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 행위는 평범한 행동이고 창조물은 그 행위가 내놓는 특별한 결과이다' - 케빈 에슈턴

창조 혹은 제작이라는 행동을 통해 만들어내는 특별한 결과인 창조물. 특별한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수많은 제작자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 어느 분야에서건 모든 제작자에게 가장 처음 닥치는 고민은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가'일 것이다.

가정에서 식사를 준비하는 어머님들은 '내일 아침밥은 뭘 만들어야 할지'고민하고 제조 회사에서는 '다음 제품은 무엇을 만들지'고민한다. 이런 고민은 게임업계에 첫발을 내딛고자 하는 신생 개발자에게도 똑같이 다가온다.

오드원 게임즈의 김영채 대표는 오늘(2일) 성남시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인벤게임컨퍼런스(IGC)에서 '트리 오브 라이프'를 개발하면서 겪었던 자신의 경험담과 '무엇을 만들지'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공유했다. 게임 개발에 뛰어든 신생 개발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 내 다음 게임은 무엇?


▲ 오드원 게임즈 김영채 대표

김영채 대표는 '강연 제의를 받았을 때는 학생이나 지망생들이 많을 줄 알았는데 막상 와보니 개발에 종사하고 계신 기획자분들이 많아 긴장된다'는 농담과 함께 오드원 게임즈의 소개로 강연을 시작했다. 오드원 게임즈는 2012년 김영채 대표를 포함, 3명으로 출발한 인디게임 제작팀으로 현재는 규모를 확장해서 8명으로 구성 인원이 늘어났다.

오드원 게임즈에서 개발한 '트리 오브 라이프'는 2015년 5월 27일 스팀 얼리 액세스를 통해 출시했다. 샌드박스형 게임으로 가상 세계인 섬에서 유저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자유도가 높은 게임이다.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규칙만 두고 불편하더라도 자유로운 게임방식을 추구한다.

스팀에 얼리 액세스로 출시된 후 트리 오브 라이프에 대한 유저들의 상당한 호평이 이어졌고 개발 과정에서 기사도 여러 번 나왔다. 이러한 유저들의 관심에 힘입어 현재 2016년 정식 서비스를 목표로 계속해서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 유저들의 호의적인 평가

게임과 회사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마친 뒤 본격적으로 강연의 주제로 들어갔다. 김영채 대표는 2012년 01월 개발을 처음 시작했을 때의 자신의 모습을 회상하면서 주제를 풀어가기 시작했다. 당시 김영채 대표는 게임 개발 5년 차의 프로그래머였고 회사를 관둔 후 복학해서 졸업을 앞둔 상황이었다.

그때 그가 한 고민이 바로 강연의 주제와 같은 '무슨 게임을 만들어야 할까'였다. 처음에는 대부분의 게임 개발사들과 마찬가지로 게임 개발 기획서를 작성하면서 장르는 무엇인지 타겟은 누구인지 수치화를 하면서 개발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런 수치를 중심으로 한 개발이 스스로에게 와 닿지 않았다.

이런 수치를 배제하고 자신이 생각하기에 게임의 핵심 가치인 '재미'에 집중하고자 했다. 동시에 이 '재미'를 추구하기 위해서 어떤 것을 고려해야 하는가 라는 생각을 3가지 요소로 요약했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그리고 '차별화된 것'.

▲ 게임 개발에 고려해야 할 세 가지 요소


■ 좋아하는 것?

"어차피 내 취향도 이해가 안 가는데 남들의 취향을 100%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

김영채 대표는 본인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언급하면서 강연을 이어갔다. '공상 과학 소설'과 '보드 게임' 그리고 'PC 게임'을 예로 들었다. 그 요소들에서 각각 '가상 현실'과 '건물 짓기', '게임 요소'라는 핵심을 도출해서 그 세 가지를 결합한 결과 '건물을 짓고 마을을 만드는 가상세계를 만들고 싶다'라는 모토를 정하게 된다. 그 후 개발해온 '트리 오브 라이프'에는 본인이 정한 개발 모토를 담았다.

김영채 대표는 '좋아하는 것'을 만들 때의 장점에 대해서 언급을 시작하면서 실제로 개발 도중 겪었던 일을 언급했다. 2012년 창업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트리 오브 라이프' 프로토타입 시연회에서 만난 사람에게 '다른 사람 취향을 생각하지 않고 자기 취향대로만 만들면 게임 망한다'라는 얘기를 들은 경험을 말했다.

동시에 내가 좋아하는 것이 아닌 남의 취향만을 고려해서 게임을 만드는 것은 '눈 가리고 그림을 그리는 느낌이다'라고 언급하면서 좋아하는 것을 만들 때의 장점을 설명해나갔다.

▲ 좋아하는 요소를 섞어서 원하는 게임을 만든다

1. 취향을 저격하는 게임을 만들 수 있다.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이 있고 그들 모두의 취향을 100% 이해하고 만족할 수는 없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 수많은 사람 중 누군가는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좋아하는 게임을 만들면서 수익을 내려면 많은 사람을 접할 수 있는 큰 시장으로 나가야 한다.

2. 힘들 때 버틸 수 있는 힘이 된다.

처음 게임을 개발하면서 게임에 대한 아이디어를 낼 때는 재밌게 시작한다. 그러나 막상 시작하면 게임 개발은 마라톤이기 때문에 점점 자금 문제를 비롯한 다양한 문제에 부딪히면서 힘들어진다. 이런 때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으면 그 순간을 버텨낼 수 있고, 평소에도 즐겁게 일을 할 수 있어 능률도 오른다.

3. 자아실현의 기회가 된다.

사람들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목표나 자신이 가지고 있던 아이디어를 누군가에게 설명할 수 있다. 그것은 친구 간의 대화가 될 수도 있고 몇백 명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게임에 자신의 이야기를 담게 되면 수천 명 혹은 수만 명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다.

개발자에게 게임은 자신을 투영하는 매체로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통해 플레이어들과 소통할 수 있다. 비록 상업적으로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이 경험을 통해 높은 성취감을 달성할 수 있다.



■ 잘하는 것?

"노하우와 경험은 하루아침에 쌓이지 않습니다."

김영채 대표는 '좋아하는 것'에 이어서 '잘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처음 '트리 오브 라이프'를 개발하면서 투자를 받기 위해 여러 투자자를 찾았다. 이때 돌아온 대답은 '모바일로 가능한가?'였다. 당시 시장의 대세는 모바일이었기 때문에 PC게임인 '트리 오브 라이프'는 투자처를 찾지 못했고 인디 게임 개발사로 남게 되었다.

시장의 대세가 모바일이었음에도 오드원 게임즈는 PC를 선택한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잘하는 것을 하자' 였다. 당시 회사 구성원 3명은 RPG와 MMORPG만 7년 이상 개발해왔고, 모바일 게임은 만들어본 일이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처음에는 대세에 따라 모바일 게임 개발을 시도했으나 만들고 보니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좋아하는 일이면서 동시에 잘하는 일인 PC 게임을 선택하게 됐다.

이어서 김영채 대표는 '잘하는 것'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와 '잘하는 것'을 선택할 때의 주의해야 하는 점을 계속해서 이야기했다.

▲ 잘하는 것을 선택해야 하지만 매너리즘이란 함정을 주의해야 한다

1. 쉽고 잘하고 해왔던 것

회사 구성원 모두 PC 게임 그중에서도 RPG와 MMORPG만 각자 7년 이상 개발해서 RPG에는 빠삭하다. 이러한 노하우와 경험은 하루 아침에 쌓이지 않는다. 이러한 노하우와 고민을 바탕으로 명작이 탄생하게 된다. 예를 들어 밸브의 유명 게임인 포탈은 '나바큘라 드롭'을 제작한 디지펜 공과대학 학생들의 고민과 노하우를 사들여서 만들어진 작품이다.

2. 그것을 처음부터 다시 생각하자

원래 잘하던 것이라고 하던 대로만 하면 곤란하다. 항상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생각하며 새로운 게임을 구축해야한다. 게임을 제작하다 보면 계속해서 당연히 해야 할 것으로 생각되는 것들이 있다. 이런 것을 무심하게 받아들이지 않도록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생각해야 한다.

특히 매너리즘이라는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피카소는 끊임없이 화풍에 변화를 주며 어린아이처럼 (처음으로 돌아가서) 그리는 법을 알기 위해 평생을 바쳤다.

MMORPG를 어떻게 3명이 만드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MMORPG에는 '퀘스트', '튜토리얼', '스토리', '캐릭터' 등 정립된 공식이 있다. 이런 꼭 해야 한다고 여겨지는 공식을 '트리 오브 라이프'를 제작하면서 과감하게 정리했다.

3. 새로운 잘하는 것을 발견

잘하는 것이 있다고 해오던 것만 해서는 안 되고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 내가 잘할 수 있지만 안 해봐서 모르고 있는 것도 많다. 땅을 파는 것에 비교하자면 한 곳만 계속해서 파면 같은 것만 보지만 여러 곳을 파다 보면 새로운 영역을 찾게 된다.

처음에는 잘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영역을 확장하다 보면 자신이 모르고 있던 새로운 가능성이 생길 수 있다. 이는 또 다른 잘하는 것이 돼서 자신의 강점이 된다.



■ 차별화된 것?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라"

'잘하는 것'에 이어서 '차별화된 것'에 대해 설명하면서 강연이 이어졌다. '차별화된 것'은 남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요소다. 김영채 대표는 '대세와 트렌드', '성공 사례', '유사성' 세 가지 요소를 언급하면서 '차별화된 것'에 대한 설명을 풀어갔다.

▲ 서바이벌 + RPG = '트리 오브 라이프'

1. 대세와 트렌드를 주의하라

쉽게 구한 정답일수록 같은 정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다. 예를 들어 인터넷에서는 수많은 정보를 쉽게 알아낼 수 있다. 그러나 그 정보는 나 외에도 수많은 사람들 역시 쉽게 구할 수 있는 정보다. 게임 개발에서 대세와 트렌드는 분명 중요한 요소지만 이를 따라가게 되면 그만큼 경쟁할 상대가 늘어난다.

2. 성공 사례에 대해

성공 사례는 분명히 배울 점도 많다. 그러나 성공사례는 당시의 타이밍이나 상황 등의 수많은 조건이 결합해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애초에 사람이 다른 이상 똑같이 따라 할 수 없듯이 똑같은 성공 사례를 만들기도 어렵다.

예를 들어 플래피 버드(Flappy bird)라는 성공한 게임이 있다. 이를 모방한 수많은 유사 작품들이 있지만, 그 가운데 성공한 케이스는 거의 없다. 특히 게임이라는 매체에서는 같은 것을 굳이 다시 만들 이유는 없다.

3. 차별화란?

위대한 작품은 다른 위대한 작품에서 나온다. 기존의 재밌는 것에서 자신만의 요소를 포함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가 있다면 그것에 대해 많은 고민이 들어가고 해당 문제를 개선한다면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것으로 여겨진다. 예를 들어 '마인크래프트'는 '인피니마이너'라는 게임의 공개 소스 코드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위대한 게임은 제로에서 시작되는 게 아니라 기존의 어떤 것에서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포함하고 기존의 문제를 개선하는 데서 시작된다. '트리 오브 라이프'의 경우도 서바이벌 게임과 RPG를 합친 게임이지만 그 안에서 우리만의 요소를 집어넣어서 만들었다.



김영채 대표는 마지막으로 앞에서 언급한 주제들을 정리하면서 '내 다음 게임으로 무엇을 만들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했다. 게임 개발 시에 트렌드를 비롯해서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재미'다. 이 '재미'를 찾기 위해서는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하되 '남들과 차별화된 것'을 해야 한다.

그리고 세 가지 요소를 종합해서 무엇을 만들지를 정한 후에는 끈기를 가지고 일을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재미없는 게임이 성공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재미있는 게임이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는 없다'면서 게임 개발에 있어서 재미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 강연을 마쳤다.


▲ '트리 오브 라이프'는 계속해서 발전해가고 있다


김영채 대표의 강연이 끝난 뒤, 약 15분간의 Q&A 시간이 진행됐다.

Q. 개발 기간이 상당히 길었고 얼리 액세스가 진행되면서 유저들이 '트리 오브 라이프'를 접한 유저들이 있다. 이들이 콘텐츠를 일찍 소모하는 것에 대해 어떠한 대처 방안을 가지고 있는가?

A. 일단 얼리 액세스를 크게 홍보하지 않았다. 처음에 얼리 액세스를 시작하게 된 계기도 자금 부족으로, 정식 출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시도했다. 번역 같은 것도 간단하게 한 뒤 스팀에 출시했는데 오히려 미국 시장에서는 반응이 좋았다. 지금 유저들이 콘텐츠를 소모하더라도 정식 오픈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게임으로 느낄 수 있도록 계속해서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다.

Q. '트리 오브 라이프'를 재밌게 즐겼다 '재료', '생산', '수집' 등의 요소가 성장하는 재미가 있는데, 이러한 요소들의 모티브가 된 게임이 있는가? 또 다른 질문으로 개발을 지속하면서 '오드원 게임즈'만의 독특한 게임 개발의 방법론이 있는가?

A.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모티브가 된 게임이 있다기보다는 현실을 모티브로 했다. 예를 들어 낚시를 구현할 때는 개발팀 모두 낚시에 대해서 직접 공부했고 채광을 구현할 때는 광산과 광석에 대해서 공부했다. 직접적인 모티브는 현실을 바탕으로 하되, 스킬 숙련도 등의 요소는 울티마 온라인을 참고했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부분은 '방향성'이라고 생각한다. 하나의 물체를 세 명이 옮긴다고 했을 때 셋 모두 다른 방향으로 당기면 옮겨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 개발진 세 명이 모두 같은 방향을 볼 수 있도록 오랜 시간동안 서로 커뮤니케이션을 해서 방향성을 정했다. 만약 개발 중에 서로 틀어지는 문제가 생기면 처음 정한 방향성을 항상 되새기면서 개발을 이어왔다.

Q. '트리 오브 라이프'의 경우 개발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기획해서 게임을 만들었다. 만약 개발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 기획해서 게임 개발을 할 수 있는가?

A. 기획자는 프로그래머 아티스트와 같은 전문 직군의 2등 수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프로그래머나 아티스트와 같이 해당 분야를 완벽히 꿰뚫고 있지는 않더라도 그 부분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어야지 개발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런 베이스 없이 기획만으로 게임을 만드는 것을 어렵다고 본다.

Q. 게임을 만들면서 힘든 순간을 맞이했을 때, 어떻게 극복했는가?

A. 처음 개발을 시작했을 때는 별 문제 없이 모든 것이 좋았다. 원하는 게임을 만들고자 하는 욕망에 따라 게임을 만드니 크게 문제 될 게 없었다.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는 원하는 데로 만들 수 없어 억압된 감정을 개발하면서 풀었다. 하지만 곧 잔고가 떨어지면서 경제적 문제에 봉착했다. 경제적 문제가 닥치다 보니 의욕도 저하됐다.

이 때 우리는 기사나 텀블벅 지원 등을 받은 게 큰 도움이 됐다. 기사나 인터뷰를 하면서 '유저들이 우리가 만든 게임을 알아주는구나'라는 사실이 동기 부여가 됐다. 여러분께도 드리고 싶은 말씀이지만 개발이 막혔을 때 계속해서 개발에만 매진하면서 안으로 파고드는 것보다는 인터뷰나 기사등을 통해 밖으로 나갔으면 한다.

인터뷰나 기사가 나가는 것이 단순하게 보면 우리를 외부에 알리는 의미도 있지만, 내부적으로도 팀의 목표를 새롭게 다지고 다시 한 번 게임 개발에 대한 동기를 끌어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 강연의 마지막은 직원 모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