벤과의 인터뷰에 응한 '아리아' 이가을은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었다. 좋은 기회를 만들어준 UoL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한편, 그룹 스테이지에 대한 걱정과 기대도 드러냈다. 한국 팬들에게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다음은 '아리아'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Q. 조 1위로 그룹 스테이지에 직행하게 됐다. 기분이 어떤가.

UoL 덕분에 예상치 못한 기회가 왔고, C9을 이겨내면서 1위를 찍으니까 말도 안 되게 기분이 좋다.


Q. UoL이 마지막 불꽃을 태워 1위 결정전을 만들어주고 결국 탈락했다.

처음에는 2위만 보자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는데, UoL과 C9의 경기를 보니까 UoL이 뭔가 이길 것 같더라. 엄청 기분 좋았고, UoL이 딱 이겼을 때는 1위 결정전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긴장도 좀 됐다. UoL이 떨어지게 돼서 좀 많이 아쉽지만, 덕분에 우리가 이렇게 1위를 할 수 있게 돼서 정말 감사하다는 말 전하고 싶다.


Q. 지난 다섯 번의 플레이-인 그룹 스테이지를 돌아보자면?

팀원들이 진짜 다들 너무 잘해줘서 이렇게 올라올 수 있었다고 본다. 나는 약간 얹혀가는 부분이 많았는데, 그래도 마지막 판에는 뭔가 해낸 것 같아서 엄청 기분 좋다.


Q. 사실 DFM이 한국인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평가가 있었다. 근데, 최근 경기서 '에비'-'유타폰'이 너무 잘해줬다. 팀 입장에서는 꽤나 고무적일 것 같은데.

우리가 미드 게임을 지향했던 건 맞지만, '유타폰'과 '에비'가 못해서 그런 게 아니라 미드 게임을 해도 잘 버텨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내가 버텨주고, '유타폰'과 '에비'가 캐리롤을 맡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전체적으로 경기력이 좋았다.


Q. 활약 지분이 낮아진 데에서 오는 개인적인 아쉬움은 없는지.

조이를 플레이 했던 판은 팀이 너무 잘해주기도 했고, 내가 상대 노림수에만 안 당해주면 된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스킬샷 빼고는 크게 불만족스러웠던 부분은 없었다. 근데, 아칼리 판에서 라인전을 진짜 잘 해놓고 이후에 실수가 겹치면서 잘 못했던 게 많이 아쉬웠다.


Q. 1위 결정전은 정말 치열했다. 쫓아가는 입장에서 어떻게 경기를 풀어나가려 했나.

C9이 신 짜오와 레오나를 보고 카운터 치는 느낌으로 올라프를 가져간 다음, 조이를 뽑아서 미드-정글을 진짜 강하게 구성했다. 그래서 초반에는 우리가 계속 끌려다니는 느낌이 있었지만, 시간 끌면 이즈리얼과 오리아나가 엄청 세서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조급해지지 말고 천천히 하면 이길 거라는 이야기를 나눴다.


Q. 언제 승리를 확신했는지.

정확하기 기억나지는 않지만, 세 번째 드래곤을 상대에게 주고 열린 한타에서 승리한 뒤에 '이제 우리 턴이다' 라는 생각으로 플레이했다.


Q. 첫날 C9전 패배 이후 경기력이 급상승한 느낌이다. 이유가 뭘까.

C9에게 패배하고 나서 밴픽에 대한 이야기를 진짜 많이 했다. 경기력적인 문제는 전체적으로 좋았는데 그날만 조금 말린 느낌이었다. 이후에는 평소대로 되지 않았나 싶다.


Q. 그룹 스테이지 직행은 굉장히 유의미한 성과인데, 1위를 확정했을 당시의 생생한 감정과 팀 분위기가 궁금하다.

이기고 나서는 솔직히 실감이 잘 안 나더라. 장로 드래곤과 바론 다 챙기고, 상대 진영에서 죽이면서 마무리할 때는 그냥 아무 생각도 안 들었다. 너무 기분 좋아서 모든 멤버가 소리만 지르더라. 엄청 기뻤던 것 같다.


Q. 만약 조 2위 한화와 C9가 예상대로 그룹스테이지에 합류하다면 DFM은 B조에 배정된다. EDG-100 씨브즈-T1이 있는데, 가장 경계되는 팀은?

솔직히 세 팀 모두 우리 팀보다 훨씬 잘 한다고 생각해서 한 팀만 찍기는 어렵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최대로 해야만 이길 수 있는 팀들이라고 생각한다.


Q. 그 외 메이저 지역 팀들 중 꼭 붙어보고 싶은 팀 혹은 선수가 있다면?

개인적으로 한화생명e스포츠의 '쵸비' 정지훈 선수를 많이 보고 배우기도 했고, 그런 플레이스타일을 좋아한다. 그래서 대회에서 붙어보면 어떨까 싶었는데, 실제로 만나면 무서울 것 같아서 다행인 것 같다. 그래도 아쉽긴 하다.


Q. 그룹 스테이지에 임하는 각오는?

그룹 스테이지는 정말 플레이-인과 비교해 엄청 힘들 거라고 생각한다. 상대를 키우지 않고, 우리만의 플레이를 해서 최대한 승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Q. 많은 한국 팬들이 DFM을 응원하고, 축하하고 있다.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응원해 주시는 것에 대해 어떤 말을 해야 할 지 모르겠다. 진짜 감사하다는 말 밖에 할 수 없는 것 같다. 항상 응원해 주셔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