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게임 개발 외길, 자라나는 씨앗이 걸어온 길을 한 마디로 표현하기에 이보다 좋은 단어도 없을 것이다.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을 밀고 나가는 모습이지만, 그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2013년 회사를 설립했지만, 한동안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교육용 게임에서 스토리텔링 게임으로 선회한 맺음(MazM) 프로젝트의 첫 번째 게임인 '옐로 브릭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김효택 대표는 포기하지 않았다. 진짜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묵묵히 개발을 이어나갔다. 그런 노력이 빛을 본 걸까. '지킬 앤 하이드'로 조금씩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하더니 '오페라의 유령', '페치카' 등을 출시, 지난해 게임대상에서 '페치카'로 굿 게임상을 수상하는 등의 성과를 내기도 했다.

생존에 대한 고민에서 이제는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게임을 만들까 새로운 고민거리가 생겼다고 밝힌 김효택 대표다. 그들의 차기작인 '다이 크리쳐'와 지킬 앤 하이드의 외전 '하이드 앤 씨크'는 어떤 게임일까. 그리고 자라나는 씨앗의 비전은 뭘지 인터뷰를 통해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 자라나는 씨앗 김효택 대표


Q. 인터뷰를 너무 이른 시간에 잡은 건 아닌가 모르겠다. 빈 자리가 눈에 띈다.

아니다(웃음). 재택근무 중이라서 그런 거지 출근하는 직원들은 다 나왔다. 직원도 2018년 첫 인터뷰 때와 비교해 거의 2배나 늘어서 15명이나 된다. 코로나19로 시도한 재택근무지만, 직원들도 착실히 일해주고 있고 능률도 높아서 당분간은 계속 재택근무를 할 예정이다.


Q. 지난 해 '페치카'로 굿 게임상을 수상했다. 늦었지만 축하한다. 여러모로 뜻 깊을 것 같다.

2018년 게임대상에서 '지킬 앤 하이드'로 인디 게임상을 받았었는데 2년 만에 '페치카'로 굿 게임상을 수상하니 감회가 새롭더라. 뭐라고 해야 할까. 맺음 프로젝트가 인정받은 기분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지킬 앤 하이드' 출시 전까지만 해도 회사를 접어야 하나 고민하는 일이 많았는데 이제는 그런 고민보다는 차기작을 어떻게 만들면 좋을지 고민하는 일이 더 많아졌다. 현재 개발 중인 '다이 크리쳐'와 '하이드 앤 씨크'는 그런 고민을 녹여낸 게임으로, 매즈미언들에게 전작들과는 차별화된 재미를 안겨줄 거로 생각한다.



Q. 맺음 프로젝트가 인정받은 기분이라는 건 사업적인 성과에 대한 건가 아니면 방향성에 대한 건가.

방향성에 가까울 것 같다. 게임으로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잘못하면 억지로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하는 모양새가 되어서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도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할까 고민했는데, 억지로 하면 안 된다는 걸로 결론을 내렸다.

가장 좋은 건 자연스럽게 그 주제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하는 거다. '페치카'도 표트르의 삶을 보면서 생각할 거리를 주지 않나. 그런 식으로 무작정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는 한 번 더 생각할 거리를 주는, 그런 게임들을 개발하는 게 우리의 목표다.

그래서 올 초에는 비전 워크샵을 통해서 직원들과 함께 우리는 어떤 게임을 만들지, 우리의 방향성을 다시 한 번 재정립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Q. 지금에 와서 하는 얘기지만, '페치카'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을 것 같다. 독립 운동가라는 민감한 소재를 쓴데다 전작들과 달리 원작이 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 이런 특별한 도전을 한 이유가 뭔가.

2018년 말이었을 거다. 차기작으로 '다이 크리쳐'를 개발할 때였는데, 후배로부터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서 게임을 만들 생각인데 개발사 좀 추천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그때 여러 개발사를 소개해주다가 문득 우리가 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우리가 하겠다고 나서서 본격적으로 '페치카' 개발을 시작했다.

호기롭게 나섰지만, 쉽지는 않았다. 독립 운동가라고 해도 한둘이 아니어서 고민이었는데, 우연히 최재형 선생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흥미가 생겼다. 자료를 찾아보니 완전무결한 그런 독립 운동가가 아니라 인간적인 면이 많이 눈에 띄어서 그분의 이야기를 게임에 담으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 최재형 선생에 대한 이야기를 담게 됐다.

그 뒤로도 계속 도전의 연속이었다. 가볍게 다뤄선 안 되는 소재여서 여기저기 자문도 많이 구했고 오리지널 스토리인 만큼 완성도도 더 높아야 한다고 생각해 스토리텔러를 한 명 더 채용할 정도였다. 그래도 그런 노력이 있었기에 굿 게임상도 받을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되돌아보면 자라나는 씨앗이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됐던 것 같다.



Q. '지킬 앤 하이드'를 시작으로 '오페라의 유령', '페치카' 모두 어느 정도 인기를 끈 만큼, 사업적으로도 준수한 성과를 거뒀을 것 같다.

사실 상업적 성과가 대단하진 않다. 다운로드 수치만 놓고 보면 '지킬 앤 하이드'가 곧 400만 다운로드를 눈앞에 두고 있고 '오페라의 유령'이 100만, '페치카'가 40만 다운로드에 2주 전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지만, 맺음 프로젝트 특성상 매출이 높진 않다.

그래서 아쉬울 때가 많다. 단순히 우리가 돈을 못 벌어서 그런 게 아니라, 글로벌 서비스를 하려면 번역을 해야 하는데 이게 다 돈이다. 스토리가 중요한 게임인데 어설프게 번역하면 괜히 더 안 좋은 경험만 주지 않겠나. 우리 게임을 사랑해주는 외국 유저들을 위해서라도 번역을 해주고 싶은데 어느 정도 시장성이 있어야 하는 만큼, 쉽게 나서지 못하고 있다.


Q. 번역 비용이 꽤 많이 드나.

업체에 따라 다른데 글자 수에 따라 비용이 달라진다. 그나마 '지킬 앤 하이드'는 글자 수가 적어서 14개국 언어로 번역할 수 있었는데, '오페라의 유령'이랑 '페치카'는 20만 자가 넘어서 지원 언어도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간혹 우리 게임을 좋아해 주는 외국 유저 가운데 직접 나서서 번역하겠다는 분도 있어서 함께 한 적도 있었는데, '오페라의 유령'이랑 '페치카'는 분량이 많아서 그런지 단순한 의무감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누가 투자나 지원을 해준다고 하면 그걸 다 번역에 써서 전 세계에 더 많은 유저들이 우리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싶다.



Q. 외국 유저가 직접 번역을 하겠다고 나설 정도면 꽤 인기를 끄는 것 같은데, 어느 나라에서 가장 인기가 있나.

맺음 프로젝트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인데 국가 쏠림이 적다. 대부분 비슷하다. 그래도 눈에 띄는 국가라면 러시아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상위권을 놓치지 않는데, 미국이나 유럽보다도 더 반응이 좋다.


Q. 러시아에서 인기라고 하니 예상외다. 대문호를 배출한 국가인 만큼, 문학에 대한 애착이 강해서 그런 건가.

그런 것도 있겠지만, 신흥 시장이라는 점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미국이나 유럽 등 메이저 국가에서는 인디 게임이 노출되기 쉽지 않다. 우리나라만 봐도 대형 게임사의 게임들만 눈에 띄지 않나. 그런데 러시아 같은 신흥 시장은 아직 진출한 외국 게임이 적고 자국어를 지원하는 게임도 적어서 그런지 러시아어를 지원해준다는 사실 만으로도 좋게 생각하는 것 같다.

물론, 이외에도 게임 자체에 대한 애정도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 맺음 프로젝트를 보면 알겠지만, 어두운 분위기인데 이런 걸 좋아하는 것 같다. 따로 러시아 팬 페이지를 만들 정도여서 그걸 보면서 감탄했을 정도다.

러시아 외에는 남미, 특히 브라질이 예상외로 우리 게임을 즐기는 유저가 많았다. '지킬 앤 하이드'는 포르투갈어로 번역이 됐는데, 그래서 자연스럽게 차기작도 포르투갈어를 지원할 줄 알았는데 빠져서 아쉽다는 문의가 많아서 번역을 고민 중이다.


Q. 차기작을 만들면서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았다고 했는데 정확히 어떤 고민인가.

내러티브에 대한 고민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맺음 프로젝트도 그렇지만 보통 스토리 어드벤처라고 하면 텍스트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지 않나. 그런데 모든 게임이 그런 건 아니다. '저니'나 '스카이'처럼 텍스트를 하나도 쓰지 않는 게임도 있다. 그런 게임들을 보면서 게임 플레이도 내러티브가 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물론, 그렇게 하려면 게임 플레이 자체를 싹 뜯어고쳐야 해서 지금까지는 쉽게 시도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페치카' 이후 약간 여유도 생기고 해서 이 기회에 새로운 도전을 해보자 하는 생각에 한 프로토타이핑에서 나름 괜찮은 결과물이 나와서 현재는 팀을 2개로 나누고 각각 신작을 개발 중이다.



Q. 여담이지만 '지킬 앤 하이드', '오페라의 유령', '페치카', 그리고 '다이 크리쳐'까지 다 뮤지컬로도 인기를 끈 작품들인데, 혹시 뮤지컬 팬이라도 있는 건가.

2차 창작이 영화나 뮤지컬로 2개 이상 이뤄진 친숙한 작품을 선정하다 보니 그렇게 보인 것 같다(웃음). 그 덕분인지 '지킬 앤 하이드'를 막 출시했을 당시에는 트위터를 통해서 뮤지컬 팬들이 관심을 가져주곤 했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많은 분들이 뮤지컬과 관련해서 우리 게임에 관심을 가져주고 있는데 고맙게 생각한다.


Q. 대부분의 임팩트 게임들이 의미 전달에만 신경을 쓴 나머지, '재미'를 간과하곤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개인적으로 게임의 최우선 순위는 재미라고 생각한다.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은 게임인데 게임으로서 재미가 없다면 그건 실패한 게임이다. 비법 양념을 쓴 음식점이 있는데 맛이 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는 것 아닌가. 게임도 마찬가지다.

다만, 그런 도전 자체를 깎아내리고 싶진 않다. 누군가는 이런 메시지를 담은 임팩트 게임도 만들어야 게임 업계도 더 성장하는 것 아닌가. 그런 면에서 볼 때 임팩트 게임이 점점 늘어나는 건 게임 업계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예전에 우리나라 영화를 보면 멜로나 액션 밖에 없었는데, 요즘은 기생충이나 미나리처럼 독창적인 영화도 나오게 됐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눈이 높아진 덕분이다. 그런 식으로 유저들이 조금씩 관심을 가져주면 재미있으면서 의미도 전달하는 그런 게임들이 더 늘어날 거라고 본다.

"임팩트 게임이 늘어나는 건 좋은 현상이지만 재미를 놓쳐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Q. 자라나는 씨앗의 맺음 프로젝트를 보면 어, 이거 맺음 게임이네 하고 바로 알 수 있다. 일종의 아이덴티티를 확립한 느낌인데, 의도한 건가.

의도한 건다. 정체성은 중요하다. 우리처럼 작은 회사는 특히 더 그렇다. 우리 게임을 보자마자 바로 맺음 게임이네 하고 알 수 있다면 이것만큼 강력한 마케팅이 없지 않나. 회사 규모는 다르지만, 퀀틱 드림이 대표적이다. 회사 이름만 말해도 어떤 게임을 만드는지 딱 감이 잡히지 않나. 이게 브랜드의 힘이다.

그래서 '옐로 브릭스'를 낼 때 맺음 브랜드를 만들었는데, 사실 처음에는 아무도 찬성을 하지 않았다. 굳이 브랜드를 만들 필요성을 못 느낀 거였는데 "자라나는 씨앗이라는 사명만으로는 안 된다, 더 강력한 브랜드가 필요하다"고 설득한 끝에 맺음이 탄생할 수 있었다.


Q. 아이덴티티라고 하면 게임의 장르도 빼놓을 수 없는데, 앞으로도 스토리 어드벤처를 만들겠다는 얘기인가.

그건 아니다. 맺음 프로젝트의 핵심은 게임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장르는 그다음 문제다. 만약 현재의 맺음 프로젝트와 전혀 다른 장르인데 재미는 물론이고 우리가 추구하는 스토리를 녹여낼 수 있다면 얼마든지 시도해 볼 생각이다.

다만, 컨트롤 실력이 요구되는 그런 게임은 아무래도 안 만들 것 같다. 스토리를 담아내기가 쉽지 않고 유저들도 괴리감을 느낄 것 같다.


Q. '페치카'로 원작이 없는 게임도 개발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지 않았나. 혹시 오리지널 스토리 어드벤처를 만들 생각은 없나.

고민 중인데,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 단계로 보자면 '지킬 앤 하이드'나 '오페라의 유령'이 원작을 재해석한 거였다면, '페치카'는 재해석을 넘어 오리지널 스토리를 구축한 첫 번째 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래도 아직도 많은 면에서 부족하다고 생각해 일단은 재해석을 좀 더 해보고 나서 오리지널 스토리 게임에 도전하려고 생각 중이다.

고전 명작을 재해석하는 건 여전히 매력적인 요소라고 생각한다. 크게 두 가지로 재해석할 수 있는데 하나는 원작의 일부를 비틀어서 스토리와 엔딩에 변화를 주는 거고, 다른 하나는 원작을 베이스로 한 외전을 만드는 거다. 개인적으로는 외전이 세계관을 확장하는 면에서 더 의미가 있는 것 같아서 당분간은 이런 도전이 이어질 것 같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이순신 장군에 대한 이야기를 게임으로 만드는데, 이순신 장군을 주인공으로 하면 좀 뻔한 얘기가 나오지 않겠나. 나라에 대한 고뇌, 애민 정신, 장군이 느꼈을 분노 등은 이미 많은 매체가 다뤘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우리라면 오히려 격동의 역사 한가운데 있었던 평범한 병사를 주인공으로 하던가 할 것 같다. 이런 외전을 통해 인간 이순신을 조명하는 게 더 재미있을 거로 생각한다.



Q. 재해석에 집중한다는 건 당분간은 고전 소설을 원작으로 한 프로젝트가 이어진다는 얘기인가.

개수를 정한 건 아니지만, 적어도 고전 소설을 기반으로 한 게임 10개는 만들어야 실력도 쌓이고 오리지널 게임에 도전할 수 있을 것 같다.


Q. 처음으로 동시에 2개의 게임을 개발 중이다. 내부 개발 환경에도 변화가 생겼나.

'페치카'때만 해도 디렉터로서 개발에 관여했는데 지금은 양쪽에 모두 디렉터를 따로 둬서 개발에서 한 발 멀어진 상태다. 큰 방향에서 프로듀서 역할은 하지만, 기술적인 로드맵을 결정하는 쪽이다. 옆에서 보고 있으면 영화사인지 게임사인지 잘 모르겠다(웃음). 캐릭터의 설정과 관계 스토리 플롯 게임 속 적용 등, 게임적 인터렉티브 요소를 빼면 거의 픽사다. 개인적으로도 픽사를 정말 좋아해서 이런 개발 분위기가 게임에도 좋은 결과물을 낼 거로 생각하고 있다.


Q. 이제 신작에 대해 얘기해보자. 프랑켄슈타인을 원작으로 한 '다이 크리쳐'와 지킬 앤 하이드의 스핀오프인 '하이드 앤 씨크'를 개발 중이다. 수많은 고전 소설 가운데 프랑켄슈타인을 선택한 이유가 뭔가.

드라큘라, 프랑켄슈타인,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 3개중 어느 걸 선택할지 박빙이었는데,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소재가 워낙 매력적이라서 이쪽을 선택하게 됐다. 태어나는 건 선택을 할 수 없지 않나. 자신은 왜 태어났는지 묻는 괴물의 고뇌를 담아내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게임은 원작에선 다루지 않았던 괴물의 이야기에 좀 더 포커스를 맞췄다.



Q. 전작들은 일단 모바일로 먼저 출시한 후 PC, 스위치로 이식했는데 '다이 크리쳐'는 처음부터 PC로 출시한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탄막 슈팅 요소가 있어서 모바일보다는 PC가 더 게임을 즐기기에 좋은 플랫폼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걱정도 된다. 전작들은 기본적으로 무료로 즐길 수 있었는데 '다이 크리쳐'는 처음부터 유료로 판매하는 만큼, 개발 과정을 공유하는 식으로 게임을 지속적으로 노출해 출시 전까지 유저를 최대한 많이 모으는 게 목표다.


Q.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하면 게임플레이의 변화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스토리 중심이었던 전작들과 달리 탄막 요소가 눈에 띈다. 이런 시도를 한 이유, 그리고 여러 시도 가운데 탄막을 채용한 이유를 듣고 싶다.

괴물의 고뇌를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다가 나온 결과물이다. 트라우마라고 해야 할까. 이런 건 피하고 싶지 않나. 그런 걸 게임에 녹여낸 게 바로 탄막이다. 내러티브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했는데 그런 새로운 시도 중 하나로 봐주길 바란다.



Q. 최근 공개한 개발 일지를 보면 '지킬 앤 하이드'의 에셋을 거의 그대로 쓴 모습이던데 게임 플레이도 비슷한가.

아니다. 몇몇 에셋은 동일하지만 게임 플레이는 전혀 다르다. 보드게임 메커니즘이 들어가 있다. 다만, 지금 얘기하긴 좀 이른 것 같다. 관련 정보는 SNS나 커뮤니티를 통해 서서히 공개하겠다.


Q. 앞으로 어떤 회사가 되고 싶나.

디즈니 레시피(The Disney Recipe)라고 디즈니 창업주인 월트 디즈니가 1957년도에 그린, 디즈니 캐릭터들이 서로 연계해서 시너지를 내고 그게 디즈니라는 브랜드 자체를 지속적으로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된다는 디즈니의 미래 비전, 전략을 표현한 그림이 있다. 지금은 허황된 꿈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우리도 그런 식으로 맺음 유니버스를 구축하는 게 목표다.

첫 순으로 게임 간 이스터에그를 녹이는 시도를 조금씩 하고 있는데, 이런 걸 천천히 확대할 예정이다. 아마 '다이 크리쳐'와 '하이드 앤 씨크'를 출시할 때 즈음이면 이런 우리의 구상이 좀 더 실체화되지 않을까 싶다.

▲ 디즈니 백년지대계가 된 '디즈니 레시피'

이건 개발자로서의 목표고, 경영자로서는 처음에는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 회사가 목표였는데, 지금은 직원들이 정말 다니고 싶은 회사가 되는 게 목표다. 자랑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퇴사한 직원이 한 명 밖에 없다. 다시 돌아온 직원도 있는데, 알지 않나. 우리 회사가 그렇게 돈을 많이 주는 회사도 아닌데, 그런 선택을 한 이유를 물어보니 다니기 즐겁다고 하더라. 그걸 보면서 많이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뭔가 돈만 많이 주면 최고의 회사로 치곤 하는데, 기업의 원래 가치는 그런 게 아니다. 이익 추구 집단이 아니고, 가치를 창출하는 게 기업의 일이다. 이익을 가치를 창출하면 자연스럽게 생기는 건데, 요즘처럼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생각 없이 매출만 따라가는 건 아니라고 본다.

그리고 이런 흐름이 궁극적으로는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생각한다. 회사와 직원의 관계가 원활하면 좋은 콘텐츠가 나올 확률이 높고 그 결과 유저와의 관계에도 좋은 영향을 끼치지 않겠나. 그런 선순환이 이어지는 회사가 되는 게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