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모래 폭풍이 LCK를 뒤흔들고 있다. 개막 전까지만 하더라도 약팀으로 꼽히던 리브 샌드박스의 기세가 너무 매섭다. 1라운드를 단 한 경기 남겨둔 시점에서 6승 2패 3위, 강팀이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성적표다.

스토브리그 동안 리브 샌드박스는 팀의 주축 선수를 떠나보내고, 검증되지 않은 선수들로 그 빈 자리를 채웠다. 당초 부정적이었던 시장 상황에도 불구하고 제법 탄탄한 로스터를 꾸린 팀이 여럿 등장했고, 다운그레이드로 밖에 볼 수 없는 리브 샌드박스였기에 약팀이라는 평가는 어떻게 보면 당연했다.

'버돌' 노태윤과 '엔비' 이명준의 직전 시즌은 실패에 가까웠다. '버돌'은 스프링 부진으로 서머부터 새로 합류한 '너구리' 장하권에게 주전 자리를 내줘야 했고, '엔비' 역시 몇 경기만에 2군에서 올라온 '아이스' 윤상훈에게 밀렸고, 서머엔 돌아온 '프린스' 이채환으로 인해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 '윌러'는 2022년을 거의 통으로 쉬었다.

2023 시즌 첫 경기였던 디플러스 기아전만 해도 세간의 평가가 정확했던 것처럼 보였다. 디플러스 기아의 노련한 탈수기 운영에 리브 샌드박스는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하고 패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 경기서 체급 좋은 한화생명e스포츠와 kt 롤스터를 모두 잡았다. 이후 리브 샌드박스는 승리하며 성장한다는 최고의 시나리오와 함께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리브 샌드박스의 최대 강점은 안정감과 팀워크다. 일단, 라인전 단계를 풀어가는 능력이 기대를 훨씬 웃돈다. '클로저'가 태산 같은 단단함으로 허리에서 버텨주고, '엔비-카엘'과 '버돌'도 생각보다 안정적으로 라인전을 수행한다. 거기에 신성으로 떠오른 '윌러'의 날카로운 갱킹과 팀워크를 바탕으로 한 한타력이 더해지니 꽤 탄탄한 승리 패턴이 완성됐다.


그런 리브 샌드박스에게 이번 5주 차 경기는 진정한 시험대가 될 예정이다. 1라운드 마지막 상대로 가장 꼭대기에 있는 T1을 만나고, 2라운드 첫 번째 상대로 개막전에서 압도적 패배를 안겼던 디플러스 기아를 만난다. 이변이 없는 한 플레이오프는 이미 가시권에 들어온 상황에서 순위 경쟁이 가능한 두 강팀과의 대결이다.

힘든 싸움이 예상되는 이유는 현재 리브 샌드박스가 아직은 운영에서 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순위 아래의 팀을 상대로 유독 풀세트 접전이 잦은 이유도 거기에 있다. '윌러'가 조금 말리고 시작하거나, 라인전 단계서 균형이 무너진 게임을 풀어가는 능력이 아직 부족하다.

그런 방면에서 T1은 도가 튼 팀이다. 조합에 대한 뛰어난 이해도와 2년 이상 맞춰온 호흡을 바탕으로 게임을 풀어나가는 능력이 뛰어나다. 그래서 지금 1위에 올라있기도 하고. 디플러스 기아는 후반 운영에서 종종 흔들리기도 하나, '캐니언' 김건부를 중심으로 한 초반 설계와 개개인의 라인전 능력이 워낙 탁월하다. 어떻게 보면 리브 샌드박스의 상위 호환이다.

하지만, 기대가 된다. 리브 샌드박스는 그런 팀이다. 불리한 것처럼 보이는 대진과 상황에도 기대를 걸게 만드는 힘, 낭만이 있다. 번갈아 보여주는 슈퍼플레이와 불가사의한 한타력으로 판을 뒤집을 수 있는 팀이기 때문일 거다.

스프링 스플릿이 5부 능선을 넘어가는 시점에서 강적을 만나 리브 샌드박스다. 어쩌면 이번 주의 결과에 따라 리브 샌드박스의 최종 순위가 갈릴지도 모른다. T1과 디플러스 기아를 상대로 1승 이상을 챙겨간다면, 상위권 싸움에서 분명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 점점 커지고 있는 모래 폭풍의 파괴력은 어디까지일까. 과연, T1과 디플러스 기아마저 집어삼킬 수 있을까.


■ 2023 LCK 스프링 스플릿 5주 차 리브 샌드박스 대진

리브 샌드박스 vs T1 - 17일 오후 5시
디플러스 기아 vs 리브 샌드박스 - 19일 오후 5시 3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