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48시간이 주어졌다.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평일에 쌓인 피로를 뒹굴 거리며 해소하다가 '개그 콘서트' 엔딩 음악을 들으며 슬퍼할 수도 있고, 친구와 진하게 회포를 푼다거나 연인과 교외에 나가 한적함을 느낄 수도 있다. 그뿐이랴 그동안 밀렸던 게임의 도전과제를 해제할 수도 있고 새로운 게임의 엔딩까지 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48시간. 길다고 하면 길 수도 있고, 짧다고 하면 짧은 시간이다. 48시간의 지속 행군은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을 정도로 억겁의 시간이지만, 여자 친구와의 48시간 여행은 찰나의 시간인 것처럼 말이다.

생물학적으로 48시간은 인간의 단일 세포가 사망 후에도 생존하는 시간인데 이는 인체가 48시간을 활동의 한계점으로 인지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48시간 연속으로 무엇을 한다는 것은 한계에 도전하는 것과 진배없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 48시간 동안 자처해서 게임을 개발하는 사람들이 여기 있다.




지난 24일부터 26일까지 앱센터에서 주최하고 벤처 스퀘어에서 주관하는 제2회 '인디게임 위크엔드'가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코리아랩에서 열렸다.'인디게임 위크엔드'는 인디게임 개발자들이 함께 모여, 2박 3일간 게임을 개발하는 행사로 즉석에서 게임을 개발하고 공유하는 창작행사다.

개발자들과 디자이너들이 모여 48시간이라는 제한된 시간 안에 즉흥적으로 게임을 만드는 이번 행사에는 전국 각지에서 80여 명의 프로그래머와 게임 디자이너들이 모였다. 고등학생부터 열정의 불혹까지 모두가 독특한 아이디어로 무장하고 여러 제약을 극복해나가며 참신한 게임을 개발했다.

본격적인 개발에 앞서 인텔, 네이버, IGA 웍스가 개발자들을 위한 킷과 솔루션을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다. 주최사인 앱센터의 김세진 본부장은 "2박 3일간 재미있게 멋있는 아이디어를 많이 내서 놀랄만한 게임들이 나왔으면 좋겠다."라는 말로 개회를 선언했다.


▲좌측부터 인텔 이진용 부장, 네이버앱스토어 김진경 팀장, IGA 웍스 이광우 팀장, 앱센터 김세진 본부장


아이스 브레이킹 - "너님들의 스탯이 궁금하다"

'아이스 브레이킹'이란 처음 만나 어색한 분위기를 깨는 시간이다. 참가자들은 지급된 목걸이에 자신의 스탯을 찍으며 자신을 평가하는 시간을 가졌다. 별 반개를 찍는 겸손한(?) 참가자도 있었고 모든 스탯을 채우는 자신감 넘치는 참가자도 있었다.


▲ 누가 그랬는데... 개발자는 체력만 5성이면 된다고.


주제 발표 그리고 팀 빌딩 - "약 팔아요! 내 약 같이 먹을래요?"

드디어 주제가 발표됐다. 주제는 '아프리카'. 참가자들은 잠시 고민하듯 하더니 순식간에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일반적인 아프리카의 이미지를 차용한 아이디어부터 상당히 심오한 아이디어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이 혼재했다. 독특한 발상과 색다른 아이디어. 인디게임의 기본 정신이 철철 흘러나왔다.




이어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게임으로 구현할 팀원을 모집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소위 말하는 '약 팔기' 시간으로 아이디어 제출자들은 뜻이 맞는 팀원을 구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아이디어를 포장하고 전달했다.

단 한 번의 설명으로 모든 팀원을 충당한 팀도 있었고, 자신과 맞는 기획을 찾기 위해 여러 아이디어를 경청하러 다니는 참가자도 있었다. 참가자들은 선착순으로 32가지의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아이디어 피치를 통해 21개의 팀 빌딩이 이루어졌다. 결성된 팀들은 2박 3일 동안 공통으로 주어진 주제를 해석해 개발을 진행했다. 마치 수산시장의 경매장이 떠오를정도로 치열하고 열정적인 분위기가 가득했다.










개발 시작! - "게임 그거? 일요일 14시까지면 충분하지"

팀원이 모두 구성된 팀부터 개별적으로 자리를 잡고 본격적인 게임 개발에 들어섰다. 어색하게 첫 인사를 하는 팀, 만나자마자 열띤 회의를 하는 팀, 비상식량을 구비하는 팀 등 모습은 제각각이었지만 모두의 목표는 단 하나였다.

"재미있게, 게임을 완성하자."







주최측인 앱센터는 '인디게임 위크엔드' 참가자들에 게이미피케이션이나 퀘스트 형태로 포인트를 지급해서 음식이나 상품이랑 교환하게 했다. 누가 그랬던가. 게이머는 제 3의 종족이고 그 중에서 제 4의 종족인 개발자가 나온다고. 이들에게 개발 행사는 즐거움이자 또 하나의 게임이었다.











새로운 해가 떴습니다. - "장렬한 전사자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전사자가 속출했다. 밤새 코드와 아트 리소스와의 사투를 벌이고 잠시 쪽잠을 자는 사람들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20분 쪽잠 자고 일어나서 개발하고, 다시 20분 쪽잠 자고 다시 개발하고의 연속. 그래도 그들은 즐거워 보였다. 사실, 잠을 자지 못하며 개발한다는 게 그리 즐겁지만은 않았을 테지만, 적어도 기자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한가지 재미있었던 점은 익히 대중에게 알려진 기획자와 개발자 간의 대립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서로 의견을 존중하고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뿜어내는 모습이 생경하게 다가왔다. 직업과 취미의 경계선에 서 있는 그들이 오히려 기자에게 내면의 열정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끔 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 장염으로 실려가기도...



▲ 어제 본 여리디 여린 학생은 하루사이에 늙어가고 있었다.

▲ 알콜 코딩은 패시브죠.









에너지 음료가 굴러다니는 삼 일째 - "잠시만요... 제정신이 아니라서요 헷힛헷헷"



대망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개발이 완료된 게임들이 보였다. 시선을 사로잡는 게임들도 보였다. 아빠 웃음이 절로 지어졌다. 인디게임만의 신선함과 독특함이 색다르게 다가왔다. 사업성이 배제된 게임 본연의 즐거움을 오래간만에 느낄 수 있었다.

항상 상업게임을 보다가 인디게임을 만난다는 건 마치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다가 담담한 연극을 보는 것과 비슷하다. 온 몸을 울리는 돌비 서라운드는 없지만, 소극장에서 배우와 주고받는 교감과 같다고 할까. 아주 살짝이지만 현업인이 주말을 반납하고 행사에 참여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 팀 '노답'의 'Africa University Tycoon'

▲ 팀 '에미야 물좀다오'의 'AFRO RUN'

▲"짝짓기를 하고 있습니다. 짝짓기를 하고있습니다."가 인상적인 '미어킹'

▲ AI를 구현한 대전 액션게임, '아프리카 킹왕짱'

▲팀 '생존블록'의 '생존블록'

▲팀 '더격하게'의 '퍼즐엔 좀비'

▲구성품이 돋보인 팀 '민트초코'의 보드게임 'AK-47'

▲팀 '56동원지원단'의 'Deep Throat'




결과물 발표 - "어때요? 기자님도 하고 싶죠?"

▲ 발표전엔 든든히 먹어 둬야죠


드디어 각 팀이 만든 게임을 발표하는 시간이 찾아왔다. 2박 3일 동안 개발한 각자의 게임을 선보인 21개의 팀 중 참가자 선정 최고 인기상 1팀, 멘토단이 선정한 3팀 그리고 최고 PT상 1팀이 상을 받았다. 앱센터의 김세진 본부장은 "결과물의 우열보다는 얼마나 즐기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는지 평가하겠다."라며 "인디 게임의 생태계 조성을 위해 앞으로 더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 멘토단. 좌측부터 그램퍼스 김지인 대표, 네이버 게임&앱스토어 이성복 부장,
스마트공간문화기술공동연구센터 한동숭 센터장, 삼성전자 김규호 전무, 앱센터 김세진 본부장







숨막히는 발표의 순간 - "우열보다는 얼마나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는지..."




▲ 인기상을 받은 팀 '인디게임 위크엔드에서 살아남기'

▲ 골든투스상을 받은 팀 '에미야 물좀다오'

▲ 'Run, Pithecus'로 멘토상을 받은 팀 '피테쿠스'

▲ 'Deep Throat'로 개발한 팀 '56동원지원단'

▲ '아프리카 킹왕짱'으로 멘토상을 수상한 팀 '아프리카 청춘이다'


팀 명게임 소개팀 원
케투스Purify : 남아프리카 지하유적을 배경으로 한 던전 크롤링 게임권민섭, 백승지
개격Defenders In Africa : 아프리카의 다양한 동물들을 캐릭터화한
캐주얼 디펜스 게임
서윤석, 최동혁, 장영구, 김찬일
임초연, 김기홍
노답Africa University Tycoon : 아프리카에 대학교를 직접 운영하자구교승, 홍종혁, 조현수, 안혜린
블루갓프리카(GoDfrica) : 아프리카에 희망을 찾게 해주는 게임정영모, 장재곤, 이영태, 김신애
에미야 물좀다오AFRO RUN : 사바나에 흩어져 있는 깨끗한 물방울을 모아
부족의 물을 모아야 하는 러닝게임
라상민, 정용일, 김윤정, 원호택
이재훈, 변순항
튀어나와요 동물의 숲탐험해요! 아프리카 : 난폭한 동물들을 피해 아프리카를 탐험하는 천방지축 꼬마의 이야기방재현, 손승환, 강민석, 정예진
이민지, 양현정
56동원지원단Deep Throat : 부두잼은 횡스크롤 형식의 호러 스릴러 어드벤처 게임육현수, 권순상, 한정민
꿀잼신을 부르는 쿵쿵짝!! : 아프리카 음악으로 즐기는 모바일 리듬게임임재균, 최동진, 윤형중, 이호정
신라영, 홍기옥
즐겜시로코의 기묘한 모험 : 컨트롤을 요구하는 상자이동 퍼즐 게임지승혁
인디게임 위크엔드에서
살아남기
미어킹 : 아프리카 미어캣의 생존 게임양순호, 박한솔, 박정원, 김대준
윤지현, 이정희, 김인혜
더격하게퍼즐엔 좀비 : 상단에서 떨어지는 조각을 맞추어 완성하는 게임이호용, 김정철, 박정영, 박나래
독맹꾸꾸의 대모험 : 횡스크롤 액션 어드벤처 게임백은진, 노진수, 채승호, 조성범
김유진
SMHARD WORKER : 광산에서 광물을 캐는 노동자들을 관리하는 게임박상민, 최찬경
HASFUNDIGITAL VITICAN PROJECT : 바람을 타고 이동하는 VR 게임홍대현
피테쿠스 Run, Pithecus! : 인류기원의 비밀을 품은 아프리카에서
진화의 비밀을 풀어나가는 러닝 액션게임
정상국, 마수현
생존블록생존블록 : 생존하기 위해 먹고 마시며 도망치는 게임이진화, 김연후, 조문석, 박창후
한찬희
오아시스Sa : 물이 부족한 아프리카에서 지하수를 발견하여 공급하는 게임최찬호, 이종혁, 황락진
클야클레오파트라의 야망 : 북아프리카의 번영했던 국가를 배경으로 한 게임현준엽, 김다훈
아프리카 청춘이다아프리카 킹왕짱 : 거리 조절이 필요한 대전 눈치게임배국재, 강건우, 강태영, 하영희
김성호, 마준석, 박시용
늦게왔어요Pafrica : 간단한 게임 방식의 퍼즐아케이드 게임윤하늘, 김민준, 하민준, 이상윤
민트초코AK-47 : 아프리카를 위기로부터 구하는 협동 전략 보드게임최정수, 손민기, 박상원, 최재호
김민채, 박정진
* 출처: 앱센터





아쉽게 수상을 하지 못한 팀들도 있었지만, 경쟁보다는 서로를 칭찬하고 독려하는 축제와 같은 분위기 속에서 '인디게임 위크엔드 2014'가 마무리됐다.

인디 게임을 단 한 단어로 정의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기자가 보고 듣고 느낀 열정이라면 인디 게임 생태계는 건전하고 튼튼하게 발전해 확고한 장르 정체성을 확립할 것이 틀림없다. 앞으로 다가올 제 3회 행사가 벌써부터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