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가 뒷주머니에서 아이폰을 꺼냈을 때 처음부터 그 가치를 깨달은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저도 좀 비싼 핸드폰인줄 알았지 이 녀석이 세상을 이렇게 바꿔 놓을 줄은 상상하지 못했죠. 요즘 VR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다시 그런 생각이 듭니다.

불과 10~20년 전만 하더라도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은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영역이었습니다. "오 세상에 대박, 정말 미래엔 저런 세상이 펼쳐지는거야?" 물론 저도 알고는 있었죠. 이게 언젠간 우리 안방에 들어올 거라는걸요. 그런데 이렇게 빨리 코앞에 올 줄은 생각도 못 했습니다.

여기 VR기술로 세계최초 멀티플레이가 되는 FPS를 개발하고 있는 회사가 있습니다. 바로 리로드 스튜디오, 인피니티 워드에서 모던워페어 베테랑 개발자들이 나와 설립한 회사로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죠(IGN 기사).

이들의 처녀작 '월드워툰즈'는 VR시대가 올 거라는 가능성 하나만 가지고 가정집 차고에서 동료 3명과 함께 개발했던 프로젝트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콜오브듀티 모던워페어 개발팀 동료와 함께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출신 팀원들이 합류하면서 팀은 더욱 견고해졌고 프로젝트는 탄력을 받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자사의 신작 프로젝트 '툰 오브 탱크' 프로모션 영상을 공개하며 출시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데요. 인벤에서 한 번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 오태훈 대표, “레퍼런스 부재? VR 생태계가 형성되면 자동으로 해결된다"

▲리로드 스튜디오 멤버들


◎ 게임을 비롯해 VR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는 많은데 결과물은 아직 없어요
확실히 아직 열리지 않는 마켓 플레이스에 큰 소프트웨어가 투자해서 들어가기에는 지금은 이른 시점입니다. 하드웨어의 보급률과 가장 적합한 VR의 생태계가 곧 형성이 되면 지금의 레퍼런스 부재의 이슈는 잊힐 거라 봐요. 지금 들어가서 선두하는 페이스북과 소니, 밸브는 지금의 이슈를 무엇보다 잘 알고, 맞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저희들은 이 부분에 굳게 믿고 있죠.


◎ VR 하드웨어의 성능이 아직 완벽하지 않다 보니 그 결과물에 대한 기대치도 다른 것 같습니다
언급하셨던 부분처럼 하드웨어적으로 아직 완벽하다는 이야기보다는, 유저들이 상상하는 가상현실 기계의 이미지와 현 기술의 모습의 Gap 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HTC 의 VIVE 를 직접 체험해보고 저는 현시대에 이 정도의 기기를 접할 수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감탄을 했습니다. 짧은 시간이 해결해 주리라 믿습니다.

▲HTC에서 개발 중인 VIVE


◎ 리로드 스튜디오는 시작부터 VR 콘텐츠 제작을 위해 만들어진 회사인가요?
네, 그렇죠. 리로드 스튜디오는 미국 게임 시장의 메카이며, 영화 및 많은 엔터테인먼트 시장이 활성화가 되어 있는 로스앤젤레스에 위치 하고 있습니다. 처음 시작은 저와 함께 콜오브듀티 팀에서 일을 하던 동료들과 함께, VR 콘텐츠 제작에 큰 비전을 확신하고, 새로운 VR 콘텐츠 제작 회사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후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팀원들도 합류하게 되어, 스타트업 회사의 모습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AAA급 개발자들이 중심이 되어 시작한 회사입니다. 회사는 처음 가정집 차고에서 3명으로 시작을 해서 지금은, 새로운 사무실에 현재 18명의 직원이 있습니다.


◎ 시장성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네요. 기대치만 가지고 뛰어들기에는 아직 이른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현재 VR에 진입하는 많은 개발사들도 같은 생각일 겁니다. 단기적인 매출에 집착하기보다는 VR의 미래 잠재력에 투자하고 시장을 선점하자는 생각을 하고 있죠.

이제 곧 VR 하드웨어가 급속히 발전하고, VR 경험의 인식구조가 바뀌게 될 것입니다. 게임뿐만 아니라, SNS, 의료, 교육, 유틸리티, 군사, 방송, 영화, 스포츠등 많은 모양의 어플리케이션들과 부가적 사업들이 줄을 이어 발전하리라 생각합니다.

집안에 타블렛이 한 대씩 있는 정도의 보급률만큼, 가정마다 VR 기기가 보편화 되는 시대가 몇 년 뒤에 온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 시대가 되면, 남들보다 먼저 선점하고 더 많은 포트폴리오와 노하우를 가진 회사가 경쟁력에서 우세할 위치에 오르겠죠.

지금 저희 회사의 '월드워툰즈'는 멀티플레이가 되는 첫 VR 슈팅 게임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가장 VR 슈팅 게임을 잘 만드는 회사로 인식되어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저희의 근 미래의 목표입니다. 이후 VR 콘텐츠 제작의 노하우를 많이 축적하고, 제대로 게임을 만드는 개발사로 발전하는 모습이 장거리 목표입니다.

▲엔터테인먼트 뿐만 아니라 업무 영역에서도 기능을 확장하고 있는 VR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 세계최초 멀티플레이 FPS - "월드 워 툰즈"

▲현재 개발 중인 월드 워 툰즈 게임 화면


◎ 현재 개발 중인 '월드워툰즈'는 어떤 컨셉의 게임인가요?
처음 게임 컨셉의 시작은 "Going back to origin" 이었습니다. 콜오브듀티가 어떻게 시작이 되었고, 성장한 과정을 보았던 저희들에게는 2차 대전을 배경으로 한 게임은 향수병과 같았습니다. 이후 재미있는 디즈니 스타일의 애니메이션이 합류가 되어 스타일이 있는 팀포트리스와 같은 유형의 게임 컨셉을 잡게 되었습니다.

카툰 스타일의 그래픽을 가진 FPS를 중심 컨셉으로 잡고, 다양한 클래스의 역할 변화와 탱크 플레이가 가미되어 있는 형태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VR이 가능한 멀티플레이 게임 제작이 저희들의 목표입니다.


◎ 아직 레퍼런스가 많이 없다 보니 개발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을 것 같습니다. 시장성이 확인된 것도 아니고요.
VR의 잠재력을 보고 도전하였습니다. VR 개발을 진행하면서 기존의 게임 제작 방식과 확실히 다른 어려움들을 발견하였습니다. 특별히 어지럼증 해결, 올바른 콘트롤 스킴의 제작, 최고의 퍼포먼스를 유지하기, VR 경험을 최대화 시키는 플레이 등은 우리가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였습니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VR의 잠재력과 확장성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다른 이들의 편견이나 잘못된 사전 지식 등으로 개발 진행이나 투자를 받는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어야 했던 부분이 더 큰 숙제였었습니다. VR 게임을 즐긴다고 가정하면, 아마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임 장르 중 하나가 FPS일것입니다.

가상의 현실에서 직접 360도 전 방향으로 둘러싸인 전장 안에 있는 느낌과, 원하는 방향으로 슈팅을 할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은 게이머들이 반드시 원하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콜오브듀티의 전 개발자들이 VR 마켓에 뛰어든 만큼, FPS는 가장 잘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에 이번 프로젝트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월드 워 툰즈 맵 화면


◎ VR에 특화된 개발용 소프트웨어는 오큘러스나 소니에서 제공하는 개발 도구 정도 외엔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개발 과정에서 어떤 소프트웨어를 사용했는지 궁금합니다.
저흰 '언리얼 엔진 4'를 사용해서 제작을 합니다. 이미 가장 보편화되어 있는 오큘러스의 Devkit 과 연동은 가장 잘 되어 있고, 제작자들과의 커뮤니티도 가장 활발합니다. VR에서는 가장 중요한 이슈는 어지럼증을 최소화 하기 위하여, 최고의 퍼포먼스를 유지하는것입니다.

저희 개발진들의 최대 목표도 가장 최적화가 잘 되어 있는 슈팅 게임이기에, 최고의 FPS(Frames per Second) 숫자를 잡기 위해 처음부터 최우선 순위로 작업을 했습니다. 현재의 프리 알파 버전의 경우도 Epic 엔진팀의 VR 실무진들도 보고 감탄할 정도로 잘 되어 있는 최적화 빌드로 인정도 받았습니다.

또한 미국의 VR Press 들도, 현재 나와 있는 가장 어지럽지 않은 슈팅 게임, 높은 퍼포먼스와 재미있는 게임성으로 가득한 게임으로 소개가 되고 있습니다.


◎ VR 게임인 만큼 디스플레이 출력은 VR 디바이스를 통하게 될 터인데, 궁금한 것은 '입력'부분입니다. 키보드와 마우스, 게임패드 혹은 건 컨트롤러 중 어떤 장비에 대응되는지 궁금합니다.
현재 각 VR 하드웨어 회사마다 다른 입력 컨트롤러의 방식이 지원이 됩니다. 모피어스와 Vive는 두 개의 핸드 컨트롤러로 발표를 했고, 오큘러스도 대응한 컨트롤러가 소개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입력방식은 지금의 상황에서는 한가지로 정해서 진행하는 것보다는, 기존의 콘솔 컨트롤러, 두 개의 핸드 컨트롤러, 마우스 키보드까지 모두 염두하면서 제작하고 있습니다.

▲밸브와 HTC에서 개발 중인 VIVE 컨트롤러


◎현재수많은 업체에서 VR 시장에 뛰어들면서, 다양한 모델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다만 모델별로 약간씩의 스펙 차이는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VR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려면 이 다양한 하드웨어 모델을 수용할 수 있는 '범용성'을 갖추어야 할 것 같은데요, 이는 소프트웨어의 측면에서 해결이 가능한 부분인가요? 혹은 뚜렷하게 목표로 삼은 업체의 모델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VR의 원천적 기술은 이미 공개되었고, 각 VR 기기 마다 향하는 마켓의 유저 타겟과 판매 가격이 다를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는 다양화와 마켓이 커질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소비자들은 많은 선택지에서 고민하게 되고 마켓이 어지러워 지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현재의 가상현실 하드웨어는 소니의 모피어스를 제외하고 전부 PC에 연결해야 합니다. 좋은 GPU가 있어야지만 최고의 퍼포먼스를 갖게 되는 현황에서는 각기 다른 VR 기기와 각기 다른 PC의 스펙에 맞게 유연성이 강한 게임을 제작해야 합니다.

'월드워툰즈'도 사실 이에 기준으로 해서, 사양이 그리 높지 않는 컴퓨터 사양을 기준으로 제작하고 있습니다. 또한 모바일 VR도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스펙을 높게 잡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가 아닙니다.


◎아직 조율 중이겠지만 대략적인 '월드워툰즈' 출시 일정이 궁금한데요
'월드워툰즈'는 VR 버전과 함께 Non-VR 버전, 즉 기존의 콘솔 버전과 PC버전도 함께 제작하고 있습니다. 현재 VR 하드웨어의 회사들이 최종 발표 시점에 시즌에 따라 상용화 일정이 조정될 예정입니다. 패키지 게임이 아닌 Free-to-win 방식의 멀티플레이 게임이기에 상용화 시작은 조정이 가능하며, 상용화 후 라이브로 생태계를 만들 예정입니다.

◎앞으로 VR 시대가 올거라 믿어도 되는걸까요?
지금의 VR의 변동은 이전 라디오에서 TV로 전환하는 시대와 비교할 수 있습니다. 이미 라디오에 익숙한 청취자들은, 가격이 비싸고 볼 채널도 많이 없고, 익숙하지 않은 첫 번째 TV에 신기해만 하지 아마 당장 사려고 하진 않을 것입니다.

기대를 모으고 있는 VR은 TV나 모니터에서 컨텐츠를 일방적으로 보았던 방식이 아닌, 컨텐츠 자체 안으로 들어가는 새로운 플랫폼입니다. 이는 혁신적인 발전이고, 몇 년 후에는 지금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우리들의 생활에 밀접해져 있을 것입니다.

이곳 미국의 VR 산업이 활발하게 발전하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는 저희로서는 한국의 개발자들과, 미디어, 유저들이 더욱 VR을 경험하고 ,개발해서 더 많은 VR 뉴스와 성과들이 넘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