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 넘버링 후속작으로서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 게임이 또 있을까. 1990년 출시한 '킹스 바운티'의 후속작 '킹스 바운티2'가 31년 만인 오는 8월 24일 정식 출시된다.

'킹스 바운티'는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매직'의 직계 조상에 해당하는 게임이다. 그러나 이러한 명성에도 킹스 바운티 시리즈를 아는 게이머는 한 줌에 불과하다. 거진 30여 년이 되도록 정식 후속작에 대한 소식도 없었고 그간 나왔던 몇 안 되는 외전 역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후손이랄 수 있는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의 명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영원할 것 같았던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의 명성 역시 예전만 못하다. 이제는 그 계보가 끊길 위기에 처한 상황. 그럴 때 등장한 게 바로 '킹스 바운티2'였다. 31년 만에 등장한 적통.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과연 '킹스 바운티2'는 추락한 서양식 턴제 전략 게임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을까. 정식 출시에 앞서 체험해 본 '킹스 바운티2'에 대한 얘기를 해보고자 한다.


이번에 체험한 프리뷰 버전을 통해서는 '킹스 바운티2'의 비선형적 스토리텔링과 더불어 전투 시스템 등을 대략적으로나마 엿볼 수 있었다. '킹스 바운티2'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로는 강화된 내러티브를 들 수 있다.

플레이어는 3명의 주인공 중 한 명을 선택해 위기에 처한 안타라를 구하기 위한 여정을 떠나게 되는데 그 여정은 오롯이 플레이어의 선택에 달려있다. 게임을 하면서 플레이어는 수많은 선택을 마주하게 된다. 길을 막아선 골렘을 상대로 정면돌파할지, 아니면 골렘을 조종하는 마법사와 대화해 안전하게 통과할지부터 두 집단 중 한쪽을 선택해야 할 때도 있다. 단순히 보상과 효율의 문제부터 플레이어의 성향에 영향을 주는 선택까지 다양한 선택지가 마련된 셈이다.

▲ 다양한 서브 퀘스트가 존재하며

▲ 선택에 따라 성향이, 앞으로의 스토리텔링이 변화한다

이러한 선택지는 얼핏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실제로도 좀 더 쉽게 통과할 수 있는 부분인데 강행 돌파한다고 스토리에 영향을 끼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성향을 결정하는 선택들은 다르다. 스토리에 관여할 뿐 아니라 특정 성향으로 치우면 나중에는 반대되는 성향을 선택할 때 주인공이 이를 거부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다만, 그렇다고 모든 선택지를 자유롭게 고를 수 있다는 건 아니다. 주인공들의 능력치에 따라 선택지가 주어져도 고를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용병인 아이바르를 예로 들자면 마법에 대한 걸 들 수 있다. 마법에 대해선 문외한이기에 정면돌파와 마법을 해제함으로써 우회하는 구간이 있다고 해도 정면돌파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부닥치기도 한다. 단순히 외형만이 아닌 주인공마다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스토리에도 차별화를 꾀한 모습이다.


내러티브를 강화하고 서브 퀘스트를 대거 도입하는 등 많은 부분이 바뀌었지만, 그렇다고 모든 게 바뀐 건 아니다. 바뀌지 않은 부분도 있다. 전투 시스템에 대한 것으로 '킹스 바운티'에서부터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 시리즈까지 이어진 기존의 방식을 '킹스 바운티2' 역시 그대로 따르고 있다.

대표적인 부분으로 각 부대의 체력과 공격력이 비례한다.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의 유닛들은 부대로 구성되어 있기에 부대의 체력이 떨어지면 결과적으로 공격력이 떨어진다. 그렇다 보니 전투를 하면서 단순히 한 대 치고 한 대 맞는 식이 아닌 최대한 맞지 않도록 전략을 짜야 한다.

단순히 능력치가 좋은 부대를 구성했다고 안심하고 전진만 했다가는 순식간에 적에게 포위되어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고 죽을 수도 있다.

▲ 공격력은 체력에 비례하기에 최대한 맞지 않도록 전략을 짜야 한다

전투와 관련해서 신경 써야 할 건 조작만이 아니다. 부대를 꾸리는 것 역시 중요한 요소다. 얼핏 좋은 부대란 능력치가 높은 유닛으로 구성된 부대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그보다 우선시해야 할 건 따로 있다. 바로 부대의 성향을 파악하는 일이다.

게임 내에는 수많은 부대가 등장한다. 창병, 궁병 등 병종에 대한 것부터 도적이나 구울 같은 언데드, 심지어는 정령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부대에 따라 가격도 다르기에 일반 병사보다 저렴하면서도 강력한 부대를 고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강력한 부대라고 해도 무턱대고 고용해선 안 된다. 자칫 부대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 강한 게 전부가 아니다. 부대의 성향 역시 중요한 문제다

성향은 간단하게 말하자면 부대의 턴에 영향을 주는 요소다. 같은 성향의 부대가 모이면 사기가 올라가고 그 결과 추가로 턴을 획득할 수도 있지만, 성향이 다른 부대들로 구성되어 있으면 반대로 사기가 떨어지고 턴을 건너뛸 수도 있다. 부대의 성향에 따라 시너지를 내는가 하면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주인공은 이러한 부대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일반적으로 주인공이라고 하면 가장 강력한 유닛으로 표현되곤 한다. 하지만 '킹스 바운티2'에서는 직접 전투에 참여하지 않는 대신 스킬이나 아이템을 통해 전투를 진두지휘한다.

명장이 지휘하는 부대는 그것만으로도 사기가 오른다고 하지 않던가. '킹스 바운티2' 역시 마찬가지다. 좋은 장비를 얻어서 주인공의 능력치가 오르면 부대의 능력 역시 오른다. 마력이 높으면 주문의 공격력이 증가할 뿐 아니라 효과 지속 시간이 늘어나며, 무력이 높으면 부대의 공격력이 강해지는 것으로 그 외에 어떤 아이템을 끼느냐에 따라 부대 영향력이라고 해서 체력이나 방어력이 오르기도 한다. 글자 그대로 전장을 지휘하는 지휘관에 가까운 모습이다.

▲ 주3인공은 전투에 직접 참여하진 않지만, 전장 밖에서 부대를 보조한다

31년만에 돌아온 정식 넘버링 후속작 '킹스 바운티2'는 여러모로 기본기에 충실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위기에 빠진 왕국을 구한다는 왕도적인 스토리에 턴을 주고받으면서 각종 상황을 생각해야 하는 턴제 전략의 묘미 역시 놓치지 않은 모습이다.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색다른 면모가 부족하다는 것 정도. 물론, 큰 단점은 아니다. 익숙하다는 건 그 자체로 장점이니 말이다.

오늘날 수많은 턴제 전략 게임에 익숙해진 게이머들이 보기에 '킹스 바운티2'는 다소 정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의 계보를 잇는다는 점에서 올드 게이머에게 있어서 이보다 반가운 게임도 또 없을 것이다. 그러니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 시리즈의 팬이라면 꼭 플레이해보길 바란다. 그때 그 시절, 그 재미를 다시 안겨줄지도 모를 일이다.