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전인 2000년, 김대중 정부는 북한과 게임산업 교류 및 협력을 위한 추진전략을 구체적으로 세웠다. 당시 문화관광부(현재 문화체육관광부)가 수입게임 의존도 90%인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북한과의 공조안를 계획했다.

당시엔 북한의 기술과 값싼 인프라가 우리의 마케팅 능력이 결합되어 서로 이득을 볼 것으로 기대했다. 2000년 기준 조사에 따르면 당시 북한의 게임관련 인력은 연간 3천여 명이 배출됐다. 김일성종합대학 700~900명, 김책공업대학 1,100명, 평양전자계산기단과대학 300명, 기타 600명 등이다.

이때 우리나라 온라인게임 시장규모는 1999년 216억 원에서 2000년 1,100억 원으로 성장이 추정되던 시기다. 넥슨 바람의나라 1996년, 엔씨소프트 리니지 1998년 출시 등으로 온라인게임 시장 성장에 기대감이 모였다. 1997년 기준 국산 게임 비중이 14%에 불과해 국내 경쟁력 상승에 관심이 쏠렸다. 시간이 흘러 당시 계획과 무관하게 우리나라 게임시장 규모는 2021년에 20조 원을 돌파했다.

당시 우리 정부는 연구진으로부터 '남북공동 게임산업협력센터'(가칭) 건립 제안을 받았다. 김대중 정부는 게임을 21세기 지식산업시대의 핵심사업으로 선정했고, 다양한 지원체계를 구축 중이었다. 목표는 2003년 게임 수출액 3억 달러, 생산 1조 원 달성이었다. 참고로 2021년 게임 수출액은 86억 7,286만 5천 달러(한화 9조 9,254억 원)다.

2000년에 북한은 부족한 외화자금을 획득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풍부한 고급인적자원을 활용하여 생산된 게임을 수출함으로써 경제개발자금을 확보한단 계획을 세웠다. 당시 지적받은 단점이 '배출된 우수인력이 현장수요에 비해 과다 배출되고 있다'였을 정도다. 다만, 기술수준에 비해 인건비가 낮은 점은 장점이었으나 부족한 마케팅 능력이 문제였다.


▲ 2000년 기준 남북공동 게임산업협력센터 설립 기대 효과

당시 연구진은 "한국의 자본 및 기술과 북한의 연구인력이 결합하여 상호보완적인 기능을 통한 우수제품(게임) 개발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라며 "이러한 방안으로 북한의 주요 산업요충지에 게임을 공동개발 제작 집적화할 수 있는 공동연구지원실을 설치하여 생산성 향상을 도모할 수 있다"라고 기대했다. 이어 "또한, 북한의 희귀한 자료 구축화 사업 등 다양한 게임소재의 개발에 의한 세계 게임시장의 수출경쟁력 강화를 추진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센터 설립은 자본 및 기계를 우리가 전액출자하고, 북한이 부지 및 건물을 출자하는 합영회사 형태가 제시됐다. 우리가 2000년 기준 25억 원을 투자하고, 북한이 1,000평을 제공하는 식이다. 지분은 우리가 51% 이상을 확보하는 형태를 추천받았으나, 어려울 경우 5:5가 바람직하다고 봤다.

게임산업단지가 조성될 경우 최적의 지역으로 평양이 꼽혔다. 후보지로는 개성, 금강산 밸리와 제3지역으로서 중국 북경이 제시됐다. 가정이지만, 현재 판교테크노밸리에 모인 우리 게임사가 금강산 밸리에 있을 수도 있었던 셈이다. 평양에 컴퓨터 관련 학교와 연구소가 많아 우수인재 선발에 유리하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다만, 현실적으로 북한 수도인 평양에 보안 문제가 걸려 있어 개성이 거론되기도 했다. 당시 현대가 개성공단 조성에 3천억 원을 투자하던 게 예시로 나왔다.

▲ 관련 TFT 제시안

과거 연구진은 2001년 1월부터 3월까지 관련 조사를 진행하고, 당해 4월부터 5월까지 세부 추진계획안을 수립하자 제시했다. 이어 6월에 계획을 확정하고 7월에 사업을 추진하길 바랐다.

당시 연구진은 "국내 게임산업을 지식산업 시대의 핵심산업으로 발전시켜 경쟁력 있는 수출주도산업으로 세계시장에서 겨룰 수 있도록 육성하려면 산업진흥전략을 이끌어 갈 실천 가능한 다양한 정책 방안이 필요하다"라며 "이에 따라 게임산업의 활성화에 남북 교류 및 협력이란 효과적인 전략 방향을 선택하여 남북한 간의 상호 발전을 기조로 하는 총체적인 활용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라고 전했다.

이어 "북한의 게임산업육성에 기여할 수 있는 자원을 도출하여 북측이 기술과 남측의 마케팅이 결합함으로써 서로가 얻게 될 이득은 그 경제적 가치가 충분히 있을 것으로 전망되므로 정부차원에서는 남북한 간의 교류 및 협력 추진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여 국내 게임산업체의 접근 완급을 조절하면서 실효성 있는 교류 및 협력이 실현과 발전될 수 있도록 가급적 조기에 진출전략의 기본이 마련되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계획안이 수립된 이후 남북공동 게임산업협력센터 추진은 실제 진행되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