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의 인기가 나날이 커지면서 e스포츠 업계에서 직업을 구하는 이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막상 e스포츠 분야에서 일을 찾다 보면, 어디서부터 그리고 무엇부터 준비해야 하는지 알 수 없어 막막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업계의 성장에 따라 다양한 능력의 사람들을 원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은 편입니다.

인벤은 e스포츠 업계에서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려는 이들을 위해 e스포츠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의 직업을 설명해주는 기획 기사를 준비해봤습니다. 이들이 어떻게 직업을 찾았고, 직업을 얻기 위해 어떤 준비를 했는지, 일하면서 느낀 보람과 고충을 들어 봤습니다. e스포츠 업계에서 종사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자신의 미래를 엿볼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열세 번째 만나볼 직업은 코치입니다. 이번에는 프로 팀의 코치가 아닌, 게임 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코치 분을 만나봤습니다. 프로게이머가 되기 위해 학원을 고민 중인 학생, 그리고 그런 학생을 자녀로 두신 부모님께서 많이 궁금하실 만한 내용이 담겼습니다. 게임코치 아카데미에서 1년 동안 코치로 활동하신 '밀리마스' 코치님이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 게임코치 아카데미 '밀리마스' 코치

Q.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을 위해서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후야티비 아카데미라는 곳에서 연습생으로 있었습니다. 이후에 연습생 생활이 끝나고, 코치를 준비해서 게임 코치 아카데미에서 탑 포지션 담당으로 코치직을 맡았습니다. 아이디는 ‘밀리마스’입니다.


Q. 게임 학원의 코치 일을 어떻게 시작했는지 궁금합니다. 어떻게 지금의 일을 시작하셨나요?

연습생이 끝나고 나서 게임 쪽의 길을 포기하려고 했었는데요. 제가 2019년부터 2년 반 동안 프로를 지망했습니다. 그 시간 동안 너무 열심히 했고, 그걸 그냥 버리기엔 아깝다고 생각해서 이걸 어떻게 다르게 쓸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연습생 생활을 할 때, 느꼈던 것 중의 하나가 제가 다른 연습생 친구들보다 점수는 낮지만, 정보량은 더 많았어요. 그 부분을 활용하려면 코치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코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고민했고, 인벤 게시판에 글을 쓰다가 그리핀 분석관으로 가신 분이 있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렇다면 조금 열려 있는 게임 커뮤니티에서 내가 글을 써서 내 능력을 계속 어필한다면, 스카웃이나 면접 제의를 받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여러 번 글을 쓰던 중에 현재 게임 코치 아카데미의 계신 한 코치님께서 제게 스카웃 제의를 주셨고, 덕분에 지금 이 곳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Q. 어떤 업무를 하는지 궁금합니다. 평소에 어떻게 일하시나요?

저 같은 경우는 프로 코치보다는 학원 코치다 보니, 기본적으로는 수강생 강의가 이제 주 업무입니다. 그리고 수업뿐만 아니라 수업 외적으로 수강생들의 생활 패턴과 연습량 등을 점검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한 달마다 정기적으로 보호자 분과 상담하기도 하고요.

보호자 분들은 대부분 게임에 대해서 정확히 알기 어려우세요. 그래서 아이들이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 어떤 점을 고쳐나가고 있는지 주기적으로 상담해드리고 있습니다.

프로를 지망한다고 하지만, 프로가 정확히 무엇을 하는지 모르는 아이들이 많아요. 프로를 지망한다는 건, 사실 노는 것보다는 공부의 개념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하지만 프로를 지망해서 우리 학원에 와도 여전히 논다는 개념을 가진 아이들이 많이 있어요. 저희는 노는 개념에서 연습한다는 개념으로 바꿔주기 위해 생활 패턴 같은 부분을 점검해줍니다.


Q. 그런 마음가짐을 바꾸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잘 바뀌나요?

쉽게 바뀌지는 않아요. 하지만 거기서 포기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은 못 할 수 있어요. 그렇다면 조금 더 다독여주고, 기다려주고, 최소한 프로게이머가 못 되는 한이 있더라도 자기의 꿈이라고 말하는 것에 대해 노력하는 태도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학생들도 궁금하지만, 부모님들도 궁금합니다. 부모님들과는 직접 상담을 해보셨나요?

부모님과는 일차적으로 부원장님, 혹은 원장님께서 상담하십니다. 제가 직접 상담할 때는 수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드립니다.

보호자 분들께 설명해 드릴 때는 보통 수능 등급으로 이야기를 드려요. 수능에서는 서울대에 갈 수 있는 등급을 받는 게 프로를 지망해도 문제없을 수준이에요. 하지만 확실히 프로가 될 수 있다고 말씀드릴 순 없습니다.

‘그래서 이 아이의 위치는 현재 여기인데, 나이를 고려했을 때 프로 선수가 되는 게 가능한지 제가 판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담당 코치인 제 이야기를 잠깐 들려드리면, 저도 이제 이 수강생 나이 때는 여기 구간이었고, 그 구간에서 몇 년 이제 썼을 때 그랜드마스터 달성했다. 만약 이 수강생이 저만큼의 노력하거나 그런 발전이 있다면, 18, 19세에는 그랜드마스터가 될 수 있다. 그러면 게임단의 연습생이 되거나 2군 팀에 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런 과정에서 수강생이 어느 정도 무언가를 포기하고 스스로 노력하면서 일어나야 한다.

이런 방식으로 설명해 드리고 있어요.


Q. 상담받는 부모님은 보통 어떤 느낌을 받나요? 프로게이머에 관심이 많으신지, 아니면 자식이 원해서 어쩔 수 없이 밀어준다는 느낌을 받으시나요?

요즘 부모님 세대는 자식이 원하는 것에 대해 간섭보다는 응원해주고 도와주는 게 트렌드처럼 느껴져요. 그래서 ‘꼭 프로게이머가 되게 만들어 주세요’라는 느낌보다는 ‘어차피 말려도 계속 게임을 할 거라면 전문적으로 배워봐’라는 느낌이에요. 그래서 프로게이머가 안돼도 좋으니 생활 패턴이나 연습 태도를 만들어주길 바라는 분들이 많으세요.


Q. 학원에서 코치로 1년 동안 수업하셨습니다. 여러 학생을 가르치면서 어떤 특징을 가진 학생이 잘하게 되나요?

약간 공부랑 비슷해요. 질문을 많이 하는 친구들이 보통 잘 되더라고요. 질문을 한다는 것 자체가 본인이 생각을 해봤는데, 답이 안 나오는 친구들이 질문을 하거든요. 그러면 일단 답을 못 찾았을지언정 이제 생각하는 과정을 거쳤다는 거지요.

이게 아까 언급한 연습 태도와도 연관이 있어요. 대부분의 게이머, 혹은 학생, 혹은 직장인들이 티어를 못 올리는 근본적인 이유는 놀이로서 게임을 하기 때문이에요. 막 학원에 온 아이들이 제일 어려워하는 부분이 자기가 놀이로 생각했던 게임을 공부하는, 그리고 연습하는 단계로 넘어가는 건데요. 질문을 하는 친구는 이미 ‘놀이’가 아니라 ‘공부하고 연습하는 단계’에 들어간 거예요. 그런 친구들이 발전을 빨리하는 편이에요.


Q. 반대로 ‘이런 친구들은 잘 안되더라’하는 경우에 공통된 특징이 있나요?

지금 제 수강생 기준으로는 주변에서 자기 티어가 제일 높은 중학생 친구들이 그런 편이에요. 사실 고등학생 1, 2학년쯤이 되어야 자기 미래를 진지하게 생각하게 돼요. 중학교 아이들은 아직 프로게이머가 뭔지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대부분은 또래 중에서 자기가 제일 잘하는 게 중요합니다. 정말 주변 아이들보다 잘하게 되면, 주변 아이들이 같이 게임을 하자는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해요. 그 친구들과 게임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연습이었던 게임이 다시 놀이로 변질되죠. 그러면 다시 성장이 멈추게 돼요.


Q. 아이들을 가르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들은 무엇일까요?

아이들이 프로게이머가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도 못할 가능성이 커요. 확률적으로는 굉장히 낮은 일입니다. 그래서 프로게이머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본인의 꿈을 위해 노력하는 태도를 만드는 걸 1차 목표로 두고 있어요.

그리고 저 자신도 발전을 멈추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코치라는 직업이 타인에게 발전을 요구하는 일이잖아요. 그런 일을 하면서 나 스스로가 발전하지 않으면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매일매일 멈춰있는 사람이 되는 건 피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Q. 게임학원의 코치 일을 하면서 언제 가장 보람을 느꼈나요?

제가 맡은 고3 수강생이 있어요. 사실 프로게이머를 지망하기보다는 게임이 좋아서 왔던 친구입니다. 그래서 의욕이 조금 적은 편이었어요. 보호자 분께서 게임이라도 좋으니 아이가 의욕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하셨고, 올해 초부터 제가 맡게 되었습니다.

그 친구가 저를 보면서 어떤 목표를 가지게 되었어요. 제가 선수 출신이 아님에도 코치라는 직업을 하는 걸 보고 어린 나이에 코치라는 직업을 가진 걸 보면서, 스스로 e스포츠 학과로 대학도 준비하고 연습량도 많이 들었어요.

제가 무언가를 가르쳐서가 아니라 저라는 사람 자체가 누군가에게 동기부여가 됐다는 게 저에겐 가장 큰 보람이었어요.


Q. 반대로 코치 일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는 언제일까요?

제가 모자란다는 걸 인정해야 할 때 그때가 다 힘든 것 같아요. 제가 코치를 시작했지만 이제 겨우 1년이에요. 냉정히 따지면 22살이라는 나이가 어떤 사람들의 인생에 대해서 명확한 조언을 내주긴 어렵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점을 생각하면 게임 외적인 부분에 대해 조언을 해줘야 하거나 도움을 줘야 할 때, 저 자기 경험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주변 코치님 혹은 헤드 코치님 도움을 받아야 할 때가 힘들게 느껴져요. 제가 부족하다는 걸 받아들여야 하니까요.


Q. 코치가 되기 위해서 어떤 준비를 하셨나요?

제가 일차적으로 되고 싶었던 건 프로 코치였어요. 프로 코치를 하려면, 게임을 볼 수 있는 능력, 간단하게 게임 이해도가 필요해요. 하지만 제가 선수 출신도 아니고, 당시에는 챌린저를 찍은 상태도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저를 증명할 구체적인 자료가 필요했어요.

게임을 계속 돌려봤어요. 해외 리그도, 국내 리그도 다 돌려보면서 저만 찾아낼 수 있는 디테일들을 찾아서 글을 썼어요. 그리고 게임단의 SNS나 디스코드 서버를 보면서 코치 공고를 많이 찾아봤어요.


Q. 비선수 출신으로 프로 코치가 되는 일이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직접 지원하시면서 어떻게 느꼈나요?

‘비선출’에게 가장 큰 문제점은 ‘게임 이해도에 대한 의문’이에요. 그래서 코치 일을 하면서도 꾸준하게 솔로랭크를 했고, 지금은 챌린저 티어를 달성한 상태입니다. 저는 그걸로 게임 이해도를 증명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제가 저에게 한 피드백이 옳다는 게 증명이 됐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비선출이라는 게 약점이 되지 않으려면, 선수 출신만큼의 이해도를 제가 증명하면 되잖아요. 그래서 계속 준비하고 있습니다.


Q. 챌린저 티어를 달성하셨다면, 선수를 노려봐도 되지 않을까요?

기회가 있다면 해보고 싶어요. 하지만 연습생 생활을 하면서 어느 정도 저에 대한 자기 객관화는 마친 상태입니다. 게임 이해도 이상의 피지컬, 혹은 ‘게임 체인저’라고도 하지요.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무형의 플레이나 순간적인 반응 속도 같은 것들이 있어요. 저는 그런 부분보다는 이론을 정리하는 데 더 큰 장점이 있어요. 선수를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저의 장점은 코치 쪽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자신이 가진 게임 이해도를 증명해야만 그런 자리가 들어오잖아요. 게임 이해도를 보여주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네요.

게임 이해도가 높다는 걸 체크해 줄 수 있는 건, 사실 똑같은 정도의 게임 이해도를 가진 사람들이에요. 그게 가장 큰 고충인 것 같아요. 게임 이해도가 정말 높은 사람들과 직접적으로 대화하거나 만날 기회가 없다면, 아무리 글을 써서 올려도 게임 이해도가 높은 분들은 이미 현역으로 뛰거나 해서 글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적잖아요. 증명의 장이 적은 게 가장 큰 고충이에요.


Q. 지금은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지만, 프로 코치를 지망하잖아요. 만약 프로팀에게 자신의 매력을 보인다면 어떤 말을 하고 싶으세요?

간단하게 지금 저는 챌린저 티어입니다. 그리고 저를 코치로 써주신다면, 24시간 중에 자는 시간 빼고는 선수와 저의 발전을 위해 쓸 자신이 있습니다. 일을 하면서 개인 시간을 다 빼서 챌린저 티어를 찍을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는 제 티어로 저의 의지를 증명했다고 생각합니다.


Q. 본인처럼 비선수 출신으로 코치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감성적인 조언을 먼저 드리면, 자기가 열심히 하고 노력한다면 언젠가 누군가 좀 알아주고 기회가 찾아올 거라고 생각해요. 그때까지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성적인 조언을 드리면, 비선출의 경쟁자는 같은 비선출이 아니라 선수 출신 코치입니다. 같은 비선출을 자기 경쟁 상대로 생각하면, 굉장히 쉽게 느껴져요. 하지만 학원 코치나 3군 코치가 되기 위해서 코치를 지망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결국, 올라가기 위해선 선수 출신들을 뚫어야 합니다.

선수 출신들과 나를 냉정하게 비교해서 내가 그들만큼의 경쟁력을 가졌는지 한번 판단해야 합니다. 그리고 모자란 부분은 발전 방향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게임 이해도는 당연히 높아야 합니다. 그리고 외적으로 내가 사람을 다룰 준비가 되었는지, 대화할 준비가 되었는지에 대해 점검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공고를 찾을 때는 LCK 아카데미 시리즈 디스코드 서버나 잡코리아 같은 채용공고 사이트에도 코치 공고가 뜨기도 합니다. 그런 부분도 잘 찾아보셨으면 합니다.

기회가 생기면 조건 따지지 말고 잡아 봤으면 좋겠어요. 이미 코치를 하고 계신 분들에게 많은 것을 배울 기회가 제공된다고 생각합니다.


Q. 이제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는 독자를 위해서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스포츠에서 제일 기본은 선수가 아니라 팬이라고 생각합니다. 팬이 있기에 스포츠가 있습니다. e스포츠도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런 직업탐방 같은 기사를 읽는 분들은 e스포츠에 관심이 많은 팬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이 기사를 읽는 한 분, 한 분이 다 e스포츠의 구성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고맙다고 이야기를 드리고 싶어요. 여러분 같은 사람들이 있어서 제가 게임을 직업으로 가질 수 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