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의 인기가 나날이 커지면서 e스포츠 업계에서 직업을 구하는 이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막상 e스포츠 분야에서 일을 찾다 보면, 어디서부터 그리고 무엇부터 준비해야 하는지 알 수 없어 막막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업계의 성장에 따라 다양한 능력의 사람들을 원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은 편입니다.

인벤은 e스포츠 업계에서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려는 이들을 위해 e스포츠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의 직업을 설명해주는 기획 기사를 준비해봤습니다. 이들이 어떻게 직업을 찾았고, 직업을 얻기 위해 어떤 준비를 했는지, 일하면서 느낀 보람과 고충을 들어 봤습니다. e스포츠 업계에서 종사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자신의 미래를 엿볼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야구, 축구 같은 기성 스포츠에서는 데이터를 활용해 경기를 분석하는 게 익숙합니다. e스포츠 종목인 리그 오브 레전드도 최근 경기 데이터를 활용해 선수의 가치를 분석하거나 경기를 분석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아홉 번째 직업은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관련 데이터 분석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프로젝트 오너입니다. 오늘 직업을 소개해주실 분은 게임단, 코치가 직접 사용하는 데이터 제공 프로그램 누누.GG의 프로젝트 오너, 이용우님입니다.

▲ 팀 스노우볼 누누.GG 프로젝트 오너 이용우님

Q. 글을 읽는 독자를 위해 자기 소개를 부탁합니다.

빅데이터, AI 기술을 결합한 데이터 제공 프로그램 누누.GG의 프로그램 오너 이용우라고 합니다. 누누.GG는 선수, 코치, 게임단에게 경기 승리를 위한 데이터를 분석, 제공하고 있습니다.


Q. 팀 스노우볼에서는 어떤 업무를 맡고 계시는가요? 독자를 위해 자세하게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제품의 기획부터 조사, 제품과 관련한 여러 조율, 그리고 영업 전판까지 제품과 연관된 모든 부분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제품을 기획하는 일과 팀의 일정을 조율하는 게 주된 업무입니다.


Q. AI를 활용해서 데이터를 분석한다는 말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AI가 e스포츠 데이터 분석에 어떻게 활용되고 있나요?

리그 오브 레전드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게임 개발사인 라이엇 게임즈는 경기가 끝나면 API를 이용해서 데이터를 제공합니다. 한 선수의 피해량, 받은 피해량, 골드 획득량 같은 데이터가 API를 통해 제공되는 대표적인 것들입니다.

그런데, 실제 게임에는 API에는 제공되지 않지만 꼭 필요한 데이터 자료들이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와드의 위치나 선수들의 동선, 정글러의 경우 정글 몬스터 사냥 순서, 챔피언의 마나/기력 상황 같은 것들입니다.

저희는 AI를 이용해서 게임화면을 분석하고, 다양한 지표를 AI를 통해 수집해서 확률, 통계를 만드는 데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을 활용하고 분석하여서 밴픽을 했을 때, 조합의 상성이나 승리 확률까지도 계산하고 있습니다.

▲ 와드 위치는 대표적으로 API에 잡히지 않는 중요한 정보이다

Q. 리그 오브 레전드 관련 데이터 프로젝트 오너로서 e스포츠 데이터 분석 프로그램을 만들기 때문에, 리그 오브 레전드 경기를 볼 때도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네, 분석 틀을 보면서 경기를 보면 팀원들끼리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경기를 볼 때도 데이터 분석 프로그램을 보면서, “지금 이 챔피언을 골랐어야 하는데, 다른 챔피언을 골라서 승률이 떨어졌다”와 같은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통계는 통계이고, 분석은 분석이지만, 통계대로 분석대로 실제 경기가 흘러가는 걸 보면 재미를 많이 느낍니다.


Q. AI를 활용한 데이터 분석이 해외보다 국내가 더욱 필요한 상황이라고 들었습니다. 어떤 이유인지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해외 프로게임단은 데이터 분석관이라는 직무를 가진 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유럽이나 북미는 데이터 분석팀이 게임단마다 따로 있고, 통계를 내주는 팀들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LCK에는 데이터 분석팀을 가진 게임단이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감독, 코치 외에는 분석관이 한 명이거나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희 프로그램은 경기를 물리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한 게임단에 데이터를 수집하고 가공하는 수고를 덜어줄 수 있습니다. 분석관 서너 명이 해야 하는 일을 혼자 할 수 있게 줄여주는 역할인 겁니다.


Q. 데이터를 분석한 자료가 실제로 어떻게 쓰이는지 궁금합니다. 구체적인 사례가 있을까요?

이 부분은 대외비라서 정확하게 말씀드리긴 어렵습니다. 간략하게 말씀드리면, 실제 경기에서 초반 설계에 사용된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선수의 계약/재계약에 저희가 제공한 데이터 프로그램이 사용된 경우도 많습니다. LCK뿐만 아니라 LCS, LPL에서도 저희의 데이터가 사용되어 계약이 진행된 사례가 있습니다.


Q. 야구나 축구는 데이터 활용이 잘 되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e스포츠는 아직 이 분야가 부족한 거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그런가요?

통계치를 기준으로 보면, 리그 오브 레전드는 축구와 비슷한 수준으로 보입니다. 반면, 야구는 훨씬 더 많이 발전되어 있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와 축구는 팀 게임이고, 야구 같은 경우에는 선수와 타자, 같은 1:1 데이터가 많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조건으로 따지면, 축구가 e스포츠보다 더 좋은 것도 사실입니다. 축구는 역사가 길었고, 다양한 기술과 인력으로 데이터를 수집해왔습니다. 하지만 e스포츠는 데이터를 수집한 지 5년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게임사도 데이터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신규 개발되는 게임에는 데이터 정보를 보다 정확하고 분류하고 수집하고 있습니다.

마음가짐의 차이도 있습니다. 야구, 축구는 실제 경기에 데이터를 이용한 사례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익숙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e스포츠는 그런 사례들이 최근에서야 나오고 있습니다. 아직은 데이터 활용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거나 익숙하지 않아 보입니다.

▲ 야구 종목에서는 투수의 투구폼까지 AI가 분석하고 있다(출처: Deep Nine)

Q. 데이터 분석이 어떤 곳에 어떤 방식으로 더 자주 쓰이게 될지 궁금합니다.

데이터가 모든 경기의 지표가 될 순 없습니다. 때때마다 선수들의 상황 판단이 있을 거고, 데이터와는 별개로 발생하는 변수도 많을 겁니다.

저희가 생각하는 데이터의 의미는 시간의 단축입니다. 데이터를 이용하면 선수나 감독들이 경기를 분석하는 시간이 줄어들 겁니다. 그리고 선수를 설득하는 과정이나 팀 간의 합의가 필요할 때도 데이터가 시간을 많이 줄여줄 겁니다.

일반인에게는 다른 콘텐츠로 사용될 것 같습니다. 이미 일반 사용자들에게 제공되는 승부 예측 프로그램은 경기를 볼 때 재미 요소로 잘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드래곤을 가져갈 확률, 라인전 구도 확률 등에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아마추어 선수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도 데이터 분석을 활용한 코칭이 사용될 수 있습니다. 일반 아카데미나 선수를 희망하는 이들에게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Q. AI 제품 개발, 데이터 분석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보람을 느낀 일이 있다면 언제일까요?

프로그램이 잘 사용될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지금 저희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고객사인 농심 레드포스는 하루 세 시간씩 저희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세 시간 동안 저희 프로그램을 쓴다는 건 굉장한 지표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에 대해 굉장히 만족감을 느낍니다.

실제 사용자들과 대화를 나눌 때, 저희가 미리 세워둔 가설이 맞아들어갈 때도 보람을 느낍니다. 저희가 느낄 때는 이런 데이터가 제공되면 좋을 거라는 생각으로 개발을 해뒀는데, 실제 게임단이 같은 요청을 하면 기분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저희는 팀 보고서라는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게임단이 상대 팀을 분석할 때 어떤 과정을 거칠지 예상해서 필요한 기능을 미리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미팅할 때, 게임단들이 저희가 예상하고 준비한 데이터를 요구했습니다. 지금은 그 부분에 맞춰서 개발을 이어가는 중입니다.


Q. 반대로 일하면서 고충을 느낀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일반적인 제품은 사용자들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게 쉽습니다. 반면에, 저희는 특정 게임단 안에서 감독님, 분석관님을 만나야 하는데, 너무 바쁘시고 인터뷰가 쉽지 않아서 피드백을 받기가 쉽지 않은 편입니다.

반대로 개발 팀원 중에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경우가 있을 때, 어떤 부분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잘못된 부분은 무엇인지 알려주는 일도 쉽지 않습니다.


Q. 데이터를 활용한 e스포츠 분석, 혹은 AI를 활용한 데이터 분석 프로그램 개발 업무를 직업으로 삼고 싶은 이들이 있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프로젝트 매니저, 프로젝트 오너로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프로젝트 매니저, 프로젝트 오너는 딱히 전공이 필요한 직무는 아닙니다. 저의 전공도 원래는 디자인이었습니다. 저는 사업을 직접 운영한 경험이 있었고, 스타트업 디자인과 관련한 경험이 있어서 제품과 비즈니스 두 가지 영역에 대한 경험을 많이 쌓았습니다. 그래서 제품 개발과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도 덕분에 프로젝트 매니저가 될 수 있었습니다.

프로젝트 매니저는 특정 업무를 잘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팀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잘 파악하는 분들에게 어울리는 직업입니다. 그리고 주어진 결정권을 잘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신이 목표하는 바가 명확한 분들이라면 잘 어울리는 직업입니다. 반대로, 계속 무언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 상황마다 대처해야 하는 걸 부담스럽게 느낀다면 선택하기 힘든 직무입니다.


Q. 자신의 직업을 꿈꾸는 독자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은가요?

인터뷰를 보시는 분들은 게임이나 e스포츠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일 겁니다. 게임과 e스포츠를 좋아한다는 건 충분한 동기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프로젝트 매니저는 게임이나 e스포츠와는 별개로 제품을 만들고 회사 시스템을 관리하는 부분에 재미를 느끼시는 분들에게 더 어울리는 직업입니다.

저는 어떤 영역이든 상관없이 제품을 만들고 데이터를 보는 게 즐거웠습니다. 거기에 금상첨화로 게임과도 잘 맞아서 더 즐겁게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프로젝트 매니저는 여러 사람을 상대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인간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필요한 영역이기에 주변 사람들과의 대인 관계에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Q.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는 독자를 위해 전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저희 팀 스노우볼은 게임단을 위한 제품 뿐만 아니라 일반 유저를 위한 다양한 제품을 런칭할 계획입니다. 앞으로 유저들과도 직접 소통할 일이 많아질 듯합니다. 앞으로 다양한 방면에서 인사드릴 때, 좋게 봐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