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 최현준이 벌써 데뷔 5년 차를 맞이하게 됐다. 내성적이고 숫기 하나 없어 인터뷰어와 기자들을 당황시키곤 했던 '도란'은 이제 생방송 무대에서 춤을 추고, 노래방에서 노래하는 콘텐츠를 찍는다. 부끄러움은 잠시이지만, 팬들을 즐겁게 해줬다는 보람은 영원하다는 마인드다.

2023 시즌을 준비하는 '도란'과 젠지 사옥에서 만났다. 그는 2022년에 이어 2023년에도 젠지와 함께 하기로 결정했다. 재계약의 이유로 '편안함'과 '위하는 마음'을 꼽았다. 지난 1년 간 젠지에 있으면서 편안함을 느꼈고, 선수들을 위하는 마음이 크게 느껴져 정이 많이 갔다고.

새로 합류한 봇 듀오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볼 수 있었다. '페이즈'는 신인 시절의 나보다 더 잘하는 선수, '딜라이트'는 공감 능력 좋고 말이 잘 통하는 동생이라고 표현했다. 2년 연속 함께 하게 된 '도피쵸' 상체는 22 시즌보다 한층 더 잘해질 것으로 봤다. 부족했던 부분을 알고 있고, 보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차기 시즌의 목표는 모든 사람들에게 가장 잘하는 탑라이너로 인정 받는 것이었다. '도란'이 생각하는 잘하는 탑라이너란, 팀원들이 편하게 게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탑라이너다. 팀에게 선택지를 제공해줄 수 있는 플레이를 지향하고, 그렇게 되기 위해 연습하고 있다고 다부진 결심을 전했다.



Q. 오랜만입니다. 어떻게 지내셨나요?

오랜만에 긴 휴가를 받아서 집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많이 보냈고, 지인들 만나 밥 먹고 이야기하고, 그렇게 지냈습니다. 지금은 스크림이랑 솔로 랭크 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연습 시간이나 쉬는 시간도 시즌 때와 거의 비슷한 스케줄이에요. 인게임적으로는 개인 폼을 올리고, 새로운 팀원들도 있어서 합을 맞추는 시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새로운 팀원인 봇 듀오와는 좀 친해지셨나요?

사실 저를 포함해 기존 선수들이 경력도 많고 그래서 새로 들어온 동생들이 눈치를 볼 수도 있고, 불편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형들이 좀 먼저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근데, 제가 동생들을 상대해 본 적이 없어서 조금 다가가기 어려운 부분이 있더라고요. 그래도 동생들이 잘 받아주고 먼저 이야기도 건네고 그래서 지금은 많이 친해지고 있는 단계입니다.



Q. '페이즈' 선수와 '딜라이트' 선수는 성격이 많이 다른 걸로 알고 있어요. 어떤가요?

'페이즈' 선수는 완전 제 연습생 시절이랑 거의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다가가기 조금 어려운 건 맞는데, 그래도 친해지면 말이 많아지는 성격이라 시간 지나면 저절로 좋아질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딜라이트' 선수는 이야기를 좀 많이 나눠봤는데, 공감 능력이 되게 좋아서 고민 상담을 잘해주더라고요. 말이 잘 통하는 동생이라 편합니다.


Q. 인간적으로는 그렇고, 인게임적으로는 어떤가요? 탑과 봇이라 가장 거리가 먼 라인이긴 하지만, 호흡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면요?

말씀하신 대로 탑과 봇이 함께 맞출 수 있는 부분은 인게임적으로 많지 않아요. 저와 무언갈 하기보다는 일단 봇 선수 두 명이나 호흡을 맞추는 단계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아무래도 신인 선수가 있다 보니까 배우면서 서로 도와주고 그러는 중입니다.


Q. 외부에서는 '페이즈' 선수에 대한 궁금증도 상당히 커요. 젠지가 중학생 시절부터 공들여 키운 유망주라고요. '도란' 선수가 보기엔 어떤 선수인가요?

제가 신인일 때보다 훨씬 잘하는 것 같아요(웃음). 이미 어느 정도 올라온 단계라고 생각하고, 감독·코치님들의 피드백을 잘 받아들이는 스타일이라 배우는 속도도 빨라요. 금방 잘해질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이제 상체 이야기도 좀 해봐야 할 텐데요. 그 전에 젠지와 재계약을 선택한 이유를 먼저 듣고 싶습니다.

젠지에서 지난 1년 동안 지내면서 되게 마음이 편했어요. 편한 게 좋잖아요. 또, 회사 분들이 선수들을 위해주는 마음이 크다는 걸 계속 느껴서 정이 많이 갔습니다. 그래서 다른 팀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크게 없었어요. 개인적으로 가장 좋은 선택을 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Q. 덕분에 상체는 2년 연속 같은 멤버, '도피쵸'로 가게 됐어요. 호흡면에서는 메리트가 있을 수밖에 없죠.

합을 맞추는 단계에서는 아무래도 편한 점이 많아요. 다만, 내부적으로 판단할 때 22 시즌에 저희가 상체에서 안 맞는 부분이 조금 있었어요. 그런 부분을 편하게 같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이가 되었기 때문에 내년에는 더 잘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Q. 내부적으로 어떤 부분이 맞지 않다고 판단했는지 들어볼 수 있을까요?

저희가 서머 때는 좀 압도적인 지표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중에 아쉬운 게 전령 획득률이었어요. 콜적인 부분에서 저희가 놓치던 것들이 있었는데, 피드백을 통해 다 찾아낼 수 있는 거라 같이 이야기 나누면서 보완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Q. 완성된 로스터를 보고 궁금해졌던 게, 사실 젠지의 인게임 보이스를 들어보면 분위기 메이커로는 이전 봇 듀오인 '룰러-리헨즈' 선수의 지분이 조금 컸던 것 같거든요. 올해 젠지는 그런 부분은 좀 약하지 않을까 싶어요.

원래 신인 선수들이 말을 많이 하기 쉽지 않은 구조라 기존에 있던 사람들이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피넛' 한왕호 형은 원래 말이 많은 편이고, '쵸비' 선수와 저는 그런 부분을 따로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노력하려는 게 서로 보여요. 노력 중입니다.


Q. 더 활발해진 '도란' 선수를 볼 수 있겠네요. 2022 시즌을 돌아보는 질문도 몇 가지 준비했습니다. 먼저, 스프링의 '도란'. 사실 기복이 있다는 아쉬운 평가를 받기도 했어요. 이런 세간의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스프링 때는 저도 반박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개인적인 폼이 되게 안 좋았다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그런 비판에 대해 딱히 할 말이 없어요. 그래도 스스로 못하고 있다는 걸 느끼고, 열심히 해서 서머 때는 그 빈틈을 잘 채워 넣은 것 같아 어느 정도 만족을 했었습니다.



Q. 말씀하신 대로 서머에는 확실히 폼이 올라온 느낌이었어요.

스프링에 우리 팀원들이 다들 폼이 되게 좋았거든요. 그런데, 최종적으로 결승에서 제가 못해서 팀원들과 팀에게 피해를 줬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서머 때는 절대 그런 일이 또다시 일어나면 안 된다고 굳게 다짐을 했습니다. 열심히 해서 이후에 서머 우승도 하고, 스토브 리그 때는 팀에서 저를 원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내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Q. 젠지가 서머 때 워낙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준 터라, 롤드컵에 대한 기대도 컸는데요. 아쉽게 4강에서 탈락하게 됐습니다. 어떤 마음이 가장 컸나요?

탈락하고 귀국하고 나서, 11월에는 롤드컵과 관련된 것들을 볼 때마다 아쉽고, 우울한 기분도 들었어요. 그래도 시간이 지나니까 결국 무뎌지긴 하더라고요. 다른 해보다 비교적 더 빨리 잊은 것 같기도 하고요. 심적으로 성장을 한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보통 시즌이 끝나면 아쉬움이 오래 가는 편이신가 봐요.

미련이 많이 남는 편이었어요. 근데, 2022 시즌에는 개인적으로 롤드컵까지 성적이 좋거나 폼이 최상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열심히 했다고 생각을 해서 빨리 잊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처음으로 LCK 우승, 롤드컵 4강을 달성하며 개인 커리어도 한 단계 상승했잖아요. 이런 것도 영향을 끼쳤을까요?

아무나 할 수 없는 좋은 커리어를 달성했고, 나름 준수한 마무리를 한 건 맞지만, 그런 것보다는 스스로 만족할 만큼 노력했다는 점이 더 크게 다가온 것 같습니다.



Q. 또, 2022 시즌 동안 다양한 우승 공약과 콘텐츠로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습니다. 쑥스러움이 많은 성격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이런 걸 시도할 생각을 하게 되셨나요?

세리머니는 정말 할 때마다 많이 부끄럽고 쑥스러웠지만, 그래도 팬분들이 엄청 좋아해 주셔서 큰 보람을 느꼈어요. 쑥스러웠던 것도 막상 할 때만 그렇지 잘 끝내고 나면 뿌듯하더라고요. 그래서 부끄러운 것도 좀 참고 했습니다. 노래방 콘텐츠는 듣기 불편하신 분들도 보였는데, 적어도 제 팬분들은 다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또 할 생각은 있지만, 너무 자주 하면 빨리 질리기 때문에 가끔씩 할 것 같아요.


Q. 밀당을 하시겠다는 거네요(웃음). 적극적으로 콘텐츠를 만들어가면서 성격도 약간 변한 것 같다는 생각도 하시나요?

원래는 사람들이 있을 때 말을 많이 못하는 성격이었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단체 생활을 오래 하기도 했고, 성격이 바뀌고 있는지 사람들이 다같이 많이 있어도 편하게 얘기할 수 있고 마음도 편합니다.


Q. 오늘 느낀 건, 인터뷰 스킬도 좋아지신 것 같아요.

그래도 옛날보다는 조금... 옛날에는 너무 못했어요(웃음).


Q. 이제 다시 다가오는 2023 시즌으로 넘어가 볼게요. 젠지 포함 많은 팀이 리빌딩을 거쳤는데, 스크림을 하고 나서 든 전반적인 생각이 궁금합니다.

아직 모든 팀과 해본 건 아니지만, 그래도 여러 팀과 스크림을 해봤는데, 이기지 못할 것 같은 팀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비슷하게 평준화가 된 것 같아서 저희도 충분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거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어요.



Q. 젠지의 팀합은 얼마나 올라왔다고 표현할 수 있을까요?

저만 그렇게 느끼는 것일 수도 있는데, 적어도 상체 3명은 22 시즌보다 더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고요. 5명이서 다같이 마음이 맞으려면 그래도 시간이 조금은 걸릴 것 같아요. 100% 중 한 50% 정도? 하지만, 빠른 시일 내에 상승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렇게 큰 걱정은 들지 않습니다.


Q. '쵸비' 선수는 인터뷰에서 이번 스프링 예상 성적을 최소 3위, 정말 못하면 4위라고 이야기 했어요. '도란' 선수는요?

지금 저희 팀이 엄청 잘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시즌 시작이 좀 남았고, 플레이오프까지 보면 많은 시간이 있기 때문에 천천히 고쳐나가면 좀 높게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아요.


Q. 2023 시즌, '도란' 선수의 개인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요?

기본적으로 성적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팀원들과 합을 맞추는 걸 우선시 할 것 같고요. 개인적인 목표는 탑라이너 중 제일 잘해서 모든 사람들이 당연하게 가장 잘하는 탑라이너라고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Q. 그렇다면, 어떤 탑라이너가 잘하는 탑라이너라고 생각하세요?

팀원들이 편하게 게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요즘 제가 지향하는 스타일입니다. 콜과 플레이가 섞여서 팀에게 어떤 선택지를 먼저 제공해줄 수 있는, 그런 스타일의 탑라이너가 되기 위해 연습하고 있어요.


Q. 마지막으로 2023 시즌에 임하는 각오 들려주세요.

가장 중요한 건 선수들의 자신감이라고 생각하는데, 우리 팀 선수 모두 자신감에 차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저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최근에 많이 들어요. 팬분들이 응원 해주신다면 거기에 보답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