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6일, 영화진흥위원회 시사회장에서 세계 최초의 e스포츠 다큐멘터리 영화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가 시사회를 가졌다.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는 벨기에 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 처음 공개한 뒤 세계에서는 두 번째, 한국에서는 첫 번째로 시사회가 진행되는 셈이다. 벨기에에서 가진 시사회에서는 이미 전석 매진을 기록할 정도로 유럽쪽에서는 뜨거운 관심을 보내고 있고, 블리자드 본사에서도 마이크 모하임 대표가 DVD를 요청할 정도로 관계자들의 이목은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에 집중되어 있었다. 또한,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 예고편은 4일 만에 조회수 4만을 넘길 정도로 많은 국내 e스포츠 팬들의 지지를 받았다.

이날 영화 시사회를 앞두고 스티븐 두트(Steven Dhoedt) 감독과 영화의 주인공 이제동 선수와 인터뷰 자리가 마련됐다. 아래는 이날 진행한 인터뷰 전문이다.

▲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 스티븐 두트 감독


시사회로 발표하게 된 지금 소감이 어떤가?

스티븐 두트 벨기에 다큐멘터리 영화제에 이어 두 번째 시사회를 진행하게 됐다. 오랜 기간 동안 영화를 준비했고, 오늘 시사회에 굉장히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 만약 이 영화가 한국에서 성공하지 못한다면 다른 곳에서도 성공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의 반응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영화에 출연했던 주인공들이 오늘 시사회에 모두 참가하는 것이 기쁘다. 영화 출연자들이 한 자리에 모이기란 쉽지 않다. 또한, 출연했던 사람들 역시 오늘 처음으로 영화를 본다. 무엇보다도 출연자들이 영화를 어떻게 볼 지 궁금하다.


공식 영화관에서 상영될 계획이 있는가?

스티븐 두트 유럽에서는 독립 영화 극장을 통해서 배급하려고 움직이고 있다. 알다시피 독립 다큐멘터리를 극장에서 상영하기가 쉽지 않다. 한국에서는 공동 제작자인 민치앤필름 김민철 대표를 통해 움직이고 있다. 오늘 한국에서 첫 시사회를 가지는 데 관람하러 온 일반 팬들에게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 오늘 시사회의 결과가 향후 배급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 같다.


이스포츠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을 결심하게 된 배경과 이와 관련된 향후 계획은?

스티븐 두트 99년도부터 스타크래프트를 즐겼엇다. 늘 게임을 즐겨한 게이머였다. 처음 작품을 제작할 때가 2009년이었는데 당시 유럽에서는 e스포츠에 대해서 아직 많은 사람들이 개념을 몰랐었다. 그저 단순히 지나가는 열풍(sensation)이라고만 생각했다. e스포츠 역시 스포츠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e스포츠가 단순히 특이한 현상이 아니라는 것을 작품을 통해서 보여 주고 싶었다.

다음 작품 역시 준비 중이다. 정종현 선수가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50분의 짧은 다큐멘터리 영화를 준비중이다. 그 영화에는 정종현 선수의 성장기를 담고 있다. 이번 작품을 촬영하는 동안 스타크래프트1에서 스타크래프트2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정종현 선수의 이야기가 모두 빠졌다.


영화가 지난해에도 개봉할 수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 공개는 늦어졌는데?

스티븐 두트 보통 다큐멘터리 영화의 제작 기간은 굉장히 오래 걸리고, 쉽지 않은 작업이다. 애초 예정대로 작년에 작업을 끝내려고 했었지만, 그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않아 올해 초까지 추가로 촬영을 하게 됐다.


3년 6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영화를 제작했는데 힘들었던 점은?

스티븐 두트 처음 1년 6개월이 가장 힘들었다. 바로 섭외 기간이었는데 이제동 선수 및 다른 출연자들을 설득하고, 이 영화에 출연시키는 것이 어려웠다. 또한 선수들이 이런 식의 작업이 익숙치 않기 때문에 자기가 하는 일을 정확히 이해 시키는 데 힘들었다.



처음부터 이제동 선수를 주인공으로 염두에 두고 있었나?

스티븐 두트 이제동 선수를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찍은 것은 아니다. 캐스팅 과정과 오디션으로 출연진을 결정했는데, 이제동 선수를 선택하기가 쉬웠다. 이제동 선수는 오디션 중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줬고, 대답에서도 작의적이지가 않았다. 다른 김준혁 선수나 박요한 같은 경우에도 비슷한 이유로 캐스팅되었다.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 스스로의 육감을 믿는데 이제동 선수와 대화를 하면서 그것을 느꼈고 확신을 가지게 됐다.


이제동 선수는 처음 e스포츠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게 된 심정이 어땠나?

이제동 처음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내가 주인공 역할을 맡게 된다고 했을 때 모든 게 처음이라 부담이 많이 됐었다. 한편으로는 영광이라는 생각도 했다. 프로게이머의 이면의 생활이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것이기 때문에 스스로도 훗날 돌이켜 봤을 때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영화 제작 기간이 이만큼 길어질 것이라곤 미리 알고 있었나?

이제동 정확히 제작 기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알지 못했다. 나의 모든 것을 다 카메라에 담은 것 같다. 한편으로는 민망하기도 하다. 편집된 부분도 많겠지만, 그동안 정말 많은 것들을 담았다. 그것들이 87분이라는 시간에 어떻게 녹아들었을 지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되기도 한다.


영화 출연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이제동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 그 취지를 좋게 생각했다. 또 사람들에게 나를 알리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고, 한 사람의 프로게이머로서 사명감을 가졌다. 프로게이머로서의 화려함 이면의 다른 모습을 대중들이 보고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프로게이머를 대표해서 찍게 된 것이기에 영광이라고 생각했다.


벨기에로 돌아간 후에도 e스포츠와 관련된 작업을 할 계획인가?

스티븐 두트 일단 직업은 영화 감독이기에 게임에 관련된 무언가를 당장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 작품을 끝낸 뒤에도 작업해야 할 작품들이 있다. 그러한 계획된 작업들을 끝내고 나면 게임 개발 쪽으로 일해볼 생각은 가지고 있다.


영화 제작을 위해 한국 e스포츠에 어떻게 접근했나?

스티븐 두트 많은 분들이 알듯이 2010년도에 굉장히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고, 그것 때문에 영화 제작이 굉장히 힘들었다. 섭외가 안 되서 많이 힘들기도 했다. 그래서 처음부터 카메라를 들이대지 않고, 일단은 지켜보다 6개월 후에 또 다시 찾아오는 식으로 선수들을 섭외하고 진행했다. 특별한 전략을 가지고 접근했다기 보다는 오랜 시간을 투자했다. KeSPA를 포함해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처음 e스포츠 영화 제작에 대해 방어적인 태도를 취했기에 굉장히 많은 미팅을 가지기도 했다.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 바라본 e스포츠는 어떤가?

스티븐 두트 다른 사람들이 e스포츠에 대해서 뭐라고 말하던 관계 없이 e스포츠도 스포츠라고 생각했다. e스포츠도 다른 스포츠와 마찬 가지로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굉장히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런 점에 있어서는 모든 스포츠가 동일하다. 프로게이머가 되고자 하는 친구들이 굉장히 많은데 결코 쉬운 일이 아니고, 다른 프로 스포츠와도 전혀 차이가 없다는 것을 말해 주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영화를 보게 될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스티븐 두트 어떠한 코멘트를 하기가 어렵다. 다만 내가 하고 싶은 모든 메시지를 영화에 담았다.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는 굉장히 정직한 영화다. 대부분 e스포츠나 프로게이머들에 대해서 대중적인 이미지나 만들어진 이미지를 알고 있다. e스포츠의 실체와 프로게이머들의 실생활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극소수다. 이 작품을 통해서 그런 것들을 보여주고 싶었고, 작품을 통해서 모든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나는 프로게이머다...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 시사회 현장기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