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PC, PS4, PS5, Xbox One, Xbox Series X(XSX)로 출시됩니다'

출시되는 수많은 게임의 정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꼭 한 번은 쓰는 이 문구. 아마 1년 중 가장 많이 적는 문구 중 하나가 아닐까. 상용구처럼 저장해놓고 쓰던 문구를 이제는 수정할 때가 왔다. 한 해의 마무리이자 내년, 그리고 그 이후 게임들의 동태를 가장 먼저 살필 수 있는 더 게임 어워드에서 그 변화가 눈에 제대로 박히기 시작했다.

TGA2022에는 AAA 게임을 중심으로 PS4, Xbox One 없이 곧바로 9세대 콘솔인 PS5, XSX로만 출시되는 타이틀이 하나하나 이름 언급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이 예고됐다.


서구권에서는 Next-Gen으로 불리는 차세대 콘솔의 등장. 그리고 현역 콘솔이 저물기 시작하면서 차세대 콘솔의 호칭은 '현세대' 콘솔로 바뀌기 시작한다. PS5, XSX가 2020년 11월 함께 출시됐으니 어느덧 2년이 지났고 이제는 현세대로 부르는 게 시기상 어색하지만도 않은 상황이다. 양대 콘솔 모두 만듦새와 성능에 관해서는 긍정표가 많기도 했다.

하지만 평가 좋은 차세대 콘솔로 중심이 완전히 넘어가는 걸 막는 외부적 요인이 많았고 세대 전환은 꽤 더디게 이루어졌다.

출시 당시 PS5, XSX는 독특하게도 가성비가 먼저 언급되는 상황에 놓였었다. 반도체 수급 문제, 출시되는 족족 채굴 시장으로 딸려가는 GPU에 그래픽카드 가격은 천장 없이 높아졌다. 고사양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차세대 콘솔이 70만 원도 하지 않으니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대가 무기가 된 셈이다.

하지만 반도체 수급 문제는 콘솔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소량 들어온 콘솔 예약 판매가 1분도 되지 않아 동났다. 판매 종료 직후 예약분을 되파는 이들은 중고 장터에 수십만 원을 얹어 매물을 올렸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갈 수 없으니 섣불리 기존 세대의 지원을 중단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현세대의 생명 연장 꿈이 제대로 적중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포인트다. 소니, MS는 10년 가까이 현역으로 활동한 PS4, Xbox One의 세대교체 대신 PS4 Pro, Xbox One X 모델을 선보였다. 완전한 차세대로의 전환은 아니지만, 3~4년 만에 4K 해상도 구현을 목표로 선보인 상향 모델의 등장은 나름 눈에 보일만한 성능 향상을 이뤄냈다. 대신 그만큼 다음 세대 콘솔과의 등장 텀이 짧아 섣불리 신작 지원을 종료하기 어려운 상황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자칫 출시 3년 만에 차세대 콘솔 등장으로 게임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게 되는 셈이니 말이다.

전 세계적인 팬데믹 상황 역시 세대 전환 과정을 거칠게 만들었다. 현세대, 차세대 콘솔을 동시에 선보일 게임들이 업무 중단, 재택근무 등을 통해 개발이 늘어지고 출시가 연기되며 예정보다 늦게 출시됐다. 현세대 콘솔의 생명 역시 덩달아 길어진 셈이다.

고객 지원, 안정적인 유저 확보, 외부적인 상황까지. 여러 이유로 '갓 오브 워 라그나로크',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 '포르자 호라이즌5', '헤일로 인피니티' 등 차세대 콘솔이 등장한 후 출시된 많은 게임이 이전 세대 콘솔을 함께 지원했다.

하지만 TGA에 공개된 많은 게임은 닌텐도 스위치 없이 PS5, XSX만을 지원 콘솔로 이름 올렸다. 현세대와 차세대 모두 출시됐던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는 독점작임에도 그 확장팩을 PS5에만 지원한다. 사이버펑크2077 역시 기존 세대 지원을 마무리하고 확장팩은 9세대 콘솔로만 출시된다.

길었던 PS4, Xbox One의 시대가 저물고 본격적으로 출시 약 3년 만에 PS5, XSX의 중심으로 세대가 재편되고 있다. 끼인 세대에서 성능을 최대한 발휘하지 못했던 게임들이 기기에 맞는 연출을 선보이게 된다면 게임 팬들의 만족도 역시 높아지리라. 여전히 차세대라는 표현을 혼용해서 사용하던 기사 역시 어느 정도 정리해서 쓸 수 있다는 부분도 만족스럽고.

그렇다고 PC만 있는 게이머라 상관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본격적으로 차세대 콘솔 중심으로 게임들이 제작된다면 콘솔 비중이 높은 해외 게임사들이 이를 기반으로 만드는 AAA 게임들은 최대한 이쪽에 PC 최적화를 맞추기 시작한다. 만약 아슬아슬하게 최적화 고려 최 밑단에 있는 사양을 가진 이들이라면 드디어 PC 업그레이드, 교체의 시기가 다가왔단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