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손꼽아 기다려왔을,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월말 지갑 사정의 고통이 더해지는 시기. '추석'은 늘 그렇게 양면성을 보여왔다. 게이머에게도 이러한 속사정은 여지없이 적용된다. 나이가 많은지 적은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지금 누군가의 지갑에 고이 담겨진 현찰은, 오롯이 보존되어 연휴를 함께 할 게임으로 재탄생할 수도 있고, 혹은 가까운 꼬마 친척의 즐거움을 더해주는 양식이 될지도 모른다.

어쨌든 추석이 절반쯤 지나면, 지갑 두께는 서서히 윤곽을 드러낼 것이다. 남은 연휴를 게임으로 보내고자 하는 유저들을 위해, 가격대별로 쓸 만한 작품을 추려보았다.




■ 잔고 1만 원 이하

"나는 용돈이 적다."
"역시 내 추석 지갑사정은 잘못됐다."

부모님이 외동이라 삼촌이 적은 어린 친구들, 혹은 다산의 상징과도 같은 친누나를 둔 10년차 삼촌에게 추석은 심도있는 자아성찰과 허무함만 안겨다주는 날일 뿐... 한껏 가벼워진 지갑을 쥔 채 상실의 시대에 접어든 사람들을 위해 준비했다. 1만 원도 안 되는 가격이지만, 가성비만큼은 최고다.


▶ 구루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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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8일까지 4.89달러)

처음 PC판 나왔을 때가 2004년 크리스마스였으니 벌써 10년도 더 된 게임이다. 영웅전설 시리즈나 이스 시리즈와 같은 대형 IP는 아니지만, 팔콤이 만든 최초의 풀 3D게임이라는 데 의의가 있고, 완성도 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끝내주는 작품이 이거 말고도 많은데 왜 굳이 이거냐, 라고 묻는다면 두 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답하겠다. 일단 28일까지 할인을 해서 가성비가 좀 올랐다. 그리고 '구루민'은 현실 세계의 한 소녀가 도깨비 세상으로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를 담았다. 한 마디로 추석 한정으로 허무주의자가 되어버린 유저들을 잠시나마 동화같은 세계로 인도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 보더랜드2: GOTY 에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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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30일까지 8.79달러)

재미는 기본, 연휴 끝까지 달릴 수 있는 볼륨까지 갖춘 '보더랜드2'가 10달러도 안 된다. 게다가 이건 GOTY 에디션이다. 스킨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출시된 모든 DLC가 포함된 만큼, 게이머를 위한 추석 종합선물세트라 부를 만 하다.

슬랩스틱 유머로 가득한 이 게임은 2K 게임 중 단일 판매량 최고치를 찍었다. 가성비를 기준으로 하든, 게임의 완성도를 놓고 보든 '보더랜드2'는 앞으로 리스트에서 언급할 게임 중 최상위권이다. 디아블로 스타일을 좋아한다면 추천, 거기다 슈팅까지 사랑한다면 더이상 지름신의 강림을 거절할 필요가 없다.




■ 잔고 1만 원 ~ 3만 원

"보통 지갑의 구매목록."
"3만원이라도 게임이 하고 싶어!"

어쩌면 큰 욕심을 부리지 않은 당신이 이번 추석의 진정한 승자일지도 모른다. 마지노선을 정한 뒤 어떻게든 지갑을 사수한 유저들이 고를 수 있는 게임은 의외로 다양하니까. 혼자 즐겨도 재미있는 게임부터 시작해 요즘 꽤나 핫한 게임까지. 2개를 선정했다.


▶ 오리(Ori and the Blind Fo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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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달러)

걸출한 플랫포머 액션 게임이 더이상 공룡 게임사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걸 당당히 증명한 작품. 이 게임 덕분에 오스트리아의 작은 게임 개발사 '문 스튜디오'는 단번에 업계의 주목을 받게 됐다. 가히 예술이라 부를만 한 아트워크, 가슴속에 숨겨진 감성이란 감성은 몽땅 꺼내어 축축하게 적셔버리는 BGM이 강점이다. 여기에 어른들을 위한 동화같은 시나리오가 결합된 '오리'는 2015년에 출시된 가장 괜찮은 게임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단, 플랫포머 액션에 흥미가 없거나, 어려운 게임을 싫어하는 유저라면 구매를 고민해보길 바란다. 잘 만든 플랫포머 게임들이 다 그렇듯, 이 게임도 보기와는 달리 높은 난이도를 자랑한다.




▶ 로켓 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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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달러)

로켓이 달린 자동차를 이용해 거대한 공을 찬다. 5분 안에 더 많은 골을 넣은 팀이 승리. 축구를 기반으로 한 이 게임은 더 뺄 것도 없는 단순함을 무기로 내세웠고, 출시 직후 스팀 접속자 1위와 트위치TV 방송 1위를 기록하며 세계적인 흥행을 거뒀다. 당시만큼의 인기는 아니지만, 지금도 스팀 인기순위 20위권 안으로 꾸준히 랭크되는 등 많은 유저들에게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다.

동네 친구와 팀을 먹고 더더욱 끈덕진 우정을 이룩하던, 틈만 나면 갈구는 회사 선배 자동차를 휴지조각으로 만들던 모두 자유다. '로켓 리그'의 그라운드는 어떤 방식의 승부라도 전부 환영이다. 구매 후에는 개발팀에서 준비한 무료 DLC도 놓치지 말자.




■ 잔고 3만 원 ~ 5만 원

"지름신님이 보고 계셔"
"내 지갑이 이렇게 무거울 리가 없어"

추석을 손꼽아 기다려온 이 그룹에 속한 것을 축하한다. 당신이 사지 못할 게임은 거의 없을 것이다. 더 비싼 게임도 있지만, 비싼 게 꼭 고품질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납득할만 한 가격과 품질을 보증하는 작품들이 지금 여기에 있다.


▶ 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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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99달러)

괴물이나 귀신이 거의 안 나오는데도 완전 무섭다고 소문 난 '암네시아: 더 다크 디센트' 개발진의 신작이다. 이번 작품은 또 얼마나 무서울지에 게이머들의 관심이 쏠렸고, 결과적으로 기대를 넘어서는 작품이 탄생했다. 무서운 건 기본이고, 암네시아에서 보여준 뛰어난 스토리 구성이 이번 작품에서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진 것.

무서운 거 보면 손사래를 치는 유저들이라면 포기하는 게 좋다. 다만, 어느 정도 공포를 견딜 수 있다면 꼭 한 번은 즐겨봐야 할 게임 리스트에 올리는 걸 추천한다. 사람 깜짝 놀라게 할 줄만 알지, 스토리는 뒷전인 공포 영화들과는 다르다. 엔딩에서 흘러나오는 깊은 여운은 호러 엔터테인먼트의 모범 사례.




▶ 엔드리스 레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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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99달러)

'문명: 비욘드 어스'가 보여줘야 했을 발전이 여기에 있다. 완전히 다른 종족 특성 덕분에 다채로운 게임플레이가 가능하며, 기본적인 그래픽 역시 매우 깔끔한 편에 속한다. 문명 시리즈의 팬이라면 큰 진입장벽 없이 적응할 수 있는 것도 포인트.

4X 게임 대다수가 그렇듯, '엔드리스 레전드' 역시 타임워프 속성을 패시브로 보유하고 있다. 즉, 연휴 시작할 때 게임 시작하면 언제 해가 세 번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중독성이 강하다. 가족들의 시선으로 슬슬 등 뒤가 따가워질 때면, 과감하게 세이브 종료 버튼을 누르는 쿨한 마인드를 잊지 말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