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나 만화 속 캐릭터를 현실에서 재현해 연기하는 코스프레. 최근에는 게임 홍보나 행사 등에서 코스프레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대중들이 코스프레를 접할 기회도 늘었습니다. 코스프레를 전문적으로 하는 프로팀도 늘어나면서, 코스프레는 취미를 넘어 하나의 콘텐츠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항상 의상과 가발, 소품을 통해 캐릭터에 감싸여진 코스튬 플레이어나 모델의 모습만 보게 됩니다. 하지만 캐릭터라는 가면을 벗은 모델 본인에 대해서 접할 기회는 많지 않습니다.

지난 5월 21일에 열린 모바일 게임 갓오브하이스쿨의 1주년 페스티벌에서는 프로 코스프레팀인 'Team CSL'의 모델인 '피온', '에키홀릭, '루아'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각각 우마왕과 진마리, 유미라를 연기했던 세 명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 (왼쪽부터) 피온, 에키홀릭, 루아. (사진 제공 : Team CSL)


Q. 인벤 유저분들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피온 : 팀 CSL에서 모델 활동을 하고 있는 피온이라고 합니다. 이번 갓오브하이스쿨 1주년 페스티벌에서는 우마왕을 연기했습니다.

에키홀릭 : 이번 행사에서 주인공 진모리의 성전환 버전인 게임 캐릭터 진마리를 맡은 에키홀릭이라고 합니다.

루아 : 팀 CSL의 루아라고 합니다. 오늘 유미라 캐릭터를 하게 되었습니다.


Q. 이번에 갓오브하이스쿨 1주년 행사로 한 자리에 모이셨는데, 갓오브하이스쿨에 대해서는 알고 계셨나요?

루아 : 최근 연재된 웹툰 분량까지 매주 챙겨봤습니다.

에키홀릭 : 원래 다 읽었는데 이번 행사를 준비하며 다시 한 번 정주행을 하며 또 읽고 왔어요.

피온 : 평소 박용제 작가님의 팬이라 작가님의 작품은 모두 봤습니다!


Q. 그럼 오늘 연기한 진마리, 유미라, 우마왕이 아닌 다른 캐릭터를 해보고 싶지는 않으셨나요?

피온 : 저는 '리수진'이라는 캐릭터를 좋아해서 리수진이 각성한 모습을 코스프레해보고 싶어요.

루아 : 노란 운동복을 입고 있는 '마보라'도 하고 싶고, 프리스트 '새턴'도 해보고 싶어요.

에키홀릭 : 저는 오늘 주인공 캐릭터를 맡았기 때문에 매우 만족하고 있습니다!


Q. 이번 코스프레를 준비하면서 특별히 초점을 둔 부분이 있으신가요?

에키홀릭 : 진마리는 원작 웹툰에는 없고 게임에만 있는 캐릭터인데, 게임의 캐릭터 비율은 SD라 실제 사람이 입었을 때도 느낌을 살릴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루아 : 저는 유미라 특유의 강인함과 매력을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피온 : 표현하고 싶은 우마왕의 모습은 많았는데, 소품인 파초선이 무거워 포즈나 표정이 생각대로 나오지 않았아서 아쉬워요.

▲ 박용제 작가의 사인을 받지 못해 많이 아쉬워한 피온님 (사진 제공 : Team CSL)


Q. 세 분이 코스프레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피온 : 대학교에 다닐 때 휴학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학교다니면서 못해보는 것들을 다 해보자라고 생각했었는데, 당시 즐겨하던 게임이 '사이퍼즈'였어요. 그때 여러 모델들이 코스프레를 한 것을 보고 코스프레에 대해 알고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러다가 다른 코스프레 사진을 봤는데 눈빛도 묘하고 너무 멋있는 거에요. '리그오브레전드'의 아리와 카타리나, 그리고 '블레이드앤소울'의 진서연. 그런데 알고 봤더니 세 사람이 동일 인물인 거에요. 그 분이 여기 계신 에키홀릭님이었어요.

에키홀릭 : (화들짝 놀라며) 아, 그거 내 이야기였어요?

피온 : 네. 그러면서 CSL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어요

에키홀릭 : 저는 친구가 의상을 주며 한 번 입어보라고 하며 그때 코스프레에 대해 알게 되었어요. 당시에는 잘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 그 친구가 오타쿠였던 것 같아요.

저도 '만화책은 보지만 오타쿠는 아니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 뒤부터 스스로 의상을 사고 소품을 모으며 코스프레라는 취미에 눈을 뜨더니 그만...

루아 : 저도 친구가... (일동 웃음)

에키홀릭 : 그래서 친구를 잘 사귀어야 한다는 말이...

루아 : 그때 친구가 사진을 보여주며 '멋있지 않아? 한번 해 볼래?' 하면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때 보컬로이드가 한창 유행일 때라 '카가미네 린'이라는 캐릭터로 코스프레를 시작했습니다.


Q. '좋은 친구'의 손에 이끌려 코스프레를 시작하게 되셨는데, 당시의 친구분과는 잘 지내고 계시는가요?

에키홀릭 : 같이 코스프레를 하다가 친구는 접어서 혼자 하고 있어요. 그 친구는 지금은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해요.

루아 : 저에게 제안한 친구는 아예 시작도 하지 않았어요. 지금은 연락도 끊겼어요.


Q. 그러면 첫 번째 코스프레가 어떤 캐릭터였나요?

피온 : 사이퍼즈의 '시바 포'라는 캐릭터였는데, 의상이 가죽에 털이 많아요. 그런데 그걸 처음 시작했을 때가 한여름인 7월이었어요. 그때 너무 더워서 '다시는 이 옷 안 입어야지'하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 옷으로 CSL에 들어온 뒤로 지스타나 액션 토너먼트 같은 행사를 참여하면서 첫 번째 옷이 가장 많이 입은 의상이 되었죠.

에키홀릭 : 저는 너무 오래되었고 워낙 많이 해서 잘 기억이 나지 않아요. 그래서 옛날 일은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기억 속에서 지운지 오래에요!

루아 : 그건 저도 마찬가지에요. 흑역사는 다 지우는 거 아닌가요? (웃음)

▲ 친구를 '잘' 사귄 덕분에 코스프레를 시작했다는 루아님 (사진 제공 : Team CSL)


Q. 취미로 코스프레를 할 때와 팀 CSL에 들어와 프로 활동을 시작한 이후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루아 : 의상이나 소품의 질에 더 많이 신경 쓰게 되면서 코스프레의 퀄리티도 높아졌어요. 예를 들면 취미로 할 때는 기존에 사용했던 가발을 다시 쓰는 경우가 있었는데, 지금은 캐릭터마다 가발을 원하는 스타일로 커트하고 세팅을 해 준비합니다.

피온 : 장비나 조명, 촬영 장소 섭외처럼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들에 대한 지원을 받을 수 있어서 코스프레의 질이 더 좋아졌어요.

에키홀릭 : 네. 그런 부분은 다들 비슷할 거에요.

Q. 그동안의 코스프레 중 특별히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으신가요?

루아 : 저는 '마기'라는 만화를 좋아해요. 그래서 세헤라자드 등 마기의 캐릭터를 코스프레할 때가 좋았어요.

에키홀릭 : 저도 마기 코스프레 해봤어요, 루아님

루아 : 네 봤어요.

에키홀릭 : 봤어요? (웃음)

루아 : 의상도 여러 벌 갖고 있으니까 필요하시면 말씀하세요~

에키홀릭 : 저는 '리그오브레전드'를 굉장히 오래 했어요. 한국에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플레이하면서 여러 캐릭터의 코스프레를 했는데, 그중에서는 '아리'와 '소나'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아리의 코스프레는 공개하지 않은 작품이 굉장히 많아요.

루아 : 아칼리도 하셨잖아요.

에키홀릭 : 저에 대해 너무 잘 알고 계신 거 아닌가요?

루아 : (당황하며) 에키홀릭님을 덕질한 걸 들켜버렸어~ (일동 웃음)

▲ 공개되지 않은 아리 코스프레가 더 많다는 에키홀릭님 (사진 제공 : Team CSL)


피온 : 저는 작년에 했던 '배트맨: 아캄시티'의 '할리퀸'이요. 할리퀸을 준비하면서 게임을 비롯해 영상, 카툰 배우 등 참고 자료를 철저히 준비하며 많은 공을 들였어요.

그때 처음으로 레퍼런스나 구도를 체계적으로 준비해 작품의 질이 크게 올랐어요. 그러면서 코스프레에 노력이나 비용을 많이 들인 만큼 할리퀸에 더 기억에 남아요.


Q. 배트맨도 카툰이나 영화 등 다른 소재가 많은데 아캄시티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피온 : 저는 영화나 만화보다는 게임 위주로 코스프레를 해요. 어떻게 보면 계산적이기도 한데, 게임 코스프레를 해야 나중에 게임 행사에서도 써먹기 쉽지 않을까 하고...

에키홀릭, 루아 : 오...


Q. 같은 팀인데도 모델에 따라 코스프레를 준비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는 것 같네요.

피온 : 지난 할리퀸 코스프레 이후로 체계적으로 준비하게 되었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 팀원이나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많이 받는 편입니다.

에키홀릭 : 반대로 저는 사진 촬영 외에 의상이나 소품 제작 등을 모두 직접 해요. 사진 촬영도 항상 맡기는 분이 있고요.


Q. 코스프레를 하면서 보람을 느낄 때가 언제인가요?

루아 : 촬영한 사진이 잘 나왔고 봐주신 분들의 반응이 좋을 때가 기뻐요. 특히 캐릭터를 잘 살렸다는 반응을 봤을 때 기분이 좋습니다.

피온 : 저는 코스프레를 할 때 이스터에그를 넣을 때가 있어요. 예를 들면 Team CT와 함께 촬영한 아캄 나이트 할리퀸 코스프레에서 첫 장의 TV 노이즈에 조커를 넣었는데요, 보시는 분들께서 그런 이스터에그를 찾아줄 때 기분이 좋았습니다.

▲ TV 화면의 노이즈 속 조커, 찾으셨나요? (사진 제공 : Team CSL)


Q. 코스프레를 하면서 겪은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에키홀릭 : 겨울에 야외에서 촬영할 때가 힘들었어요. 반팔 차림의 캐릭터로 눈밭에서 촬영한 다음 날 동상에 걸린 적도 있고요.

한 번은 그해 겨울 중에서 가장 추운 날이라는데, 밖에서 목도리 하나 두르고 벌벌 떨다가 '찍는다' 하는 순간에만 포즈 잡았다가 다시 떨고...

피온 : 겨울에 코스프레 하면 보통 그래요. 표정도 잘 안 나오고...

루아 : 한 번은 산에 촬영하러 갔는데, 산 속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왔더니 비가 내려서 촬영을 접은 적도 있어요. 그리고 노출이 있는 의상을 입을 때는 끼니를 거르고 공복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면 끝나고 밥 먹을 때가 너무 행복해요!


Q. 행사나 촬영이 없을 때는 어떻게 지내시나요?

피온 : 저는 다른 분들보다 준비 기간이 긴 편이라 개인 촬영 준비를 해요. 예전에는 PC 사양이 좋지 않아 게임을 플레이하기 어려워 자료를 모으기가 힘들었어요.

에키홀릭 : 저희 집에서 카페를 운영하는데, 평소에는 거기서 커피를 만들면서 일을 돕고 있어요. 카페 일이 끝나면 게임을 합니다. 지금은 '던전앤파이터'를 하는데, 오늘도 저녁에 캐릭터 4개로 레이드를 돌아야 해요!

루아 :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즐겨 보면서 게임도 해요. 좋아하는 게임은 '사이퍼즈'인데, 대학교의 시험이나 과제가 있을 때는 공부에 집중하느라 게임을 하기 힘들어요.


Q. 혹시 체중이나 몸매 관리에 어려운 점은 없으신가요?

에키홀릭 : 제가 몸무게가 38kg인데 따로 다이어트는 하지 않아요.

피온 : 다이어트 대신 게임을 하죠.

에키홀릭 : 게임을 하고 있으면 이상하게 배가 고프지 않아요. 그러다 보니 체중이 자연스럽게 준 것 같아요.

루아 : 저도 게임을 많이 하고 싶은데 과제나 시험을 준비하느라 저렇게 하지를 못해요.

▲ 38kg 체중의 비결이 다이어트가 아니라 게임? (사진 제공 : Team CSL)


Q. 스스로가 생각하는 자신의 단점이나 힘든 부분은 어떤 게 있을까요?

에키홀릭 : 다른 사람의 힘을 빌리지 않고 혼자서 의상이나 소품을 만드는 스타일이다 보니 여자 혼자서 만들기가 벅찰 때가 있어요. 그래도 제가 원하는대로 만들기 위해 직접 만들고 있습니다.

루아 : 저는 연기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캐릭터를 잘 표현하고 싶은데, 표정이 다양하지 않아 비슷한 사진만 있는 것 같아서 아쉬워요. 꾸준히 연습해서 표현력을 늘리고 싶습니다.

피온 : 제가 보기와 달리 체력이 좋지 않아 발목을 잡는 경우가 많아요. 스튜디오에서 비가 내리는 환경을 만들어 수중 촬영을 했더니 이삼일을 앓아 누운 적도 있고, 최근에 댄스 영상을 촬영할 때도 많이 힘들었어요. 누가 체력을 좀 나눠줬으면 좋겠어요.

에키홀릭 : 제 체력 드릴까요? 전 자주 PC방 밤샘을 해도 괜찮더라고요.

루아 : 게임할 때는 오래 앉아 있어도 허리도 안 아프고 체력도 괜찮아요. 그런데 게임을 끄고 나면 피로가 몰려오죠.

에키홀릭 : 맞아요!


Q. 특별히 기억에 남는 반응이나 팬이 있다면?

피온 : 새로운 시도를 알아주셨던 분들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정말 감사드려요.

에키홀릭 : 특히 인벤의 '하연수'님이 대단한 것 같아요. 매일 뜨거운 관심을 보내주셔서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루아 : 저는 아직 팬이 없어요...

▲ '공대 + 덕후 + 코스프레'의 전설급 조합체, 루아님 (사진 제공 : Team CSL)


Q. 최근 코스프레가 많이 알려지면서 인식도 많이 좋아졌는데요, 어떤 부분에서 체감하시나요?

에키홀릭 : 초창기에는 기분 나쁜 시선을 받는 경우도 많았어요. 그런데 최근에는 주변에서 알아봐주시는 팬들도 늘었습니다. PC방에서도 알아보시는 분들도 계셔서 화장을 하지 않으면 PC방도 함부로 가지 못해요.

피온 : 저는 부모님의 시선 변화에서 크게 느껴요. 처음에는 부모님 몰래 코스프레를 시작했는데, 제가 직접 말하기 전에 TV에서 먼저 제가 활동하는걸 보셨더라고요. 최근에는 주변에 자랑하려고 사진을 받아가시는 경우도 늘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인벤 유저분들께 하고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에키홀릭, 피온, 루아 : 최근 코스프레에 대한 인식이 좋아졌고, 많은 분들이 좋은 반응을 보여 주셔서 기쁩니다. 저희의 코스프레 사진 한 장이 나오기까지 사전 조사부터 소품 제작, 촬영까지 많은 공이 들어가고 준비하는 기간이 긴데요, 코스프레의 결과물뿐만 아니라 코스프레를 준비하는 과정에 대해서도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저희 Team CSL을 많이 사랑해주세요. 감사합니다.

▲ (사진 제공 : Team CSL)

▲ (사진 제공 : Team CSL)

▲ (사진 제공 : Team CSL)

▲ (사진 제공 : Team CSL)

▲ (사진 제공 : Team CSL)

▲ (사진 제공 : Team CS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