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13 롤챔스 섬머 결승전 현장 ]


■ 2013년은 LOL의 한 해였다

2013년은 리그 오브 레전드(LOL)의 한 해였다. LOL은 피시방 점유율 40%를 돌파했다. 10명이 피시방에서 게임을 한다면 4명은 LOL을 한다는 얘기다. 과거 스타크래프트1의 영광을 LOL이 이어받는 그림이다.

LOL의 인기에 힘입어 자연스럽게 e스포츠도 LOL로 대표됐다. 2013년은 총 세 개의 시즌이 열렸다. 계절로 대표되는(스프링, 섬머, 윈터) 롤챔스에 많은 팬의 관심이 주목됐다.

LOL은 각종 스타 1 이후 침체하여 있던 e스포츠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수많은 메이저 대회(롤챔스 같은)가 열린 건 물론이고, 각종 아마추어 리그나 피시방 대회도 다시 열리기 시작했다. 10~20대에서 LOL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의 인기다.

2012년까지 한국 팀들의 성적은 좋긴 했지만, 최고라고 하기엔 다소 부족한 건 사실이었다. 시즌 2 월드 챔피언십은 CJ 프로스트(당시 아주부 프로스트)가 준우승을 거둔 게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하지만 한국 팀은 올해 중순에 열렸던 LOL 올스타전에서 우승한 이후 자신감이 붙기 시작하더니, 시즌 3 월드 챔피언십에서 SKT T1 K가 우승하며 전 세계에 한국 팀의 실력을 알렸다. 게다가 WCG에서도 한국 팀인 CJ 블레이즈가 중국의 강팀을 꺾고 우승하자, 해외의 팬들도 한국 팀이 최고라는 것에 대해서 인정하는 분위기다.

[ ▲ 시즌 3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서 우승한 SKT T1 K ]


반면 LOL에도 그림자도 생겨났다. 올해 가장 큰 이슈는 바로 '대리 랭크' 논란이다. 대리 랭크는 자신의 티어와 LP를 올리기 위해 다른 사람이 랭크 모드 게임을 하는 걸 말하는데, 시즌 3 이후로 아무리 게임을 패배하더라도 티어는 변하지 않는다는 걸 악용했다.

사업자 등록까지 받은 대리 랭크 업체가 등장한 것은 물론, 프로게이머의 꿈을 안고 팀에 입단한 선수들에게 대리 랭크를 해서 논란이 된 모 프로게임단의 사건도 있었다. 시즌 3가 끝난 지금에도 시즌 4 대리 랭크를 예약받는 상황이다.





■ 새로운 한국e스포츠협회장, 새로운 협회의 발걸음

올해 초 한국e스포츠협회에 새로운 협회장이 취임했다. 바로 민주당 원내대표 전병헌 의원이다. 한국e스포츠협회는 그간 한빛에 이어 지난 8년간 회장직을 맡았던 SK텔레콤에 이르기까지 기업체 회장 체제를 지속했다. 이번에 취임한 전병헌 의원은 최초의 비(非) 기업체 회장, 그리고 첫 정치인 회장이었다.

전병헌 회장은 취임사로 "소통이 우선, 대한체육회 가맹단체 현실화, 대중스포츠화, 정부와의 긴밀한 협조"를 말하며 '넥스트 e스포츠'라는 기치를 내걸었다.

스타크래프트1 공공재 논란, 연맹과의 갈등으로 인해 게이머들은 협회에 대해서 다소 비판적인 시각이 있었던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새로 취임한 전병헌 협회장은 말보단 행동으로 게이머들의 마음을 돌려놓기 시작했다.

전병헌 협회장은 취임사에서 밝혔던 '넥스트 e스포츠' 기치 아래 액션 플랜 #1을 공개했다.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e스포츠 팀을 운영하는 구단은 특별한 부담 없이 협회에 가입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해당 종목의 리그 운영과 선수 보호에 관한 협회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고, 협회의 지속적인 행정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 결과로, 연맹팀이었던 IM과 MVP, 프라임이 협회로 들어왔고 이번에 열리는 SK플래닛 2013-2014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에 참가하게 됐다.

올해 11월에 발표한 액션플랜 #2는 체제 정비와 다양한 사업 계획이 핵심이었다. 전병헌 협회장은 세계 공식 체육 단체의 총회장인 마리우스 비저와 만났으며, e스포츠가 정식 글로벌 스포츠계로 진입하는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게다가 LOL 시즌 3 월드 챔피언십에서 SKT T1 K가 우승하면 LOL 챔피언인 '그라가스' 코스프레를 한다는 공약까지 지켰다. 이 사진은 많은 인기를 끌며, '갓병헌'이라는 별명도 붙게 됐다.

[ ▲ 자신이 한 약속을 지키는 전병헌 회장 ]


게이머들이 가장 좋아할 소식은 역시 LOL 시즌 4 월드 챔피언십이 한국에서 개최된다는 내용일 것이다. 이것 또한 한국의 게이머들, 라이엇 코리아 뿐만 아니라 한국e스포츠협회가 다방면으로 노력한 결과다.

전병헌 협회장이 이처럼 협회의 이미지를 바꾸고, 협회장이 인기가 있는 것은 약속한 내용을 지금까지 지켜왔기 때문이다. 앞으로 남은 넥스트 e스포츠 액션플랜이 한국 e스포츠 시장을 어떻게 바꿀지 귀추가 주목된다.





■ WCS 개편, 프로리그로 부활 꿈꾸는 스타크래프트 2

2013년 3월경, 블리자드는 WCS(월드 챔피언십 시리즈)를 개편했다. 세 지역의 리그(한국, 유럽, 아메리카)는 WCS의 이름으로 하나가 되며, 매년 세 번의 시즌 파이널과 한 번의 글로벌 파이널로 세계 최강자를 가리는 개념이었다.

이 개편안을 놓고 선수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한쪽은 크게 문제가 될 게 없다는 견해다. 선수들이 스타리그 우승, GSL 우승이 아닌 월드챔피언십 우승이라는 큰 목표가 생겼기에 동기부여에서 더 좋아졌다는 이유였다.

[ ▲ 이제는 해외 팬들이 더 많을 것 같은 EG 이제동 ]


하지만 다른 목소리도 있었다. 대회 숫자가 전체적으로 축소됐고, 또 WCS 포인트들이 글로벌 파이널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중하위권 선수들이 뛸 대회가 적어졌다는 것이다.

그래도 대회의 수는 전체적으로 줄었지만, 상금은 더 균등하게 배분됐다. 특히 3위 이하 수상자들의 상금이 올랐다. 블리자드는 이 정책으로 입상권 바깥 선수들에게 더 풍부한 상금을 주고, 시즌 파이널에서 큰 상금으로 상위권 선수들에게 동기 부여를 하려는 계산이었다.

WCS 개편으로 스타2 게이머들의 최종 목표는 글로벌 파이널이 됐다. 그러므로 굳이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에 참가할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경쟁자가 많은 한국 리그보다는 여건만 된다면 유럽이나 아메리카 리그로 향하는 것을 선호하게 됐다.

그래서 이제동, 정종현, 송현덕 등 많은 프로게이머가 해외 리그에 참가하게 됐다. 자연스럽게 이 선수들은 국내 리그엔 참가하지 않았고, 다양한 선수들이 국내 리그에서 활동하는 건 볼 수 없었다.

[ ▲ 2014 WCS 개편안 中 ]


하지만 한국 스타크래프트2는 WCS의 재개편과, SK텔레콤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 2014를 기점으로 부활의 날갯짓을 펼친다. WCS는 아메리카, 유럽, 한국의 지역별 리그가 진행되는 것, 세 번의 시즌, WCS 포인트는 동일하나, 상금 규모와 리그 구조가 변경됐다.

2014 WCS 재개편으로 인해 한국 선수들이 해외 지역에서 상위권을 휩쓰는 일도 줄어들 전망이다. 아메리카, 유럽의 챌린저리그에 지역할당제를 도입해 예선을 통해 획득할 수 있는 챌린저리그 진출 티켓을 국적별로 제한했다.

미국, 캐나다, 라틴아메리카 출신은 8장, 중국 2장, 오세아니아 및 동남아권에 2장, 대만-홍콩-마카오권에 2장을 배분한다. 그리고 래더 와일드카드에 2장이 생겼다. 즉, 한국인을 위한 챌린저리그 티켓은 없다는 소리다. 해외 지역의 챌린저 리그에 참가하려면 래더 와일드카드의 2장을 따내야 한다. 그래서 프리미어리그에 잔류 중인 한국 선수들이 예선으로 향하게 되면 다시 재진입하기에는 상당한 노력이 따르게 됐다.

프로리그도 좋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한국e스포츠협회는 프로리그 중에도 팀이 창단됐거나, 연맹 팀 또는 해외 팀이 프로리그에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를 구상중이다.



▲ 도타2 NSL, 월드오브탱크 WTKL


■ 다양화된 e스포츠 볼거리들. 새로운 종목 대거 출현

LOL, 스타크래프트2가 기존 강자였다면, 그 자리를 노리는 신규 e스포츠 종목들이 2013년에 등장했다. 대표적으로 도타2, 월드오브탱크, 피파 온라인 3가 있다.

월드오브탱크는 연착륙에 성공했다. 월드오브탱크는 워게이밍에서 제작한 MMO 액션게임이다. 이름 그대로 세계대전때 사용된 각국의 전차를 직접 운전할 수 있는 게임이다. 2013년 초, 워게이밍은 월드오브탱크의 e스포츠 리그를 출범했다. 총상금은 무려 27억 원 규모다.

한국은 WTKL(월드오브탱크 코리안 리그)이란 이름으로 e스포츠 시장에 등장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은 한국 월드오브탱크 서버의 그리 높지 않은 동접자(동시접속자 수)를 근거로 들며 WTKL 또한 많은 사람이 찾지는 않을 거라고 예상했다.

[ ▲ '아빠'도 월드오브탱크에선 1등을 할 수 있다! ]


하지만 당시 전망과는 달리 WTKL은 좋은 흥행을 보여줬다. 가장 큰 이유는 월드오브탱크를 즐기는 연령대가 행동력 있는 20대 이상이 대부분이라는 것과, 현장 관람객을 대상으로 한정판 탱크(Type 59)를 추첨해서 선물했다는 것이다. 물론, 현장의 꽃인 월탱걸 또한 한몫하긴 했다. 아무튼, 워게이밍의 공격적인 마케팅은 성공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현재 월드오브탱크는 WTKL 시즌 2의 8강이 진행되고 있다.

월드오브탱크는 연착륙이라면, 도타2는 경착륙이다. 도타 2 또한 월드오브탱크처럼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게임. 게다가 우리나라에서 LOL이라는 국민 게임의 장르가 AOS 아닌가. 당연히 LOL과 게임성이 비견되는 도타2 역시 한국 e스포츠 시장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도타2의 흥행은 많이 부족하다. LOL보다 높은 진입 장벽이 있긴 했지만, 주된 이유는 아니었다. 애초에 도타2의 첫 번째 리그인 NSL(넥슨 스타터 리그)를 시작할 때 도타2가 클로즈베타 테스트 기간이었고, 한국 서버가 없었다.

그나마 지연시간(핑)이 나은 동남아시아 서버에서 게임을 플레이해야 하는데, 그래도 70 이상의 지연시간이 있었다. 게다가 동남아시아 플레이어들은 기본적으로 도타2를 많이 경험한 유저가 많아 초보자가 감당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한국 서버가 나왔을 때도 잡음이 있었다. 베타키가 없으면 한국 서버에서 플레이할 수가 없었다. 베타키가 없는 사람이라도 같이 하는 친구나 파티 멤버가 한국 서버로 매치를 검색하면 한국 서버로 플레이할 수 있었지만, 혼자 플레이할 때는 한국 서버를 할 수 없었다.

게임을 할 수가 없으니, 아무리 좋은 경기가 펑펑 쏟아져 나와도 소용이 없었다. 게다가 NSL 초기에는 선수들의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 기존의 도타2 팬들까지 NSL을 볼 바에얀 해외 리그를 보는 게 낫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래도 도타2 게이머들과 넥슨의 노력으로 NSL(넥슨 스폰서십 리그)는 점점 나아지는 중이다.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에 더불어 해외 네임드 선수들까지 한국 팀으로 영입되며 좋은 경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 ▲ NSL 시즌1 우승자 스타테일 ]


여기에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넥슨 아레나 e스포츠 스타디움'이 도움을 줄 전망이다. '넥슨 아레나 e스포츠 스타디움'은 넥슨이 야심 차게 준비한 e스포츠 전용 경기장으로 위치는 물론이고 내부 구조 또한 e스포츠 관람에 완벽하게 설계됐다고 알려졌다.

자연스럽게 넥슨이 퍼블리싱 하는 게임인 도타2, 피파온라인3, 서든어택, 던전앤파이터 등의 게임은 온게임넷, 곰TV가 아닌 '넥슨 아레나 e스포츠 스타디움'에서 열릴 것이라고 예상한다. 넥슨 아레나 e스포츠 스타디움은 12월 28일(토)에 개관한다.




2013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2013년은 e스포츠의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그 변화가 부정적이지 않은, 긍정적이고 좋은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스타크래프트1 이후 없었던 국민 게임이 LOL로 대체되고, 1위를 따라기기 위한 수많은 게임이 e스포츠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종목도 다변화된 게 긍정적인 신호다. 스타크래프트1 시절에는 전략시뮬레이션(RTS) 장르가 아니면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AOS, RTS, 액션, FPS 등 다양한 장르의 e스포츠 경기가 열린다. 게이머 입장에서는 골라보는 재미가 있다는 것이다.

관객들의 인식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시간 날 때 e스포츠 경기장에서 무료로 한 경기 관람하고 집에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마치 뮤지컬 공연처럼 사전에 좌석을 예매하고 경기를 관람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2013년 e스포츠 시장은 많은 볼거리와, 보는 사람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갔다고 생각한다. 곧 찾아올 2014년엔 어떤 게임들이 e스포츠 시장에 등장할지, 게이머 입장에서 기대와 설렘을 갖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